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은 <유재하 음악상>을 수상했다. 유희열은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가 아직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 유희열은 'TOY' 라는 프로젝트 엘범을 4장
발매했다.
유희열과 'TOY'는 동격으로 취급되고 있고, 각 앨범마다 사랑의 절절한 편
린들이 박혀있는 2~3개의 히트곡이 출산됐다. 유희열은 삽화집 <익숙한 그
집앞>을 발간했다. 이 삽화집은 발간되자 마자 대박이 났고, 곧 대형문고
의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라 적지 않은 시간을 점거했다.
유희열은 MBC FM <유희열의 음악도시>의 DJ다.
내가 유희열에 대해서 아는 건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많
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거나 사랑까지 하는 것일까, 왜 그의 음반은 나올
때마다 특별한 홍보발을 세우지 않아도 스태디 셀러가 되는 것일까,
왜 많은 여성과 일부 남성들이 그의 <음악도시>에 빠져 수면시간을 2시간
이상 그에게 포획 당하거나 헌납하는 것일까, 그의 음악과 목소리에서 특별
히 제조된 페로몬이 발산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 나오는 칼리가리 박사처럼 눈 밑엔 깊이
를 알 수 없는 우물같은 그을음을 가지고 있는 유희열, 비쩍 마른 그의 흉
상은 난민 프로그램의 한 화면을 연상케 하는데, 그의 불쌍해 보이는 이미
지가 새로운 시대의 인기 남성상이 된 것일까?
난 3주 째 그의 음악과 그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섭생하고 있다. 그에게 감
염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그러나 곧 나의 의지는 함락될 것 같다.
인터뷰는 생방송인 <유희열의 음악도시>가 끝난 후 새벽 3시부터 그의 저택
이 있는 동부이촌동 모 처에서 진행됐다. 꼭두새벽에 그이 숨결이 묻어있
는 처소에 발을 딛었다는 게 그의 열광적인 팬들에게 발각된다면 테러를 당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의 처소에는 그의 친구 두 명이 수면에 빠져 있었고 4집부터 함께 앨범
작업을 하고있는 그의 선배 김태훈이 차게 준비해둔 맥주를 날라주자, 녹음
기는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Q. 인터뷰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
작년에 삽화집이 나왔을 때 좀 하다가 쭉 안했어요. 작년 7월 이후 처음으
로 하는 인터뷰일 걸요? 전 인터뷰 잘 안해요. 대부분 분위기가 어색하고
말을 자꾸 반복해야 하니까 지루해요. 또 사진이 잘 안 받는 편이기 때문
에 지면이나 TV에 제 얼굴이 나오면 저 뿐만 아니라, 제 주위에 있는 사람
들이 꺅꺅거리고 웃고 놀리고... 난리가 나요.
매니저한테 가급적이면 인터뷰를 잡지 말라고 부탁하는데 매니저가 그 부탁
을 투철하게 잘 들어주는 편이죠. 오늘같은 경우는 PAPER의 스타일을 아니
까 각오하고 인터뷰에 임하는 거예요.
TV 화면에서는 마른 몸이 더 마르게 보이고, 또 병자처럼 보일 때가 많아
요. 그런데 최근 2~3달 동안 건강이 않 좋아서 지금 얼굴 상태도 별로 않
좋아보일 텐데...
[Q. 생각보다 수줍음을 많이 타시는거 같아요. ]
성격이 그렇게 내성적인 편은 아닌데, 사람을 처음 만났을땐 수줍음을 타기
도 하죠.
좀 있으면 본색이 들어날 거예여
김태훈: 제가 볼 때는 다 치밀한 계산에서 나오는 인기 전략입니다. 요즘
여자들은 너무 터프한 남자보다 약간 샤이한 남자를 좋아한다니까요.
[Q. <유희열의 음악도시> 를 몇 년째 하시는 거예요? ]
3년 됐어요. 처음에는 신해철 형이 DJ를 했을 때, 게스트로 출연했어요.
그러다가 형이 DJ를 관두고 난 후 제가 총대를 매게 됐죠.
