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입구에 약수터가 있다. 끈적끈적하고 푹푹 찌는 날의 피곤함을 가시게 하는 차가운 물이다. 산에 들자 짙은 소나무숲이 그늘을 내준다. 산 위에서 바람이 마중 나와 반긴다. 더워도 산에 오길 잘했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두런두런 얘길 나누며 걸어도 지장 없는 완만한 길을 따라 서서히 몸을 푼다. 가팔라져 땀이 나자 모기떼가 앵앵거려 계속 신경이 쓰인다.
커다란 바위 아래 굴이 있다. 5m 정도로 깊진 않지만 최덕봉씨는 6·25 때 사람들이 피란 왔던 굴이라고 설명한다. 가파른 바위길이지만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위험한 데는 없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들쯤 시원한 약수터가 있는 보리암이 나온다.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암자로 근래에 공사를 거듭해 예스러운 분위기는 없으나 깔끔하다. 절벽에 자리 잡아 경치가 시원해 땀 식히기 딱 좋다.
- ▲ 추월산 상봉 오름길에서 본 담양호.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화려한 풍경을 연출한다. 영상미디어 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여인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웠으나 모함으로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부인이 왜적에 쫓기다 암자 아래 절벽으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길게 늘어선 계단을 오르자 상봉 정상이다. 이정표에는 '보리암 정상'이라 되어 있다. 보리암 뒷산 꼭대기란 뜻일 것이다. 상봉은 추월산에서 가장 아리따운 담양호 전망을 보여준다. 호수의 기묘한 굴곡과 아기자기한 산등성이의 부드러운 흘러내림이 조화로워 제아무리 무뚝뚝한 이라도 감탄을 금하기 힘든 광경이다.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길, 몇 걸음 안 가 다시 전망바위다. 주능선의 힘찬 꿈틀거림이 펼쳐진다. 진한 초록으로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엔 바위산의 힘과 흙산의 부드러움이 알맞게 어우러져 있다.
최씨의 말처럼 정상에서 본 화려한 경치가 우리나라 어느 산과 견주어도 모자람 없다. 남서쪽은 너른 평야가 예쁘장한 색깔로 자릴 잡았고 그 사이사이를 작은 산등성이들이 헤엄치는 거북이처럼 떠 있다. 북서쪽은 백암산을 필두로 내장산 국립공원의 산들이 빽빽하여 깊은 산중 같은 분위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치를 즐기다 내려서니 월계마을 어디선가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 추월산은 관광단지에서 출발해 보리암과 상봉을 거쳐 능선을 따라 정상에 선 다음 월계리로 내려서는 게 일반적이다. 관광단지를 기점으로 도는 원점회귀코스(난이도: 별 다섯 개 기준 ★★)는 7㎞에 4~5시간 정도 걸리며 바위길에는 계단이 있어 위험구간이라 할 만한 데는 없다. 다만 상봉으로 이어진 계단이 가팔라 땀깨나 쏟아야 꼭대기에 설 수 있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길 찾기는 쉽다. 산행이 끝나는 월계리에서는 도로 따라 500m만 남쪽으로 가면 산 입구였던 관광단지에 닿는다.
●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담양 가는 버스를 타고 담양으로 와서, 303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303번 버스는 쌍태행, 와산행, 가마골행이 있는데 가마골행 버스를 타고 추월산관광단지에서 하차한다. 1일 9회(06:40, 08:20, 10:00, 12:00, 13:20, 15:00, 17:30, 18:40, 20:10) 운행한다. 40분 소요에 요금은 1300원이다.
추월산관광단지에서 담양터미널로 가는 버스 역시 1일 9회(가마골 출발 기준 07:10, 09:20, 10:40, 12:40, 14:40, 15:40, 18:10, 19:20, 20:40) 있다. 가마골에서 출발해 관광단지까지 오는데 10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