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밥(개구리밥과)
▶ 물위에 떠서 사는 여러해살이풀로 물 위에 뜨는 둥그스름한 잎은 지름 1cm 정도로 5-11개의 잎맥이 있고 광택이 나며 물이 잘 묻지 않는다. 잎의 밑 부분에서 5-11개의 가느다란 뿌리를 물 속으로 내린다. 뿌리가 나오는 옆에서 싹이 나와 새 잎으로 자라 퍼진다. 개루기가 사는 곳에 많다고 하여 개구리밥이라고며 좀개구리밥은 잎의 크기가 작고 잎맥은 3개이고 뿌리가 1개이다. 부평초라고도 부른다. 수초 가운데 가장 작은 꽃을 피운다
<송기엽 윤주복의 야생화 쉽게찾기에서>


▶ 부평초를 노래한 글을 보면 죽음.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가을이 든다는 입추立秋를 지나면서 밤이면 짝을 찾는 풀벌레들의 노래들이 처량하다. 상강霜降에 찬서리 내려 낙엽이 뿌리로 돌아갈 쯤이면 그들도 후손을 남기고 떠나야 할 것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하처래 하처거何處來 何處去 사람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온 곳을 모르는데 어찌 갈곳을 알 건가.
다만 이 땅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한다. 죽음은 삶의 종료가 아니오 또 다른 삶의 연장으로 보는 우리민족만이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별칭이다. 일본에서는 죽음을 나구나루라 하여 없어진다고 했다.
우리들은 돌아가는 것이다.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이다. 생명이 분명 떠나온 곳이 있었기에 누구나 그 고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귀향歸鄕길에 오르는 것이 죽음이다. 우리는 고향을 등지고 어쩌다 이 땅에 와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떠돌았다.
산 노을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갈 길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
이승에서의 인생이란 한 줄기 바람 따라 흘러가는 한 점 구름 같았고 유행가 가사처럼 물결따라 부침하는 한 포기 부평초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잔 술에 시 한 수로 일생을 떠돌았던 삿갓시인 김립金笠도 자탄自嘆이라는 한 시에서 평수 삼천리 랑적萍水 三千里 浪跡 부평같이 떠돈 삼천리 발자취마다 눈물이었네 라고 읊었다.
그렇다해도 우리는 어느 별에서 철새처럼 이 땅을 찾아온 피차 유랑인. 남북극을 오가며 잠시 이 땅에 머물다가는 나그네 철새처럼 우리도 지구라는 별에 한 철을 살다가고자 찾아온 나그네일 뿐이다. 고향 떠나온 나그네이니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이 되었다가 물결같이 떠도는 부평도 되고 발자취마다 서러운 눈물일 수밖에 없었던 유랑인. 이것이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처럼 누구나 자기의 별들로 돌아가서 이승에서 한 철 산 나그네 삶이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인생이 그리 허무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 수생식물 중 가장 작은 꽃
순우리말 이름 개구리밥은 바람 따라 물위를 떠돌아 다녀서 부평초浮萍草가 되었다. 개구리밥과에 속하며 물위에 떠있는 아주 작은 여러해살이 수생식물. 늦가을 타원형의 겨울눈 동아冬芽가 생겨나서 물 속에 가라앉아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다시 물위를 떠올라 번식하며 살아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다년생 식물로 분류한다.
<이미지 보기 물개구리밥 제공: encyber.com >
▶ 애기손톱만한 잎은 둥글거나 타원형이며 길이 6mm가량으로 잎 표면은 연녹색이고 윤기가 나며 잎 뒷면은 붉은 보랏빛을 띤다. 잎이 뭉쳐 나 있는 한가운데서 6~12개의 하얀 실뿌리가 내려 물 속으로 늘어뜨린다. 그러나 물밑 흙속에 뿌리를 박고 사는 것이 아니라 뿌리 끝이 검은색 뿌리골무로 싸여있어 이 골무가 추 역활을 하여 바람이 불어도 뒤집히지 않고 물위를 떠다니며 살게된다. 생명체 그들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에는 신기함이 있다.
한여름 8월경 꽃이 피기는 하나 매우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으며 꽃은 푸른빛 흰색이다. 논에 물을 잡으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물풀 개구리밥. 도랑, 연못, 늪지들 물이 고여 개구리들이 살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데 뿌리 곁에 새로운 싹이 생겨나 빠르게 번식하면서 수면을 뒤덮어 놓는다. 그러면 개구리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여름수면에 물풀들이 살지 않는다면 민둥산처럼 얼마나 삭막할 것이며 파도 없는 바다같이 적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들의 정서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나라에는 개구리밥과 비슷하나 보다 더 작은 좀개구리밥도 자생하고 있는데 이 땅에 살고있는 수초 중에서는 제일 작은 꽃을 피운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호주, 인도등에 분포하여 살고 있다.
▶ 땀을 나게 하는 명약
한방에서 개구리밥을 부평浮萍 좀개구리밥을 청평靑萍이라하며 풀 전체를 생약으로 쓴다. 부평초는 전국 각지에 자생하며 물위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하찮은 물풀로 여기겠지만 그 유명한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약초이다.
「동의보감」 내경편 진액津液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땀은 혈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피를 몹시 흘리면 땀이 나지 않고 땀을 몹시 흘리면 혈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사시사철 땀이 나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하면서 땀내는 단방약 칡뿌리, 생강, 박하, 파뿌리, 인동등굴들을 열거하고는 부평浮萍은 발한최첩發汗最捷이라 하여 부평초는 땀을 나게 하는 가장 빠른 약이라 하였다.
부평초에 관한 기록은 「본초강목」 「선만식물지」 「정요신방」들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약효는 발한發汗, 이뇨, 해열, 해독, 강장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땀을 나게 하여 열을 내리고 오줌을 내어 붓기를 가라앉히며 충독, 수독, 단독증상에 독풀이 약으로 쓴다. 그 외에 화상, 가려움증, 두드러기 피부질환과 임질, 당뇨, 강장약으로도 사용된다.
「정요신방」에서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에는 잎 뒷면이 자주빛이 짙은 자배부평紫背浮萍을 말려 가루를 꿀로 새끼손가락 끝마디만 하게 환을 지어 저녁마다 두 알씩 씹어먹고 땀을 내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민간에서는 항암완화에 사용하여 좋은 효과를 봤다는 사례들이 전한다.
약초채취는 8~9월경 전초를 모아 깨끗이 씻어 말려두고 내과적인 질환에는 탕․산․환으로 복용한다. 하루 쓰는 양 3~9g. 외과적인 질환에는 생풀을 짓이겨 환부에 붙이거나 즙과 탕액으로 바르고 씻는다. 절로 땀이 많은 사람에게는 금기한다.
<艸開山房/oldm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