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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논평 ** 화요논평 (2009년 4월 14일) 언어 현상학과 시차적 관점
아이온 추천 0 조회 673 09.04.14 13:04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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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4.14 23:46

    첫댓글 오늘 낮부터 아이온님의 글을 출력해서 읽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홍상수 <해변의 여인>에서 이 장면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상 깊을 것이고, 또한 여러 방면에서 회자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지배적인 환상이나 강한 이미지가 사태 그 자체나 실재를 왜곡을 시키는 과정에 대한 예시로 이 부분을 들어주셨는데, 아이온님께서 미처 못다 하신 숨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고원의 천부적인 이야기꾼 ‘이자크 디네센’이라 불릴만한 아이온님께서는 늘 바쁜 분인지라,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 들려주십사는 청을 드려봅니다.

  • 작성자 09.04.15 01:16

    아니, 디네센을?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못들은 걸로 하구요. 말씀하신 홍상수 감독의 그 장면은 이미지로 설명되지요. 저는 그와 비슷한 취지로 이를 우리 일상 언어로 공유하고 있는 데서 발생하는 환상적인 극대화 과정의 좋은 예로 들고 싶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의 지각, 통각, 상상의 영역은 해석의 문제와 맞물려 있고 그러한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를 저는 초월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인간이 그러한 강한 이미지를 갖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위반(transgression)이지요. 그 위반의 과정이 일상적으로 '표상'이 되는거겠구요. 문제는 표상이라 하는 것이 모든 문화/시대를 주도할 때 일 것 입니다.

  • 작성자 09.04.15 09:08

    우리는 이 궁극적이고 지배적인 원리를 팬타즘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감독이 환상 극대화과정을 아메바 모습의 실재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먼저 내게 친숙한 중요한 몇 꼭지를 '선택하고'(select) 그 다음 '배제하는' (exclude) 수순을 밟는거죠. 우리의 강철같은 의지에 기초한 근대화 과정과 철학적인 진리 역시 사실 이러한 과정을 부추기는 기능을 하죠. 특히 진리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한국의 교육현실, 우리나라의 인정 구조 등은 어떻습니까? 너무 많은 것들이 배제되고 중요치 않은 요소들이 버젓이 사안의 핵심이 되고 있지요. 이와 관련된 예는 모모님께서 저보다 더 생생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09.04.15 11:44

    사실 디네센은 제가 닮고 싶은 영혼이기도 합니다. 아이온님을 디네센에 비유한 것은 아이온님 특유의 재능(?)을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아이온님만큼 타인 안에 내재되어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분을 만나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칫 상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만치 상대의 ‘급소’를 자극해서 스스로 자신의 사유를 펼치게끔 하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계신 분이 바로 아이온님이시지요. 저도 아이온님께 던진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하긴 했습니다만, 특별히 건진 것은 없습니다. 중래가 다가가고자 하는 실체는 긍정, 부정적인 부분이 함께 어우러진 문숙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형태의 도형,

  • 09.04.15 11:50

    즉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지요. 중래가 문숙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의구심으로 그녀에 대한 특정한/부정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그것이 극대화됨으로써 고정적인 이미지/판타지를 갖게 될 것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문숙에게, 아니 자기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려 애쓰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팬타즘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중에 갈수록 부정적인 것에, 즉 몇 개의 꼭짓점에서 기인한 선입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이온님이 ‘우리의 사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이라 호명하신 노 대통령에 대한 팬타즘이 긍정과 부정을 어지러이 오가다 결국 그에게 치명적인 올가미를 씌우려하는 것처럼,

  • 09.04.16 00:30

    아웃사이더들까지 일이 어찌 돌아가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처럼, 우리네 삶이 대단히 비극적이라는 것을 절감하고/비통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리라는 이름으로 배제시키는/배제되는 것들 중에는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놓을 만한 극적인 설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습니다. 우연히 포털 사이트 대문에 걸린 사이코패스를 다뤄서 불편하다는 새 미니시리즈 기사를 읽다가 사이코패스에 대적하는 주인공이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자살한 형의 복수를 시작한다는 대목에서 잊혀진 그때 그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2004년에 있었던 일이라 아이온님은 아마도 이곳에 계시지 않았을 때인 것 같은데,

