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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직,<혈의누><귀의 성> <은세계>,(범우:2004)
<혈의 누:혈육의 눈물>
<혈의누>는 이인직이 1906년에 연재 발표한 우리나라의 최초의 신소설이다. <혈의누>는 말 그대로 청일전쟁으로 인한 혈육의 눈물을 뜻한다. 청일전쟁이 휘몰고 간 뒤의 피비린내 나는 평양을 공간적 배경으로 두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후 10년간의 시간의 경과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발단은 청일 전쟁의 회오리바람이 막 지나가고 피비린내가 나는 평양 어느 곳에서 삼십이 될락 말락 한 여인이 옷도 풀어 헤친 채 허둥거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여인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아내를 잃고 찾아 헤매던 어느 외간 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 장면은 정말 재미있었다.
이 부인은 남편 김관일과 그의 딸 옥련, 세 식구가 전쟁 중에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최씨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자 자살을 결심하고 대동강 물에 뛰어 드나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평양에 그대로 머물렀다. 한편, 김관일은 나라의 큰일을 해야겠다고 결단을 내린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옥련은 피란길에 폭탄의 파편을 맞아 부상했으나 일본군 군의관 이노우에의 후의로 그의 양녀가 되어 일본으로 배를 타고 건너간다. 그녀는 원래 총명하고 예쁜 탓으로 이노우에 군의의 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옥련은 그 후 이노우에 군의가 전사하자, 부인으로부터 냉대를 받게 되고 갑자기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방황하다가, 구완서라는 청년과 우연히 알게 된다. 그는 옥련의 처지를 알게 된 후, 그의 자금의 일부를 대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구완서는 부국강병의 뜻을 품고 조선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학길에 오르던 중이었다. 옥련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우수하게 마치고 이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 김관일과 10년 만에 만나게 된다. 옥련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자 그곳 신문에 옥련에 관한 기사가 나고 이것을 옥련의 아버지인 김관일이 본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옥련과 구완서는 일생의 반려가 되기로 기약하며 약혼을 한다.
어머니가 아직 평양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 옥련은 매우 기뻐하며, 그리움 속에 어머니에게 우선 편지를 띄운다. 구완서는 우리나라를 문명한 강대국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고, 또 옥련은 우리나라 여자들의 지식을 넓혀서 남자에게 눌리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며, 또한 여자들도 사회에 유익하고 명예 있는 백성이 되도록 교육할 것을 마음먹는다.
이 소설을 여주인공의 삶의 과정을 그린 것으로 본다면, 영웅적인 인물의 일생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족 간의 이산과 상봉이라는 이야기의 짜임새를 놓고 본다면, 이 소설은 전대의 고전 소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가족이합에 따른 고난과 행복이라는 유형의 서사 구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소설이 고전 소설과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본과 미국으로 설정되어 있는 문명 국가에서 여주인공이 새로운 문물을 공부한다는 신교육의 주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여주인공이 구완서라는 남성과 혼약을 맺는 과정을 통해 자기 스스로 결혼의 상대를 정하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자유 결혼의 의지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혈의 누>는 신소설이 모두 그렇듯이 개화사상의 고취를 표하는 작가의 의도가 개입 돼있다. 이 책의 주제는 자주 의식의 각성과 신학문 교육의 강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어법을 보면 “~리라. ~하리라” 라는 표현이 많이 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는 매우 껄끄러웠다. 차츰 읽다보니 내용이 괜찮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귀의성:귀신의 소리>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연대는 1900년대이며 공간적 배경은 강원도 춘천 삼학산 근처 마을, 서울 봉은사, 부산 초량 등지이다. 등장인물은 춘천 군수를 지낸 김승지, 그의 첩 길순, 그녀의 아버지 강동지와 어머니, 김승지의 본처, 점순, 최가등이다.
춘천 군수로 도임한 김승지는 강승지의 무남독녀 길순을 첩으로 삼고 지내던 중이었다. 그의 본처는 남편이 첩을 두었다는 소식을 듣자, 관계 기관에 청원하여 김승지를 파면하고 서울로 오게 한다. 김승지가 상경할 때 길순과 강동지도 같이 상경하게 된다. 그러나 길순과 강동지는 김승지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난다. 어쩔 수 없이 김승지는 박참봉을 시켜 집을 구해 길순이를 살게 하고, 강동지에게 차비를 주어 내려 보낸다.
