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씀 들으면서
다 그런것은 아닐텐데...난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혼자만의 다짐을 했습니다
J선생님은
총각도 아니고
수려한 외모를 가지신 것도 아니고
되려 어떻게 평가하면 좀 빠지는(?) 외모랄 수 있는 분이셨으나
괴팍하거나 고약한 분이 아니셨고
누구나 좋아하는 국어를 가르치셨고 제가 좋아하는 한문을 가르치셨기 때문에
나쁠것 없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어느 하루는 사모님이 따님을 낳으셨다고
이름을 뭐라 지을지 고민중이라 하셨을 적에
애들이 장난하느라 선생님 함자 가운데 자를 따서
춘자 라고 지으라고 해서...화가 좀 나셨었지요
그때 한창 윤시내가 인기있던 때여서
"시내" 라른 이름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신혜라고 이름지었다 하셨어요.
믿는 사람답게 믿을 신자에 지혜혜...자를 넣어서
따님 이쁘냐고 물으면
날 닮아서 안 이쁘다 하셨구요.
제가 다른사람보다 사람과의 인연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제게 잘 해준 사람 또는 내가 잘하고 싶은 사람과는 오래도록 인연이 이어지는 사람축에 속합니다.
선생님과는
이런 기억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 다닐때는 추석은 당일만 국경일로 쉬었을 뿐
안 쉬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저희 어머니께서 송편을 일찍 빚으셨던지
3색 (흰색. 분홍색. 쑥색) 송편을 만들어서 사각알류미늄 도시락에 담아서 주시기에
선생님을 가져다 드렸더니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모습도 기억하고
(우리 담임은 안가져다 드리고...J 선생님만 가져다 드렸어요)
여름 방학때는
선생님은 이 더위에 안녕하신지요? 하고 편지를 학교로 보냈더니
당직근무하러 학교에 오셨다가
제 편지를 받고 빳빳한 상장용지 뒷면에다가 답장을 써 보내주셨던 기억
(이건 정말 심하셨어요...상장에다 제 이름 석자 넣어서 보내 주셨으면 액자에 넣었을 터인데...)
졸업을 하고서도
간간히 학교를 찾아가서 선생님을 뵙기도 했고
때론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후배를 만나서
안부를 묻기도 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후배를 시켜서 꽃을 사서 보내기도 하고
커피잔 부부셋트를 선물로 보내기도 해서
저는 사모님께도 알려진 그런 제자 였습니다.
그런데 왜 제 결혼식에 선생님께 연락을 안드렸는지
그 기억이 없네요.(지금 생각해도 이건 좀 이상하네요 왜 연락을 안드렸을까?..)
졸업후 매 해 마다 선생님을 찾아뵌것은 아니었어요
미혼시절엔 바빠서 편지나 간신히 하는 정도였고
애들 어지간히 키워놓고 난 후에
해마다 한 번 정도 친구들 연락해서 떼로 몰려
학교로 찾아가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렸던 것이죠.
어떤 친구는 "야~ 우리 담임인네 너는 왜 니가 나서서 애들 몰고 다니면서
니네 담임인것 마냥 우리 담임을 니가 만나냐?" 하는 말도 들었지만
웃기는 지집애들
지들이 먼저 선생님을 챙기지 않고 내가 가자니까 그제서 따라 나섰으면서
헛소리들 하고 있네
가져라 가져 ..니 담임 너 가져라 지집애야...하고 웃겼지요
정년퇴직하면 봉화가서 사신다고
시골집 마련해 놓으시고 주일마다 시골가서 텃밭 일구시고 하시면서
자네들 휴가때 우리집에 내려와서 쉬게나...하셨는데
이제 선생님 떠나시면 사모님 혼자서 봉화 가서 외롭게 사실 이유도 없으시고
아직 미혼인 자녀가 있는 서울에 머물게 되시겠지요.
제일 친한 화옥이 에게 전화해서
선생님 소식 알리고
내일 같이 선생님 뵈러 가자 약속하고
저는 이렇게 선생님을 추억하며 적고 있습니다.
요란하지 않았지만
제 첫사랑 국어선생님 맞구요
저는 키도 작고 특별히 이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는 애도 아니었지만
J 선생님의 첫 한문시험에서 2학년 전체에서 저 혼자 100점을 맞은게 계기가 되어
선생님은 제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셨고
저를 다른 과목도 다 잘하는 학생으로 오해하시는 선생님 때문에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위해
다른 교과목까지 잘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여학생 이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저를 설레게 했고
다른 선생님은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오직 국어와 한문을 가르치신 J선생님이 저를 안다는 것 하나 때문에
학교생활에 활기가 있었고 밝은 여학생으로 졸업했습니다.
다들 졸업한다고 좋아할 적에
저만 학교를 더 다니고 싶어했다면..좀 웃긴가요?