[Q. 도대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건가요? 자가 진단을 해 보세요. ]
하하하~ 나, 성공했구나. 그런데 그거 아세요? PAPER 애독자 분들의 감성
과 <유희열의 음악도시>의 애청자들의 감성코드가 비슷하다는 것.
PAPER도 여성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모든 문화 코드들도 여
성적인 부분, 섬세한 부분이 많거든요.
따뜻하고 섬세하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PAPER나
저의 진행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보이 밴드가 판을치는 요즘 음악판에서 본인의 스타일을 지켜가며 음악
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나요? ]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가요 시장에는 윤상, 신해철, 015B, 김현철 등의 60
년대 생 선배들이 존재하고 있어 편향적인 가요판에 어떤 다양성을 제시해
줬는데, 요즘은 거의 사멸 상태라고 해야 하나... 선배들의 맥락을 잇는
김동률, 이적, 자화상 등 이 있지만 동률이는 유학가고, 적이가 '긱스'로
가서 다른 음악을 하니까 저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TV를 90% 이상 잠식하고 있는 댄스 가수들도 그 나름데로 의미가
있지만, 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없으니까 이쪽 시장 자체
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어요.
요즘은 댄스는 HOT류, 발라드는 조성모루로 이 분법화 되어 있기 때문에 다
양성의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최근에는 음악을 한
다는 게 더 암담하게 느껴져요.
[Q.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세요?]
예. 정보를 검색하기보다 주로 제 프로의 사이트에 접속해서 사연을 읽어
요. 저희 프로에는 사연이 정말 많이 와요.
하루에 천 통 넘게 오니까 다 읽진 못하죠.해철이형이 워낙 달변가여서 제
가 바통을 넘겨 받았을 때, 한달 동안 욕을 바가지로 먹었어요. 그 때 정
말 눈물을 머금고 사연을 봤죠.
마음속으론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하리라, 하면서 사연을 읽기 시작했
는데 이젠 버릇이 되어서 안 보면 이상해요.
[Q.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음반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
세요? 그러니까 본인의 음악이 음악 자체로 평가된 것 보다 DJ의 인기가
플러스 알파로 작용한 건 아닌지... ]
라디오 프로 진행이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끼쳤던 건 사실이예요. 그러나
내 음악만 을 듣고 사든, DJ로써 유희열에게 매력을 느껴서 사든, 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그걸 고민했으면 괴로웠을 텐
데, 괴롭다는 사실 자체가 되게 웃긴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는
대중의 몫이지 제 몫이 아니거든요. 예전엔 나쁘게만 안 느꼈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런 생각도 없어졌어요. 그냥 내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았으면 좋
겠다. 그 정도가 제 바램이에요. 전 제 음악을 음악 평론가가 어떻게 평가
를 해도 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Q.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
아니예요 그건 성격적인 문제예요. 다들 제 성격이 굉장히 예민할 거라고
생각하시 는데 예민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무덤덤하고 무
감한 편이예요.
김태훈: 남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무딘 부분이 많아요. 바깥에 나갈
때 입는 옷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데, 집에서 입는 옷은 자기가 그 옷
을 며칠이나 입었는지 전혀 인식하질 못하죠. 한번 이게 집에서 입는 옷이
다 정해지면 죽을 때까지 입는 스타일에요.
[Q. 하하하하~ 인기 떨어지는 소리가 막 들린다.
다른 프로와는 달리 <유희열의 음악도시>만의 특징이 있다면? ]
일단 구성인원이 엄청 많다는 것.
다들 가족 같다는 것 제일 큰 방송은 방송 원고가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 오프닝 맨트 정도를 작가분께 받고,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진행해요.
대신 함량이 좋은 사연을 고르는 일이 엄청나게 힘들죠.
한 작가당 매일 3시간 이상씩 걸린데요. 사연의 스타일에 따라 방송의 흐름
이 확 변해요.
제가 만약에 이틀 동안 가족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면 갑자기 가족에 대한
사연이 많이 와요. 참 놀라운 일이죠.
