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3:5]
백성이 서로 학대하며 각기 이웃을 잔해하며 아이가 노인에게, 비천한 자가 존귀한 자에게 교만할 것이며..."
백성이 서로 학대하며 각기 이웃을 잔해하며 - 먼저 수평적 측면에서 극단적인 이기심과 불신으로 말미암는 인간 관계의 파탄이 초래된다. 그것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특징지워진다.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사는 이웃은 각기 돌보고 서로 즐거워해야 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서로 학대하고 잔해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말이다.
아이가 노인에게, 비천한 자가 존귀한 자에게 교만할 것이며 - 수직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권위의 상실이다. 그것은 하극상으로 특정지워진다. 고대 사회에서 노인은 일반적으로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공경과 우러름이 사라진 사회는 더 이상 질서있는 사회, 틀을 갖춘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은 총체적으로 '무정부 상태'로 파악될 수 있다.
[사 3:6]"혹시 사람이 그 아비의 집에서 그 형제를 붙잡고 말하기를 너는 의복이 오히려 있으니 우리 관장이 되어 이 멸망을 네 수하에 두라 할 것이면...."
선지자는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한 토막의 짧은 삽화를 소개한다. 그것은 남들보다 점잖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도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받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멸망을 네 수하에 두라 - 이 말은 앞의 '우리 관장이 되어'에 병행하는 말이다. 그 뜻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당신의 책임하에 수습해 달라'는 것이다. '손'은 권위를 상징하는 낱말이다.
[사 3:7]"그 날에 그가 소리를 높여 이르기를 나는 고치는 자가 되지 않겠노라 내 집에는 양식도 없고 의복도 없으니 너희는 나로 백성의 관장을 삼지말라 하리라..."
나는 고치는 자가 되지 않겠노라 - 문자적인 뜻은 '나는 싸매는 자가 되지 않겠다'이다. '고치는 자'라고 번역된 '호베쉬'는 '싸매다'는 뜻을 가진 동사에서 비롯되었다. 한편, 관장이 되어 달라고 초청받은 이의 이러한 거절에 대해 어떤 이들은 '나는 하지 않겠다'는 항의와 반감의 표현이라고도 하고.혹은 '나는 할 수 없다'는 무능력의 고백이라고 보기도 한다.
[사 3:8]"예루살렘이 멸망하였고 유다가 엎드러졌음은 그들의 언어와 행위가 여호와를 거스려서 그 영광의 눈을 촉범하였음이라..."
예루살렘이 멸망하였고 유다가 엎드러졌음은 - '멸망하였고'로 번역된 '카쉘라'는 '흔들거리다', '걸려 넘어지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엎드러졌다'로 번역된 '나팔'은 '떨어지다'는 뜻을 갖는다. 따라서 본문을 문자적으로 직역하면, '예루살렘이 비틀거리고 유다가 떨어졌다'가 된다. 선지자가 여기서 완료 시제를 쓴 것은 유다와 예루살렘의 멸망이 확실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 영광의 눈을 촉범하였음이라 - '촉범하였음이라'는 말은 '항거하다', '대들다'는 뜻을 가진 동사 '마라'에서 연유하였다. '영광의 눈'이란 표현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본성에서 뿜어 나오는 신령한 빛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영광은 종종 '눈'으로 비유된다..
[사 3:9]"그들의 안색이 스스로 증거하며 그 죄를 발표하고 숨기지 아니함이 소돔과 같으니 그들의 영혼에 화가 있을찐저 그들이 재앙을 자취하였도다..."
그들의 안색이 스스로 증거하며...소돔과 같으니 - '그들의 안색'은 탈굼역과 시리아 역본을 따른 몇몇 주석가들에 의해 '한 쪽편을 들어 낯을 보아주는 당파적 편애'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들은 신 1:17;16:19;잠 24:23;28:21 등에 나오는 유사한 표현에서 그 근거를 취한다.
그러나 이 구절은 어떤 특수한 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기보다는 병행하는 구절-'그 죄를 발표하고 숨기지 아니함'- 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처럼, 죄악이 너무 깊어서 얼굴에까지 각인되어 있는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앞절에서 묘사된 그들의 죄는 뼈 속까지 파고들어서 영혼마저 마비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으며 굳이 죄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오히려 담대하게 자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