  • 09.04.15 12:02

    일명 ‘쓰레기 만두 음모론’입니다. 쓰레기 만두 사건은 정부가 국민연금 사태를 덮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어느 때고 터뜨릴 수 있었던 ‘만두소’ 문제를 자극적인 ‘쓰레기’라는 수식어를 붙여 세상에 내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관심을 그쪽으로 쏠리게끔 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심심하면 기함할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먹거리 사건’들에 비한다면 자투리 무를 사용해서 만두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발에 피’ 정도라고 해야겠지요. 우리민족의 파르르 끓어올랐다가 시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잘 이용한 ‘마술’이었습니다.

  • 09.04.15 12:05

    현충일 즈음 분노한 주부들이 만두를 길바닥에 내팽겨 치고 발로 짓밟으면서 울분을 토하는 장면들이 각방송사의 저녁뉴스를 장식했습니다. 이런 마녀사냥식 음모론들은 국민들이 들끓을 때마다 슬그머니 서해바다에 잠입했다던 무장공비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 작성자 09.04.15 23:39

    고맙게도 모모님께서 많은 생각거리를 주셨군요. 차분한 시간에 답변 드리도록 하지요. 그나저나 모모님의 어머님 경순 여사의 가정경영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숙씨라는 분도 예사롭지 않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 09.04.16 00:36

    그럼요, 아이온님이 차분한 시간이라면 저는 언제든 좋습니다. 제가 까칠하고 불같은 성정이 있기는 해도 기다리기‘는’ 또 잘합니다. 예전에 보수동 헌책방 골목 초입에서 발끝을 내려다보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린 경험도 있는지라... 이 ‘는’자를 어디에 붙이느냐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집니다. 한 친구가 저를 두고 그러더군요. “공부에‘만’ 자신감 있다”라고... 이 친구가 이렇게 말한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내지는 잘 한다, 가 아니라 공부 말고는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고, 할 줄도 모른다는 것을 교묘하게 비꼬기 위해서 한말인데, 이것을 “공부에 자신감‘만’ 있다”로 알아들은

  • 09.04.16 00:41

    같은 친구이자 그 친구의 남편이기도 한, 또 다른 친구가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더랍니다. 경순 씨도 그러하고 영숙 씨도 그러하고 예사로운 가족 구성원은 아니지요. 언젠가 영숙 씨가 경순 씨의 젖가슴을 만지는 것을 보고 정말 화가 나서 영숙 씨를 밀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젖가슴은 오직 내 것이기에, 어린 조카들을 재우기 위해 빈 젖을 물리는 것까지는 하는 수 없이 참아줬지만, 영원한 라이벌인 영숙 씨와는 절대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유치함의 극치에 다다른 행동이었지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던 큰 조카의 얼굴이 떠오르고,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납니다.

  • 작성자 09.04.16 10:14

    모모님의 적나라한 꼬리글을 읽고 있자니 우리 각자가 떠안고 있는 현실이 얼만큼 자기 자신의 방식으로 '구성'이 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거기에 분명 평준화될 수 없는 뭐가 있지요? 그 나이에 근사한 남자의 가슴도 아닌 엄마 젖가슴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것 하며, 어린 큰 조카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비교해도 많이 동떨어져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모모님이 지향하는 행복도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실 수밖에요. 하지만 그 현실에 먹구름(환상)이 잔뜩 끼면 정말로 자신이 무엇으로 사는지 종잡을 수 없을 것 입니다. 그래도 모모님께선 계속 자신의 본래 모습 잃지 마시고 그 유치찬란한 자기 현실을 잘 지켜가길 바랍니다.^^

  • 09.04.16 13:23

    제가 좀 적나라하고 유치찬란한 구석이 많지요? 이제 큰 조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에는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아이온님이 자주 멍석을 깔아주시는 의중에, 어쩌면 제자신이 현상학적으로 ‘연구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환상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제자신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는 잘 알고 있으니 고유한 빛을 쉬이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항상, 아이온님 특유의 아낌없는 격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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