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받은 뒤 두문불출, 5월엔
모습 보일 것
박근혜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은
25일 오전,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 한켠에 자리잡은 H아파트는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9개월여 은거(隱居)
중인 그의 집이다.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 봤지만 집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했던 윤 전 대변인은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황급히 귀국했다. 며칠 뒤
경질 통보를 받은 그는 짧은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뒤 모습을 감췄다. 그 뒤로 윤 전 대변인 아파트의 철문은 그가 세상과 그은 경계선이
됐다.
한때 그의 집
앞은 기자들로 붐볐다. 그를 인터뷰하거나 사진에 담기 위해 매일 집 앞으로 출근하는 기자도 있었다. 카메라 앵글이 종일 그의 아파트 창문을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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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벌어진 직후 윤 전 대변인의
자택 입구는 취재진으로 문전성시였다.
해를 넘겨 다시 찾은 윤 전 대변인의 집 앞에선 그 때의
소란스러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들이 다녀간 흔적으로 어지럽던 집 앞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윤 전 대변인도 이제 언론의 관심권에서 몇
걸음 물러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듯했다. 창문을 가렸던 신문지는 없어졌지만 블라인드가 외부의 눈길을
꼼꼼하게 차단하고 있었다.“노인 행색으로 바람 쐬러 나온다”
윤 전 대변인의 집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아파트 쪽문을
마주보고 있다. 쪽문으로 나가면 길 건너에 대형 마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낮에는 그가 은거한 아파트 앞으로 주민들의 왕래가 잦다. 대낮에 윤
전 대변인이 집을 나설 경우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십상이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윤 전 대변인이 낮에는 일절 나오지 않고 밤에만 움직인다”는 얘기가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윤창중씨가 마스크를 쓴 채
노인 행색을 하고서 바람 쐬러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재미
변호사 김석한씨는 서울에서 윤 전 대변인을 3번 만났다고 한다. 그는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변인은 99% 집에만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의 완벽한 잠행으로 미뤄짐작컨대 김 변호사의 얘기는 사실인 듯하다.윤 전 대변인이 언론에 부분이나마 얼굴을 내비친 것은 한
언론이 지난해 11월 창문 블라인드 틈 사이로 그가 식사하는 모습을 촬영한 게 전부다. 언론이 몇 달 동안 그의 주변을 맴돌았지만 그는 철저히
잠행했다. 지난해말 “윤 전 대변인이 평소 자주 찾던 고깃집에서 지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지만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가 공공연하게 바깥을 돌아다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신장암 수술 받고 회복 중”
윤 전 대변인은 최근 신장암 진단을 받아 2월 4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에서 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후 수일간 병원에 입원한 뒤에 퇴원했다고 한다. 집도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변인의 신장암 수술이 잘 됐다”며 “발병 초기였으며 3,4개월 뒤 사진을 찍어 수술이 잘 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윤 전 대변인은 자택에서 수술 경과를 보면서 회복 중이라는 말이 된다.윤 전 대변인은 종합검진 차 CT촬영을 했다가 암을
발견했다고 한다. 은둔 생활이 길어지면서 몸에 이상이 왔고, 그래서 건강검진을 해봤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추측이다. 한때 그와 친했던 한 인사는
“나서기 좋아하는 윤 전 대변인이 집 안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냐”고 했다.불통과 인사실패를 상징하는 인물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60% 안팎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외교안보와 대북정책, 원칙있는 국정운영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이
‘불통’과 ‘인사 실패’를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에서 부정적인 측면의 대표격으로 꼽았다. 그런데 그 두가지 부정적 요소를 한꺼번에 상징하고 있는
인물이 윤 전 대변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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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변인이 인수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하면서 봉투를 뜯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1호 인사’다. 당선되고 나서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가
‘윤창중 인수위 수석 대변인 임명’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밀봉한 봉투를 뜯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때문에 그는 박 대통령의 밀봉인사, 나아가 불통인사를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대변인 시절 그와 기자들간의 대화는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었다. 한 기자의 회고다.“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 앉으면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이
윤봉길 의사의 후손이란 얘기부터 시작해 자기 집안과 가족 얘기를 쭉 늘어 놓는다. 그게 윤 전 대변인의 고정 레퍼토리다. 기자들로선 취임 초기에
뭐라도 하나 얻어듣기 위해 그의 얘기를 묵묵히 듣는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기 자랑으로 시작해 자기 자랑으로 얘기를 끝내버린다. 기자들이 뭘
불어봐도 그는 자기 얘기만 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건 사적인 자리에서건 예외가 없었다.”“내가 누군지 아냐? 사인 필요하냐?”
인수위 대변인 시절만 하더라도 그는 극도로 술을
자제했다. 자신에게 좋지 못한 술 버릇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그는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각 언론사 기자들과 돌아가면서 저녁을 먹는 자리도 가졌다. 술에 취한 그의 입에서 욕이 섞여 나왔다. “너 몇 년
입사(入社)야? 건방지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한 기자의 회고담이다.“화장실에 갔다오는데 윤창중 대변인이 식당 여종업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술에 취한 채‘내가 누군지 아느냐. 사인 필요하냐’ 뭐 이런 내용의 얘기를 하더라. 청와대 대변인이 저래도 되느냐는 생각을
했다. 저 사람 언젠가는 사고를 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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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즐겼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윤창중씨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박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인사 실패”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직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말로 자신의 인사 실패를 자인하기도 했다. 그래서 “윤 전 대변인이 일찍 그만 둔 것이 박 대통령으로
봐선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윤 전 대변인 인사 실패가 이후 인사에서 반면교사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이후 청와대 공무원을
비롯해 공직기강을 다잡는 계기도 됐다.윤 전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의혹사건은 지난해 5월7일
발생했다. 때문에 사건 발생 1년이 되는 5월을 전후해 미국 사법당국의 기소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미국에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소환 통보가 없는 것으로 봐서
미국 수사당국이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경죄로 판단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어쨌든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은 조만간 인구에
다시 회자될 운명이다. 그 시점이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얘기도 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윤 전
대변인 아파트 철문은 굳게 닫혀 있을 것이다.
- 이동훈 기자
첫댓글 윤창중은 국가망신을시킨 파렴치한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