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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땅 게시판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있던데,
'잡식동물의 딜레마 Omnivore's dillema'에서 소와 관련한 부분을 요약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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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A(미 농무부)는 쇠고기의 등급을
(고급 <- ) Prime / Choice / Select / Standard / ... ( -> 저급)
이런 식으로 메기는데 (자세한 것은 http://www.usmef.co.kr/usr/usm/grade.asp)
등급을 메길 때,
소의 건강/소고기가 얼마나 신선하고 안전한가.. 보다는, '마블링'이 얼마나 잘 되었는가가 큰 기준이 된다.
(도축시 기준을 통과하면 건강/신선/안전은 이미 보장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
'마블링'이란 육질 사이에 새하얀 지방이 촘촘히 박혀서 마치 대리석처럼 아름다운 모양을 나타내는 것인데,
지방이 많을 수록 고기가 부드럽고 고소하다.
훌륭한 '마블링'을 성취해서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풀 대신 옥수수 (+alpha)를 오랫동안 먹여서 폭발적으로 살을 찌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개월수가 낮은 어린 소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릴 때 도축한 소는 보통 Select 등급을 받고,
더 고급 소는 여기서 한두 단계 더 옥수수를 먹여 살을 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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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게 되었을까?
옥수수는 광합성 효율이 매우매우 좋은 식물이다.
지평선까지 옥수수밭이 끝없이 이어지도록 심어서 매년 10 billion bushel씩 생산하면
옥수수가 남는다. -o-
결국 소(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가축들 - 양식 연어도 포함 - )에게 먹이게 되고,
특히 소를 모아서 가둬놓고 먹여보니까 (풀밭과 달리 옥수수는 모아놓고 먹여야 한다),
소가 살찌는 속도와 고기의 부드럽고 고소함이.. 곧 풀밭에 놓아 기르는 목장들을 전부 망하게 할 정도로 뛰어났다.
USDA는 남는 옥수수를 처리할 수 있으니 좋고,
소 사육업자들은 혁신적인 속도로 살찐 소를 생산할 수 있으니 좋고..
더욱 더 이 시스템을 장려하기 위해
USDA는 옥수수(+alpha)를 얼마나 잘 먹였느냐를 등급으로 매겨 소 값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마블링이 잘 된 고급 쇠고기란
결국 동물성 지방 ( = 포화 지방 saturated fat, 과하게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 많은
실제로는 건강에 좋지 않은 고기.. 라는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전세계 삼겹살의 블랙홀 -o-' 인 한국에선 별로 통하지 않을 듯 하다.
(한국인이 삼겹살 먹는 횟수와 미국인이 마블링 beef를 먹는 횟수,
비만, 심혈관질환 등의 빈도 등을 연구해보면 뭔가 더 이야기가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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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그동안 네개나 되는 위 속의 박테리아와 공생 진화하면서,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해서, 태양에너지를 단백질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얻었다.
풀과 소도 공생 진화한 셈인데,
소는 잡목/숲이 풀밭을 침범하지 못하게 막고 똥으로 풀 씨앗을 퍼뜨린다.
소똥 거름은 흙을 비옥하게 한다.
풀, 소, 박테리아, 약간의 포식자가 이루는 순환 사이클.
실제로 옛날 바이슨이 초원에서 grazing/roaming 하던 것처럼
소가 풀을 뜯는 건, 그 소들이 바이슨처럼 자주 이동한다는 전제만 있으면 생태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송아지 때부터 모아놓고 옥수수를 먹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송아지의 출산과 처음 몇 개월 동안의 육아 과정은
넓은 지역에 점점히 흩어져 있는 개별 목장에서 이루어지고, 이 시기에 소는 그래도 풀을 먹는다.
이후 송아지는 엄마소에게서 떨어져
CAFO (집중해서 먹이는 작전 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라고 불리는 공장 비슷한 곳에 들어가
엄청난 양의 옥수수, 단백질과 지방 보충제 (= 동물성 사료), 여러가지 약물.. 등을 먹고 몸을 불린다.
(CAFO가 생기기 전, 풀을 먹여 키울 때는 보통 도축 때까지 3 ~ 5년이 걸렸다)
(지금은 80 pound에서 1,100 pound로 몸을 불리는 데 14개월 걸린다)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면 크게 두 종류의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데,
1. bloat, 즉 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
원래 소는 풀을 위에서 발효시키면서
발효할 때 생기는 가스는 되새김질을 할 때 트림을 하면서 방출한다.
하지만 옥수수는 풀에 비해 녹말이 너무 많고 섬유질이 너무 적다.
되새김질은 멈추고, 엄청난 양의 가스가 위를 부풀여서, 조치를 취해주지 않으면 허파를 눌러 질식사에 이른다.
2. acidosis, 몸이 산성화되는 증상.
원래 소의 위장 pH는, 잡식동물인 인간과 달리, 중성이다. `
옥수수를 먹으면 위가 산성이 되고.. 심한 경우 heartburn 으로 죽게 되거나.. 덜 심한 대부분의 경우
소가 먹이를 먹으려 하지 않고, 침을 많이 흘리고, 앞발로 자기 배를 긁으려 하고, 진흙을 먹고,
설사, 궤양, 가스참, 위와 간 질환,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져서 폐렴, coccidiosis, enterotoxemia, polio .. 등등에 걸리게 된다.
소는 인간처럼 산성에 견디는 위벽 같은 걸 갖고 있지 않으니까,
산이 결국 위장벽을 갉아먹고, 뚫린 벽을 통해 박테리아들이 혈관으로 진출해 결국 간을 절단내게 되어 있다.
이래서 실제로, 옥수수(+alpha)를 먹였을 때, 소는 150일 이상을 견디기 힘들다.