1년만 더 다녔으면 싶더라구요
선생님을 짝사랑 했던게 확실하죠
친구들이 저를 놀리느냐고
아니 J선생님 뭐가 좋다고 넌 그렇게 열심히
학교로 찾아 다니냐고 놀리면 ...아니라고..그저 존경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존재감 없었던 키 작은 여학생은 제이름을 불러주시는 선생님을 사모했습니다.
그 분이 암으로 인한 통증으로
제 이름도 제대로 못 부르시고
웅웅 ...거리는 목소리를 내셔서 저는 아까 그 통화이후로
울상 입니다.
내일 선생님을 뵙고
뭐라 해야 할지
이 대목에서도 저는 또 웃을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 다음생生 에는 저랑 연인으로 만나실래요?" 라고 할까요?
사모님 밖에 잠깐 나가계시라고 하고
선생님 귀에다 대고...그래볼까요
"선생님 다음 생에는 저랑 연인으로 만나요"....라고
철 딱서니 없는 여고시절의 기억으로 잠시 돌아갔던 저는
틈만나면 웃을 생각을 합니다
J선생님
좀 더 건강하게 살아계셔서
신혜, 대웅이 시집장가 가는것 다 보시고
천천히 가세요
천 천 히...
첫댓글 맛깔스럽게 써내려가신 님의 글을 접하니 새삼 글의 소중함과 또 이렇게 성장시킨 그 밑바탕에 그런 선생님이 계셨구나 하는 생각으로 오늘 밤은 참 행복할 것 같은 예감입니다.님~! 모쪼록 훌륭하신 선생님과 좋은 인연 오래오래 지속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정말 간만에 좋은 글을 접해봄에 감사드립니다.
님의 칭찬에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제가 마치 신춘문예...당선이라도 된듯한 그런 ...기분 입니다
고맙습니다.
커피님 가슴찡한 추억이네요. 저에게도 님과 비슷한 짝사랑 국어 선생님이 있어서 잠시 추억을 떠 올렸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제 은사님께 잠간 이지만 천당에서 행복하시라고 기도 했습니다. 늘 보아왔지만 커피님 글 참 편하게 읽고 있어요. 새해엔 좋은일만 풍성하시고 좋은글 기다릴께요.
가슴 찡...어제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오후에 뵈러 갈거예요. 고맙습니다.
누구나 학창 시절 존경&사모하던 샘 계셨죠,,,저는 수학을 좋아 했네요,,무론 남샘이셨죠,
별론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엄청 용기잇는 호남이었죠...
제가 예전에 수학샘께 전화 드려서 샘 사모했어요,,했더니 ,,껄껄 웃으시더만요.
그라고선 "10년은 젊으진 기분이대이,,꽃뿌이 때문에~`" 그러셨지요,,,,ㅎㅎㅎ
와우...저는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느 수학이네요..저희 수학은 이귀영 선생님 이셨는데..
늘 카메라만 들고 다니셔서..수학을 배웠다는 생각보다는 저분은 사진 찍는분...그 기억 뿐이예요.
ㅎ ㅎ ㅎ
사모님 옆에 계셔도 다음 생에 연인으로 만나자 해도 괜찮아요...선생님께 인정을 받았기에 다른 과목까지 공부했다는 대목에서 맞어...하는 생각이 드네요....
엄청 힘들었어요...다른과목은 완전 바닦인데...다른 것도 잘하는 척 하느라 ㅎ ㅎ ㅎ
쩝..ㅎ ㅎ ㅎ
사모님이 곁에서 들으시면...웃으시겠죠? ㅋ ㅋㅋ 제발 그렇게 하슈..이러실라나...ㅎ ㅎ ㅎ
난 여고때 영어를 좀 했고 또 영어 셈이 좋았다는....ㅎㅎㅎㅎ
그러고 보니...영어 선생님이 쬐끔..저를 편애 하셨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고...이쁜짓 한 번 했더니..ㅎ ㅎ ㅎ
저 그 영어선생님 때문에 디게 창피했었어요...표시나게 이뻐해 주셔서리..
에이...그런데 국어샘이나 영어샘이나 디게 못난이 선생님 들 이세요 ㅋ ㅋ ㅋ
두 분다 사모님이 선생님 이시기도 했구요...
원래 짝사랑 한 선생님의 과목에 따라 그 과목은 잘하게 되어 있지요.
어떤 선배가 사회 선생님을 무쟈게 좋아 하더군요.
또 어떤 선배는 미술 선상님 좋아하구요.
근디 학창시절 짝사랑 했던 여학생들은 다들 이뻣시유
커피님! 무진장 이뻣을 꺼라는... 진짜 이뿌져? ㅎㅎㅎ
엥...이 이론은 뭔 이론 이래유?
혹시 여학생이 이쁘면 선생님이 학생을 짝사랑 한다?...그말씀 이실까요?
저...그냥 밋밋한 학생 이었어요.
