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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가을이
가기전 월정사 숲길을 거닐어보자. 글/사진: 이종원
오대산 설악산이 화려한 미스코리아라면 오대산은 수줍은 새악시다. 설악산에서 활기찬 젊음이 느껴진다면 오대산에서는 오묘한 고고함이 묻어나온다. 부드러운 한복이 몸을 감싸는 것처럼 곰씹는 기품이 우러 나오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설악산을 뻔질나게 헤메고 다녔고, 그 화려함에 내 정열까지 보태졌으니 그 추억이야말로 불타는 활화산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런데 나이를 자꾸 먹어가면서 설악산을 찾는 일보다 오대산을 찾는 일이 더 잦아졌다. 체력도 체력이려니와 산을 보는 내 취향도 식성 바뀌듯 변하나 보다. 결혼 후 첫 여행지가 설악산이었다. 오색약수를 시작으로 대청봉을 넘어 양폭산장을 거쳐 천불동을 하산하면서 붉은 단풍에 취해 버렸다. 이 화려한 풍경에 감탄을 할 줄 알았던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산행이었다고 입이 불쑥 튀어 나왔다. "그래...내일은 멋진 강으로 가자. " 금새 화색이 돈 아내를 다음날 데려간 곳이 오대산 소금강이었다. "이상하다.
강은 안나오고 왜 자꾸만 산이 나오지?" 그제서야 속은 것을 안 아내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산을 올라야만 했다. 남자들이 사기꾼인걸 여태 몰랐나?
전나무 숲길 일주문 현판에는 '월정대가람(月精大伽籃)' 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음미할수록 예쁜 이름이다. 일주문은 모든 중생이 자유롭게 드나들라고 대문을 달지 않는다고 한다. 호사를 누리며 일주문으로 들어가면 오대산 최고 명물인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내가 월정사를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황당이 나왔다. 맞배지붕의 조그만 건물이다. 불교 가람에 토속신앙처가 거리낌없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토속신앙까지 포용하는 불교의 너그러움이 보인다.
성황당을 지나면 화려한 전나무 숲이 이어진다. 수백년 된 아름드리 전나무가 사열병처럼 도열해있다. 그 중에서 아홉그루는 '아홉수'라고 하여 우리나라 전나무의 기원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가을만큼은 전나무가 주인이 아니다. 우람한 나무를 비집고 여기저기 물감을 칠한 단풍이 이 계절의 여왕인 것이다.
마치 신선세계에 들어온 것 같다. '저벅저벅' 낙엽 밟는 소리가 크래커 깨무는 소리처럼 경쾌하다.
왠지 나도 이 숲속의 주연이 되고 싶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 놓고 나름대로 폼을 잡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고독을 씹는 가을나그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건만..... '바바리가 없어서 이렇게 어색한 사진이 나온거야.'
예쁜 길을 홀로 걸었다. 갑자기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난다. 나 혼자 걷기엔 너무 아까워.
가을을 만끽하며.....걷는 자체만으로 행복이 느껴진다.
얼마전까지 파릇한 청록을 보여주더니...또 한 해를 보낼 때가 되었나보다. 찬란한 붉은 외침이 끝나면 나뭇잎은 뚝뚝 떨어지고 결국 마지막 잎새마져 떨구겠지. 그 때가 되면 나는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베란다 창고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털옷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교에서 바가본 월정천이다. 다리 건너편에는 금강연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이곳에는 1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한다고 한다.
숲속에서 세파의 때를 씻어내고 월정사에 들어선다. 탄허스님의 깃발체 글씨와 노란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범종각에도 붉은 비단이 드리워져 있다.
월정사 말끔한 보광전이 긴 처마를 드리우며 우람차게 서있다. 단청을 막 끝낸 것처럼 깨끗한 건물이지만 월정사의 역사는 신라 진덕여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나라에서 수도를 마친 자장율사가 오대산 비로봉 아래 석가모니 정골사리를 봉안하고 적멸보궁을 창건했고 2년 뒤 동대 만월산 아래에 월정사를 세웠던 것이다. 조선 철종때 크게 중건했다가 6.25 전쟁후 폐허가 되어 다시 건립한 것이다. 전쟁의 참상이 오죽했으랴. 그나마 팔각구층석탑(국보 48호)가 살아남은 것으로 위안을 삼느다. 고려시대 탑으로 월정사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재다. 다층의 고구려 북방양식이며 하늘로 치솟아 올라 유난히 상승감이 느껴진다. 바람이 흩날리면 처마밑 풍경소리가 오대산에 울려 퍼진다.
