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얌전한 공주’ 이미지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변했다. 6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가진 박 전 대표는 “싸이질” “얼짱” 등등 ‘전문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젊은이들과의 호흡을 시도했다.
집 앞에서 진을 치면서까지 강연요청을 했던 단국대 총여학생회장 박정은(생활체육과 4년) 학생의 ‘열정’에 반해 퇴임 후 첫 대학 강연을 단국대에서 하게 됐다는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존의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연 내내 농담을 섞어 가면서 ‘대한민국의 희망은 대한민국 안에 있다’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의 강연을 가볍게 이끌며 학생들의 시선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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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6일 오후 천안 단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표 유머 1탄. “싸이 미니홈피를 갖고 있는데 누가 관리하느냐고 궁금해 한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내가 이것을 남에게 맡기겠느냐. 보좌진도 비밀번호를 모른다. 그래서 싸이질은 나 혼자서 하고 있다”는 박 전 대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됐으며 학생들은 “어머 저거 전문용어인데…”하면서 배꼽을 잡았다.
이것은 ‘박근혜표 유머’의 시작일 뿐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내가 전자공학과 다닐 때는 우리학과에 여학생이 두명 뿐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한명이 중간에 그만두고 유학을 가는 바람에 혼자 다니게 됐다. 혼자 다녔으니까 인기 좋았겠죠? 내가 공대 얼짱으로 인기가 참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시련과 좌절을 뛰어넘어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며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와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두 총탄에 잃었다는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박 전 대표는 재치를 잃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가 겪는 시련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수필집을 하나 썼는데 제목이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삼아’다. 읽어보신 분 없죠? 많이 팔리지도 않았다. 그것도 나한테는 시련이었다”는 박 전 대표의 말에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정치 때문에 실망하고 상처 받는 때가 많다는 박 전 대표. 그럼 정치인으로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가 정치로 인해 실망하고 정치가 싫었던 때는 언제일까. 박 전 대표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는데 긴급 의원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왔다. 대전에서 내려 서울로 돌아오면서 실망 많이 했다. 부산 행사장에 가면 내 옆자리에 앉기로 돼 있던 사람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 장동건씨였다. ‘악수도 같이 하고 사진도 찍어야지’하면서 기대가 컸는데 못 만나게 되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정치가 참 싫었다”
대통령의 딸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박 전 대표의 삶 자체가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대중들에게 박 전 대표는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내겐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러나 이날 단국대에서 강연한 박 전 대표는 ‘인간 박근혜’의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이같은 박 전 대표의 마음이 통했는지 강연장을 가득 메운 600여 학생들은 강연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박 전 대표와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손목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손목 보호용 깁스'를 풀지 않은 채 강연을 진행한 박 전 대표는 이날 단국대 총여학생회로부터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벽시계를 선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