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294> 통영 벽방산
산행길 곳곳 신기한 바위, 정상 오르면 쪽빛바다 한눈에
부처의 10대 제자 중 맏형 격인 가섭.
석가가 연꽃을 가리키자 가섭만이 씩 웃었다는데, 바로 '염화시중'의 주인공이다.
가섭은 누더기 옷을 걸치고 남루하게 살았다.
이 가섭이 우리나라 남해안의 한 산에서 수행한다(?)는 전설을 들었다.
바로 벽방산(碧芳山·650.3m)이다.
이 산과 가섭이 어떤 인연인지 알 수 없다. 옛 문헌에는 벽방산을 '벽발산(碧鉢山)'이라고 불렀다.
'발'은 공양에 쓰는 바리때다.
산 형세가 바리때를 들고 미륵불(미래에 올 부처)을 기다리는 가섭을 닮아서 붙었다.
벽방산은 경남 통영시와 고성군을 아울러 최고봉이다.
이 지역 3대 명산(거류산·구절산) 중 맨 앞자리이다.
최고라는 이름은 그냥 붙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면 통영·고성·진해만과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의상암, 안정사 등의 고찰과 매바위, 천년송 등 특이한 볼거리도 많다.
암산과 육산을 적절히 품어 산행 내내 지루할 겨를이 없다.
통영·고성 아우르는 3대 명산 중 최고봉
매바위 흔들바위 천년송 안정사…
볼거리 많고 경관 좋아 산행 내내 즐거워
산꾼들은 통상 안정사를 기점으로
의상암~정상~안정재(약 3㎞·소요시간 약 2시간)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하지만 경관 말고는 산 타는 재미는 아무래도 덜하다.
산행팀은 산행코스의 멋도 줄 겸 코스를 새로 꾸며 보았다.
코스는 노산리 가락종친회관을 출발해
매바위~쉼터~천년송~천개산~은봉암~안정재~벽방산~의상암~안정사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약 9㎞. 넉넉잡아 5시간 30분 정도다.
기점인 가락종친회관은 2층짜리 몸체는 흰색, 지붕에는 기와를 얹었다. 종친회관 오른쪽으로 오른다.
입구에 천개산 등산 안내 간판이 있다. 나무계단을 따라 이 길로 접어든다. 12분 정도 오르막을 걷는다.
묘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꺾는다. 산행 초입에서 만나는 220봉까지는 약 20분.
돌탑 1기와 벤치 5개, 이정표가 있다. 통영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썩 시원한 느낌은 아니다.
매바위
이 봉우리에서 아래로 8분 정도 걸었다. 소나무 숲 끝에 바윗덩이가 우뚝 길을 막았다. 매바위이다.
먹이를 노려보고 앉은 매 대가리 형상이다. 철제 계단을 이용해 오른다.
계단 입구 오른쪽에 '추락위험' 푯말이 있다.
공룡바위
매바위를 내려서자 오른편에 공룡바위가 입을 벌리고 쳐다본다.
'공룡바위'란 말을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15분 정도 걷자 이번에는 흔들바위가 나타났다.
바위 밑이 손가락 2개 정도가 들어갈 만한 틈이 있었다. 여차 하면 떨어질 것 같았다.
안간힘을 써서 산행팀이 밀어 봤는데 꿈쩍도 안 했다.
흔들바위
335봉, 352봉을 넘었더니 쉼터가 나왔다(흔들바위에서 25분 소요).
쉬기 좋은 나무의자와 평상이 있다.
고성만이 보이고 멀리 삼천포화력발전소 굴뚝에서는 연기가 올랐다.
343봉과 벽방산 이정표를 지나 386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오른쪽 암릉에 천년송이 있다.
높이 170㎝짜리 반송이다. 바위에 꽂힌 듯 자란다. 바위는 암릉 끝에 위태롭게 걸쳐 있다.
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것 같다. 천년송이라지만 수령은 그 반도 못 된다.
바위와 솔이 통영만의 푸른 해원을 그리며 사는 모습이 정겨워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지 싶다.
이 봉우리의 이정표가 천개산까지 3.3㎞라고 알려준다. 내려가는 목재 계단이 있다.
15분 정도 능선을 타고 걸었다. '비암바구(뱀바위)' 푯말이 나타났다.
'비암' 뒤에 친절하게 '뱀 사(蛇) 자'를 써놓았다.
천개산
비암바구에서 403봉을 지나 천개산(天開山·524m)까지 25분 정도 걸렸다.
이 산은 계족산(鷄足山)으로도 부른다. 정상에서 벽방산이 훤히 보인다.
산불감시 CCTV와 쉴 만한 정자가 있다. 천개산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은봉암으로 향했다.
내리막 암릉이라 경사가 예사롭지 않다.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럽다.
안전 로프가 필요한 구간이다.
부처님이 절벽 아래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계신다
암릉 내리막이 끝날 무렵 오른쪽 석벽에 금불상이 앉아 있다.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10분 정도 지나면 은봉암이다. 암자 극락보전 추녀 옆의 입석이 유명하다.
일명 '은봉성석'인데 벽방 8경의 하나이다.
은봉성석
성철 스님이 지난 1951년부터 4년간 은봉암과 벽방산 안정사 등에서 동안거와 하안거를 했다고 한다.
암자 입구에 있는 약수는 계족약수인데, 병을 치료하는 약수로 알려졌다.
