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아빠와 두 아들은 꼼짝 않고 엄마만 부려먹는다. 하루 종일 동동거리던 엄마가 사라진다. 남은 음식을 찾겠다며 집안을 뒤지는 식구들의 모습은 어느새 돼지처럼 변해간다. 6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동화책 속 세계여행’(02-585-9991)에선 인기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원화를 만날 수 있다. 브라운 외에 존 버닝엄, 에르베 튈레, 최숙희 등 국내외 작가 65명의 원화 및 폐품을 활용한 설치 미술과 손뜨개를 활용한 그림책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아이와 어른에게 두루 사랑받는 만화 ‘피너츠’ 캐릭터를 소재로 한 미술전도 있다.
5월 10일까지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갤러리에서 열리는 ‘스누피라이프디자인’전(02-310-1921). 건축가 반 시게루,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등 예술가 17명이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스누피의 세계가 펼쳐진다. 5월을 맞아 아이와 함께 볼만한 미술전이 풍성하다. 그림책과 만화를 실마리로 한 전시에 기발한 발상을 테마로 한 기획전과 미디어아트전까지 ‘어린이 친화적’ 성격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덜어내고 톡톡 튀는 상상력에 초점을 맞춘 전시들이라 어린이는 즐겁고, 어른들은 새로운 감성을 충전할 수 있다.
평소 현대미술과 친숙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아이들과 전시를 보는 일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술을 통해 창의적 시각과 소통방식을 얻기 위해선 지식보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 아트센터 나비 최두은 큐레이터는 “전문적 지식을 내세워 자녀를 가르치려 애쓸 필요는 없다”며 “전시를 보면서 아이 스스로 이것저것 질문을 찾아내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람미술관 김언정 큐레이터도 “작품을 볼 때 아이가 호기심을 느끼는 것과 어른이 궁금한 것은 다른 만큼 서로 묻고 대답하는 대화의 과정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동화책 속 세계여행’을 기획한 홍경기 대표는 “열린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그 안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이 자란다”고 강조했다. 예술작품은 창의적 사고를 집대성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아이들에게 전시장은 그런 새로운 질문을 경험하는 장이어야 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질문하라 그리고 질문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