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kiosco 는 규모만 구멍가게였지, 사실 없는게 없었다. 담배서부터 술,비누,두부,콜라...팔릴수 있는것은 모조리 갖추고 있었다. 동네거리를 걸어가다가 맛있는 쵸코렛을 발견하면 여러개 사서는 맛있게먹고 나머지는 더 비싸게 팔기도했다,그래도 아주 잘 팔렸다. 이 사람들이 옆 동네로만 가면 똑같은걸 휠씬 싸게 살수있다는건 생각지 않는것 같았다. 아니면, 나중에 발견하고는 꼬레아노 에게 속았다라고 분해하던지...
아버지의 역활은 도매상에 가서 물품을 구해오거나 콜라상자같은 무거운것을 운반하는 일이었다. 손님에게 판매하는것은 전부 어머니 몫이었고, 요리할때나 집안청소할때는 우리들이 도왔다. 물론 그때가 카라멜이나 쵸코렛을 입속에 속~하고 넣기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느날처럼 아버지가 높이있던 무거운 콜라병상자를 내리다가 삐끗~ 하셨다. 허리를 다치신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그날부터 침대에 누운체로 식물인간처럼 꼼짝을 못했다. 이런 변이...척추가 부러졌을까? 이 먼곳에서 우리가족이 역경을 이겨나갈수 있는것은 건강 때문이다. 돈은 무일푼이됐어도 다시 벌면 그만이지만, 건강만은 유일한 재산이다. 그런데, 아프다니...콜라병상자가 너무 미웠다.
우리가족은 정식 이민이었기 때문에 영주권이 있었다. 영주권자에게는 병원이 무료이다. 교육,의료등이 무료이므로 우리가 아르헨티나에서 살아갈 동안 이런 문제로 돈 걱정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당연한것처럼 생각됐지만, 한국에 와보니 아르헨티나정부가 사실 우리들에게 엄청난 고마운일을 한것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한국인 불법이민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이민을 쉽게 받아들이는 볼리비아나 파라과이에서 다시 아르헨티나로 담치기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무료가 없었다, 혜택을 받을려면 항상 영주권부터 보여줘야했으니깐...
그래서 한인사이에도 떳떳하고 영주권있다고 괜히 뻐기는 영주권자와 담치기로 넘어와서 전혀 혜택도 못받고 경찰보면 괜히 움찔해지는 불법체류자들로서, 이들간에 묘한 눈에 안보이는 차별이 존재했다.
불법체류자들은 단속기간에는 아예 거리에 나오질 않았다. 조마조마한 삶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도 역시 영주권이 생겼다, 사면령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랜시간이 지나면 다 똑같아지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국립,시립,주립 병원들은 다 무료이다. 그외의 병원들은 한국과 똑같다.
무료라고 낙후되거나 가난한자들만 가는 한국의 보건소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이 더 오랜 전통을 갖고있고, 쟁쟁한 의사들이 모여있다. 시설도 전혀 나쁘지 않다, 다만 흠이라면 무진장 기달려야한다는것....
이것은 아르헨티나가 의료나 교육같은 국민들의 기본권리를 유럽식 사회주의 또는 유럽식 사회보장제도를 따왔기 때문이다.그것은 아르헨티나의 모든 제도,철학,사고방식,음식...거의 모든것이 남부유럽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병원에 갔다온 아버지는 가기전보다 더 얼굴이 새파래져서 오셨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말을 듣고는 너무 충격에 빠진 나머지...다시 침대에 누워 식물인간처럼 꼼짝도 안하셨다. 척추수술은 잘 된다쳐도 휴우증이 남는법이다. 정말로 난감했다. 우리가족의 운명은 어떻게되는것인가? 정말로 콜라병상자가 미워 죽겠다.
이런 우울하고도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되는중, 집근처의 한 한국인이 침을 잘 놓는다는것이다. 아버지는 동양의학이라면 절대로 못 믿는 사람중에 하나이다. 우리 친척중에 누구는 침을 잘못 맞어 손가락이 영구히 마비된 사람도 있었다.
죽어도 침은 안 맞겠다는 말씀을 무시하고 수술하기 전에 한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싫어서 죽을려고 했으나, 사실 마음같아서는 무당이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이었다.
한국인 침술가는 정말 명의였다. 아버지는 며칠간의 침치료를 통해 언제 그랬냐는뜻히 자유롭게 걸어다닐수 있게됐다. 동양의술이 경우에 따라서는 서양의술을 능가한다. 지금도 그분에게 정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있다.
위기는 지나갔으나, 아버지의 침대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아버지는 꼭 해야하는 자기일을 마치면 침대에 누워서 일본책을 보셨다. 일본책이 높이 높이 쌓여가기만했다. 그때는 허리가 다쳐서 누워계셨지만, 지금은 가우쵸보다도 더한 게으름에 빠져버린것이다. 그 당시 기억되는 장면은 현기증날정도로 많았던 일본책, 그리고 아버지의 늘 침대에 누워있던 모습이다.