[Q. 스텝들하고 호흡은 잘 맞으세요? ]
예, 아주 편해요. 스텝들이 방송할 때 다 들어와 있어요. 작가들, PD, 게스
트가 다 들어와서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요. 생방송 때 웃음을 참는데
도 도가 튼 사람들이죠.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대상이 옆에 있다는 게 참
좋더라구요.
아무도 없으면 혼자 얘기하는 것 같잖아요.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그들이
잽싸게 옆에서 적어주고 그래요.
[Q.이적, 김광민, 이현우 등의 게스트 분들이 굉장히 허심탄회하게 방송에
참여하시던데... ]
게스트 분들이 이상하게 제 프로에 나올 때마다 막 망가지는데, 꼭 사석의
술자리 같아요. 광민이 형도 다른 방송에서는 굉장히 어눌하게 진행을 하는
데 저희 프로에만 나오면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굴어요. 하지만 전 개인적
으로 그런 점이 좋아요.
[Q 12시에서 새벽2시까지 진행하려면 배가 고플텐데 야참은 어떻게 해결하
나요?]
원래 스튜디오 안으로는 음식 반입 금지거든요. 그런데 12시가 넘으면 진
짜 너무 배가 고파요. 안 되는 줄 알면서 방송국에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먹을 것을 사다 먹죠
심지어 스튜디오 안에서 부대찌게를 끓여 먹다가 거의 짤릴 뻔했어요.
[Q. 하하하하~ 아니 부대찌게 재료를 어떻게 구했어요? ]
마포에 가면 부대찌게가 담긴 냄비를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브루스타
를 함께 주는 집이 있어요. 그걸 보글보글 끓여 먹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걸
려 죽을 뻔했죠. 거의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서 겨우 용서를 받았
어요.
[Q. 처음 대중음악을 하게 된 동기는?]
<유재하 음악상>에서 상을 탄 것이 음악을 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 많은데 사실은 김장훈 형 때문에 사직하게 됐어요.
아는 누나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나오라 그래서 신이 나서 나갔는데 그 자리
에 여자는 없고, 시커먼 장훈이 형이 나와 있더라구요.
장훈이 형의 꼬임에 빠져서 장훈이 형 밴드의 건반을 맡게 됐죠.
장훈이형 앨범 작업하다가 조동익 형을 만났는데 동익이 형은 저의 우상이
였거든요. 전 '어떤 날'의 왕 팬이였어요. 감격적인 조우였죠.
[Q 그 전에는 대중음악을 할 생각이 없었나요? ]
있었죠. 그래서 대학 진학할 때도 작곡과에 진학한 거예요. 중 고교 시절
에 스쿨밴드도 했었는데 그 때 지누와 세황이를 만났죠. 저도 그 때는 기타
를 쳤어요. 팀 이름은 <푸른 돛>.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곡을 주로 카피해
서 연주했죠.
지누네 팀은 메탈 벤드였는데 팀 이름이 <하이에나>였어요. 엄청 웃기죠.
여하튼 밴드를 전전하다가 작곡과를 가게 됐어요. 운이 정말 좋았죠.
[Q. 희열씨의 'TOY'1집은 발라드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상당히 서정적이
예요.달콤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이크 같았죠.
2집에서는 펑키하고 그루브한 성향이 발라드에 합세한 느낌을 받았고,
3집에서는 1집의 서정적인 발라드가 좀 더 절절하게 심화된 것 같았어요.
4집에서는 테크노의 정글, 드럼 & 베이스가 잘 교배되어 있어서 테크노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무척 반가운 앨범이였어요.
지금까지 나온 4개의 앨범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은? ]
개인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앨범은 4집이예요. 4집을 만들
때, 음악적 사고가 많이 전환됐거든요. 3집까지는 솔직히 말해서 직업인으
로써의 투철한 자세가 좀 결여됐었고, 아마추어였잖아요.
내 음악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평가하든 전혀 관심이 없었죠. 그 때까지는
여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만든 음악을 내 여자 친구가 좋아해 주면
그것만으로 만족했어요. 완성도 측면 말고 그냥 감정적인 측면으로 봤을
땐 첫 앨범이 좋아요. 첫 앨범이니까 수천 번도 넘게 들었고, 첫정이 듬뿍
들어서 개인적으로 아끼죠.
