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나도 바쁘지만 자연도 바쁜 때이다.
나무들은 잎도 피우고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
새들은 둥지를 만들어 새끼들을 키워내고
숲속의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신없이 6월을 벌써 열흘이 넘게 흘려 보냈는데 대추꽃향이
바람을 타고 내 방까지 날아와 꽃을 피웟노라고 자랑을 한다.
대추꽃은 너무 작아서 일부러 들여다 보아주지 않으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꽃은 별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다 잎과 같은 연두색이다.
그러니 일부러 보아주지 않으면 볼 수가 없는 꽃이다.
그렇지만 그 향은 다른 꽃향에 빠지지 않는 강하고 향그러움을 갖추었다.
어려서부터 대추나무가 많은집에 살아서 늘 맡고 살았던 익숙한 대추꽃향~
새로 이사한 집에서도 그 향을 즐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요즘은 나물 뜯는 일을 잠시 접고 백초효소재료 채취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나물은 1차 뜯고 움이 나오면 2차로 또 뜯을 것이다.
그러는 새에 산딸기 중에 제일 먼저 익는 줄딸기가 익어서 새벽에는 주로 딸기를 딴다.
올해도 작년만큼 많이 열려서 어떤곳은 개울둑이 완전히 빨갛게 보이기도 한다.
딸기는 효소를 담으면 숙성되는 기간도 빨라서 다른 것 보다 빨리 맛 볼수 있다.
아이들도 좋아하니 따면서도 신나는 것이 그것이다.
딸기 따는 일은 조용히 혼자 하는 일이라서 어느때는 혼자 그러고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다가 문득 시간을 알아 보면 점심 때가 다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효소재료 채취하는 일은 남편과도 같이 하고
앞집언니도 같이 한다.
올해 언니는 백초효소도 배워보고 관절이 안좋은 친정어머니를 고쳐 보시겠다고
관절에 좋은 효소도 배워서 담고 있는데 같이 하니 나도 좋고
언니도 재미 있어 한다.
나는 장아찌를 담을 수 있는 연한 재료를 뜯고 언니는 나머지
효소재료를 뜯으니 그것도 일석이조~
오늘은 남편이 일하는 밭 옆에 가서 셋이 같이 일을 했다.
산속을 돌아 다니지 않고 들이나 밭에서 일하는 것은 일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남편이 새로 산 렌즈로 시험 삼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더욱 그렇다.
마치 꽃놀이 나온 도시여인 같기도 하다.
점심을 같이 해 먹기로 했는데 언니가 오랫만에 고기요리를 해 주었다.
고기요리를 잘 안해 먹는 편인데 오늘은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장떡까지 붙였다.
바쁜 때인 우리를 고려해서 맘편하게 쌀까지 가져다 놓고 언제든 와서
먹으라고 맘을 써 주신다.
난 참 행복한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오늘은 특별히 다른 한 사람이 초대되었는데 새로 이사간 우리동네에 사는
언니의 친구이다.
치킨집을 하는 언니의 절친인데 가까이서 의지도 하고
나누어 먹는 것 좋아하는 분이니 나와 잘 맞을 거라고 일부러 소개겸
점심을 나누는 중이다.
그 언니도 반찬도 가져오고 옥수수범벅도 해 오셔서 상은 금새 한가득이 되었다.
나는 반잔도 못 마시면서 맥주를 참 좋아한다.
맥주는 술이 아니라 목 마를 때 먹으면 아주 좋은 음료수 역할을 하는데
술만 취하지 않으면 딱 좋겠는게 내 입장이다.
그리고 어디가서 만든 맥주며 다른나라 맥주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안 빼놓고 마셔 본다.
누가 보면 맥주 서너병쯤 마시는 줄 알것이다.
그런 걸 잘 아는 언니가 오늘은 다른 나라 맥주 두가지를 꺼내 놓았다.
그 중에는 하이네켄 맥주도 있었다.
이 맥주는 외할아버지께서 특별히 잘 드시던 것이다.
열여섯 살부터 외가에서 살았는데 외할아버지는 반주로 이 하이네켄 맥주를 드시며
나에게도 늘 반잔정도 나누어 주셨다.
그러시면서 늘 말씀하시길
<맥주는 술이 아니다 음료수며 문화이지 특히 각 나라마다
맛이 다르니 기회가 될 때마다 맛도 보고 문화도 즐기도록 해 보아라>
그래서인지 기독교인이 되어서도 맥주 만큼은 죄책감없이 잘 마신다.
그래봐야 겨우 반잔정도 이지만......
