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여행지들이 주목받으며 급부상한 강원도 속초. 속초에는 탁 트인 바닷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명소가 있지만, 역시 여행 가면 출출한 배를 채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여기저기 흩어진 맛집들도 좋지만 속초의 명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속초 중앙시장이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핫하다. 닭강정 하나만 사서 나오기에는 너무 아쉬우니 취향대로 골라 먹자.
닭강정
속초 하면 닭강정, 닭강정 하면 속초다. 한 시장 안에 십여 개의 다양한 닭강정 집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만석닭강정>. 처음 먹었을 때는 ‘이게 왜 유명하지?’ 하고 생각할 만큼 무난한 맛이지만, 그 진가는 다음 날 발휘된다. 식어도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이 만석닭강정의 비결이기 때문. 시장 음식이라면 불결할 것이라는 오해도 접어두자. 윤기가 나다 못해 눈이 부시는 선반과 직원들이 입은 방진복까지. 반도체 공장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철저한 위생을 보면 어느새 만석닭강정 줄 맨 뒤에 서게 될 것이다.
씨앗호떡
부산의 명물 씨앗호떡을 속초에서 먹을 수 있다? <남포동 찹쌀씨앗호떡>은 상호 그대로 정직한 메뉴를 판매한다.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여러 가지 씨앗이 가득 든 쫄깃한 호떡은 다 아는 맛이지만 아는 맛이라서 더 먹고 싶은 바로 그 맛이다. 전국적으로 씨앗호떡이 판매되고 있지만, 겉에 대충 뿌려주는 방식이 아닌 튀기듯 구워낸 호떡의 배를 갈라 씨앗을 듬뿍 넣어주는 부산 오리지널 방법 그대로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 호떡을 좋아한다면 가볍게 입가심하고 지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뻥스크림
남포동 씨앗호떡 가게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 <커피마시기 좋은 날>. 하지만 커피보다 더 인기 있는 메뉴가 바로 천 원 한 장으로 구매할 수 있는 뻥튀기 아이스크림이다. 납작한 쌀 뻥튀기 위에 초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듬뿍 올린 후에 고객이 원하는 소스를 선택하여 뿌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지개색 스프링클을 올려 장식하면 끝. 단순한 맛인 만큼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달달한 간식이다. 이 오리지널 뻥스크림 위에 인절미 가루를 얹은 인절미 뻥튀기, 통단팥을 얹은 뻥튀기 싸만코까지 다양한 버전이 있으니 도전해보자.
홍게튀김
시장 한복판에서 다양한 튀김을 판매하는 <속초아저씨튀김맛집>.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띄는 자리에는 ‘중앙시장에서 최고로 맛있는 감자전’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하지만 관광객의 눈길을 더욱 끄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홍게튀김. 크기는 새우튀김과 비슷하지만, 비죽 튀어나온 다리 껍질이 눈길을 끈다. 홍게살의 짭쪼롬한 맛을 그대로 살려서 왕새우튀김과 나란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튀김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늘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뒷맛까지 깔끔한 것이 가게의 특징.
오징어 순대
속초의 오랜 명물 하면 두말할 것 없이 오징어 순대를 꼽아야 한다. 오징어 안에 맛있는 소를 넣은 오징어 순대는, 중앙시장에 판매하는 곳이 워낙 많아 한 곳을 꼽기가 어렵다. 다만 주목할 것은 일반 식당의 오징어 순대는 오징어에 소를 넣고 쪄낸 형태로 판매하는 반면, 시장에서는 모양을 잘 잡기 위해 오징어 순대에 계란물을 묻혀 전처럼 무쳐 낸다는 것. 덕분에 오징어 순대의 비주얼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았던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게에서 옥수수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면,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아바이 오징어빵
요즘에는 지역마다 특산물을 본뜬 빵 하나쯤은 있다. 그래서 속초에는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 순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바이 오징어빵이 탄생했나 보다. 특허까지 받았다는 오징어 모양은 단순하지만 은근히 귀여운 맛이 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아바이 오징어빵에는 진짜 오징어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일단 맛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치즈맛, 매콤야채맛, 먹물팥빵 등의 선택지가 있어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데 무엇을 먹어도 기본은 한다고. 쌀로 만든 찐빵이라 소화가 잘된다고 하니, 어르신들 선물용으로도 좋겠다. 선물용 찐빵은 별도로 포장 판매한다.
붉은대게
속초에 왔으면 대게 한 마리쯤 먹어줘야지, 하는 마음에 패기롭게 횟집 문을 열어젖힌 당신. 만만치 않은 대게 값에 돌아서 나왔다면 <아빠가 잡아온 붉은대게>로 가보자. 즉석에서 손질한 대게를 마리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지갑 사정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다리살부터 몸통, 내장까지 먹기 좋게 손질해주니 야외에서 먹기에도 걱정 없고, 숙소로 가져가기에도 편하다. 이천 원만 추가하면 대게장볶음밥까지 맛볼 수 있다고 하니 게를 좋아한다면 중앙시장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가게다.
꽈배기와 도너츠(코끼리 만두 분식)
중앙시장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지만, 이곳을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생활의 달인>에 등장한 맛집이기 때문. 찹쌀도넛과 떡볶이, 순대 등의 분식을 판매하는 이곳의 주력 메뉴는 무엇일까? 상호와는 달리 꽈배기와 도넛으로 유명하고, 도넛의 유명세로 생활의 달인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갓 먹어도 맛있지만 식었을 때도 쫄깃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빵결은 이미 근방 속초 주민들의 입맛을 꽉 잡고 있다고. 달달한 학교 앞 떡볶이의 맛을 그대로 살린 분식도 인기가 많다.
갑질어묵
유행을 넘어서 대세가 된 수제어묵. 해산물이 풍부한 도시이니만큼 속초 또한 수제어묵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속초 중앙시장 갑질어묵에는 순살, 고추, 날치알, 떡 등 일반적인 수제어묵 가게의 메뉴들도 많지만 그것뿐이라면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가게의 핵심은 ‘붉은대게어묵’에 있다. 대게살을 아낌없이 넣어 그 향이 살아있는 어묵은 속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물. 게다가 붉은대게를 넣은 다양한 맛의 크로켓(고로케)도 판매하고 있어, 가게 앞을 한참 서성이며 무엇을 골라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질 것이다.
대박김밥
서울 백화점 식품매장에 오픈한 김밥집 본점이 속초 중앙시장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는가. <최대섭 대박김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굵직한 김밥으로 화제가 된 김밥집이다. 하지만 굵다고 다 맛집이 될 수는 없는 법, 이 가게에서는 속초의 해산물을 속재료로 사용한 명태회김밥, 낙지김밥, 멍게김밥 등을 판매한다. 과거 <먹거리 X파일>에 소개된 착한 김, 부산 최고의 어묵, 100% 참기름 등 최고의 재료들로 싸는 김밥이라고 하니 속초 온 김에 한 번 맛보는 것도 좋겠다.
서국선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