부도밭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 왼쪽 편에 부도밭이 자리잡고 있다. 차를 댈 곳이 여의치 않아 거의 차창밖으로 힐끗 보고 지나친다. 이 멋진 곳을 그냥 지나친다면 후회할 것이다.실은 부도밭 옆에 간신히 차 한 대를 세울 공간이 있다. 수백년된 나무가 부도밭을 감싸고 있다. 돌을 헤치며 고승들의 정신세계를 만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깨달음을 위해 몸바친 고승들의 마지막 흔적 부도밭-돌더미를 헤집고 하늘하늘 거닐다보면 인생무상이 저절로 느껴진다. 아직도 남아 있는 너른 공간들이 미래의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부도중에 비신과 이수는 없어지고 귀부만 남은 부도비가 하나 있다. 고개를 뒤로 젖힌 모습이 영락없는 사람 얼굴이다. 흔적조차 사라진 비신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내 몸 어디 갔어?"
바람이 횡하니 불더니..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급히 카메라를 들고 따발총을 갈기듯 셔터를 눌러댔다. 떨어지는 낙엽이 보이는가?
부도밭에서 바라본 가을길이다. 상원사 가는길 이 길을 따라 오대산 깊은 속내로 들어간다. 8km 정도 완만한 산길을 올라가면 상원사가 나온다. 우리나라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중에 하나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마음껏 내 달릴 수 도 없다. 그렇기에 숲을 천천히 음미하기에 더 없어 좋다. 수백년 묵은 전나무, 소나무 그리고 다양한 잡목들이 형형색색 가을 빛을 뽐내고 있다. 개울가의 물 소리는 계절의 바뀜을 원망하듯 마지막 가을길을 재촉한다. 오대산의 가을은 이렇게 하염없이 흘러간다.
관대걸이 상원사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유물이 관대걸이다. 세조임금이 목욕을 하기 위해 의관을 걸었던 곳이란다. 이곳부터 다시 붉은 단풍이 유혹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천연수림지역이다.
방한암스님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에 부도 몇 기가 서 있다. 방한암, 탄허, 의찬스님의 부도다. 한국전쟁이 치열할 때 산속의 가람은 군사의 거점기지가 된다. 월정사와 상원사의 소각명령을 받은 군인은 월정사를 초토화시키고 상원사에 이르렀더니 노승이 홀로 절을 지키고 있었다. 불을 지를터이니 이곳을 떠나라고 했더니 스님은 "이 법당과 함께 불에 타서 소신(燒身)공양을 하겠노라" 며 움직이지 않았다. 군인은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고 그냥 절을 내 버려 둘 수 없었다. 결국 문짝만 떼어 불살라 절이 불에 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만약 스님이 없었다면 상원사도 없을 것이고 동종도 역사속에 사라질 것이다. 상원사를 지켜낸 스님은 바로 경허, 만공, 수월과 함께 근세의 선풍을 일으킨 방한암 스님이었다.
상원사 오대산 깊숙한 산속에 자리 잡은 상원사는 비로봉 동남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문수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중심지다. 영험하기로 소문났기에 세조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가 영험하기로 소문난 상원사에 기도 드리러 오대산을 찾았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 너무 더워 신하들을 물리치고 청량한 계곡물에 풍덩 몸을 담갔다. 그때 마침 동자승이 지나가길래 등을 씻어 달라고 부탁했다. 시원스레 등을 씻는 동자승에게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 하였다 그러자 동자승은 한 술 더 떠서 "대왕도 문수보살을 보았다고 하지 말라" 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은 세조가 몸을 살피자 평생 괴롭혔던 종기가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문수동자상 (국보 221호) 몇 번을 상원사를 찾았지만 문수동자상을 한번도 친견 할 수 없었다. 이번에 찾았을 때 문수동자상을 만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어린아이 처럼 순수한 얼굴, 중국 아이처럼 양쪽으로 말아 올린 머리모양, 화려한 목걸이 장식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가히 명작중에 명작이었다. 1984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기초조사를 하던 중 문수 동자상속에서 부처의 진신사리와 세조의 둘째딸 의숙공주가 왕세자의 만수무강과 아버지의 쾌유를 빈 기원문, 세조가 입었던 옷으로 보이는 저고리 두점, 다라니 및 불경 13권이 쏟아져 나왔다. 이 유물은 현재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다.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 상원사에서 병을 고친 세조는 이듬해 은혜를 보답코자 상원사를 다시 찾았다. 예배를 하러 법당에 들어가는데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 나와 세조의 옷을 잡아 당기며 못들어가게 막고 있는 것이었다. 이상한 예감이 든 세조는 법당안을 샅샅이 뒤지게 했다. 과연 불상을 모신 탁자 밑에 비수를 품은 자객이 숨어 있었다. 세조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고양이에게 전답을 하사하였다. 법당앞 계단 초입에 고양이석상 두 기가 불자들을 맞이 하고 있다.
