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우리나라에서 판크라스를 운영한다는 사람이 판크라스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는 기분이 있어서 이번 칼럼은 판크라스를 중심으로 생각해봤습니다. 지금도 매월 프로 대회와 세미 프로대회를 개최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SRC(센고쿠)와 같은 대형 이벤트의 진행 대행을 맡으며 골수팬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KBS SKY(캐스터 강준형, 해설 차성주), 채널 J(진행: 천창욱, 김기태)에서 방영하며 2004년도에 초대형 프로대회가 기획되었으나 우리나라 쪽의 일방적인 취소로 인해 대회 개최 1주일 전에 대회가 중단되는 아픔도 겪은 바 있지요. 하지만 2006년에 월드 판크라스 크리에이터가 인가하는 판크라스 코리아가 정식 설립되면서 현재까지 프로 선수의 공급, 판크라스의 보급, 아마츄어 대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몇 가지의 의미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SRC(센고쿠)의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기타오카 사토루(판크라스ISM)의 판크라스 복귀라든가 연패 탈출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올해로 31세, 10년 간의 판크라스 활동 끝에 판크라시스트(판크라스에서는 판크라스의 선수들을 판크라시스트라고 명칭합니다)의 이름으로 2009년 센고쿠(현 SRC)에서 챔피언에 등극한 인물입니다. 그것도 연승을 거듭하며 PRIDE 경량급 최고의 아이콘이었던 고미 다카노리의 발목을 뺏으며 벨트를 차지했기 때문에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지요. 조지 호드리게스는 지금 센고쿠 페더급의 강호 말론 산드로와 동문수학하고 있는 노바 유니온의 선수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기타오카는 특유의 집념어린 테이크 다운 시도와 서브미션 결정을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만, 본래 노바유니온이라는 곳이 주짓수 팀이기 때문에 좀처럼 끝을 보질 못했지요. 그러나 강한 근력과 훨씬 발달한 체력으로 끝까지 어그레시브를 유지했기 때문에 판정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더 좋아졌고 특히 근력이 더 좋아지면서 그래플링 편중의 선수이긴 하나, 그 그래플링이 더욱 극강성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그러나 나름의 매력이 랭킹의 정점에서 발휘된다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도 전화로 얘기를 들었는데 목욕하고 있다가 지네에게 물렸고 독이 몸에 퍼져서 병원에서 급하게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각종 벌레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와 달리 지네가 생각보다 많은 듯 합니다. 다다미를 주로 쓰는 환경에서 다다미 벌레 퇴치제보다 지네 퇴치제의 판매량이 높을 때도 있다 하니 우리보다는 지네가 많은 듯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성장의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오자키 회장은 90년대 중반부터 MMA의 환경과 우리나라 선수들의 장단점을 보며 그 생각을 했다 합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네에게 물려서 병원에서 독을 치료하고 있다 하니 쾌차를 바래야지요. 무슨 칼로 자른 것도 아닌데 귀가 떨어져버리나 싶기도 하겠지만 원래 귀라는 건 생각보다 약합니다. 지금 당장 만져보시면 아마 실감 나실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좀처럼 그렇게 떨어져 나가진 않지요.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레슬링이나 유도를 한 사람들은 만두귀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가 찢어지는 부상은 종종 있습니다. 전문용어로는 이개혈종이라고 하는데 레슬링, 유도, 씨름, 최근에는 주짓수 등 그래플링에서는 굉장히 흔한 증상입니다. 구기 종목 중에서 럭비는 레슬링 이상으로 만두가 많습니다. 자극에 의해 귀의 혈관이 터지는데 이게 피부가 찢어져서 밖으로 피가 나오면 귀가 그나마 나은데 주로 피하층 안에서 혈관이 터지고 혈액의 양이 본래의 영토보다 더 많이 차지하게 되면서 때론 연골도 손상을 함께 입지요. 즉 크게 붓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도 또 부딛히고 그 다음 날도 또 상처를 받으면서 며칠 지나면 아예 만두귀가 되어버립니다. 몸 부딛힘이 잦은 경량급 선수들이 왕만두가 많고 무거운 체급은 교자가 많습니다. 럭비 선수들이 만두귀가 많은 것은 바로 그 이유입니다. 가끔 귀가 멀쩡한 선수도 있는데 결국 자신의 스타일에 기인되는 경우가 많지요. 많이 들이대고 머리 옆면을 잘 이용하거나 태클도 미사일 태클 자주 하면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받아먹기 잘하는 선수들은 그렇진 않지요. 그러나 그들의 귀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만져보면 딱딱하고 굵은 귀가 많습니다. 귀는 팔다리처럼 뼈대로 튼튼하게 연결된 건 아니라서 귀는 딱딱한데 연결 부위는 부드러워 찢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그래서 레슬링 경기 때 귀에 테이핑한 선수들이 많은 거지요. 귀의 사진을 봤을 때, 귀 전체가 떨어진 건 아니고 이개혈종화된 부분, 즉 좀 깨는 표현을 빌리자면 만두화된 부분만 떨어진 것 같습니다. 사실 만두귀가 싫어서 수술을 하면 이렇게 제거하긴 합니다만 졸지에 링 위에서 시술한 셈이 되어버려 보는 사람들로서는 섬찟하지만 당사자는 귀가 가벼워졌을지도 모릅니다. 여담 삼아 말씀드리지만 섬세한 성격의 최무배 선수는 레슬링하는 내내 용캐 만두를 피하다가 한 방에 만두가 되면서 한참 우울해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개혈종이라는 것은 역도 선수의 손바닥 굳은살처럼, 가라데 사범들의 정권처럼 기본적으로 단련의 한 결과물이지 그걸 일부러 만들 것까진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미국의 레슬링은 마우스가드(마우스피스)와 함께 어이가드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땐 우리나라도 도입하는 것이 낫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운동할 때는 귀보호대가 싫긴 합니다만. 사실 우리 같은 격투기 쪽에서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프로 야구라든가 월드컵 같은 것이 열리면 속된 말로, 링에 파리 날리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나 즐길 때는 같이 즐기고 모두 한 마음으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월드컵을 만끽해야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