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욕조로 쓰면 좋을듯한 요양원 씽크대에서 시금치를 씻다가 소용돌이치는 물결속에서 깜짝 소용돌이치는 작은 물체를 만났을 때 생물인지 기물인지 요상스러운 고 작은 몸체를 내 손으로 받았을 때 스르르르 어쩜 와이파이 아이콘 같은 긴 더듬이에 눈망울을 훌쩍 올려 놓은 달팽이가 허공에서 방향 탐지를 할 때 그 안테나에 내 얼굴은 감지되었을까?
소용돌이치며 내려가는 씽크대 물에 고 어린것 물미끄럼 차마 태울 수 없어 만추에 잎을 떨구는 관악산 자락의 조리실 밖 풀숲 생명체를 생각하다가 새 환경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온실 세계에서 건너 왔을 작은 달팽인 풀숲 보단 그나마 내 집 화분이 나으리라 동료의 커피가 담겼던 종이컵을 찾다가 종이컵의 문을 조심스레 닫다가 집에서 나와 뱅글뱅글 돌다 돌아가는 달팽이랑 나도 연관 있을지 모른다는 귓가에 번개처럼 꽂히는 달팽이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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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한 다수가 번개처럼 모여 드는 도시인의 희망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하교길을 한꺼번에 교문을 몰려나오는 아이들처럼 우르르 말문을 열어젖히던 그 사람, 오랫동안 갇혀 지내던 자신의 말을 막을 방법을 찾아 미역국에 밥을 첨벙 말아서는 이레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말문을 막고서 저 깊은 귓속으로 달팽이관을 숨기고는 달팽이 노래로 달팽이관을 울렸던 그 사람은 그의 달팽이 하나를 내게로 보낸 것일까?
달팽이를 내 집 화분으로 데려왔고 채소전에서 푸성귀를 날라다 주었고 다음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밤 사이에 휴거라도 일어났던 것일까? 끈적이는 발자취도 없다 화분 밑을 수색해도 성과는 없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보여주던 와이파이 공유기의 수신 안테나 같았던 달팽이의 더듬이를 내가 흉내내면서 감지되지 않는 그의 주파수를 벽에 부딪힌 허공을 휘돌아 본다 어디선가 별똥별,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우르르 말문을 열어 준 사람이 보내 온, 별똥별 아주 저편의 그리움일지도 모릅니다 달팽이 한 마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나, 살면서 한번쯤을 겪었을 배춧닢이 제 집으로 알고 딸려온 달팽이에서 연민을 느끼는, 포근함 속으로 빠졌습니다. 과학적으로 달팽이의 행방은 찾지 않아도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므로 , 화분 어디엔가 있으려니 하세요. 달팽이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실 것 !!
첫댓글 별똥별은 이미 떨어졌을겁니다
ㅎ
그렇겠지요~^^
https://youtu.be/HJOwhrsrXrg
이적 / 달팽이
PLAY
저도 이적의 달팽이를
본문에 삽입할까 했었습니다.
오분전선배님, 감사합니다 ~^^
@균희 이 노래가 다분히 철학적 의미가
@오분전 네, 그래서 많이들 좋아했지요~^^
잔잔하게 가슴에 와닿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잔잔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운꿈 꾸시는 멋진밤 되시길요~^^
달팽이 식성을 화분이
감당할 수 없을겁니다 ㅎ
먹는 것은 잘 먹었거든요~^^
@균희 가기도 잘 갑니다
하루에 100m 정도 가요 ㅎ
@호 태 대체 어딜 갔을까요?
날도 추운데...
@균희 아마 싱크대로
@오분전 거긴 블랙홀인뎅
우르르 말문을 열어 준 사람이 보내 온, 별똥별 아주 저편의 그리움일지도 모릅니다
달팽이 한 마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나, 살면서 한번쯤을 겪었을 배춧닢이 제 집으로 알고 딸려온 달팽이에서 연민을 느끼는, 포근함 속으로 빠졌습니다.
과학적으로 달팽이의 행방은 찾지 않아도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므로 , 화분 어디엔가 있으려니 하세요.
달팽이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실 것 !!
이성으론 아니라고 결정된 감정이
신경을 자꾸 건드려 옵니다.
분명히 아닌데 이건 아닌데...
그런데도 자꾸 끌어당기는 것
그게 바로 사기의 진수겠지요. ㅎ
사기꾼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합니다.
사기를 당한다는 것은 한때나마
스스로 사기에 빠져드는
즐거운 유희거든요~^^
@균희 체포영장을 발부해드립니다
그대 마음을 흔들게 한 죄.
영원한 유희 안에 남아있게 하소서 ~ㅋ
부러워라 ~ㅠㅠ
고 녀석 ~ㅋㅋ
@오분전 그게 체포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ㅎ
부럽긴요.
당사자는 몹시 언짢아 하겠지요~^^
@균희 어차피 다시 잡히지 않을 것이니 ~~~
쪼잔하게 언짢아 하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