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자고 했다
조창희
돌멩이는 그냥 여기저기 있고
담장을 만들고
울퉁불퉁한 명랑이 좋아
돌담장이라는 이름이 좋아
누가 지었을까
군도 群島라는 이름은 군함처럼 무거워 바다로 빠질 것 같아 나는 육체보다 짧아진 사람으로 걷는다 상처가 나고 허리가 잘린 섬 섬을 돌아다닌다 높은 홍보 탑도 올려다보고 번들거리는 포장도로를 걷는데 도로가 꿈틀거린다 도로는 검은 외피를 벗고 흙의 피부를 가지려고 하는 것 같고 숨 쉬려고 하는 것 같고 나는 그냥 숨 쉬는 바다를 보고
위험한 파도의 높이를 생각하면서
서로 두리번거리는 물고기들의 두 눈을 상상하면서
생각한다
아무래도 단체여행은 불편할 것 같아 섬의 리듬이 깨질 것 같다 여행자들이 가는 곳마다 유리병 편지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할 것 같고 그냥 아무 데서나 아무에게나 전화해댈 거야 요란한 여행을 생각하면 금세 바다의 푸른빛이 사라진다
나는 언덕에 서 있는 오리나무를 본다 오리나무 아래가 좋고 새의 날개를 닮은 잎사귀가 좋고 그냥 잎사귀 냄새가 좋아 그래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들도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비가 내린다
도닥도닥 톡톡,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
빗소리가 좋다
나는 핸드폰을 열었다
그냥 보자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오리나무에서 빗소리가 떨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