본처는 같은 하늘아래 남편이 첩을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지긋지긋하게 느껴 점순이와 최가를 시켜 점순이를 죽일 계략을 펼친다. 그 사이, 길순이는 아들을 낳는다. 길순의 집 침모는 길순이와 친해진다. 첩집과 본집을 드나들던 점순은 김승지의 부인에게 한 몫 챙길 요량으로 침모를 구슬려 길순을 죽이려고 한다. 갈데 없는 신세인 침모는 길순만 없다면 김승지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미치지만, 침모의 늙은 어머니의 지혜로 그 유혹을 뿌리치고 늙은 어머니의 집으로 가버린다.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 점순이는 최가를 이용해서 길순을 교군에 태워 멀리 데려간다. 그 다음, 길순과 그녀의 아들을 함께 칼로 찔러 죽인다.
딸이 등장하는 꿈 때문에 길순의 어머니는 오랜만에 딸을 보고 싶다고 남편에게 간청해서 강동지와 함께 길순의 집을 찾아간다. 길순의 집을 지키고 있는 늙은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동지 내외는 마침 돌아온 점순과 최가의 은밀한 말을 듣게 되는데 이들이 자신의 딸을 죾였음을 알고 충격 받는다. 딸의 복수 생각으로 가득찬 강동지는 박참봉, 김승지에게 사실을 고하고 대책을 강구하던 도중 산속에 묻힌 딸 길순과 손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어느새 소식을 들은 점순과 최가는 김승지의 부인에게 돈을 받아 도망친다. 숨어 지내다 돈이 떨어져 김승지의 부인에게 보내 온 점순의 편지를 가로 챈 강동지는 부산에 있는 점순의 집을 찾아간다. 점순과 최가를 발견한 강동지는 그들을 죽이고 서울로 와서는 김승지의 부인을 죽인다. 이일에 관련된 침모마저 죽이려 하였으나 그녀가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었으므로 그녀를 용서하고, 김승지와 관계가 있음을 알아챈 강승지는 김승지에게 권하여 같이 살게 한다. 그는 그 이후로 노령 해삼위로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길순이가 묻혔던 산속에서는 시앗되지마라, 시앗, 시앗, 시앗되지 마라. 라는 소리가 들리며 시앗새가 구슬프게 운다.
아직 여성을 첩으로 두었던 시대의 우리나라를 잘 알게 되었다. 구시대 여성의 불합리한 관습인 시앗, 즉 첩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내면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욕망들이 결국엔 어떠한 최후를 맞는지 잘 그려낸 작품이다
<은세계:은처럼 하얀 세상>
주인공 최병도의 2대에 걸친 가족사의 서술로서 전반부는 개화 이전 구시대의 부패한 관료의 압력 아래에 있는 백성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후반부는 새 시대의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강릉 경금 동리에 사는 최병도라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매우 근면하고 성실하였으며, 개화당의 김옥균과도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모아 상당한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강원도 관찰사는 매관매직이 행하던 기간에서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음을 일삼아 돈을 모으는 곳에만 관심이 있었다. 때 마침 최병도는 돈을 노린 타락 관찰사에게 잡혀가 온갖 고문을 당한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엔 양쪽 볼에 손가락을 걸어 당겨 입이 찢기고 잇몸이 뭉개져버리는 벌을 받는다. 그는 결국엔 죽기 직전에 풀려나서 집에 가다가 죽는다. 이 과정에서 최병도의 체포에 항거하여 동네 젊은이들이 난리를 만들자, 최병도의 만류로 그만둔다.
남편이 죽은 소식을 들은 임신 중이던 아내는 충격을 받고, 출산 후 정신을 놔버려서 정신이상 병이 생긴다. 그녀는 딸 옥순과 아들 옥남을 낳는다. 그 둘은 최병도의 친구인 김정수에게 키워져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그러나 다시 불운이 겹친다.