[ Q 5집 앨범 작업은 잘 진척이 되고 있나요? ]
요즘엔 심각해져서 작업이 어려워요. 곡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검증을 계
속 하니까 골이 아프죠.
[Q. 5집은 언제 발매될 예정인가요?]
7~8월쯤이면 쫑이 날 것 같았는데 이 상태라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요즘은 아예 작업 시도를 안하거든요. 옛날에는 기분이 땡기면 피아노 앞
에 앉아서 하루에 3곡씩 만든 적도 있는데...
[Q. 혹시 월드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를 좋아하세요?]
전 음악을 안 가리고 잡식으로 듣는데, 요즘은 일본의 시부야 계열의 음악
에 많이 매료되어 있어요. 사카모토는 너무 똑똑하죠. 이 사람은 활동의
폭 자체가 상당히 넓어요.
그 에너지도 상당히 파워풀하고 매력적이죠. 2년전에 그가 <음악도시>에
출연했는데 상당히 여유있고 열려있는 거장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내공이 장
난이 아니였죠.
[Q. 음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그렇게 거대한 포부는 없어요. 어떻게 보면 참 무책임한 성격이죠. 지금 상
태로 봤을 때는 프로답게, 음악으로 뭘 하든 잘 하고 싶고, 일단 기술적으
로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싶어요.
제 나이 때에 억지로 깊고 넓은 아우라를 찾는 것보다는 음악적인 학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 멀었어요. 나중에 무언가 많이 쌓였을
때는 궁극적으로 뭘 할지 가늠할 수 있겠죠. 지금은 폼 잡을 때가 아니예
요. 할 수있는 만큼만 열심히 하고 싶어요.
[Q 'TOY'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
처음엔 엔지니어 윤정오 형과 팀으로 시작했는데, 팀 이름을 공모했어요.
'국토개발', '검은 백마' '시냇물 가족' 이런 말도 안되는 이름들이 나왔
죠. 그런데 정오형은 윤씨고 저는 유씨니까 이니셜을 따서 'Y에게' 어떻겠
냐, 'TO.Y'라고 하자, 좋다, 그랬다가 TOY 가 됐어요.
[Q 직접 쓴 가사 대부분에 사랑이 알알이 박혀 있던데 지금 사랑을 하고 계
신가요? ]
그게 문제예요. 여자친구가 항상 있었는데 2년쯤 전부터 없어졌어요. 그 이
후로는 애를 써도 잘 안되더라구요. 요즘에도 소개팅을 가끔 하는데, 잘 연
결이 안되요. 전 사람을 굉장히 오래 사귀는 편이예요. 아마 마지막으로 만
났던 여자를 굉장히 좋아했나 봐요.
뭐 못 잊는다, 죽겠다. 그런건 아니고, 그럭저럭 잘 살아요.
첫째는 게을러서 못 사귀는 것 같고, 둘째는 사랑의 충족감과 필요성을 많
이 못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과 늘 붙어 있으니까...
[Q. 친구가 주는 충족감과 애인이 주는 충족감은 다르지 않나요?]
여자를 잊은 지 너무 오래되서 아예 습성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제일 중요
한 건 방송 때문이예요.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새벽 두시 이후에 누
굴 만나요. 방송 그만두면 생기지 않을까요? 억지로 찾아서 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Q. 사랑이 음악의 구심점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랬었는데, 맞어 그런 감정이 너무 없으니까 작업이 안 되는거 같아요. 지
금 제 상태가 너무 드라이해요. 그렇다고 음악적 영감을 받기 위해 여자를
만나고 사랑할 순 없잖아요.
[Q. 유희열 씨 음악을 들어보면 여자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겠다, 그런 생
각이 들더라구요. 가사를 보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도 원망이나 애증이
없고, 행복을 빌어주고, 영원히 그리워 해 주는 가사니 여자들이 그걸 들으
면서 뿅 가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어요.]
