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괴산 박달산 (825m)
천연기념물 품은 명산
박달산은 괴산군 감물면과 장연면의 경계에 자리하는 해발 825m의 산이다. 대미산-포암산을 이어 서쪽으로 달려오던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마패봉(922m)에서 직각으로 방향을 꺾어 정남쪽의 조령산을 향한다. 그러나 그 꺾이는 각이 너무 급했던 때문일까?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밀리듯이, 서쪽으로 계속 뻗어나간 산줄기는 보다 높은 신선봉(967m)을 솟구치고 괴산군에 이르러 오늘 소개하는 박달산과 주월산(506m), 성불산(532m)을 일으킨 후 달천으로 내려든다. 박달산 동녘자락 장연면에는 송덕리와 추점리의 미선나무 군락지가, 오가리에는 느티나무 등 소중한 천연기념물도 품은 명산이다.
박달산 산행들머리는 장연면과 감물면의 경계를 이룬 누릅재 고갯마루(해발 약 280m). '박달산 주월산 등산안내도'가 자리하는 고갯마루에서 북녘으로 올려다보는 주월산 멋진 산세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동남쪽으로 뚜렷한 능선길을 올라가면 한해의 삶을 마감한 떡갈나무 커다란 낙엽이 수북하다. 어찌 떡갈나무뿐이랴? 신갈, 졸참,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소나무, 그리고 산 이름을 연상케하는, 드문드문 자라는 물박달나무도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길섶에는 "참나무시듦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농약을 살포했으니 나물채취에 주의를 요한다"는 현수막이 보인다. 뒤이어 오르는 곳곳에도 같은 내용의 팻말이 잇달아 있어 산꾼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해발 500m 지점에서 수북한 낙엽을 이불 삼은 묵무덤을 만나고, 그 뒤 느긋한 산길을 휘적휘적 올라가면 봉수대터다. '박달산 정상 70분'으로 표시된 이정표가 자리한 이곳은 쉬어가기에 안성마춤이다. 멍석 같은 너럭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이곳 쉼터에서 굽어보는 칠성면 일대 풍경은 참으로 곱다.
쉼터에서부터 아기자기한 바위길이 나타난다. 오름길 곳곳에 더러 밧줄이 준비되었으나 위험한 곳은 없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산길을 요리조리 이어가노라면 왼쪽으로 박달산 정수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돋듯 솟아오른다. 바윗길은 곧 745m 높이에 있는 헬기장에 닿는다.
마패봉에서 벗어난 산줄기가 성불산으로 방향을 트는 이곳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편이 좋다. 서북쪽에는 남한강을 향해 구불구불 흘러가는 달천이, 남쪽으로는 보개산(709m), 군자산(827m)과 그 너머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겹겹의 청산을 펼쳐놓았다. '느릅재 50분, 정상 40분' 이라 적힌 이정표가 자리한 이곳에서 산길은 북동쪽으로 90도 꺾어진다.
조금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는 805m봉에는 십여 평의 공터가 있다. 박달산 정수리는 지척이다.
산불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된 철탑이 하늘을 찌른 정수리에는 2002년에 세운 정상석과, 1982년에 복구한 삼각점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색적인 것은 정상석 옆에 자리한 '대한민국 국기게양대'. 단기 4330년 음력 7월6일(서기 1997년 8월8일) 한국고대사연구회에서 세운 게양대와 빗돌은 박달산의 명물이 아닐 수 없다.
늦가을 박달산에서 둘러보는 조망은 참으로 황홀하다. 동북으로 월악산의 영봉이 신령스런 모습으로 다가든다. 동쪽과 남쪽으로 그 산줄기를 뻗어온 신선봉과 마패봉이, 조령산과 그너머 주흘산이, 백화산, 희양산, 악휘봉, 장성봉, 대야산과 멀어져가는 속리산이 겹겹의 청산도를 그려놓았다. 어찌 그뿐이랴! 충주호를 지나온 남한강을 향해 구불구불 달려가는 서북녘의 달천이며, 괴산읍 시가지까지 덤으로 굽어보였으니.
마냥 머물고픈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길에 접어든다. 오늘 산행에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산을 다녀온 김영수씨(58세)를 비롯한 덕산산악회의 회원들이 함께해 간식을 나누며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급경사를 이룬 동쪽 능선을 조심조심 내려가니 왼쪽(북쪽) 동골로 내려가는 지름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계속 능선길을 이어가면 동골재 사거리에 이른다. '정상 20분, 무심사,증자마을 35분, 추점리 70분' 이라는 내용의 이정표가 자리한 이곳에서 표지기가 다닥다닥 매달린 왼쪽(북쪽)으로 내려가면 옛 화전민부락인 동골마을 지나 간곡정류소에 닿는다.
취재진은 새로운 코스의 발굴을 위해 동녘능선을 이었다. 제법 가파른 능선을 따라 100m쯤 오르면 778봉이다. 백두대간의 마패봉으로 산줄기가 이어지는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꺾어야 한다. 참나무숲길 이어 758봉을 지나 걷는 능선은 산꾼의 마음을 흔들려는 듯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하다.
