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옛 연인으로부터 정확하게 19년 만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잊지 못할 말들을 남기고 떠나간 연인을 떠올리며 지나간 내 과거의 비망록들. 사진 속에서 열대어들을 위한 수조의 물갈이 직후 수질을 정화시킬 목적으로 집어넣은 테스트용 물고기, ‘파일럿 피쉬’를 넣는 나와 옛 연인을 발견했다. 좋든 싫든 그에 대한 기억과 함께 현재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파일럿 피쉬(요시카와 에이지/황매) 보온성을 위해 인조 퍼를 넣은 스니커즈. 화이트 5만9천원·블랙 5만2천원 컨버스.
커플링을 넣어 선물했다 만난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쇼윈도 앞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내게 “발 시리지?”라고 웃으며 내밀었던 따뜻한 운동화 한 켤레. 고마운 마음에 뜯어서 바로 신었는데, 발가락 끝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니셜이 새겨진 은색 커플링이 들어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지만 그 후로 정확히 1년 뒤 우리는 헤어졌고, 커플링은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 남아 있는 건 추억이 담긴 빈 운동화뿐… 코듀로이 체크가 들어가 있는 폴더형 스니커즈 5만9천원 컨버스.
눈높이를 맞추는 마법 같은 것이었다 플랫 슈즈를 처음 신게 된 건 나보다 5cm밖에 크지 못한 내 남자에 대한 배려였다. 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래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높은 하이힐 신은 여자에게 자동적으로 눈길을 보내는 그를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정한 규칙이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목 라인을 가늘게 만들어주는 쫄쫄이 플라워 플랫 슈즈 11만9천원 LnA.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었다 너무 갖고 싶은 운동화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사주지 않았다. 그래서 난 아버지 친딸이 아닌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그때는 아버지보다 운동화가 중요했나보다. 운동화 한 켤레 때문에 스텝 파더를 만들어버린 내 상상력에 웃음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