맞아요. 뭐, 그런 순애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4집을 만들
때는 내가 뭐하는 건가, 옛날 기억을 더듬어서 가사를 쓰는 것 자체가 웃
긴 일이다. 몹쓸짓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가사속의 여자 입장
이라면 진짜 마음이 아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사를 쓸 때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사랑에 대해서 절실해 지고, 연민에 젖
어들기 때문에 거의 죽어가죠. 그래서 요즘은 그걸 좀 경계하는 편이예요.
[ Q. 요즘은 무엇에 자극을 받나요? ]
특별한 건 없어요. 자전거 타고 나가서 상큼한 바람을 맞을 때, 또 스타크
레프트 하면서 저 마린 일병은 얼마나 외로울까, 그런 생각할 때, 이런 정
도의 자극도 자극일까요?
[Q. 본인이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하세요? ]
어떻게 보면 솔직한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안 솔직한 것 같기도 하고 좀 미
스터리해요. 어쩌면 단순함을 가장하고 있는 것이겠죠. 액면가가 그대로 드
러나는 편은 아닌거 같아요.
[Q. 어떤 사람 앞에서 액면가가 드러나나요?]
전 다른 사람의 영역에 많이 침범하지 않는 편이고, 다른 사람도 내 영역
에 함부로 침범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예요. 감정이 표출되야 사람을 잘 파
악할 수 있는데, 화를 내본지가 몇 년은 된 것 같아요. 전 말이 별로 없는
편이예요.
어떤 때는 하루 할 말을 방송에서 다하고 오는 것 같아요. 요즘 말도 잘 안
하고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니까, 사람들한테 잘 안드러나나 봐요.
여자친구 있을 때는 참 말 많이 했는데...
Q. 콩깍지 지연이라 불리는 옛사랑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얘기를 안 하는 게 그 사람을 위해 제가 할 수있는 최선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야 공인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헤어진 상태에서 그 친구가
옛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Q. 앨범에 등장하는 게스트 보컬과 세션이 일정한 것 같아요.
박용준 씨 조규찬 씨김광민 씨, 윤종신 씨, 김장훈 씨. 김연우 씨, 함춘호
씨 등등.]
주위에 그 사람들밖에 없어요.
아마 친한 사람은 한 번씩 다 게스트로 나왔을 거예요.
[Q. 친하진 않지만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은 분이 있나요?]
임재범 씨랑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 앗, 핑클도 있구나.
[Q. 하하하하~ 본인의 앨범에 노래를 안 하는 이유가 정말 노래를 못해서
인가요?]
정말 못해요. 곡마다 어울리는 보컬이 있거든요. 내가 불러야 맛이 난다 싶
은 곡들은 제가 불러요. 거의 쉽고 단순한 곡들이죠. 노래를 만들 때 보컬
의 모델을 아예 정해놓고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조규찬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죠.
[Q. 그런데 코러스는 열심히 하시더라구요. ]
일단 제 목소리가 코러스애 잘 묻어요. 목소리가 힘이 없기 때문에 메인 보
컬의 목소리에 뒤에 싹 잘 숨겨지죠.
[Q.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얘기해 주세요.]
너무 많아요. 일단 국내는 '어떤 날' 윤상, 박용준을 좋아해요. 용준이 형
은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예요.
외국은 팻 메스니, 엔리오 모리꼬네, 류이치 사카모토를 좋아하죠.
이들의 음악을 많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흉내도 내보곤 해요.
[Q. 혹시 본인의 별명이 뭔 줄 아세요?]
병든 차인표, 어설픈 차인표. 누가 지었는지 참...
저도 처음에는 그 잘 생긴 차인표라고 그래서
"야 나보고 차인표래?" 신나서 막 떠들고 다녔는데
어머니가 싫어 하시더라구요.
"왜 우리 아들이 병든 차인표야. 왜 병이 들었다는 거지?"
심각하게 그러셔서 그때부터 입밖에 내지 않고 있어요.
[Q. 정말 게으르신 편인가요? ]
생활적인 부분은 굉장히 게을러요.