상원사 동종 (국보 36호) 신라 성덕왕 24년 (725호)때 만들어진 종으로 현존하는 동종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다. 에밀레종보다 45년이나 빠르다. 정확히 1279년전의 종이다. 천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한결같은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이곳도 문을 개방해 놓았다. 너무 반가워 들어가 손으로 촉감을 느끼려고 했다. 그런데 '들어가지 마세요'란 작은 글씨가 나를 가로 막았다. 차라리 그 글씨를 보지나 말걸....머리를 길게 빼고 종과 최대한 가까이섰다. 신라인의 체취를 맡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떨어졌다가 다시 비상하는 비천상은 천상의 율동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하늘거리는 구름과 천의 자락이야말로 우리 핏줄로 이어온 곡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갑자기 운무가 산을 뒤덮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를 맞으며 오대산 전경을 훔쳐 보았다. 참 좋네.
적멸보궁을 가는 길 가을의 적멸보궁가는 길은 극락가는 길이다. 조금전에 보았던 상원사 동종에 그려졌던 천상의 세계가 그대로 펼쳐졌다. 할머니의 노란 우비가 천의(天衣)처럼 보이지 않는가? 적멸보궁은 상원사에서 1.4km 떨어져 있다. 30여분 산을 타야 한다. 단풍비를 맞으며 부드러운 흙길을 거닐기 때문에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중대 사자암이 나타난다. 중창불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빼 먹은 자판기 커피는 감로수다. (5백원) 의아한 모습이 눈앞에 펼펴졌다. 어찌 이렇게 좁은 산길을 뚫고 저 포크레인이 올라왔단 말인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가보다. 하도 인부들에게
질문을 이 하니까 절에서 고육직책으로 사진을 붙여 놓았다. 중대 사자암에서부터 적멸보궁까지 마지막 급경사가 나온다. "그래 조금만 더 올라가자. "
적멸보궁 적멸보궁은 비로봉에서 굽이쳐온 산맥들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예로부터 용이 여의주를 품은 형국이라고 하여 이름난 곳이다. 암행어사 박문수도 이곳의 산세를 보고 천하의 명당이라고 감탄했을 정도다. 당나라에 유학한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앞에서 7일동안 기도했다. 문수보살이 스님으로 화현하여 부처님의 정골(머리)사리와 가사, 바루등을 전해주며 "그대의 나라 해동에 가면 명주 경계(강릉)에 천하 명당이 있으니 절을 세워 사리를 봉안하라. "
귀국하여 바로 명주경계에 갔겠지.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나타나 스님을 인도하여 오늘날 상원사터에 이르렀다. 스님은 7일기도를 열심히 바치니 문수보살이 나타났다. 그는 이곳에 적멸보궁을 세워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다. 그 후 상서로운 일이 많이 발생해 동서남북과 중앙에 절을 짓고 예배를 하고 오만 보살을 예배케 하니 그 후로 산 이름이 오대산이 된 것이다. 전각 뒤쪽에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 따라서 전각안의 좌대에는 붉은색 방석만 놓여 있고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다.
연등이 뒤덮혀 있어 오대산 전체를 조망하기 쉽지 않다. 바람이 휘날리는 연등이 갈대와 같다.
다시 하산을 해야 한다. 다음에는 올 때는 비로봉을 거쳐 오대산 5봉우리를 완주하고 싶다. 그날이 오겠지.
1.월정사 가는 길 도로안내 : 영동고속도로 -> 진부 IC -> 6번 국도 -> 4km -> 월정 3거리 (월정주유소) -> 좌회전 -> 4km 북상 -> 간평교 -> 삼거리 -> 좌회전 -> 4km -> 월정사 앞 주차장 (서울서 3시간 소요)월정사 ->8.3km 북상 -> 상원사 앞 주차장 (20분 소요) 2.입장료어른 3천4백원/중고생 1천3백원/어린이 7백원/주차비 4천원 월정사 입장권을 가지고 방아다리 약수와 소금강을 함께 둘러 볼 수 있다. 3. 기타 1) 오대산 국립고원관리사무소
(033-332-6417) http://www.npa.or.kr/odae
가을나그네-소리새 난, 낙엽이 지는 날은난, 꽃잎이 지는 날은 난 그리워지네요. 님과 사랑의 밤! 난, 낙엽이 흩어진 날 난, 은하의 별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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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구 약올리시네요...난...흩어지고 잇구마~~~~~~~~~~~
이 가을의 분위기를 한번에 느낄수 있는곳이네요..
탁월한 선택...........배경음약.
외모와는 영 딴판인 종원님의 감성을 누가 잠재워줄까...? 이 아침 나의 마음을 흔드는 종원님, 책임지쇼~~
영화의 한장면~~~ 낙엽이 휘날리며~~~ 바바리깃을 세우고 사랑하는님과 걷고 싶다~~~~
영화의 한장면~~~ 낙엽이 휘날리며~~~ 바바리깃을 세우고 사랑하는님과 걷고 싶다~~~~[2] 나두 그러고 싶다,,,ㅎㅎㅎㅎㅎ
벌써 이렇게 단풍이 좋나요? 얼른 가야겠다...
아~~ 가고파라.. 가고파~~~ 나를.. 월정사 전나무 숲길로.... 보내주시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