725봉 직전에는 거대한 장도바위가 나타난다. 거대한 신검으로 내리쳐 갈라놓은 듯한 장도바위를 어찌 그냥 지나랴? 묘하게도 바위 사이에 걸쳐있는 계단바위를 딛고장도바위에 올라선다. 지금까지 시야를 가린 나뭇가지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한 박달산의 정수리가 비로소 활짝 웃으며 다가선다. 바위로 이루어진 725봉은 여기서 금방이다.
725봉에서 30m쯤 내려가면 추점리 하산로와 갈라지는 북쪽능선이 보인다. 산악회 표지기조차 안 보이는 이곳 능선 삼거리에 리본 하나를 달아놓고 제법 가파른 낙엽비탈을 내려간다. 능선이 넓어 약간 애매했지만 정북녘으로 간간히 내려다보이는 방곡삼거리를 목표로 한동안 내려가니 계곡길이 나오고, 뒤이어 동골에서 고개를 넘어온 산길과 만났다.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쪽(동쪽) 능선에서 내려오는 산길과도 만나게 되는 계곡길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해발 약 300m 지점에서 잎갈나무 조림지대를 만났다. 샛노란 잎갈나무 단풍은 언제보아도 황홀하다. 흩날리는 황금비를 맞아가며 수북한 황금낙엽을 밟고 가는 계곡길에는 늦가을 정취가 가득하다.
계곡길이 끝나면 올해 세운 사방댐 빗돌을 만나고 거기서 콘크리트 포장길이 시작된다. 미류나무가 하늘을 찌른 들판을 지나면 방곡마을자랑비를 지나 방곡삼거리에 이른다. 버스정류소가 자리한 이곳이야말로 하늘재가 아니며, 조령 지나 충주를 향해가던 길손들이 목축이고 쉬어가던 아득한 세월의 주막거리가 아니던가!
*산행길잡이
느릅재-(70분)-745봉 헬기장-(30분)-박달산 정수리-(20분)-동골재 사거리-(40분)-725봉-(45분)-계곡-(55분)-방곡삼거리
감물면과 장연면의 경계를 이룬, 10번 도로가 지나는 느릅재 고갯마루에 박달산과 주월산의 등산안내도가 자리한다. 여기서 동남쪽으로 오르는 능선을 이어가면 묵무덤이 자리한 500봉에 닿고, 곧 이정표(정상 70분)가 자리한 봉수대터에 이른다. 소나무와 너럭바위가 어우러진 이곳은 쉬어가기 좋다.
이곳부터 바위길이 시작된다. 더러 밧줄이 준비되어 있으나 위험구간은 없다. 헬기장이 자리한 745봉(느릅재 50분, 정상 40분)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크게 꺾어 동북녘으로 능선길을 따르면 박달산 정수리가 나온다. 산불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된 철탑, 삼각점, 정상석, 국기게양대가 자리한 정수리에서의 조망은 참으로 빼어나다.
하산은 동쪽능선을 이어야 한다. 가파른 내림길을 15분 내려가면 동골재 안부 사거리다. 대부분의 산꾼들이 북쪽으로 하산하는 이곳에서 능선을 이어가면 778봉에 닿는다. 778봉에서 좁은 능선을 따르면 장도바위 지나 725봉이 나온다. 추점리코스와 갈라지는 능선삼거리는 30m 내려서면 만난다. 취재진은 한번도 소개되지 않은 북녘능선으로 꺾어 내렸다. 비탈길을 잠시 내려가 정북녘으로 굽어보이는 방곡삼거리를 향해 능선을 길게 이어가면 계곡을 만난다. 인적이 뜸한 길 따라 조금 더 가면 동골계곡 오른쪽 능선을 넘어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곧 사방댐 비석에 이른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콘크리트포장도가 방곡삼거리 버스정류소까지 나있다.
박달산 산행은 느릅재~정상~간곡정류소 코스가 가장 짧고, 추점리코스가 그 다음, 방곡삼거리까지 가면 가장 길며 4시간 반 걸린다.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14회(06:50~20:10, 1시간 간격 운행) 출발하는 고속버스로 괴산까지 간다. 2시간 걸리며 요금은 9700원. 괴산에서 1일 8회(06:20~17:30) 다니는 군내버스로 느릅재 또는 방곡리까지 가면 된다. 하산지점인 장연면 방곡리에는 1일 14회 충주행 시내버스가 다닌다.
*잘 데와 먹을 데
날머리 방곡삼거리에 주막거리가든(043-832-5989)이 있다. 단체손님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좌석과 여러 종류의 맛깔스런 메뉴들이 있다. 식당을 이용하면 필요한 경우 느릅재까지 봉고차로 데려다준다.
이외에 들머리나 날머리에 숙박시설이 없으니 인근의 문강온천(848-5115)을 이용하거나 박달산 동쪽에 있는 수안보로 나가는 게 좋다.
*볼거리
박달산 아래 장연면에는 천연기념물이 여럿 있으니 둘러보면 좋다. 송덕리의 미선나무(147호)와 추점리의 미선나무(220호), 그리고 오가리의 느티나무(382호)가 그것이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탑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simsanmunh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