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포도나무의 비유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 15장 1 -10절은 포도나무의 비유입니다. 포도나무는 이스라엘 민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나는 참 포도나무’라고 선포하십니다. 예수님은 가지인 우리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참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참 포도나무다.”라고 말씀의 의미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을지 상상해 보십시오. 그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포도나무는 바로 그들의 상징이었습니다. 구약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포도나무나 하느님의 포도밭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구절을 소개하면, 포도나무가 얼마나 깊이 이스라엘의 상징으로 새겨져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편의 한 구절은 이렇게 읊조립니다.
“당신께서는 이집트에서 포도나무 하나를 뽑아오시어 민족들을 쫓아내시고 그것을 심으셨습니다. 당신께서 자리를 마련하시니 뿌리를 내려 땅을 채웠습니다.”(시편 80, 9- 10).
이사야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친구를 위하여 나는 노래하리라. 내 애인이 자기 포도밭을 두고 부른 노래를.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이사 5, 1 -2).
예언자 예레미야는 한탄합니다.
“나는 좋은 포도나무로, 옹골찬 씨앗으로 너를 심었는데 어찌하여 너는 낯선 들포도나무로 변해버렸느냐?”(예레 2, 21)
호세아 예언자도 참담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이스라엘은 가지가 무성한 포도나무 열매를 잘 맺는다. 그러나 열매가 많을수록 제단들도 많이 만들고.”(호세 10, 1).
에제키엘 예언자는 15장 전체를 ‘포도덩굴의 비유’에 할애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를 외칩니다.
“사람의 아들아, 포도나무가 다른 어떤 나무보다, 숲의 나무들 사이에 있는 덩굴보다 나은 게 무엇이냐? 보아라, 그것은 땔감으로 불에 들어간다 (에제 15, 2 -4).
이렇게 구약성경은 이스라엘을 포도나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포도나무가 이스라엘 사람들의 상징으로 가장 잘 드러난 외적 표징은 성전 중앙에 황금으로 만든 커다란 포도나무 덩굴입니다. 황금으로 만든 포도나무 덩굴은 이스라엘의 번영과 영광을 상징하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이 바로 참 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십니다. 기도 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참 포도나무의 의미를 깊이 새겨 보십시오. 황금빛으로 빛나는 포도나무 덩굴이 아니라 보잘것없어 보이는 당신이 이스라엘의 영광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느껴보십시오.
우리말로 ‘참’이라고 옮긴 희랍어 단어는 ‘에이레씨노스’입니다. 이 말을 ‘정통적인’, ‘가짜가 아닌 진짜’, ‘순수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참 포도나무라고 말씀하신 속내는 가짜가 판치는 그 당시 이스라엘 상황을 함축한 것입니다. 휘황찬란하게 만들어진 성전의 황금으로 만든 포도덩굴은 가짜라는 것을 개탄하는 것이지요.
그 느낌 안에 머물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말씀하신 것을 상상 안에서 들어보십시오.
“그대들은 이스라엘인이라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만일 그대들이 이스라엘이 하느님이 선택하신 백성이기 때문에 구원받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그대들은 예언자들의 말을 다시 새겨 보아라. 하느님께서 진짜 포도나무를 이스라엘에 심으신 것은 사실이다.
시편 말씀대로 그 좋은 포도나무를 이집트에서 빼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예언자 예레미야의 말대로 그대들은 점점 품질이 나쁜 잡종으로 변했다. 예언자 호세아가 애통해하면서 한탄한 대로 열매가 많을수록 제단만 늘어갔다. 하느님 아버지가 원하시는 것은 제단의 향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들은 모르고 있다.
에제키엘 예언자의 예언대로 잘못 자란 포도덩굴을 땔감으로 쓰듯이 이스라엘이 불에 던져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이제라도 그 불을 면하려거든 제발 아버지께서 보내신 나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 내가 참 포도나무다, 그대들이 구원을 얻으려거든 모두 나에게 붙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열매를 맺느냐고? 내 말을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더 이상 형식과 허례허식으로 전락한 율법, 그중에서도 안식일법, 정결례법, 제사 등의 외적인 것에 매달리지 말고 그대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아야 한다. 진정으로 아껴주고 사랑하고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하느님의 정의가 바로 서도록 해야 한다.”
기도 안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침잠하십시오. 이 말씀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옛날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한 75세쯤 된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놀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할아버지에게 말했어요.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 “재미있는 것으로요.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요. 빨리 이야기해 주세요.”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한 50년은 되었을 거다. 어느 어여쁜 아가씨가 있었지.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여자에게 청혼을 했지.”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 쉬시곤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내게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지. 말 두 필과 소 다섯 마리를 사 가지고 오면, 결혼을 하겠다고. 그때는 말과 소가 정말 비싸거든. 나는 아주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았지. 그래도 말 두 필과 소 다섯 마리는 정말 힘들었어. 결국, 돈을 못 모아서, 뜻을 못 이루었지. 그런데 말이야. 어느덧 오십 년을 흘렀지.”
듣고 있던 한 아이가 말했지요. “할아버지, 참 어리석기도 해요. 그 말은 두 말 말고 내게로 오소.”라는 말이었어요. 그때 할아버지는 그 뜻을 알고 할아버지는 탄식을 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아, 내가 그 말을 깨닫었더라면!”
그리고 윤선도의 시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오우, 즉 친구를 말하지요.
윤선도의 시조-오우가
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로다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 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이면 그만이지 또 더하여 무엇 하리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때가 하도 많다
깨끗하고도 그치지 않은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자마자 빨리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다가 누래지는가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 그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리하고도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한밤중에 밝은 것이 너만 한 것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고산유고』권6 별집, 가사, 산중신곡, 오우가
여러분들 모두 예수님이 참 포도나무시라는 것을 잊지 않기로 해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내가 참 포도나무다,
그대들이 구원을 얻으려거든 모두 나에게 붙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어야 한다. 아멘.
신부님, 감사합니다.
참 포도나무의 의미를 새기는 한주가 되어야겠네요~
열매를 맺으려면, 예수님 말씀을 실행하고,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
착한 목자,예수님의 대리자이신
우리 신부님, 오늘 들려주신
오우가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제의에 새겨진 포도송이들....
그 아름다움과 풍성함의 열매...
참 포도나무이신 예수님의 말씀에 머물러
그 헝클어진 가지들이 모두 깨끗하게 손질되어지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