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35]‘지공족地空族’의 도시생활 단상
졸지에 용인 고기리집에서 주말을 제외하고 ‘손자 케어’를 한 지 3주가 됐다. 몇 번의 나들이에 5만원이 훌쩍 넘었다. 대중교통비가 이처럼 만만찮은데(광역버스 2600원, 마을버스 1450원), 지하철 이용에 희소식이 들렸다. 만 65세이상 무료(공짜), 이른바 지난 6월 22일부터 ‘지공족地空族(지하철 무료탑승 가족)’이 된 것이다. 호적이 2년 늦게 된 때문에 2년 늦게 혜택을 보게 된 것. 처음에는 무료승차권 절차를 몰라 그냥 타고다니다가 어렵사리 알게 됐다(그동안 손해를 많이 봤다. 흐흐). 거주지가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므로, 카드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티켓기기 앞에서 ‘우대권’을 누른 후 신분증 심사를 해야 하고, 그이후 보증금 500원을 삽입해야 한다. 그러면 카드가 툭 떨어져 나온다. 하차한 후 보증금 환급기에 카드를 넣으면 500원이 도로 나오는 제도.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으나 조금 성가시다.
아무튼, 나처럼 다이나믹한 사람이 이용하는 것은 지하철이 딱이다. 약속시간도 적확히 지킬 수 있고 빠르다. 고정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어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처음엔 친구들이 주고받는 ‘지공거사’가 누구인지 몰라, 이 시대 말도 안되는 화제의 인물 ‘천공’을 비꼬는 얘기인 줄 알았다. 하늘에는 천공, 땅에는 지공? 만70세로 나이를 올려 혜택을 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길래 ‘그래야겠지’ 했는데, 내가 대상자가 되니 안될 말인 것같다. 시골친구는 “벌써부터 공짜 좋아하면 안되니, 그냥 돈내고 다니라”는데, 그것도 안될 말이다. 농촌에 살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나랏돈(정부 지원)은 먼저 쓰는 게 임자”였는데, 이율배반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 재밌는 게 기차요금이다. 철도회원이므로 온라인으로 기차권을 예매하는데, 6월 22일이 지나자 그때부터 ‘경로우대’라는 문자가 저절로 뜨더니 평일(월-금욜)에 30% 할인을 해준다다. 요즘처럼 주말부부로 용인집을 올락낼락하니 그 비용 절감이 쏠쏠하다. 무궁화호로 수원에서 오수까지 3시간 20여분이 걸리는데, 요금이 17600원. 용산까지는 2만100원. 기차여행은 싸고 좋지만, 예매하지 않으면 낭패다. 양력생일 이후부터 수원까지 12300원이니 고속버스에 비하면 2배도 더 싸지 않은가. KTX나 SRT도 평일에는 30% 할인이 된다니 웬만하면 자주 이용해야겠다. 기차여행이 좋은 점은 또 있다. 3시간 반이 긴 것같아도 책 2시간 읽고 1시간여 눈을 붙이면 금방이다.
어쨌든, 다른 부문의 복지혜택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기차와 지하철 혜택을 보고 있으니 “참 우리나라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치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은 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GNP 3만달러 시대가 되니 좋은 건 또 있다. 여기저기 이런저런 도서관이 많이 있다는 것. ‘백수’가 된 이후 도서관 이용을 해본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비치된 도서나 관련시설들도 “완전 짱”이다. 아내로부터 '삼식이새끼'라는 욕도 얻어먹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한 끼 6000원)? 없는 책은 신청만 하면 곧바로 구입한 후 연락까지 해준다. 대출기간도 길고 책도 여러 권을 동시에 빌릴 수 있다.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도서관을 내 집 삼아 종일이라도 있을 수 있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만한 행복이 없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데, 언제나 정치政治가 문제다.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눈에 머리에 자꾸 밟혀 떠날 줄을 모르니 말이다. 신문은 보지 않은 지 오래지만, 유튜브의 진보언론들을 보면 머리털이 쭈빗해질 정도로 난장판이 아니던가. 제발 적선하고, 정부기관의 고급 공무원들, 여당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 바짝 정신을 차리면 얼마나 좋을까? 오직, 고거시(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