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한가지 발견...
님의 글에서는, 님만이 알고 있는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헌데, 그러한 것들이 신선하다기 보다는... 약간 괴리감도 일게 하는군요.
여러 지명들이랄지, 가수 이름. 그리고, 지역이름...
그런 것을 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것은, 오류가 될런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동일시되기를 원합니다.
허나, 그 방법에서 실패했다면...
그것은 잘 쓰여진 글이 아닐겁니다.
허나, 한가지...
님의 글에서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그 신선함은... 님의 천진난만한 모든 생각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
행복하세요.
: 레고블럭의 이름은 어떻게
: 노란색 레고블록이 하나, 얇은판으로 된 노란색 레고블럭은 하나, 그 얇은 블록에 끼워넣을 수 있는 구멍이 하나, 나는 그 하나의 구멍을 하나의 요에 넣고 그 하나가 된 레고블럭도 레고블럭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그 하나의 레고 블록에는 레고라고 씌여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레고블럭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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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건너는 내내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차창에 민달팽이의 흔적들을 내리고 있었다. 지금이면 중앙대 용산병원에서는 몇 구의 시체가 될 몸뚱이가 거리로 다시 내몰리고 있으며, 그 중에 조규찬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죽는 것과 조규찬의 노래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런 생각이 또한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조규찬의 노래를 듣지 않지만, 그것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은가? 가방속에서 주섬주섬 워크맨을 꺼내서 귀에 백폰을 꽂았다. 조규찬의 노래와 비가 내리는 창을 들으며 계속 중앙대 용산병원에서 나오는 시체가 될 몸들을 생각했다. 지금이면 그도 도착하지 않았을까? 출판사에서 받아오는 스무 권이 넘는 증정본을 짊어지고 기다리기로 했는데, 가방 안에 다 넣을 수 있는 분량도 아니고, 아마 밥때 넘긴 낑낑거리는 강아지마냥 늦은 나의 도착을 투덜거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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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블록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박스로 나온 레고 전체의 이름은 각각의 시리즈로 나눠지는 걸까? 주유소세트 레고를 사면 나중에 결과적으로 주유소의 모습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 두개짜리 얇은 판, 두꺼운 투명블럭, 지지용 구멍이 몇 개일까? 주유소 주유원의 모양을 하고 있는 레기는 경찰서장의 머리를 갖게 되고, 후크선장의 손을 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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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리니 육교의 건너편에 그의 모습이 보였다. 예상대로 터져나갈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등에 얹고는 이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비가 오는 거리에 생긴 작은 물구덩을 조심스레 피해 밟으며 호주머니에서 88담배 한가치를 피워 물었다. 길 건너의 그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육교 위에서 내려다본 삼각지쪽 길에는 비에 갈 길이 막힌 차들로 가득했고, 그 차들의 벽 뒤에 그가 웃고 있었다. 육교를 내려서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손가방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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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워서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
: -비가 와서 그런지 차가 많이 막혀서, 저쪽에서 좌회전을 막으면 이 길까지 내려와서 유턴을 해야하잖아.
: -밥은 먹었어? 어디가서 보신탕이라도 먹을까? 이 뒷골목에 잘 아는 보신탕집이 있는데 말이야...
: -내가 개 먹는거 봤냐?
: -그럼 한남동 파파이스라도 갈까? 안 간지도 오래 되었는데 말이야... 주민등록 말소된 이후로는 그 동네 가지도 않았고 당구장 아줌마 아이스커피 맛도 거기 그대로 있는지 궁금하지 않냐?
: -나중에 지금 이 책들 때문에 길거리에 퍼지기 일보직전이야. 택시타고 가자.
: -지하철 타자. 차는 여기만 막히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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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의 색을 나올 때부터 정해져 있고, 크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정해져 있는 것을 부수는 것이 내가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부수는 것도 레고의 세계 안에서 일뿐이다. 듀플로씨리즈의 커다란 블록을 작은 레고 시리즈에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내가 사 모은 혹은 나의 부모가 나를 위해서 사 모은 블록들의 목적은 계속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잔인하게 계산된 결합을 보면서 듀플로의 거다란 토끼 인형을 레기마을의 해태상처럼 앞에 세웠다. 그 해태상이 된 토끼는 이 마을에 어떠한 불법이 스며드는지를 볼 수 없었다. 해태는 눈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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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철 용산역에서 담배를 물고는 새로 나온 책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역에서는 자주 전철을 타게 된다. 나에게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이 도시에 들어온 지도 벌써 8년이 넘어간다. 그러면서도 내가 서울이 된건지 서울이 내가 된건지 모를 정도로 이 안에 있다. 멀리서 나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노란색 선앞으로 한발짝 들어선다. 내가 배운 것은 열차가 들어올 때 한발짝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열차를 빨리 타기 위해서 노란색 선안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성북행 국철의 천장에는 우산들에서 내린 물방울들과 그 수증기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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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로 머리를 잃어버린 레기에게는 새로운 모자를 씌웠다.
: 욕망이라는 것을 하나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유년시절에 무언가를 사 모았다. 그 충족은 시간이 지나면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서 처음의 형체도 유지 하지 못한다. 단지 욕망이라고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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