청소도 친구가 다하고, 특히 무슨 고지서를 제 날짜에
내는 부분은 거의 절망적이죠.
그런데 일하는 부분은 대체로 부지런하고 정확한 편이예요.
[Q. 전 게으르다는 소문을 들어서 작업실이 굉장히 지저분할 줄 알았어요.]
아이구, 점심 한나절 얼마나 치웠는데요.
발디딜 츰 없이 지저분했어요.
[Q. <익숙한 그 집 앞> 그 삽화집을 봤을 때 글은 참 좋았는데, 그림의 함
량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그렇죠, 제가 그림을 배워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사실은 무모한 시도였어요.
처음엔 연주곡집을 낼려고 했는데 연주곡집엔 가사가 없잖아요.
그래서 음악의 제목과 곡을 만들게 된 배경을 쓰고 간단히 만화를 그려넣
자, 생각했는데 어떻게 출판을 하게 됐어요.
하다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제 나름데로는 만족스런 작업이였어요. 반응도 참 좋았고...
[Q. 어렸을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어렸을 때 좋았죠. 가정 형편이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또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셔서 엄마, 형, 나 이렇게 셋이 살았지만, 어머님이 깨어있는 분이셨
거든요.
어머님은 의상실을 하시는데 일 하는 시간 이외에는 엄청나게 애정을 쏟아
부어 주셨어요.
형은 저랑 여덟 살 차이가 났기 때문에 거의 아버지처럼 절 챙겨줬죠. 예전
엔 방 하나에 세 식구가 잤는데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우리는 아버지가 없기때문에 더 많이 사랑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힘든 존재가 될 것이다' 그 말씀이 참 힘이 되더라구요.
솔직히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건 좀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못 견디게 괴롭진 않았어요.
또 이건 부모님의 몫이려니 하면서 완벽하게 외면하지도 못했고...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오래 나가 계셔서 자주 보질못했어요.
그래서 존재감이 희미했죠.
이혼하신 후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부모님의 이혼에 대한 상처보다 집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어머님이 눈물을
많이 보이시고, 이사를 가야 되고, 집에 저당 딱지가 붙고 그런 것들이 더
힘들었죠.
특히 어머님이 가위에 눌리시거나 잠꼬대를 하실 때는 제 마음도 많이 아팠
어요.
[Q. 어떤 이유로 헤어지셨나요?]
일단 오래 두 분이 떨어져 계셨던 게 문제였고, 또 두 분의 성격이 너무 많
이 틀렸어요. 어머님은 예전에 기자였기 때문에 깨어 있는 시각과 대범함을
가지고 있었고,거기에 비하면 아버지는 좀 고지식한 편이셨죠.
[Q.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정을 쌓을 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원망도 없어요. 그에
비해 어머니에 대해서는 걱정을 많이 하죠.
어머니가 안 돌아가셨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하겠죠?
[Q. 어릴 때 기억 중에 가장 좋았던 기억을 한 조각 골라 본다면?]
어머니가 의상실을 하셔서 동대문 시장에 자주 갔어요. 시장에 가면 단골
옷감 가게의 아저씨들이 옷감을 감아 놓았던 종이봉을 챙겨 주셨죠.
그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동네 아이들과 그 종이봉으로 칼싸움을 하면 빡
빡~ 소리가 나서 정말 폼이 났죠.
[Q. 희열 씨는 좋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있어요?]
글쎄요, 예전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멋진 아버지까진 아니고, 아내와
아이를 행복하고 재미있게 해주는 아버지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감동
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Q. 이상형이 있다면? ]
이상형이라기보다는 애인의 조건이 있어요.
저보다 말을 많이 하고 발랄해야 해요.
표정이 많고 장난꾸러기, 어떻게 보면 철닥서니 없어 보이는,
그런 타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지껏의 경험을 반추해 보면...
친구들이랑 있을 땐 제가 주로 기선을 잡는 편인데,
사귀는 여자들한텐 주로 당하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Q.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유희열의 음악도시>를 들으면서 애인이
소곤소곤 얘기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요.
