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의 랍비(율법학자) 중에서는 흙으로 사람과 닮은 존재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영혼이 없는 흙덩어리 인형을 일반적으로 "골렘"이라고 부른다.
골렘은 말은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하는 이야기나 명령을 대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충실한 하인으로 일할 수 있다.
골렘을 만드는 방법은 우선 신성한 의식(금식이나 기도)을 치른 다음 진흙이나 점토를 반죽하여 인형을 만든다. 그런 다음 신이나 생명을 뜻하는 주문을 외고 그 이마(혹은 입술 아래나 가슴)에 emeth(진리) 또는 Schem-hamphorasch(신의 이름)라는 문자를 쓴 양피지를 붙이면 그 조각상은 생명을 얻는다고 한다.
조각상은 나날이 성장하기 대문에 종국에는 부숴야 하지만 emeth의 첫 글자인 e를, Schem-hamphorasch라면 Schem이라는 문자를 지우면 저절로 부서져서 원래의 단순한 흙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meth란 "죽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양피지를 벗겨내면 골렘은 쓰러져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시 붙이면 다시 일어선다.
또한 골렘은 집 밖으로는 나가서는 안되거나 낮에만 움직일 수 있다는 등의 제약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해두면 골렘은 갑자기 흉악해져서 자신을 만든 사람조차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국 부숴버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최초로 골렘을 만든것은 하느님이었는데, 이는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기 전 아담의 이름이었다. 성서의 창세기 제2장 7절에는 "여호와 하느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이 되었다"라고 씌어 있다. 말하자면 하느님은 우선 골렘을 빚고 그것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담 이후의 인간도 어머니 뱃속에서는 골렘이었다. 시편 139편의 다윗의 시를 보면,
"주께서 내 장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주의 행사가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내가 은밀한데서 지음을 받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음을 받은 때에 나의 형제가 주의 앞에 숨기우지 못하였나이다.
내 형질이 이루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나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되었나이다."
라는 부분이 있다(제13~16절). 이 "형질을 이루기 전"의 몸을 역시 골렘이라고 부른다. 골렘이란 히브리어로 "무형, 미정형, 태아"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골렘을 만드는것은 하느님을 흉내내는 일이다. 창세기 제1장 27절에 "하느님은 자기 형상 곧 하느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골렘도 창조자의 형상을 나타나게 된다. 거꾸로 말하자면 자신의 영혼을 흙덩어리에 전부 쏟아부을 정도로 감정을 이입시키지 않으면 골렘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골렘이 언제부터인가 창조자의 마음과 동화되고 창조자는 골렘이 자기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골렘은 인공적인 "도플갱어(분신)"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흙을 빚어서 인간을 만드는 이야기는 서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점토와 물을 가지고 인간을 만들었다. 이집트의 창조신인 크눔은 도예 공작대 위에서 인간과 그의 카(영혼)를 창조했다.
프레이저는 "구약성서의 포클로어"에서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러한 설화 대부분은 점토에 피를 섞어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피를 섞는것도 조건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점토가 아닌 재료로 골렘을 만든 것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동 거인 "탈로스"일 것이다. 대장장이신이 헤파이토스가 만든 탈로스는 크레타 섬을 지키고 있었는데, 아르고 탐험대의 포이아스의 사수가 쏜 활에 유일한 약점인 뒤꿈치를 맞아(아킬레스와 똑같군요 - 그리스에서는 뒤꿈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나....-_-;;) 쓰러지고 만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사람의 시체를 모아 만든 괴물 또한 골렘에 속한다.
골렘을 만드는 일은 신을 흉내내는 일이며 신에 대한 반역이기도 하고 생명을 우롱하는 불손한 행위라고도 한다.
유대의 골렘을 보면 신의 계시를 받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것 대개 이것을 만든 당사자가 신으로부터 벌을 받는다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타인의 생명을 가지고 노는 것은 자신의 댓가를 받는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