김정수가 늘려 놓은 최씨가의 재산은 관료에게 거의 빼앗기게 되고, 이후 김정수는 매일 술을 먹으며 세월을 보내다가 술 때문에 죽게 된다. 한편, 옥순,옥남이는 고생을 겪고 공부를 마치고 10여년만에 돌아와 어머니를 재회한다. 거의 폐인이 된 어머니는 잃었던 정신을 되찾게 되고, 이튿날 남매가 어머니와 함께 부친의 명복을 빌려고 절에 간다.
그러데 그곳에서 우연히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여 일어난 의병들을 만난다. 남매는 미국식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게다가 그들 앞에 나서서 설득하려 들자 의병들은 남매를 외국의 밀정으로 보고 잡는다. 이에 자매는 국권을 빼앗겼지만 조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주장하다가 의병들에게 잡혀가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아버지는 부패한 관료들에게 붙잡혀 가고 2대의 남매는 의병에게 붙잡히는 바가 되는 셈이다.
억울한 2대의 이야기이다. 1대인 최병도는 억울하게도 관리에게 자기가 모아두었던 재산을 빼았겼고, 2대인 옥순과 옥남은 충고를하다가 의병들에게 잡혀가니... 왜 작가는 이런 내용을 두고 <은세계>라고 지었을까? 은처럼 하얀 세상... 내가 알기로는 '하얗다'는 뜻은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긍정적이미지로 들었다. 즉 어두운 것보다는 하얀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염두하고 작가는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인직>의 소설은 신소설이다. 신소설은 개화기를 전후하여 나타난 일련의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소설의 성격을 띠는 요소들이 있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고소설의 성격을 띠는 요인들 중, 첫 번째로는 구소설의 한계점인 우연성이 개화기 신소설에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사건의 흐름의 개연성이 없이 너무 우연의 일치함으로 흘러간다. 두 번째로는 선과 악에 대한 내용이다. 선악의 대상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아있긴 하다. 신소설에서 신문물은 선이고 구습은 악이라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전소설과 마찬가지로 신소설 역시 인물의 성격이 평면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의 내면심리나 행동이 일관적이고 단순하다.
신소설에 대해서 좀더히 자세히 써보고자 내가 이용하는 자습서의 몇구절을 도입했다...
신소설은 민주사상, 애국사상의 고취, 서구의 신사조 도입 등을 주제로 삼는다. 1906년 7월 22일부터 <만세보>에 연재된 이인직의 ‘혈의누’가 효시이며, 그 이후로 이광수의 ‘무정’이 나오기 까지가 신소설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인직의 ‘치악산’ ‘귀의성’ ‘은세계’를 비롯해, 이해조의 ‘모란병’ ‘자유종’, 최찬식의 ‘금수회의록’, 구연학의 ‘설중매’등이 있다.
신소설은 작품의 소재를 현실 세계에서 취하고, 언문일치의 한글로 산문체 문장을 구사하는 등 고대 소설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면을 갖추고 있지만, 권선징악의 이분법적 주제에 머문 점, 인물의 정형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사건의 결말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점 등은 신소설이 아직은 고대 소설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한계가 있음에도 신소설은 근대 신문학 운동의 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그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신소설은 이광수와 김동인 등이 현대 소설을 선보이면서 자취를 감춘다.
첫댓글 소설의 변천과정을 통해서 본 우리 역사. 소설의 흐름을 통해서 본 우리 삶의 모습. 이 번 방학동안에 대일님이 해야 될 귀중한 일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논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책 속에 든 정신을 만나는 일입니다. 이 방법이 조금 더디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다음 도서는 이광수의 <무정>과 <유정>입니다. 오늘도 대일부처님 화이팅!
책을 통한 다른 인생의 간접 체험!!! 대일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차분하게 정리해논 글을 읽으며 대일부처님의 차분함과 인내심에 찬탄을 드리지않을 수 없군요. 화이팅~~~나무아미타불_()_
대일님의 논리 정연한 독후감에 대일님의 나이에 상상도 못했던것을 생각하면서 깜짝 놀랄 뿐입니다...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