그런데 무사태평하게 누워서 책만 보던 조금 한심한 모습이었지만, 사실 아버지는 강력한 내적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에서 kiosco 운영하는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고, 심한 무기력감과 함께 잘못하면 자살로도 갈수있는 우울증에 빠져있던것 같다.
일단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의 이러한 삶이 싫었다. 밖에 나가봤자 언어도 모르니 대화도 안됐고, 한인친구들도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아마 의식적으로 피했던것 같다. 그렇다고 뭐 다른 길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마음껏 헤험치던 잉어가 흙밭으로 튀어나와 고통스럽게 꿈틀거리는것과 마찬가지였다.
어느날, 아버지는 또 중대발표를 하기위해 가족들을 모았다. 아버지가 중대발표할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아버지의 특징은 한번 발표하면 곧 여차없이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우리들은 새로운것보다는 안정을 원했다. 학교에선 친구들도 많아졌고, 공부도 잘했으니깐...kioco 에는 먹고싶은 군것질이 널려있었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한국가기로 결정했다고, 그리고 회사에 취직해서 안정이 되면 가족들을 모두 불러들이겠다고...뭐야~ 이 충격선언은? 우리들 교육을 위해 이민온것 아니었던가....어른들은 왜 이랬다 저랬다 갈팡 질팡할까? 아직 우리들은 초등학교였고, 아르헨티나 이민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런말이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한 3 년에서 5 년 정도 견뎌내면 계속 살아가게 되지만, 그 기간을 못견뎌내면 돌아가게 된다고...그리고 실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이민온지 불과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적응을 못하는것이다.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면 우리들 학교는 어떻게해요? "
"그러니깐 하루라도 빨리 자리를 잡고 빨리 제 학년 찾아가야지...늦으면 늦을수록 손해야."
"그런데...그럴려면 왜 아르헨티나에 왔어요?"
"어~ 배고프다, 저녁 먹을 시간이네...여보~ 밥먹지..."
아버지는 그후로 불과 몇주일만에 한국으로 떠났다.
빈 침대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 이상 안보였으며...일본책만이 아버지가 그래도 여기있었다는 증거를 밝히고있었다.
아버지는 곧 취직이 되셨다. 우리들은 아버지가 들어오라는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댓글 ㅎㅎ잘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부탁합니다.
그 뒤가 몹씨 궁금하네요.. 빠른 시간내 후속 편을 볼 수 있도록 기다립니다..
어디 다녀오셨는 모양이죠? 한동안 글이 안올라 오기에 무척 궁금하였담니다. 좋은글 부탁합니다
ohº esta foto .. oid mortales del grito de sagrado .. libertad libertad .. libertad .. um um um..argentina salud.... oh juremos gloria morrir... oh juremos gloria morrir... yac yac yac ... mi tercer chico tambien hiso la banderado cuando termino la escuela ... ... es un orgullo ...
윗글 해석 .. 아 이사진... 그리고 이나라 국가 앞절과 끝절 ... 죽음을 바처 충성하자는뜻임... 그리고 지셋째놈도 이나라 국교졸업식때 이사진처럼 국기를 들고 앞에나간적이잇었는데 기분 고연찮앗읍니다.. 이거 자식자랑 한는거같에서 좀 머슥한데요......
부엔디아님 글 올리시느라고 힘들고 귀찮으실텐데 이렇게 올려주시니 저로선 참 재밌고 도움이 되는군요. 매번 읽고 그냥갈려니 얌체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이렇게 감사의 댓글을 올립니다. 부엔디아님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신다는게 참으로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담 글 무지궁금하군요~~
한국에서 마음껏 헤험치던 잉어가 흙밭으로 튀어나와 고통스럽게 꿈틀거리는것과 마찬가지였다. 평소 내 생각이 그렇습니다. 외국생활은 물을 잃은 물고기의 생활이지요 언어문제 때문에요. 토마토님은 한국 말 표현도 한국사람보다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자서전이 되는구먼요.. 이 부분도 목표중의 한 가지로 해서 연재하는지요......
토마토님~ 구정은 잘 보내셨나요? 후속편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스트레스는 받지 마세요.. 하지만 기다려지는 것은 감출 수 없군요.. ^^ 건.필.!
고맙습니다.관심 갖어주셔서..바람님도 구정 잘 보내셨겠지요?
이글 읽고 옛날 생각나는 교민들 많으시겠어요... 한편의 다큐멘타리 입니다...
이 분 글을 읽고 있으면 글 속에 빠져들어 전혀 딴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마법에 홀린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