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족발을 잘 못 먹는다.
간혹 먹을라치면 살코기만 한점 먹는다.
그래도 맛있다고 두세점 이상 먹으면서 껍질까지 먹는 족발은
양정시장의 영심이 족발, 이레 족발, 남포동의 냉채 족발 이렇게 세 개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한 개가 더 추가 되었다.
못골시장의 해정 족발이다.^^
깔끔해 보이지 않는가? 냄새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
따뜻할 때 먹어도 좋지만 식은 족발도 맛있다.
냄새가 없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정통 훈제 햄을 먹는 듯하다.
다른 게 있다면 훈제 햄은 숯불향이 나지만
해정 족발은 냄새없이 기름기 없이 담백하다.
전체가 살코기인 양, 껍질도 쫄깃해서 잘 먹을 수 있다.
[소 20,000원, 중 25,000원, 대 30,000원-위 사진은 '중' 크기이다]
노란 배추 속살 위에 해정 족발과 낙지 젓갈의 무, 고추, 마늘~
못 먹는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족발과 어울리는 해정 보쌈용 김치와 낙지 젓갈, 무침?, 낙지가 참 맛있다.
같이 간 일행은 음식 앞에서 으례껏 폰을 내미는 나를 위하여
자동으로 낙지를 들어 올려 주신다.
호호~, 나를 알아 주는 배려다. 기분 좋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간장소스에 찍어 먹어도 일품이다.
족발에 따라 나오는 해물된장, 꽃게가 들어 있다. 시원하다.
족발에 나오는 반찬들
백김치에서 잘익은 막걸리맛이 난다. 시원, 맛있다.
여쭤보니 막걸리는 넣지 않고 밥을 갈아 넣었다고 한다. 예술~
국내산 생고기를 매일 삶아 족발을 만드는군
역시 음식맛은 좋은 재료의 신선함이 반, 정성과 부지런함이 반을 차지하는 것 같다.
식당 앞에 족발 통째로 진열되어 있다.
빨리 가져갈 수 있게 포장도 해 두었다.
해정이 자랑하는 또하나의 메뉴~ 추어탕(7,000원)
국물이 맑고 깔끔, 진하다.
들깨추어탕(7,000원)
들깨는 몸에 좋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추어탕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두루치기정식(+해물된장) 2인이상 주문 1인당 8,000원
두루치기, 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돼지불고기를 먹는 듯 부드럽고 맛있다.
육개장(7,000원)
시원하다
식사류를 시키면 나오는 반찬들, 다 맛있다.
잡채
가자미
맛있는 낙지젓갈
적당하게 바싹한 멸치
방풍나물을 된장에 무쳤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가 맛있는 순서에서 4~5번째로 밀리다니...
여기 맛집 맞다.ㅎㅎ
무우채나물, 시원하다.
숙주나물 무침, 좋다
다시마, 몸에 좋으나 맛있는 것들이 많아서 미처 손도 못댔다.
앗, 빠트렸다. 집밥의 대명사, 내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맛있게 배부르게 잘 먹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은 흔히 "차 한잔 하실래요?" 묻는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싶으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한정식이나 일식집을 찾는다.
그러나 식구(食口?, 밥을 같이 먹는..)같이 자주 보는
친한 친구나 정말 소중한 분들과는 바깥 음식보다는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같이 먹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바쁜 현대인!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음식 솜씨 또한 이에 미치지 못하니...
이럴 땐 차선책으로 간단하게
집밥같은 밥, 깔끔한 음식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
이곳 해정이다.
그래서 이곳이 바다(海)와 같은 정(情)이 있는? 공간인가보다.
이곳은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데
평일에는 남구청과 남부교육지원청의 직원 등 직장인이 많아서
어제 금요일 밤에는 손님이 가득했다고 한다.
우리가 간 토요일은 늦은 저녁까지 두 테이블 정도가 계속 들고 나기를 반복했다.
조금 한가한 편이라 한다. 주말엔 중년의 계모임으로 종종 북적거릴 때도 있다고 한다.
드시고 난 손님들이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맛있다고 명함을 여러장 달라고 했다.