솔직하고 귀엽고 감성적이래요. 많은 분들이 희열씨를 자기만의 애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와~~~~ 나 데이트 못하더라도 라디오는 계속 해야겠다.
[Q.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은?]
우와~~ 미치겠다. 잘 모르겠어요.
김태훈: 배려까진 아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편이예요.
같이 동거하는 친구들이나 작업하는 사람들과도 거의 잡음이나
마찰이 없어요.
저희 동거인 중의 한 친구는 굉장히 잔소리가 심하거든요.
"이거 치워, 여기다 이런 거 버리지 말랬잖아!"
그런데 희열이는 아무리 신경질을 내거나 캡 욕을 먹어도
"엉 할께 ".
라고 대답해 놓고 꼼짝을 안 하죠.
다시 말하자면 참 고단수로 사악한 놈이에요.
고수 앞에라서 사악발이 안서는 건지 이 놈의 집터가
사악발이 안서는 집터인지 저도 한 사악하는데 희열이한테는 안 통해요.
뭘 시킬수가 없어, 답답하니까.
전에한 번 희열이가 처음으로 만든 스파게티를 먹어봤는데 면발은 우동처럼
굵고, 그 맛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그 이후론 다시는 요리를 안
시켜요. 그러고 보면 저 놈, 인복은 무지하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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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하하 음악을 만들 때 어디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나요?]
제일 큰 원동력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거예요.
아무리 자극을 받아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음악이 안 될 때도 피아노 앞에 죽 치고 앉아 서 좋은 음악을 반복해서 많
이 듣고 그러면 음악이 만들어져요.
[Q. 외로울 땐 어떻게 하세요? ]
닥치는 대로 뭘 사요. 구매욕이 막 솟구쳐요.
말도 안되는 물건을 살 때도 있고, 저
자전거도 충동구매로 산 거예여.
며칠 전에 바가지를 쓰고 산 MD도 충동구매의 흔적이죠.
[Q. 세상에 불행이 산재해 있잖아요.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런 불행을 껴안을 생각이 있나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진 않았는데 한 번 굉장히 놀랬던 적이 있었어요.
장훈이 형이 성격이 세서 그런지 오해를 많이 받거든요.
하지만 전 오래 봤기 때문에 형이 뭘해도 마음이 놓여요.
얼마 전에 형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꾸준히 도움을 주고 있다
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 때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자기 만족이든 어떤 의도를 가지든 간에 형의 그런 마음을 닳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Q. 윤회나 팔자, 외계인, 천국, 지옥, 귀신 등을 믿으세요?]
믿는 것만 얘기할께요.
운회랑 팔자만 믿어요.
살아 보니까 팔자는 정말 있는 것 같고,
윤회가 없다면 계속 너무 많은 생명체가 태어나서 지구가 폭발할 거예요.
전 다음 생애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것 같아요.
예쁜 여자! 예쁜 여자로 태어나서 불쌍한 내 친구들이 다시 남자로 태어나
면 애인 한 번씩 해 줘야지.
[Q. 좋아하는 사람의 성향과 싫어하는 사람의 성향은?]
전 자기 자신이 사이코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해요.
사이코입네, 나 죽이지, 이런 사람을 진짜로 혐오해요.
또 말할 때 어려운 말을 애써서 하는 사람도 싫어요.
좋아하는 사람은 목소리가 작고, 음성이 고운 사람, 센스있는 사람, 착한
사람.
[Q. 앞으로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유학 자금 모으고 있어요. 유학이 될지 여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Q. 본인을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평범, 기만, 사악
[Q.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팡이가 있다면 뭘 비시겠어요?]
첫째, 사랑이 필요해요.
둘째, 생각하고 있는 일들을 잘 끝맺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학을 가게 된다면 학교도 졸업해야 하고,
<음악도시>도 잘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세째, 어머님이 오래 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작년 5월호꺼라네요...
정말 지금 다시 봐도 어찌나 매력적인지...^^
핑클이라...
정말 혈님은 핑클이 좋은가봐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