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o innocenti Christophe Gallaz, Rose Blanche,1985/Larsanne, Editions 24Heures,1985
2009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이하 볼로냐 원화전)은 1967년에 시작해
올해로 제43회째다. 매년 개최되는 이 공모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제 아동도서전과
함께하는 이벤트로 동화 일러스터들에게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일러스트레이터들에겐 한번쯤 이름을 올리고 싶은 꿈의 무대다.
비단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파인아트를 고집하는
미술애호가들에게도 다채롭고 상상력 풍부한 또하나의 예술 조형언어들을 선보이며
동화적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
2008년 1월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수상작가 작품전시에 이어 두번째로 2009년
이번 전시에서는 이탈리아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작품을 비롯해
21개국, 81명 작가의 450여 점에 달하는 수준 높은 원화를 직접 눈으로 관람 할 수 있다.
특히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한재희, 정지예, 장호 등 세명의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한정희는 책을 소재로한 서정적 메조틴트 작품을, 정지예는 섬세하고 정선스런
자수작품을, 장호는 수채로 고즈넉한 공간감과 철학적인 구성미를 자랑하는 달그림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 표지작가인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작품은 돋보기를 이용하여 관객들이 주의깊게
작품을 감상하고 저마다의 스토리텔링의 기회를 삼아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하였다.
이밖에도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 일러스트카페,커뮤니티존,그림책들이 전시되어 관람 이후 누구나
자유롭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작품들은 아무래도 다수의 입장이 예상되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맟추어 낮게 걸려있고,
원색계열의 전시벽에 작가당 서너점의 작품들이 비교적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래부분의 작품들을 어른이 제대로 보려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견뎌야 하지만
많은 전시가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있는게 현실이기에
이정도 수고로움 쯤이야 가볍기까지 하다.
몇몇 작가들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 온다.
우선 2009년도 카다로그 표지를 장식한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작품들은 동화 일러스터 작품으로 기본에 매우 충실하며
텍스트와 어우러져 또다른 상상의 결과물로 웅장한 스케일과 넘치는 상상력
밀도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들은 파인아트의 여러 경향들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놓치고 있지 않다.
피노키오의 모험에서는 브뤼겔의 풍속화가 연상되며,예술적 연출사진의 대가인 샌디스코글랜드
의 화면가득한 스토리전개 방식도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 대표 포스터에 아야노 이마이(Ayano Imai)의 장화신은 '구두집의 고양이'작품이 있어
매우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커다란 동화적인 화면에 나무와 새, 구름 등이 의외의 장소에 배치되어
마치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198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1994년 일본으로 돌아온 뒤 도쿄 무사시노 미술대학교(우리나라 유명작가들이 졸업한 장욱진,권진규 등)에서
일본 전통화를 전공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연속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참가했고,
2006년 첫 번째 그림책을 출간하였다.
이탈리아의 글렌다 스브렐린의 작품도 눈에 띈다. 천사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군상들의
동물두상과 늘어진 인간 두상들이 예측 불허의 도처에 있는 것이 피카소의 큐비즘적
해석과 더불어 화면 끝자락의 코카콜라와 각종 현란한 칼라의 광고문구로 장식된 텍스타일
을 보자면 다분히 POP아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을 갖춘
세련되고 모던한 현대미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이밖에도 이고르 올레이니코브라는 러시아 작가의 작품은 흡사 한국의 전래동화 그림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서적 공감이 되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생기 넘치는
붉은 색감으로 오래된 배경 자체가 현재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알리레자골도우지안 이란작가의 콜라주는 익살맞고 재치있다.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존베르거(John berger)는 "오늘날 소묘(이른바 회화)는 영화,
TV의 등장으로 정지 이미지를 정의하게 되었고,19세기 사회,시간 축이 직선적이고
규칙적인 교환이 가능하게 되면서 순간이란 최대한으로 파악,보존이
가능하게 되었다. 소묘와 회화는 별도의 시간 축을 전제로 하고 있다."라고 한 말은
이미지와 시간과의 특수한 관계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미디어 속의 스펙타클은 관객에 의해 개입되어 지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가 전하는 것이 진실이 되고 선이 되며 우리의 정보와 인격까지 형성하고 있다.
이젠 웬만한 고통이나 자극이 없으면 놀라거나 아파하지 않는다. 현대는 매우 많은 폭력과
자극 넘치는 일상의 뉴스들이 게임과 현실을 넘나들며 벌어 지고 있다.
피를 흘리고 아픔을 느끼지 않으면 심지어는 그의 인간성까지도 발견할 수 없다할 지경이다.
이렇듯 둔감한 정서적 불감증에 절어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정지된 이미지만큼
상호교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드물다. 그것들을 읽고, 고찰하고, 비교,분석하며
다시 생각하는 가운데 판단할 수 있는 능력들이 길러 질 수 있는 것이다.
상상적 감정과 지각력이 아주 동일한 사람은 없기에 섬세한 도화지에 채색된
수많은 일러스트와 텍스트를 동반한 인쇄물들이 주는 평안함과 안정감은 우리에게 고마운 선물임에 틀림없다.
이번 그림쟁이 이야기꾼들의 그림한마당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2010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첫댓글 호주머니에 나무한그루, 검은새 쉬고 빨간구두 고양이는 지극히 당당하네요. 이고르 올레이니코브 작품은 단 세 장면으로도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그렇게 그림책들은 느리게 호흡하게 하므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 한해 올려주신 리뷰와 전시소식, 미술지식 등 참 맛나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마이의 빨간 장화신은 고양이^^
우미갈에 동화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이 계시는걸로 알고 있어요,
좋은 글과 일러스트가 만나면 정말 여러사람이 행복해질텐데요,
재밌게 읽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올해는 좀 쉬엄하려고 합니다
아흐...애들 다시 방학했으니..손잡고...구경가야겠네요. 못 본 루오전도 보고...크링과 에르메스도 가고 싶고.ㅎㅎ 같이 가고픈 리스트에 넣습니다. 여기나온 책들을 구할 수있음 읽고 가면 좋겠어요. 혹..책 제목을 아시는 분 좀 알려주심 좋겠네요.
루오전은 꼭 가보시구요, 책들을 미리 읽고 가시겠다니,참 부지런하고 성실한 발상이십니다. 그럼 정말 더 좋겠습니다.
전시 끝나고 많이 책들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더라구요. 책제목들은 제가 도움을 못 드릴거 같네요,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이거 보니 가야겠네요. 전시기간도 얼마 안 남았고...
파인아트만 고집하는 이가 아니라면 일러스트와 무한 상상력을 좋아한다면 추천요^^
한 2주일 전쯤에 다녀왔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점이 있다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우는소리가 들려 좀 불편했던거같습니다. 아침일찍가시는게 좋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