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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과 빛의 산책 원문보기 글쓴이: 신의식
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나리는 6월에 꽃을 피우는데 우리지역에는 털중나리, 참나리, 중나리 하늘나리, 말나리등이 핍니다.
산중에 피어 있는 나리꽃은 흰색일색의 꽃 가운데 당연 눈길을 끄는 꽃입니다.
남편이 비 그친 잠시 틈을 내어 올라가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어젯밤부터 매말랐던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렸습니다.
산속에 있는 우리집에는 바로 물이 불고 황톳물이 내려 갑니다.
가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비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유는
장마가 시작 되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아직 나물도 더 말려야 하고 딸기와 오디도 한참 더 따야하는데
장마가 시작되면 어쩔까 걱정이 큽니다.
작은 텃밭에 심은 것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서 드디어 호박은 위에 천장까지 올랐습니다.
오이는 지난주부터 따기 시작해서 매일 서너개씩 따 먹고
주위에 나눌것까지 됩니다.
오늘은 외출을 나서면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것들을 몇개 땄습니다.
앞 밭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뚝 따서 먹을 수 있고 나누어 줄 수도 있으니
참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집은 일주일째 물이 안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집은 상수도를 쓰는데 마을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씁니다.
우리는 새로 이사를 왔으니 본래 있던 곳의 물을 끌을 수 없어서 수도세를 내는
상수도를 쓰고 있는데 그것이 일이 이상하게 되어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게 생겨서 물을 못 쓰고 있어
먹는 물은 약숫물을 떠다 쓰고 씻는 것은 아는집들을 돌면서
동냥물을 얻어 쓰고 효소재료들은 앞집언니네 집앞 개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마침 내린 비의 양이 꽤 되어서 빗물을 받아 밀린 설겆이도 하고
빨래도 하고.....
빗물은 생각 보다 깨끗해서 먹는 것 말고는 다 해도 됩니다.
잘만 이용하면 이용도가 꽤 많아서 일부러 통을 마련해서 받아 쓰고
뚜껑을 잘 덮어 놓으면 며칠이 되어도 잘 상하지 않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동안 미루었던 비 오는 날의 외출과 볼일을 보기 위해서
빗물에 머리도 감고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머리 자를 시기가 한달은 지나서 머리꼴이 말이 아닙니다.
오늘은 두가지 미션을 가지고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옷 고르는 것부터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올 봄부터 여름에 들면서 옷 선물을 너댓벌이나 받았습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평소에 잘 못 입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잠자리 날개 같은 옷에 휴가 때 해변을 걸으며 멋내기로나 입을 만한
옷들이라 입고 나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 주신 분들은 언제 입은 모습을 보나 하고 기다리시니
오늘을 기회로 삼아야지요.
어릴 때는 그렇게나 옷 복이 없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새옷을 입어 보았을 정도였는데 40이 넘으면서 갑자기 옷 복이 생겨서
한 계절에 생긴 옷을 다 입어 보지도 못하고 넘어가게 생겼으니
아무튼지 넘치는 복에 행복한 비명입니다.
며칠전에 옷 한벌과 함께 돈 49만원이 도착했습니다.
매일 제 일기를 애독하신다는 애독자 셨습니다.
웬 돈인가 하고 전화를 드렸더니 조건과 사연이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 분은 군인인 남편을 둔 분이었습니다.
늘 남편 그늘에서 명령 같은 생활을 하고 살았는데 어느날 남편과 대판 싸우고
현재는 홀로 서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셧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혼자 한 일이 길거리 공사장에서 수신호를 하고
돈을 좀 벌었는데 그 중에서 일주일치를 떼어 제게 보내는 것이랍니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셨지만 쉽지도 않고 아무튼지 남편과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고 다시 남편그늘에 들어가 살기로 작정을 했는데
남편과 가족과 해 보고 싶었던 일들을 저를 통해서 대리만족 하고 싶다시며
그 돈 49만원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말고 다 가족을 위해 쓰되 하루에 다 쓰라는 것이었지요.
돈을 다 쓰는 시간까지는 제 남편이나 아들에게도 이야기 하지 말고
친구들에게도 이야기 하지 말고 맛있는 것 먹고 영화도 보고 좋은 것 누리는데 쓰고
일기에 올려 줄것......
이것이 첫번째 미션입니다.
두번째 미션은 엄마의 소원이루기 입니다.
올해 엄마는 시장에서 옷을 사서 제게 입히기를 좋아하셨습니다.
돈을 버시는 것도 아니면서 벌써 사위인 아무렴까지 포함해서 서너벌은 사 주셨습니다.
옷도 화려한 색깔이거나 잠자리 날개 같은 제 나이에 입기 민망한 것입니다.
엄마는 어릴 때 딸하나 있는 것을 예쁜 옷 하나 못 사준것이 한이 되셨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딸내미가 만날 일하다 풀물 든 꼬질거리는 옷에
장화나 등산화를 신고 다니는 것을 못 마땅해 하시는데
그래서인지 그런 옷을 사 주시고는 그 옷을 입은 것을 보고 싶다고 성화시니
오늘은 엄마 소원도 이루어 드려야지요.
