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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영국 런던. 템즈 강 주위의 어느 커피숍 안.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느 여성이 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빵빵한 에어컨 탓에 가게 안에 앉아 있어서 조금은 춥다고 느낄 정도지만, 여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인 듯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는 식은땀이 그 증거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은 직원의 말소리가 여성의 고개를 이끈다. 어쩌면 지금 들어온 손님이 자신을 찾아온 손님일 거라는 예측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그녀는 방금 들어온 금발머리의 손님을 알아보고는, 손을 올려 그를 불렀다. 손님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Yes, sir.”ㅡ부르셨습니까.ㅡ
“Yeah, sit down.”
40대 중반의 여성, 서린 양모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 금발머리의 청년이다.
이어 직원이 다가와 차림표를 탁자에 내린다.
“Would you like to order?”
“Hot coffee.”
“Kiwi juice please.”
“Yes.”
직원이 차림표를 갖고 간 뒤 청년이 먼저 입을 연다.
“Is a long time. Would pay the health?”ㅡ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건강하셨는지요?ㅡ
“Well, sort of.”ㅡ음, 그럭저럭.ㅡ
“Runa Health How you doing?”
청년의 물음을 들은 양모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대답했다.
“Is not so bad. You're freaked out, remove your name. Finally broke the glasses, and the PDA in the hands of Runa. Medy and we run away, come back to London was like.” ㅡ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네 이름만 꺼내도 기겁을 하는구나. 결국 유리잔과 PDA만 루나의 손에 부서졌어. 메디와 우리는 도망가는 것처럼 런던으로 돌아와야 했고.ㅡ
물이 든 유리잔을 들던 청년의 손이 흠칫 멈춘다.
“PDA stuff? So what about the phone number!” ㅡPDA를요? 그럼 번호는요!ㅡ
양모는 고개를 내저었다.
“I do not know. Do not call us've heard in a while. Man, and that living with two dates, so I thought I better shape and she is not.” ㅡ몰라. 우리한테도 한동안 연락을 끊자고 하더구나. 남자, 그것도 두 명이랑 같이 동거를 하고 있어서 다 나은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다.ㅡ
청년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직원이 커피와 키위주스를 놓고 간 뒤, 두 남녀의 대화가 다시 이어진다.
“Ricky.”
“Yes.”
“Time, seems to need a little more.” ㅡ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ㅡ
청년은 들던 키위주스를 내려두고 묻는다.
“It's been six years, but the lack of it?” ㅡ6년으로도 부족하다는 건가요?ㅡ
“Maybe I'll put the rest of your life.” ㅡ어쩌면 평생 저럴 지도 모른다.ㅡ
“The impossible!” ㅡ설마!ㅡ
“That you are dropped.”ㅡ그만큼 네가 심했다는 거야.ㅡ
정곡을 찔려버린 청년, 리키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고, 양모는 커피만 마셔댔다. 뜨거운데도 잘 넘기는 이유는 커피숍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는 것에 있다.
리키도 키위주스를 마시며 긴 대화를 뒤로 하고 한숨을 돌린다.
2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리키는 손으로 키위주스의 잔을 매만지며 중얼거리듯 말한다.
“Oh, I guess, are not forgiven.” ㅡ이런 저, 용서 안 되시겠죠.ㅡ
“Marriage, divorce 6 years ago that changed, after that you do not have any news for me, is enough for us. But, Runa is not nothing to tell.” ㅡ결혼이 6년 전에 이혼으로 변했다는 것과,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로서는 충분하다. 하지만 루나한테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다.ㅡ
“Sorry, no honor.” ㅡ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ㅡ
“Know that's.” ㅡ알면 됐네.ㅡ
양모는 조금 거칠게 대답한 뒤 커피를 마저 마셨다. 손을 들어 직원을 부른 그녀는 커피 한 잔 더 부탁했다. 반면 아직 주스가 남은 리키는 직원을 그냥 보낸다.
“I ask one of you?”
“Yes, please tell.”
“My daughter to meet her, what's your point?” ㅡ내 딸 루나를 만나서 대체 뭘 하고 싶은 건가?ㅡ
“I do not know yet.”
계획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버린 양모의 얼굴에 냉소가 스쳐지나간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다.
추가로 나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양모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Well, not difficult. Measures are not built correctly, you can not entrust her again blindly.” ㅡ그럼 곤란하지. 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너에게 또 다시 함부로 루나를 맡길 수는 없어.ㅡ
“Perhaps.” ㅡ그러시겠죠.ㅡ
짧게 대답한 리키는 키위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그녀를 조심스레 불러본다.
“Mother.”
서린 양모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What? What did you say now? Who am your mother? I let to you, so do you see? Just lightly <Aunt> I want to be called.” ㅡ뭐라고?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누가 네 어머니야? 내가 자네한테 그렇게 너그럽게 보이나? 그냥 가볍게 <아줌마>라고 불러주게.ㅡ
“Yes, it will be.”
리키는 얼른 어깨의 힘을 뺀다.
“Please, please help me.”
“Hate.” ㅡ싫네.ㅡ
“Give one more time.”
“I can not believe it. But, of course, do not forgive.”
“For me, the Runa is required, is necessary.”
“Runa for a week in the hospital told you that before!”
신경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양모의 올라간 억양에, 리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까 스치듯 양모가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 리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지듯 묻는다.
