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대를 들고 도망가는 놈을 쫓아가서 긴 목통을 겨냥하고 탁~! 후려치니 정통으로 맞았는지 퍽~! 하더니 켁~! 하고 쓰러졌다.
소란스러움에 놀라 몰려나온 식당아지메들에게 ‘끓는 물로 데쳐서 털 뽑으세요~!’ 하며 축 늘어진 놈을 들어다가 수돗가에 내 던지며 분이 덜 풀려서 씩씩거리던 나였건만 두 달도 못되어 '미래를 내다보았던 수탉의 혜안'에 놀라하며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게 되었다.”
나는 88올림픽이 시작되기 몇년 전에 빌라분양사업을 한답시고 풍납동, 금호동, 청파동 등지에 판을 벌렸다가 몽땅 말아먹고 나서는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살듯키, 땅장사가 땅을 해야제’ 하며 강남 식구들(그때도 부동산을 배우며 따르던 후배들이 있었음)과 함께 고성, 통영, 거제지역으로 땅장사를 하러 내려가서 살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석삼년의 세월이 흐른 후, 우여곡절 끝에 남녘 어느 바닷가의 국도변 사거리에 휴게소를 신축하고 팔자 좋게 지내게는 되었으나, 매일하는 일이라고는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 쓸고, 정원 손질하는 게 본업(?)이며 밥값하는 유일한 일이었는디, 일을 마칠 시간이면 식당주방에서 ‘사장님 식사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면 ‘엉~! 알았어.’ 하고 어슬렁거리며 채려놓은 밥상앞에 가서 식당가족들과 함께 아침 먹고 이쑤시게 하나 입에 물고 이층 부동산사무실로 올라갑니다.
지방의 읍면지역에서 거래되는 부동산은 거의 대부분이 땅인데 평소에는 거의 거래가 없답니다. 그러다가 수 년 아니면 수십 년 만에 어쩌다 한 번씩 땅 바람이 불때나 반짝할까 거의 개점휴업상태와 같지요. 그러므로 시골의 부동산업은 부업삼아 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우쨌건 명함은 그럴듯하게 **업체 대표, **부동산 대표, 평통자문위원 등.. 거창하게 박아가지고 다녔지만 서도 결국은 휴게소 마당쇠에 불과한 백수였으니 만큼 관심사라곤 온통 어느 바다에 무신고기가 붙었나 하는데만 촉을 세우고 있던 시절이었지요. 하기에 틈만나면 낚시도구 챙겨서 통영 앞바다 한려수도에 배 띄워놓고 매물도, 좌사리도, 연화도 등, 온갖 낚시포인트나 발굴하고 다니며 바닷고기와 씨름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던, 그러던 어느 따분한 봄날의 아침나절이었습지요.
아침먹고 이층사무실 올라가서 소파에서 뒹굴고 있는디, 어디선가 ‘삐약 삐약..’하는 소리가 납니다. 귀를 세우고 소리를 따라가니 식당에 오신 손님이 몰고 온 2.5톤 화물차적재함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화물차적재함에는 이제 막 부화한 병아리들을 잔뜩 실어놓고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합판으로 듬성듬성 덮어놓았더군요. 대부분이 압사되어 죽었지만 몇 마리는 살아서 합판틈새를 비집고 올라와 삐약거리며 사료공장으로 실려 가는 중이었습니다.
예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여 30여 마리를 얻어서 뒷마당 다래나무 아래에 울타리를 치고 키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병아리들을 보호하여 잘 자랄 수 있도록 암탉 두 마리와 수탉 한 마리를 구해서 울타리에 함께 넣어 주었습지요.
그렇게 이틀쯤 한울타리에 넣어놨더니 밤이되면 병아리들은 제 어미인양 암탉의 날갯죽지를 파고듭니다. 그러면 암탉은 양 날개를 펼쳐서 제 새끼인양 병아리들을 양껏 품어줍니다. 또 다시 날이 밝아 울타리 문을 열어주면 뒷마당과 하천부지를 헤집어서 벌레도 잡아먹고 풀도 뜯어먹으며 떼지어 몰려다니곤 합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볕아래에서 그러고 노는 모습이 참말로 평화롭고 보기 좋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행복한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이러한 병아리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삐고 가녀린 병아리들에게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피비린내나는 공포의 날이 엄습해왔던 것인데..
내용인 즉,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나서는디, 노란병아리들이 서너 마리씩 대갈통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오는 참담한 몰골로 피를 철철 흘리며 마당에 죽어 나자빠져 있습니다. 족제비나 못된 짐승이 들어왔나 싶어 구석구석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외부 침입자의 소행일 것이라 추측을 하며 탐문조사도 해 보았으나 도대체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음날도 머리통이 깨져서 피를 흘리는 병아리의 살육범행은 계속되었습니다. 연속해서 일어난 범죄사건이고 보니 외부인의 소행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집안의 종업원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보았지만 짚이는 바가 전혀 없이 이틀 연짱 오리무중의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그날도 어김없이 세 마리가 보도블럭과 정원 여기저기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니다. 뭔가 알지 못할 섬찟함을 느끼며 돌아서다가 얼핏 왕초수탉이 여린 노란병아리의 대갈통을 송곳같은 주둥이로 사정없이 내려찍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앗~! 범인이 네놈이었구나.” 하는 순간 내 머릿속 피가 거꾸로 솟는 것과 동시에 대빗자루의 장대를 뽑아서 칠 듯이 꼬누니까 왕초수탉이 놀라서 도망칩니다. 쫓아가서 긴 모가지를 겨냥하고 휙~!하고 호되게 후려치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켁~! 하며 널브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살기를 품고 후려친 장대에 맞아 모가지가 부러진채 널브러졌던 수탉이 없어진 것입니다. 주방아짐마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뒷 주방 수돗가에 던져놓았던 수탉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