먼저 돈도 쓰고 오이도 좀 가져다 주려고 원주에 있는 친구에게 들렸더니
오늘따라 친구남편은 교회일로 안 계시고 친구는 일찌감치 밥을 먹었답니다.
오랫만에 치마입고 멋을 낸 나를 보더니 친구가 입을 못 다물고
사진을 찍자고 야단이라 같이 사진하나 찍어 둡니다.
친구도 늘 등산화 신고 일하는 내 모습만 보아 온 터입니다.
아무튼지 그래서 1차 돈쓰기 실패입니다.
2차 돈쓰기는 아들을 불러내서 점심을 사 주기로 했습니다.
아들이 차려 입은 엄마를 보더니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바로 그거야 엄마 좀 그렇게 차려 입고 다니시라고......>
기숙사에서 아들을 태우고 나가는데 잠깐을 외쳤습니다.
기숙사에 혼자 있는 제 친구도 같이 가면 안되냐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제 친구를 소개하는 대목이 재미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보다 더 사람사귀기를 좋아하는 내친구-
아들의 눈에 우리부부가 그렇게 보였을까요.
사실 사람 사귀기를 쉽게 하지는 않는데요
오죽하면 지난 동네에 5년 동안 살면서 겨우 어르신들 빼고 세사람 사귀었는데.....
아들친구는 과연 더불더불하니 말도 잘하고 예의도 있고
갑자기 얻은 횡재를 좋아하며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5만원 지출 했습니다.
아들이 여름옷이 없다하여 생각해 보니 여름 옷 사준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제대하고 바로 학교에 들어 갔고 기숙사에서 주로 있으니 큰 필요가 없다고해서
안 사 주었던 것입니다.
거기서 20만원을 떼어 옷 사라고 주었더니 이제 24만원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옷을 사 왔는데 두세시간이나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고 세일하는 것
특품처리 하는 것을 잘 골라서 아홉가지나 사고서는 돈을 남겨 왔습니다.
아들은 머리 한지 며칠 되지 않았다는데 우리가 머리 하는 걸 보더니
자기도 앞머리만 스트레이트 퍼머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중입니다.
털털한 우리내외와는 달리 아들은 머리에 무척이나 신경을 씁니다.
더군다나 요새는 여자친구도 있으니 더 한 편이지만 염색은 얼마전에 처음 했다고 합니다.
세식구 다 산뜻하니 머리 자르고 기념촬영~
샤프하게 보인다고 저런 표정을 짓는 아들~
그런데 머리 자른 것을 계산 하려니 아드리아나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제 머리는 늘 그냥 해 주시고 아들이나 남편은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는데
계약위반 입니다.
아무튼지 그래서 돈 쓰기 실패~
그럼 저녁대접이나 해 드려야 되겠다 하고
삼겹살 집으로~
마침 이란과 축구를 하고 있어서 남자들은 축구를 보고.....
행복한 사람님댁이 20년째 단골이라는 이 집은 삼겹살이 정말 맛있고
된장찌게도 맛있어서 남편은 밥을 또 먹고 또 먹고.....
아들은 혼자서 10인분은 먹을 기세입니다.
남이 사면 체면 차리느라 실컷 못 먹어서 엄마가 사는 것이니
맘데로 먹으라고 했더니 정말 10인분은 먹었나 봅니다.
아들이 무척이나 행복해 했지요.
아들은 술은 못 마십니다.
그래도 분위기는 맞출 줄 알아서 콜라로 건배하고.....
아드리아나님은 평소에 늘 검은색 의상만 입는데 오늘은 이런 옷도 입어서
사진 찍어 보았습니다.
외모가 화려하게 생겨서 가끔 오해도 받나 봅니다.
이 옷도 어깨부분이 파인 것을 일부러 꿰매서 입었다나요.
그런데 계산을 하려니까 두 분이 완전히 얼마나 완강하게 말리는지
누가 보면 싸움 하는 줄 알뻔 했지 뭡니까
주인 아주머니는 20년 단골이라 그 말을 들어야 한다고 결국은
제 돈은 도로 돌아오고.....
춘천에서 헤어져 아들이 있는 횡성을 갔습니다.
늦기도 했고 집으로 가면서 다른 일도 볼겸 제대로 씻지 못했기에 탕에 몸 담그고
씻을 만한 모텔을 갔습니다.
아들하고 같이 자려고 좀 큰방을 원했더니 지배인님이 특실을 권했습니다.
사실 아주 작은 방만 빼고 그 방 밖에 안 남았다는군요.
평소에 이 방은 15만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서
조금 망설이다가 이런 때가 아니면 또 언제 하고서 좋다고 오케이~했더니
말도 안했는데 단골이라고 6만원에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모텔은 시험공부하려고 가끔 남편과 이용해서 단골이 되었던 집입니다.
아들이 단골이라는 말에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아들은 피씨방에 한시간만 놀다 온다고 나가고 우리 둘이 있는데
이건 완전히 운동장 입니다.