교칙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바보팅이 였지요
커피님! 선생님이 그렇다는게 아니공
그 시대는 이쁜(착한시대) 여학생들이 인기가 많았답니다
커피님은 한문박사 이니까 특별했던 것 가터용
또한 내 상상으로 커피님 이뻣을 꺼구요.
추억의 강물처럼 흐르는 이 한 편의 장편掌編소설 같은 이야기가 문득 나의 짝사랑을 연상케하누나. 오늘 밤 내 짝사랑 야그를 써 볼꺼나.... 히히히!
님의 짝사랑도 잘 계시겠지요
그 모든게 추억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중학교 3년때 국어선생님 윤종관님 무척 저를 아껴주고 좋아해서 국어시간만 되면 생기가 넘쳣어요.
몇년전부터 수소문 해봐지면... 고인이 되신지 오래됬지요. 지금도 눈에 삼삼해요
저는 중학교를 어떻게 다녔는가 싶게
공부도 못했고...그나마 고등학교 가서 사람되었답니다.
에효..저는 중삼때 한문시간에, 한문샘이 덩치가 좋으셨거던요...정말 바위만한 주먹으로 꿀밤을 먹었던 기억이 나서 혼자 웃습니다. 그때 반대어 공부를 하는데..'새 신'자의 반대말은?'헌 신'~~ㅎㅎㅎ그래서 그만~~~
새신의 반대말은 헌신 맞는데...ㅋ ㅋ
재치있는 대답에 꿀밤을 주시다니...
아버지 덕분에 저는 한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한문에 관심있구요.
배우신 한문은 기억하고 계신거죠?
거의 다 잊었어요..ㅎㅎㅎㅎ공부랑 거리가 멀어욤~~
겸손..
아직도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군요 ^^
스물세살 때쯤인가 서예학원에 세 달간 다녔어요
그 때 같이 서예 배웠던 여섯살 위 임미경언니하고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구요
서예 가르쳐 주셨던 목천선생님과도 연락하며 산답니다.
금년엔 목천 선생님 계시는 홍천에 놀러갈겁니다.
인연을 소중히생각하는 커피님의 면목이보이는글입니다
아무나 이렇게 오랜시간 인연을 맺어오는게 아니거든요
그저 추억으로 흘려버렸을수도있는일들을 잘 지켜오신듯해요
진실이 묻어나는 커피님의글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선생님또한 그인연 소중히 기억하시며 계실듯해요
더욱~사랑스러워지는 커피님~ㅎㅎㅎ
고맙습니다
과한 칭찬에 제가 부끄럽습니다
내두 한문은 좋아했지만 선생님은 벨루 였네여. 그 시절에도 꼭 되는 미모에다가 꽉 끼는 미니스커트 부라우스를 입구 와서리
애들 혼을 빼놓는 바람에 허구헌 날 쌩참외한티 dg게 단체로 맞았거든여 ㅎ
쌩참외? 그게 뭐예요?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곱게 담겨있습니다.
오랜 병환에서 훌훌털고 일어 나시고 아들딸 시집장가 다 보내시고
천천히 가시길 저도 합께 기원합니다 ~~~
네 고맙습니다
기적처럼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커피씨..글을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일어나네요..
커피님과의 인연으로 선생님이 행복하시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웃음 가득한 사제간의 상봉이 되시길...
님도 저를 커피씨라 부르셈?
나도 청계씨..라고 부를까부다
사모님도 오늘 첨 뵙는거예요..목소리는 여러번 들었지만...
J
선생님은
행복하신분입니다.
이토록
긴 세월을 두고
잊지 않고
서로를
보고싶어 하니
말입니다.
좋은
소식
있으시기를
샘새암님
선생님은 제가 생각했던것보다
아주 심각하셨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정도로...
어머나! 주책이야~ 괜히 눈물이 나네요....
우리 어릴때 조금만 관심 갖어주시면 온세상이 내것 같았지요...
저도 여고 2학년때 담임선생님 권명자님이 그렇게 많은 배려와 사랑을
주셨는데 워낙 말수적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그랬답니다...
그렇게 소극적이다보니 졸업과 동시에 연락도 두절되었고요...
커피님처럼 그렇게 긴 인연이 있다는게 많이, 많이 부럽네요....
선생님의 관심 덕분에
참 즐거운 여고시절 이었습니다
네...용호맘님도 이미 제 인연의 울타리 안에 계십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아무래도 선생님과 제자가 제일 잘 어울리겠지요
아무말도...못하고 왔습니다
나의 존재감을 키워 주신 분들!!
십 년이 가도 백 년이 가도 아니 잊힙니다.
마음껏 존경하세여~!!^^*
네...어제 처음 뵌 사모님 까지도
저는 존경합니다.
근사한 분이시더라구요...
아~~~ 그래서 국어과목과 한문과목을 좋아한다고 하셨구나~~ㅎㅎㅎ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요 ^^
만약, 그 선생님께서 영어선생님이였다면.........님은 해외파로 성장 했을지도 ^^
정말 그랬을 까요?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님의 생각이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