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에 생각나는 것들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몇몇 냉소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피해지역이 강남이라서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무관심에서부터, 강남사람들이 당한 피해에 뭔지 모르게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섬뜩한 표현은, 평소에 내재되었던 반응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의 조건반사 같았다. 이러한 감정의 발산은 혹 지난 정권에서 이 지역에 무차별하게 세금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전투적 수사학을 학습한 효과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한다는 말은 질투를 생리적으로 배태하여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우리의 심성일까? 이 말은 원래 아주 좋은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일제강점 시대에 그들이 우리민족성을 폄하하기 위해 왜곡시킨 말이라고도 전해진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 그 땅에 설사라도 해서 거름을 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갸륵한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이처럼 아름답고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특정지역 사람들의 불행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반응은 어쩌면 비뚤어진 사회적 병리현상이라고 만 치부할 수 없을 것 같다. 경쟁시장에서 항상 낙오자는 있게 마련이지만 지구촌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첨단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들과 단순 노동계층간의 소득불균형 격차가 초래한 세계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균열단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단층 간의 불균형균열이 팽배하게 되면 계층 간의 갈등으로 전환되어 사회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부의 재분배를 위해 친 서민정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도 미국 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도입된 대출확대정책이 원인이며, 모든 금융위기는 정치적 요인에 비롯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집중폭우와 산사태를 보면서 생각해본 것은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너무 자연을 훼손하고 괴롭혀 온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다. 자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단순한 자산으로만 보지 말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주체로 보아 서로 공존해야할 대상임을 깨달아야하며, 위험이란 검은 백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잠재해있으므로 모든 재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손해보험회사들도 위험분산을 위해 재난채권을 발행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태로 자동차보험회사에 잠정 접수된 침수차량과 보험회사가 부담해야할 보상액이 상당이 높게 추정되어 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보험회사의 기본적 위험관리는 보험계약의 수를 늘려가면서 고유의 위험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선택 이론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같이 초대형 재난이 발생한다면 보험회사에게는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처럼 확률이 낮은 재난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보험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 재난채권의 아이디어이다.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는 재난채권의 원리금지불에 사용되고 재난발생 시에는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야 할 원금상환을 감액시켜 보험가입자에게 피해액의 일부를 보상해줌으로써 시장의 위험을 분산시켜주는 제도이다.
그날 아침, 어느 고3 아버지는 보충수업을 듣는 딸아이를 학교에 태워주고 돌아오는 길에 산사태에 휩싸여 불귀의 객이 되었다고 한다. 복지사회란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에도 구성원들에게 위험을 회피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정비하는 사회이다. 무상으로 급식을 시켜주는 일보다 먼저 예산이 집행되어야 할 곳은 안전지대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개선시켜주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물려주는 것이 복지의 첫 걸음이라는 것을 정치인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고 실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