“I did not have forgiveness?” ㅡ아까 용서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ㅡ
“When I.” ㅡ내가 언제.ㅡ
“Did not you did is enough?” ㅡ충분하다고 하셨지 않으셨나요?ㅡ
“The words that you heard? Well, I did not. To understand the situation you find Runa was right.” ㅡ그 말을 그렇게 들었나? 그럼 잘 못 들었어. 루나를 찾는 자네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말이었어.ㅡ
“…….”
반박을 하지 못 한 리키는 키위주스만 마셨다.
“You'll find stop Runa.” ㅡ자네, 루나 찾는 거 그만두게.ㅡ
“I will not.”
“Command's!” ㅡ명령이야!ㅡ
서린 양모의 강력한 어조에 리키는 황당한 얼굴을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 했다. 잘못은 자신이 먼저 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Runa no longer drop to the floor, do not let it go. First, you've betrayed someone, you can not say if you want to dare the side of her, is not it? Why was that Runa. It's not you.” ㅡ더 이상 루나를 바닥으로 떨어트리지 말고 그만 둬. 누가 먼저 배신했는지, 잘 생각한다면 감히 루나 옆으로 가겠다는 말은 할 수도 없지 않나? 루나가 왜 저렇게 됐는데. 자네 때문 아닌가.ㅡ
“…….”
“First I'll stand up. Do not touch that does not want to see again.” ㅡ먼저 일어서겠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 연락하지 말게나.ㅡ
“…….”
양모는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커피숍을 나갔다.
혼자 남은 리키는 주먹을 꾹 쥐었다.
“난 멈추지 않아.”
놀랍게도 그는 한국어를 자연스레 구사했다.
수연이 서린의 집에 들이닥치고 사흘 후 있었던 일이다.
***
8월 22일 수요일.
늦여름 기운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에 모인 네 명의 남녀. 며칠 있겠다던 수연은 기어이 터를 잡았다.
후루룩 짭짭 식사를 한창 하던 넷. 미역 들어간 오이냉국을 한 입 먹은 강혁의 시선이 갑자기 수연에게로 꽂힌다.
“집에 좀 가죠?”
“그러는 윤 사장님은요.”
수연의 돌아오는 물음에, 강혁은 어깨에 힘을 살짝 주면서 대꾸한다.
“저는 조건부지요. 사장 안 하면 집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게 더 편한 거 아닌가요?”
“여보세요 차서린 형사님.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까지 계시고, 심지어는 고모할머니도 계시는 집에, 댁 같으면 있고 싶겠어요?”
“…….”
넋을 잃어버리는 세 남녀다.
“한 명이라도 집을 나가 있어야 어머니께서 편하시지 않겠어요? 문안인사 여쭈러 다니지 않으려면 나와 있는 게 편해요. 오죽하면 아버지가 협박까지 하셨겠어요? [문안인사 여쭐래, 사장하고 집 나가서 편하게 살래?] 라고요. 그러니, 다른 조건 같은 거 없는 정 순경은 집에 돌아가시라니까요? 안 좁아요? 지금이 겨울도 아니고.”
“안 좁아요.”
“정말 안 가요?”
“안 가요.”
“왜 안 가요?”
너무 끈질기게 굴고 있소, 강혁 그대. 심문이나 취조를 방불케 하는 강혁의 험악한 분위기, 보다 못 한 진우가 나선다.
“강혁아, 지금 따지니?”
“솔직히, 좀 거슬리는 건 사실이야.”
차 형사한테만 신경을 써도 부족할 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건 댁도 마찬가지라는 거 몰라요?”
이번에는 서린의 화살이 날아든다.
강혁이 자신을 보자, 서린은 그대로 밀고 나간다.
“이 집을 제일 먼저 산 건 저거든요? 방세 왜 안 내요! 안 낼 거면 이달 안으로 방 빼세요. 2층에 우리 정 순경 올리게.”
“저도 상황 설명 했잖습니까.”
“정 순경도 했잖아요, 뭐가 다른데?”
싸움 날 지경이다. 아니지, 이미 말싸움이 난 건가?
“차 형사님 진정해요, 강혁이도 좀 참아.”
젓가락으로 서로를 가리키며 으르렁거리는 강혁과 서린을 보며 진우가 말려보지만 쉽지 않다.
“저기~.”
자신 때문에 사태가 이렇게 됐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연은 시계를 힐끔 쳐다본 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행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모은다.
“지금 9시 넘었거든요?”
세 남녀의 머리 위로 황금색의 대야가 하나씩 떨어진다. 말 그대로 충격사태. 하지만 수연의 발언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수요일이거든요?”
대야 하나 추가요~
“모두 지각이거든요?”
마지막 하나는 스페셜 보너스!
식탁 치울 생각도 못 하고, 넷은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있는 각자의 양복 재킷과 제복 상의, 흰색 재킷을 손에 들고 우르르르 나간다.
“차 형사 사건 있어요?”
“법원 가요!”
“법원?”
“예. 배심원 자격으로 가는 거예요.”
서린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올랐고, 정 순경도 인사 한 마디 없이 부랴부랴 조수석에 오른다.
“법원에 배심원 자격으로? 무슨 일이지?”
“얼른 타, 아버님 전화 오시기 전에!”
전화? 아, 그렇지!
뒷자리에 올라 탄 강혁은 PDA를 꺼내서 꺼버렸다.
안전벨트 매다가 그 모습을 본 진우의 얼굴이 멍해진다.
“지금 무슨 짓이야?”
“바빠서 전화 꺼놨다고 하면 돼, 얼른 가.”
진우는 걱정스런 얼굴로 핸들을 잡았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역사를 다시 쓰다!
말싸움 하면서 시간 다 보내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엉망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