아무튼지 내 맥주선호도는 그만큼 높은 점수에 들어간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한잠씩 잔다고 뒹굴거리며 누웠다가
언니의 컴퓨터에 있는 사진 찍은 것을 구경 하다가 보니 작년봄에 우리산에 가서
산양삼 캐서 냇물에 씻어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 사진을 보면서 언니가 말하길 자신의 삶에서 손에 꼽히는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말이 나온김에 그럼 오후에는 그 행복을 찾으러 가자고 이야기가 되어
우리가 앞으로 전기도 없이 원시생활을 하려고 마련해 둔 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머위 같은 효소재료도 잘라오고 다른 나물도 몇가지 해 오기로 햇다.
머위는 가만히 두어도 잘 자라고 잘라 먹으면 또 나오는 나물이며 좋은 약채이다.
지금 자르면 한달 후쯤에 가면 또 그만큼 자라 있고 가을까지 계속 먹을 수 있는
참 괜찮은 채소 머위 ~
파드득나물도 산으로 가득이다.
이것도 잘라 먹으면 또 나오는 것 중에 하나로 아예 낫으로 베었다.
나물로도 먹고 장아찌도 담고 효소재료로도 일등품이다.
산양삼 밭에 삼이 잘 올라왔나 가 보았더니
정말 잘 올라왔다.
손만 타지 않는다면 이곳은 삼이 자라기에 최적지 인것 같다.
삼은 까다로운 것이라 적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해가 갈수록 더욱 잘 자라는 삼들을 보면 마음이 흐믓하다.
어느새 꽃을 피우고 열매인 딸을 달았을 뿐만 아니라
아래에는 새로운 삼들이 올라와 어느새 삼엽을 이루었다.
어떤 것은 열개의 새끼를 친것도 있다.
산삼은 보통 5-6개 정도의 딸을 다는데 열개의 딸을 달았다는 것도 대단한데
그 열개가 다 떨어져 잎을 피워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아무리 보아도 적지적토를 참 잘 찾은 것 같다.
하기야 심마니 동생이 알려 준 자리이니 어련 하려고.....
그곳에 짧은 햇살을 받아 빛나는 꽃들이 같이 피었는데 바로 골무꽃이다.
카메라가 좋지 않아 예전에 찍은 꽃을 가져 왔는데 이렇게 생겼다.
골무꽃은 종류가 아주 여러가지다.
그늘골무, 참골무, 애기골무, 광릉골무,산골무 , 연지골무, 구슬골무, 외골무......
여기에 자라는 이 친구들은 산삼골무라고 이름지어 주고 싶다.
이 산에 올적마다 한뿌리씩 캐서 맛을 보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삼은 될 수 있으면 연장을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것을 채심 한다고 하고 실뿌리인 미를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성을 드려서 채심해야 한다.
삼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뇌두도 적당히 잘 발달 되었고 미도 잘 생겨서 마치 산삼을 채심 했을 때의 느낌이다.
나는 산에 다니다 서너번정도 산삼도 캐 보았는데 비슷하게 생겼다.
참 잘 생겼다.
그 중에 한 뿌리는 일전에 존철씨가 방송에서 자랑하던 방울삼도 나왔다.
하나씩 먹을 것으로 세뿌리를 캤다가 한 뿌리를 더 캤다.
새로 친분을 잇게 된 언니친구에게 주기 위해서다.
샘에 내려와 앉아 삼을 한 뿌리씪 씻어 먹으며 행복해 했다.
언니는 잎부터 먹고 남편은 뿌리부터 먹었다.
입안에 화한 삼향이 남는다.
채취한 머위와 산나물들을 한자루씩 들고 산을 내려왔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뒹굴거리며 쉬고 있는데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삼을 한뿌리 받은 치킨집 언니가 생맥주와 치킨을 한마리 내시겠다고 내려 오란다.
도시에서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치킨이며 생맥주인데
우리가 새로 이사온 곳이 그래도 면소재지라서 이런 문화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공짜로 먹으니 더 맛있다.
또 다시 브라보이다~
생맥주 500짜리 하나 가지고 셋이서 나누어 먹고
주인아저씨만 큰 것 한개~
별것 아니지만 행복한 마음이 사르르 올라온다.
새로운 이웃도 사귀고 귀한 만남도 갖고 ......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가 별을 보니 내일 아침에 이슬이 많이 내리게 생겼다.
남편에게 산에 갈까고 물었더니 두번 생각도 않고 오케이~ 하고 대답을 한다.
잠잘 짐을 챙겨서 산으로 가는 우리부부~
짜잔~ 우리만 먹기 아까워서 산속에 사는 존철씨에게도 치킨과 생맥주를 배달해 주었다.
그 집 내외도 무척이나 행복해 한다.
아침에 산에서 내려 오니 두 내외가 우리내외를 위해 아침상을 차려 놓았다.
산속에서 치킨과 생맥주를 먹게 해 준 보답이란다.
첫댓글 자연을 닮은 사람들
장아찌 장떡에 막걸리 한 잔 부러워라~~^^
금자씨도 내과로군요
그래도 생맥주 500 마시는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