소를 좀더 오래 버티도록 하기 위해
Rumensin (위의 산성화를 중화시킨다), Tylosin (항생제, erythromycin의 일종) 두가지 약물이 사료에 함께 개어 들어간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항생제의 대부분이 소를 포함한 animal feed에 소비된다.
(일리노이/인디애나 등지에서 지평선까지 키우는 옥수수 중 사람이 굽/삶거나 또띠야 만들어 먹는 분량은 극히 작다.. 거나
미국에서 팔리는 항생제 중 사람에게 쓰이는 분량은 극히 작다.. 거나.. 미국 축산업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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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acidosis는 또다른 문제를 낳는데,
원래 음식에서 섭취하는 박테리아들 중 많은 부분은 우리 위의 산성 위액에 죽는다.
하지만 산성이 된 소의 위장에서는
인간의 위에서 처리할 수 없는 정도로 산성 환경에 적응한 bacteria들이 선별되어 자라게 된다.
(아마 이게 돼지고기는 잘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돼지는 잡식성이고 위도 산성 (맞나?) .. 반면 소는 초식성에 위가 중성.. 이었을 테니까)
예를 들면 새로운 acid-resistant E.coli strain 인 O157:H7 과 같은 애들에 쇠고기가 오염되는 셈.
그럼 이제 예전과 달리 쇠고기도 잘 익혀 먹여야 하는 것 아닌감?
USDA가 제시한 해결책은,
acidosis 문제 뿐 아니라 건강하지 못한 소가 똥밭에 뒹굴었을 때 쇠고기가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해
쇠고기를 출하하기 전에 방사선을 쪼여 주는 irradiation 것인데
이게 지금 시행되고 있는지,
앞으로 확대할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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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렇게 폭발적인 속도로 소를 살찌우지만
사료 입력 대 몸무게 증가량을 따져보면, 여전히 소의 '효율'은 매우 낮은 편이어서
(글쓴이가 실제로 송아지때부터 구입해서 추적했던 소의 경우)
약 32 pound 의 사료 당 몸무게 4 pound 가 증가했다.
(닭은 효율이 훨씬 좋아 2 pound 먹이면 1 pound 가 늘어난다고 한다)
먹는 사료의 1/8이 몸으로 가는 셈인데, 그럼 나머지는?
배설물 + 방귀 .. 가 되겠지?
대략 소 한마리당 그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축산 폐기물이 나온다고 보면 되겠다.
풀을 먹은 소가 내놓는 배설물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풀의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옥수수(+alpha)를 먹인 소가 내놓는 배설물은
질소, 인의 함량이 너무 높아 작물에게 뿌리면 작물이 죽는다 (희석해서 뿌려야 할까?)
게다가 축산 폐기물은 중금속이나 잔류 호르몬, 잔류 항생제 등등.. 이 포함되어 있어서 (중금속은 어디서 들어왔지? -_-)
결국 하천으로 흘러들어 양서류와 어류들이 이상한 성적 정체성을 갖게 한다거나 ..
어쨌든 생태학적인 사이클이 끊어지고
공장이 들어서는 것과 비슷하게 '오염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원래 태양 에너지로 돌아가던 순환 사이클을 끊고는,
대신 화석 연료 에너지를 투입하고 (옥수수에 투입되는 화학 비료, 사료를 만들고 소들을 CAFO에 모으는 데 드는 에너지)
부산물 (축산 폐기물 폭발) 을 남기면서,
지방이 많이 낀 쇠고기를 가능한 한 높은, 그러나 여전히 1/8에 불과한, 효율로 생산하고
그걸 일상적으로 먹고는 또 비만 등을 걱정해 fitness center 에 불이 꺼지는 일이 없는 것이 미국식 축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솔땅 게시판 쪽 글에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소에게 먹이는 곡식의 칼로리를 사람이 먹으면
전 세계의 식량난이 훨씬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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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으로 jump하자면) :
옥수수와 동물성 사료를 먹고 CAFO에서 자란 USDA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광우병 문제를 떠나 정치적, 생태적으로 올바른 일이다.
먹고 싶다면 풀을 먹여 키운 쇠고기를 먹자.
(호주/뉴질랜드/아르헨티나 등지에서는 아직 풀을 먹여 소를 키운다)
(한우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사료관리법에서 소의 사료에 동물성 물질을 섞는 것은 금지하고는 있습니다. 미국에선 동물성 사료 전혀 금지 사항이 아니죠.
옥수수는 먹일 것 같고 CAFO 식으로 급격히 살을 찌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도 사료관리법과 한우 이력추적제 등을 개정, 확대하면서 나름대로 개방에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국내 축산업 상황을 살피면서 타이밍을 맞춰가며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전혀 즉흥적, 졸속으로 개방해버리고, 문제가 생기면 말을 바꾸고 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걱정되는 점입니다)
(쇠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 다 그렇다는 게 더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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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중간에 다소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약간 고쳤습니다 (스크랩해가신 한 분 다시 한번 스크랩을;;;)
자연을 거스리는 온갖주범은 역시 인간,, ,, 머잖아 자연의 반란이 인간을 위협할 날이 다가오겠죠..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자연이 견뎌낼수 없는 포화상태의 인구수, 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연을 거스르는 식량생산, 인간편의를 위한 온갖 화학물질의 생산.... 이대로 간다면 인류의 멸망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네요
물질만능을 외치며 도덕성을 외면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게 현 정부인것 같습니다... 막을수는 없는건지 ..ㅡ.ㅡ
동물성 사료만 문제가 아니었군요. 탐욕스런 인간들의 과욕... 그냥 풀뜯어먹게 냅두지..
뻔히 보고도 못막고 먹게 되는건 아닌지 무섭습니다..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