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전만 해도 중독증은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넘어 정보산업이 발달하면서 중독증상도 복잡해 졌습니다. 후궁제도가 없었던 유럽에서 로마황제 네로는 자신의 게이친구였던 오토의 부인인 매력적인 Poppaea Sabina와 결혼하려고 본 부인을 살해했습니다. 그래서 네로의 부인이 된 포파에아 사비나는 심한 화장 중독증 때문에, 화장 시녀가 200여명, 당나귀 관리하는 노예가 500명이 있었으며 고운 피부유지를 위해 매일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Beauty Mask는 아주 독특하였기 때문에 "포파에아의 마스크"라고 불렸고, 그녀의 화장중독으로 인해 남자들의 화장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중독
어제『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교육으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가정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녀들의 학창 시절동안 모든 수입을 자녀들의 각종 사교육과 해외연수, 해외여행에 쏟아 부었습니다. 마침내 자녀들은 결혼을 하여 독립했지만 부모를 부양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고, 부모들은 대학학자금대출의 빚더미와 변변한 집 하나 없는 상태로 50대 중반에 노후대책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 도적질을 당해 버렸다고 한탄합니다.
모든 중독은 호기심이나 불안에서 출발하고, 불안하면 무엇이든 쉽게 중독되고, 일단 중독된 후에 지속하지 않으면 더 악화되고 파괴적이 됩니다. 또, 마약, 도박, 알코올, 섹스 ... 등 일반적으로 규정된 사회악에 중독되면, 경고와 감시를 받기도 하고 중독자는 격리되기도 하므로 자각증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쉽게 빠져들면서도 스스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자각증세를 심각하게 느낄 수 없는 중독이 있습니다. 바로 포파에아의 화장중독이나, 최근에 등장한 성형, 인터넷게임, 휴대전화, 쇼핑, 일, 서프눈팅?....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은 하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않으려는 사교육중독입니다.
중독은 그것을 하는 행위에서 불안감이 없어지고 쾌감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도박을 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다량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도파민이 떨어지면 뇌는 쾌감을 얻기 위한 유혹의 신호를 보냅니다. 그래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데 불행히도 같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하게 됩니다.
▶ 사교육중독 단계
그런 중독 중에서도 사교육중독은 가장 심각하며 일정한 단계를 거치며 악화됩니다.
[초기단계]인 유딩 시기에는 지능발달에 영향이 미미한 완성된 완구류나 조기천재교육이나 태극기 외우기 등에 목숨을 걸기도 하며, 기초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사회성이 떨어져 왕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때부터 이미 잡학습득이 목적이 되어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인 소통이 단절되기 시작합니다.
[진행단계]인 초딩 저학년 시기는 팔방미인을 만들려는 욕심으로 다양한 재능을 키우려고 예능분야의 사교육을 합니다. 여러 가지 학습 집단에 등록하면 사회성이 발달될 것이라 착각하며 항목을 추가하며 안심합니다.
[위기단계]인 초딩 고학년이 되면 성적에 민감해져서 종합학원에 보내는데, 사교육이 효과가 적음을 막연히 인지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과목수를 늘리고, 학원에서 공부하면 학교보다 공부를 잘 할 거라고 믿습니다. 아이를 일단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면 중단하거나 조절해 보려고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되어 학원에 안 간다는 생각만 해도 불안과 초조가 엄습합니다.
[만성적 중독단계]인 중딩이 되면 강박증상이 심각해져 가족생활과 비용과 시간과 거리나 취미나 건강 등을 무시하고 남용(abuse)과 의존(dependence)상태가 되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비용도 문제 삼지 않으며 학교에 관계된 모든 것을 무조건 사교육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남용단계]가 되면 내성(동일용량 사용 시 효과 감소/같은 효과 얻기 위해 양이 증가)과 금단증상(중단시 특징적 불안 증상/ 증상 피하기 위해 강화)이 나타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와 아이 모두, 학원에 안 가면 몹시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이의 친구들을 적으로 인식하며 그들의 정보를 모으고 민감해 지고,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과 모든 생활을 사교육 안팍에서 해결합니다.
마침내, 의존한 만큼의 결과가 없어 아이와 부모들이 사교육을 불평하고 중단하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사교육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고 그 결과에 매번 수치심을 느끼거나 후회하면서도 스스로 합리화하거나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스스로 홀로 학습을 하는데 자신감이 사라지고 사교육이 없으면 불안해서 못살게 되고 결국 가족관계까지 파괴되는 것입니다.
▶ 사교육중독의 후유증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상황이나 혼자 무언가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불안하다면, 부모는 스스로 학원중독이 아닌지 한번쯤 심각하게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국교육상담연구원 최원호 원장(한영신학대 겸임 교수)은 지적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학원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다니는 우리 아이가,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중학생인 그 아이는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가 오후 4시쯤 잠깐 집에 돌아와 간식을 먹고, 다시 학원으로 뛰어가 빠르면 11시, 늦을 땐 새벽 두 시에 집에 돌아옵니다. 아이는 학교 숙제는 원래 안 하고, 학원 숙제를 하기에도 빠듯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잠도 모자랍니다. 다른 사람(선생님, 강사)의 말을 듣고 수동적으로 받아 적는 시간으로 하루가 채워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은 단 한 시간도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말은 남의 나라 얘기죠.”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세운 작은 목표, 예를 들면 오늘은 꼭 과학 숙제를 하고 자겠다, 이를 세 번 닦겠다, 줄넘기를 잘 하는 사람이 되겠다…이런 약속을 스스로 하고, 또 지키면서 아이는 자아존중감이 생기고 성취감도 느낍니다. 그런데 하루 24시간 누군가 짜놓은 일정대로 움직이는 생활을 10년 이상 지속하니, 스스로 무언가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틈이 없겠죠. 우리 애는 도통 하고 싶은 것이 없대요, 꿈이 없어요, 이런 얘기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채근할 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학원중독은 부모로부터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에게로 ‘전이’되어, 아이 역시 학원에 가지 않는 상황을 못 견디고, 스스로 가만히 있는 시간, 자유롭게 무언가 할 수 있는 시간을 오히려 불편하게 여기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 벗어나기
그러면 중독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당근 죽는 한이 있어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할 뿐입니다. 얼마만큼 결심하느냐에 따라 아이들과 부모들의 운명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독은 스스로 인지한 결단만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반복하는 것이 일정 정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의지로만 안 된다면, 공교육 전문가나 학교교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최 원장은 사교육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무조건 아이를 믿어라. 사교육을 중단하면 일시적으로 성적이 떨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 시간을 갖고 기다려라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차분하게 적어보라.
▷아이가 사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라.
▷부모가 원하는 것, 아이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라.
▷서로 고쳐야할 부분과 지켜야할 약속을 정하고 문서로 작성하라,
고 권합니다. 최 원장은 “아이가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분량을 정해 규칙적으로 실천하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 본 뒤 이를 부모가 인정하고 협조하도록 했더니, 아이의 성적이 좋아지는 것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교육자들이 혁신적인 생각으로 공교육을 아이들의 재능과 글로벌 정보화시대에 맞게 개혁해야만 하지만, 그때까지는 반칙을 위하여 이기적인 공을 들이지 말고 아이들의 정정당당함을 믿어 줘야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홀로서기 하는 것만큼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인위적으로 아이들을 로봇처럼 조정하려다 실패하지 말고, 우리 부모들과 교육자들은 바른 가치관으로 그들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남과 내 아이 구분 없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마음으로 믿고 도와주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