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곰솔부터 바닷길 열리는 면삽지까지‧…‘보물’ 찾아 삽시도 트레킹
여행 스케치 기사 승인일 : 2019.05.30.
유인용 기자
보령 대천항에서 뱃길로 40분…
황금곰솔‧물망터‧면삽지 등 삽시삼보 간직한 섬
둘레길 트레킹부터 갯벌 체험, 낚시도 할 수 있어
[여행스케치=보령] 대천항에서 뱃길로 40분. 서해의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자리한 삽시도는 물때에 맞춰 가야만 볼 수 있는 면삽지와 물망터, 희귀종인 황금곰솔 등 삽시도의 3가지 보물인 ‘삽시삼보’를 가진 섬이다. 섬 한편으로 만들어진 둘레길을 걷다 보면 섬의 주요 볼거리들과 아름다운 경치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섬을 활 모양으로 도는 삽시도 둘레길
대천항에서 삽시도를 오가는 배편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3번 운항하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물때에 따라 섬 내의 선착장 위치와 운항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메인이 되는 선착장은 섬 북서쪽의 윗마을선착장(술뚱선착장)이지만 바닷물이 빠지면 배가 들어올 수 없어 섬 남쪽인 밤섬선착장으로 배가 들어온다. 둘레길은 양 선착장을 유선형으로 빙 둘러 잇는 코스이기 때문에 어느 선착장으로 들어오더라도 걸을 수 있다.
밤섬선착장에서 출발한다면 ‘밤섬민박’ 앞에서 코스를 시작한다. 민박집을 지나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섬에서 가장 긴 해변인 수루미 해수욕장을 따라 걷는 길이 나온다. 본래 마을 주민들이 통행하던 길이 둘레길이 된 사례다. 해변 중간쯤 오면 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두 갈래 나오는데 왼편으로 꺾으면 황금곰솔로 가는 길이다.
좀 더 걷다 보면 갈림길이 또 나오는데 왼쪽 길이 수루미 해수욕장의 끄트머리로 이어진다. 해수욕장 앞에는 ‘삽시도 둘레길 종합안내도’가 적힌 팻말이 서 있다. 황금곰솔을 찍고 물망터를 본 뒤 면삽지로 갈 수도 있고, 앞의 두 코스를 건너뛰고 곧바로 면삽지로 걷는 코스도 있다. 또는 붕구뎅이 산의 능선을 따라 진너머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도 있다. 섬을 둘러 가면서 ‘삽시삼보’를 모두 보는 코스를 택한다면 진너머 해수욕장 입구까지 쉬엄쉬엄 걸어 두 시간 반 정도다.
삽시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펜션을 운영하는 김희영 씨는 “수루미 해수욕장에서 황금곰솔로 넘어가는 길은 삽시도 둘레길의 전체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라며 “특히 초입 부분은 오르막이 가팔라 이른바 ‘깔딱고개’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황금곰솔‧물망터‧면삽지…삽시도의 세 보물
수루미 해수욕장에서 산길로 들어와 30분 정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넘다 보면 울타리에 둘러싸인 황금곰솔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령이 약 50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무라 기둥이 굵진 않지만 나뭇잎의 색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신비롭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종인 황금곰솔은 솔방울을 맺지 못해 번식이 안 되기 때문에 ‘외로운 소나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바다를 등지고 서서 바라봤을 때 황금빛이 더 잘 보인다고 하며 특히 가을철에 빛깔이 짙어진다고 전해진다.
황금곰솔을 지나면 잘 조성된 나무데크길이다. 데크길을 따라 약 20분 거리에 있는 물망터는 바닷물이 쫙 빠지면 해안에 드러나는 석간수 샘터를 부르는 말로, 바닷가에 있는데도 물이 전혀 짜지 않아 약수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망터가 있는 아담한 규모의 해변은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깔려 있어 몽돌과 파도를 벗 삼아 잠시 쉬어가기 좋다.
