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하느님 백성의 친교] (7) 교회는 신비다, 「교회헌장」 제1장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제1장의 제목은 “교회의 신비”입니다. 공의회는 교회를 설명하면서 구원 역사 안에 펼쳐진 ‘하느님의 신비’라는 관점에서 교회를 바라봅니다. 신약 성경에서 ‘신비’란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다가 때가 차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밝혀진 구원의 실재를 가리킵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 자체가 신비이고, 교회 역시 신비인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한에서 신비입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이루는 공동체가 가시적이고 역사적인 존재인 교회 안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신비로 보는 견해는, 이미 「교회헌장」의 형성 과정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에넨스 추기경과 필립스가 제출한 초안에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공의회 이전까지는 호교론적인 시각에서, 특히 종교개혁 시대의 반종교개혁 시각에서, 교회를 하느님에 의해서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해서 합법화된 통치 체제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가시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던 교회론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거부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초안을 작성한 위원회는 「교회헌장」의 서문과 제1장의 제목을 ‘교회의 신비에 대하여’(De mysterio Ecclesiae)라고 붙이고, 그 해설에서 교회가 단순히 외적인 모습으로만 서술되지 않고 믿음의 대상으로 소개되어야 한다는 점이 제목에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코시모 로셀리(1439-1507), <산상설교와 나병 환자를 고치심>, 1481년, 시스티나 경당. 예수님은 군중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가르치며 구원의 표상으로 나병 환자를 고치신다.
위원회는 신학 용어로서의 ‘신비’란 단순히 베일에 가려 알 수 없는 어떤 추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이 시대에 말하는 ‘신비주의’라는 말의 뉘앙스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구현되는, 하지만 신적이고 초월적이며 구원을 주는 실재를 가리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비유를 말씀하시고 나서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주어졌지만,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비유로만 다가간다.”(마르 4,11)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비유가 드러내는 신비, 곧 구원의 실재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신비라는 말은 사도 바오로의 서간에 자주 등장합니다. 바오로에게 신비란 “하느님의 신비롭고 또 감추어져 있던 지혜”(1코린 2,7)이고, 이 지혜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1코린 1,23) 안에서 실현됩니다. 따라서 바오로에게 하느님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시는 구원의 실재이고, 이 “하느님의 신비는 곧 그리스도”(콜로 2,2)입니다. 바오로의 신비는 그리스도의 신부(新婦)인 교회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바오로는 아내와 남편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신랑)와 교회(신부)의 결합을 “큰 신비”(에페 5,32)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바오로에게 신비란 하느님의 감추어진 구원 경륜을 실현한 그리스도이며, 신비인 그리스도는 그와 결합한 공동체인 교회 안에 현존합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신비”를 「교회헌장」의 첫 자리에 두었습니다.
[2025년 3월 16일(다해) 사순 제2주일 의정부주보 3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사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