침대가 두개에 응접셑트도 있고, 목욕탕은 또 얼마나 넓은지
축구해도 되겠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필리핀에 갔을 때 생각 난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필리핀에 있을적에 볼일이 있어 도시인 마닐라로 일도 볼겸 여행을 갔었습니다.
아들이 있던곳은 바기오라고 약간 시골이고 우리가 간 곳은 마카티라고 우리로 말하면
청담동쯤 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카페회원분이 우리를 도와 주시려고 기다리셨다가
저녁을 사 주시고 잠잘곳이 없으면 묵으시는 호텔에서 자라고 해 주셨습니다.
회사이름으로 하면 30%는 활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 보지도 못한 호텔이고 모든것이 잘 갖추어진 1급호텔이었지요.
비쌀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소개한 분이 한달씩 머무르시는 것을 보면
그렇게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필리핀은 우리 보다 물가가 싸니까 뭐~ 이렇게 생각하구요.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가득했습니다.
과자며 음료수 술.....
그래서 있는데로 다 먹고 남은것은 가방에다 쌌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 하려고 로비에간 남편과 아들이 반시간도 더 있다가
계산을 마치고 왔습니다.
보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돈으로 30만원이 넘고
과자며 음료수도 모두 계산해야 하는데 사는 것 보다 비싸고.....
졸지에 가져 간 돈의 2/3를 넘게 썼습니다.
엎친데 덮친다고 그 때가 부활절연휴라 바기오로 돌아갈 버스도 하루를 기다려야
탈 수가 있었습니다.
할수 없이 변두리 우리로 말하면 여인숙 같은 방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상가가 모두 놀아서 아이쇼핑도 안되고 셋이 그 깜깜한 방에서 이틀을 지냈었죠
(필리핀의 이런 모텔은 시간별로 돈을 받습니다)
가져간 책도 다 일고 정말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말은 못 알아 듣지만 텔레비젼이라도 본다고 틀었는데
한방송 건너 하나는 포르노방송입니다.
아들과 우리 서로 민망해서 텔레비젼도 못 보고 자다가 앉았다가
애꿋은 목욕만 자꾸 했었지요.
밥 사 먹을 돈도 없어서 최소로 싼것을 시켰는데 그 나라는 음식에 물들이는 것을 좋아해서
계란도 이렇게 물을 들여서 .....
보기부터 역겨웠습니다.
그 때만해도 철없던 아들은 콜라가 먹고 싶다.
햄버거도 먹고 싶다해서 동전까지 털어서 사 먹고 결국은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간신히 집으로 돌아 왔던 그 사건.....
아무튼지 왕비 못지 않은 목욕도 하고 다시 새로운 아침~
미션 수행할 돈을 아직도 반밖에 못 써서 돌아 오면서 황둔 강선생님께 들려서
맛있는 점심을 사 드린다고 했더니 하필 오늘 옙분님과 처리 할 일이 있어 점심 때
나가야 한답니다.
다시 길을 달려 정선 존철씨와 만날일이 있어서 읍내에서 만나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
집에 손님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들어가야 한답니다.
결국 남편과 둘이서 짜장면으로 점심 해결~
사실은 돈을 많이 써야하는 사연을 그제야 남편에게 고백을 하고서
조금 비싼 간짜장을 먹은 겁니다.
사실 1000원 차이인데 남편은 음식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늘 그냥 짜장을 먹고
저는 간짜장을 먹는 편입니다.
아이고 돈 쓰기 힘듭니다.
쓰려고 해도 시간이 없어 못 씁니다.
차라리 비라도 계속 왔으면 핑계김에 영화도 보고 쇼핑도 했을 터인데
해가 밝으니 축제에 갔던 신데렐라가 마술이 풀린 것처럼 부랴부랴 집으로 ......
결국 그 돈은 부모님 쇠고기 사 드렸습니다.
나중에 우리도 와서 먹겠다고 말씀 드리구요.
친정아버지께서 꿀을 다 떠 놓으셔서 싣고는 돌아 왔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엄마가 사 주신 원피스와 잠자리 날개 같은 옷 입은
제 모습도 보여 드리구요.
엄마가 무척이나 좋아 하셧지요.
돌아 오는 길에는 다음번 딸기를 어디서 딸까
오디는 어디서 딸까 정찰을 하면서 유람하듯 여기저기 들려서 왔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좋은 장소를 발견 했는데요.
평소에 우리가 잘 가는 약수터 옆입니다.
이웃마을인데 물이 불어 폭포가 아주 장관입니다.
아래 사진은 인화해서 하나 걸어 두려고 합니다.
모르는 이들이 이 사진을 보면 멋진 곳으로 일부러 여행 간 줄 알겠지요.
우리는 일하는 중인데 말이에요.
그렇게 두가지 미션을 잘 수행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집앞에는 맑은 물이 흘러 갑니다.
덕분에 한 짧은 여행겸 일 들도 잘 보고 도움 주신 지인 분들께
지면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첫댓글 금자씨가 특별한 미션 치루느라 수고많았군요 ^^*
가족의 사랑 행복 보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