김희영 씨는 “석간수는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야만 맛볼 수 있고 별다른 표지판이 없어 현지 주민과 동행하지 않으면 위치를 찾기 어려운 귀한 물”이라며 “두 손을 모은 채 간신히 퍼 올릴 만큼 적은 양인데 그 물을 떠 마셔버리면 딱 그 만큼의 물이 다시 샘솟는다”고 말했다.
물망터를 나와 면삽지로 이동하는 길은 쉬엄쉬엄 걸어 약 30분 거리다. 둘레길에는 제비꽃 등 야생화들이 피어 있고 운이 좋으면 고라니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도 있다. 종종 어느 산악회에서 왔다가 나무에 빨간 리본을 묶어놓은 흔적도 보인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면삽지로 이어지는 247개 계단이다. 계단을 내려가 마주하는 면삽지는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곳이다. 물이 빠졌을 때에는 작은 규모의 해식동굴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면삽지는 물이 완전히 차거나 완전히 빠졌을 때보다는 적당히 차올랐을 때 바닷길이 열리는 것처럼 보여 풍경이 아름답다.
섬 주민들이 처음 정착한 윗마을
면삽지에서 다시 계단을 올라와 길을 따라 20분가량 이동하면 산길이 끝나고 마을이 나온다. 삽시도의 북쪽에 자리한 윗마을로, 마을 서쪽으로는 진너머해수욕장과 거멀너머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밤섬선착장 쪽의 둘레길 입구는 선착장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곧바로 있지만 진너머해수욕장에서 윗마을선착장으로 가려면 마을을 관통해야 한다. 둘레길 여행은 진너머해수욕장에서 마무리해도 되고 그 북쪽의 거멀너머해수욕장까지 둘러볼 수도 있다. 거멀너머해수욕장 주변으로는 캠핑장이 조성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윗마을은 아담한 규모의 섬 마을이지만 삽시도가 워낙 물이 많은 편이라 논농사와 밭농사를 다 짓는다. 한창 모내기철을 맞아 전통 방식으로 손수 모판을 놓으며 농사를 짓는 논도 눈에 띈다. 마을 한편의 작은 학교는 전교생이 총 7명인 삽시분교다.
또한 윗마을은 사람들이 처음 정착해 보금자리를 꾸렸던 곳인 만큼 학교, 보건소, 큰 슈퍼 등의 시설이 모여 있으며 펜션과 식당이 다양하다. 삽시도 주민이 운영하는 ‘삽시도 회 식당’ 등 다양한 식당이 있으며 바지락칼국수, 회덮밥, 매운탕, 해물탕 등 서해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윗마을 선착장은 섬의 북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하며 날이 맑은 날에는 바다 너머 북쪽으로 원산도와 장고도, 고대도, 동쪽으로는 대천해수욕장과 멀리 군산까지 내다보인다.
삽시도 둘레길은 총 서너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지만 당일치기로 돌아본다면 삽시도를 충분히 느끼기 어려워 1박2일이나 2박3일로 머물 것을 권한다. 섬에서는 어촌체험마을도 운영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 왔다면 갯벌 체험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해루질도 해볼 수 있다. 또 삽시도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섬이기도 한데 6월까지는 선착장 낚시만 가능하고 7~8월은 갯바위 낚시까지 허용된다. 단, 섬의 양식장구역 내에서 해삼이나 전복을 채취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으니 참고하자.
TIP 삽시도 가는 배편
대천항에서 삽시도를 오가는 배편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3번 운항하는데 선착장은 윗마을선착장(술뚱선착장)과 밤섬선착장 두 곳이 있으며 물때에 따라 운항 시간과 선착장이 다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삽시도에서 대천항으로 나가는 배 중 아침 및 점심 때 운항하는 스케줄은 장고도와 고대도를 들렀다가 대천항으로 들어가 1시간 40분가량 소요된다. 저녁 운항편은 대천항 직항으로 약 40분 소요된다.
INFO 삽시도회식당
메뉴 바지락칼국수 8000원, 회덮밥 1만5000원, 매운탕 3만원(2인 기준)
주소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168-4
INFO 태창비치펜션
주소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1길 83-23
삽시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