은봉암에서 내려와 임도를 만났다. 안정재 쪽으로 10분 정도 걸었다.
안정치에서 올려다 보는 벽방산 병풍바위
안정재에 산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산행팀은 안정재에서 벽방산으로 난 목재 데크를 따라 올랐다.
10여 분 정도 오르자 오른편에 돌탑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누가 세웠는지 연유를 모른다.
다만, 탑을 쌓을 때의 신심과 공만을 상상할 뿐이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천년송처럼
정상을 200m 정도 앞두고 대숲을 만났다. 키 낮은 대나무들인데, 빛깔이 누렇다.
대밭과 멀리 바닷빛이 어우러져 바라만 봐도 시원하다. 잠시 쉬어갈 만하다.
목재 데크와 너덜지대를 통과해 정상에 도착했다.
내고향 소가야 고성시가지가 아래로
'벽방산 정기가 온 누리에'라고 적힌 표석이 있다. 주변 경관을 설명하는 전망대 간판도 있다.
북쪽으로 거류산과 구절산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거제 가라산, 노자산이 펼쳐져 있다.
구절산과 당동만
거가대교의 모습도 잠깐 비친다. 날씨가 좋으면 부산도 보인다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통영 땅과 고성 땅이 좌우로 보인다. 그 땅을 다도해가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섬이 많기는 많다.
거류산 아래로 고속도로가 시원하다
이정표를 따라 의상암 쪽으로 걸었다.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의상암까지 소요시간은 30분. 급한 내리막과 순한 내리막이 번갈아 다가왔다.
의상암 칠성각은 한가지 소원을 들어중다는데, 그 옆의 샘터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의상암 입구 돌탑 옆 시비 마음에 들어 옮긴다
의상암 입구 느티나무에 까마귀 떼가 앉았다.
이 암자는 신라 문무왕 5년(서기 665년) 의상 대사가 만들었다.
의상은 기도 중에 천공(하늘의 공양)을 받았다고 하는데,
암자 아래에 의상이 참선한 의상선대(좌선대)가 있다. 의상암은 불사가 한창이었다.
의상암에서 12분 정도 내려와 임도를 만났다.
임도를 따라가도 좋지만 발이 불편하다. 임도를 버리고 이정표를 따라 다시 산길로 내려온다.
12분 정도 걸어 아까 만난 임도를 또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우회로가 없어 임도를 이용해야 한다.
길 왼쪽에 가섭암이 있다. 여기도 불사가 진행 중이다.
안정사는 절집 주위의 소나무가 인산적이다
10분 정도 걸어 안정사 방향 이정표를 만났다.
임도를 벗어나 다시 등산로로 접어든다.
안정사 뒤편 소나무 숲을 누군가는 '통도사 금강송'을 닮았다고 했다.
소나무 하나하나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겨울산 춤추는 소나무(寒山舞松)'로 불릴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조선 고종 황제가 금송패를 하사해 보호했을 정도다.
이곳에 나는 송홧가루를 왕실에 공급했다고 한다. 솔향이 절을 감싸는 것 같다.
일주문에도 벽발산이라 되어있다
안정사에 이르렀다. 신라 태종무열왕 원년(654년)에 원효 대사가 만들었다.
현재 건물은 조선 영조 27년(1751년)에 중건한 것이다.
고려 때 만든 대웅전 문수·보현보살상과 조선 범종, 만세루를 돌아보고 절 정문으로 나왔다.
여기서 종점인 안정사 주차장까지 5분 정도 걸렸다.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전대식 기자 pro@busan.com
범종각 아래 새겨진 그림이 눈에 부신다
통영시 광도면 노산리 가락종친회관까지 가려면 먼저
부산동부시외버스(1688-9969)에서 통영버스터미널(1688-0017)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에는 7시 45분, 8시 30분, 9시 30분, 10시, 11시 10분. 소요시간 3시간, 요금은 1만 2천 원.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오전 5시 4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통영행 버스.
소요시간 2시간 30분, 요금은 1만 800원.
통영터미널에서는 300번, 335번, 661번, 664번 시내버스(요금 1천 원)를 타고 7~10분 정도 가서
광도면 노산리에 내리면 된다. 노산리에서 기점인 가락종친회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자가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남해고속도로로 진주분기점까지 가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북통영IC-노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하자마자 1차로로 붙어 노산로 방면으로 좌회전해 조금 진행하다
노산교에서 다시 좌회전해 5분쯤 가면 된다.
소요시간 1시간 30분 정도. 차량 내비게이션은 '광도면사무소'나 '광도면 노산리'로 검색하면 된다.
종점인 안정사 주차장까지 661번 시내버스가 온다.
배차가 오후에는 1시 50분, 5시 30분 2대뿐(요금 1천 원)이라 차 시간을 맞추기 힘들겠다.
이 버스를 놓쳤다면 안정사 주차장에서 안정리 방향으로 20분쯤 걸어가면
통영종합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다. 문의 광도면사무소(055-650-3560).
종점 주변에 닭, 오리 백숙을 파는 음식점이 몇몇 있다.
안정골농원(055-649-5292)과 솔밭가든(055-649-0462)의 백숙 맛이 잘 알려져 있다.
가격은 두세 명 기준으로 2만~3만 원. 단체는 예약하는 게 좋겠다.
소담골 산장가든(055-649-6184)의 파전과 손두부(6천~8천 원)도 간단한 요깃거리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