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도 부는 일요일 오후 ...
오늘따라 보고 싶은 사람이 ...
그리운 사람이 문득 생각 나 ...
대구 동성로 거리로 길을 나서 봅니다.
대구에 살고 있지만 ...
특별한 볼 일이 생기지 않는 한 ...
시내 번화가를 나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보니 ...
오랜만에 외출이 살짝은 설레임도 줍니다.
40년 만에 홀로이 ...
교동시장을 찾았습니다.
에전엔 '납작 만두' 골목으로 유명 했었던 ...
아주 좁고 시끌벅적 했던 시장 골목 길 ...
고등학교 시절 ...
참 개구지게 뛰어 다녔던 추억의 그 곳 ...
양쪽으론 가계들이 있었고 길 한복판 난전에서 ...
'납작 만두' 와 '소라' 를 삶아서 팔던 ...
뚱뚱한 몸매에 ...
풍퍼짐한 엉덩이 ...
시어머니로부터 그 자리를 물려받아 ...
'납작 만두' 를 구워서 파시던 엄마같이 푸근했던 그 여인 ...
학교를 파하면 ...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 전 시내에 내려 ...
교복 윗 단추는 하나 풀어 헤치고 ...
모자는 삐딱하게 쓰고 가방은 옆구리에 낀 채 ...
꼭 빠트리지 않고 들러서 먹고 갔었던 ...
내 어릴 적 추억이 고스라니 베겨 있는 그 곳 ...
그렇다고 뭐 특별한 것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
얇게 민 밀가루 만두피에 당면 조각 몇개가 전부 인 ...
"아줌마 만두 ..." 하고 소리치면 ...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가지 또 시내 나왔냐 ..." 하시며 ...
하루종일 달구어 져 있는 큼직한 사각 프라이팬에 ...
갓 구워 뜨끈뜨끈한 '납작 만두' 위에 간장소스를 뿌려 주던 ...
'납작 만두' 가 뜨거워 '헉헉 ...' 소리 내어 먹고 있노라면 ...
"야 ~ 야 ~ 뜨겁다 천천히 무라 ~ "
"아이고 참말로 언치겠다(체하겠다는 뜻) ~" 하시며 ...
시원한 감주 한 사발을 아낌없이 내어 주시던 ...
바람이 몹시도 부는 오늘 오후 ...
그녀는 이 곳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바람이 ...
더욱 더 날 춥게 만들고 있었나 봅니다.
요즘은 난전이 아니라 가게로 되어 있군요.
처음 본 어느 가게를 들어가 만두를 시켰습니다.
따끈하게 구운 만두가 나왔습니다.
엣 추억이 떠올라 눈물이 핑 ~ 돕니다.
"맛있게 드세요 ..." 라며 ...
툭 내 뱉는 듯한 ...
주인의 무성의한 인삿말 ...
갓 구운 만두담은 그릇이랑 간장 종재기 하나 달랑 ...
맜있네요 ...
만두가 ...
그런데 ...
옛날 먹었었던 그 맛이 나질 않네요.
이 가게엔 없네요 ...
투박한 손으로 건네주던 ...
시원한 감주 한 사발 ...
그리고 따스한 '정'의 체취도 ...
두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선 ...
동성로 거리를 ...
뚜벅뚜벅 걸어 봅니다.
이리저리 낙엽만 쓸쓸히 뒹구는데 ...
첫사랑 경숙이랑 갔었던 ...
미도방 분식점 자리엔 옷가계로 바뀌어 있고 ...
동아백화점 사거리에 있었던 ...
런던제과 빵집도 귀금속 파는 가계로 변해 버렸고 ...
모두가 ...
모두가 다 변해 버렸는데 ...
내 머리 속에서는 ...
아직도 그 때 그 거리를 걷고 있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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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당 현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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