이에 놓칠세라, 안주인은 "홍보 좀 많이 해 주세요~' 하는
잔잔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부탁을 애교스럽게 건넨다.
이집 음식 솜씨를 일찍이 알고 있어서
주인부부가 봉사와 희생의
부곡동 양로원 초원의집 수녀님들을 식사 초대했을 때
나는 냉큼 꼽사리로 따라 나섰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한 아저씨가 다가와 수녀님께 인사를 한다.
성당을 다닌다고, 수녀님 식사비를 대신 지불하시겠다고...
그러나 이미 주인의 초대를 받은 터라 수녀님은 그 마음에 참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러자 뒷테이블에서도 어디어디 성당 다녀요~, 하고 세례명을 말하는 아저씨...
식사를 하면서도 수녀님 자리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 보다.
순간 '해정'은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의 신주쿠 거리, 정을 나누는 뒷골목이 되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는
50~60대분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게된다.
그들은 열정의 청년기를 열심히 살아내다가
이제는 조금 지치기도 했으나 숙연해진 모습으로
힘든 주위를 돌아볼 줄도 아는 눈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들 중년은...
늦은 중년인 식당 부부는 주름이 있는 거친 손을 가졌다.
그래도 여전히 열심히 사신다. 살아낸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주위 분들과 밥 한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자~, 이 식당은 어디 있는가?
그렇다.
못골역과 대역역 중간 못골시장 옆 대연시장 앞 동광주차장에 주차하고
주차장에 물어 보면 가르쳐준다.
지하철로는 못골역이나 대연역에서 내려 살짝 걷자.
못골역에 내리면 남구청과 남구교육지원청을 구경하면서 두세 블럭만 걸으면 된다.
버스는 41번 타고 못골시장 정류소에 내린다.
그러면 바로 롯데리아와 올리비아로렌이 마주 보는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다.
올리비아로렌 우측에 통로가 있고, 통로 머리 위에 '명이비인후과' 간판이 매달려 있다
올리비아로렌 바로 뒷집 첫번째집이다. 꺽어진 뒷집인 셈이다.
(명이비인후과가 유명하여 부산시내 곳곳에서 환자가 와서 더불어 식당 손님도 많다고 한다^^)
족발과 집밥의 만남, 해정
주메뉴는 족발, 추어탕, 두루치기이다.
부산광역시 남구 못골로 12번길 86(대연동 1759-2, 대연동 1298-2?)
051-623-6367
오전 11시~밤 10시까지 영업(첫째, 셋째 월요일 휴업)
포장과 배달이 된다.
입구와 실내 조명이 환하고 벽은 하얀색,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깔끔하다.
부산맛집기행 협력업체이다.
입구에서 반찬도 판다.
특히 젓갈류들이 맛있다.
전라도분은 아니신데 전라도식 반찬맛이다.
추어탕
애니메이션 그림, 업체의 솜씨가 아니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따님 솜씨다.
식당 입구에 걸린 엄마 그림이다.
책표지 작품
애니메이션과를 나와서 책들도 냈다고 한다.
펜으로 그린 의자 그림들
올해는 책도 잘 팔리고 좋은 짝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을 하신다.
우리를 그냥 보내시지 않는다.
초원의집 어르신들 드시라고 반찬들을 주섬주섬 싸는데..
된장 깻잎 몽땅.
무우말랭이 몽땅
당일 만든 콩들.. 얼마 안된다고 미안해 한다.
우리가 당일 오전에 갑자기 방문 약속을 잡았기에
미처 준비된 것들이 없다고..
어른신들 몇끼 식사에 든든한 밑반찬이다.
수녀님!. 평소보다 밥 좀 넉넉히 하셔야 될 듯요~~
자주 못 보는 가족이 다녀갈 때 바리바리 싸 주는 어머니처럼 한 박스가 무겁다.
부곡동 초원의집 어르신, 수녀님은
이 식당 부부에게는
이번이 두번째로 뵙는 거지만
이미 식구처럼 여겨져서 애쓰이는 마음의 고향인가 보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야들야들 맛있었습니다.
제 입맛에는..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어요
창창한님 고맙습니다.
네. 저도 감사합니다. 수녀님
황령산 산행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