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타이핑하긴 제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
대충 간추렸습니다.
제가 3호선 버터플라이를, 그리고 꿈꾸는 나비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이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거든요.
PAPER라는 잡지를 워낙 좋아해서 한 달도 빠짐없이 사보고 울고 웃던 그 시절.
그 잡지 기자가 앨범 한 장 소개하는 것까지 철저하게 신봉했던 그시절이었으니, 4페이지 남짓의 것두 섹쉬유희님의 덫에 걸렸다하니, 어찌 뿅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꿈꾸는 나비'는,
그 시절.. 정말 자다가도 혼미하게 환청처럼 들리곤 했죠.
유희님의 말처럼 '사막의 모래 바람을 잔뜩 섭취한 후 뱉어내는 그녀의 스산한 보이스 톤에 반해, 정말 그녀의 노래만 들으면 사막으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걷기만 하네'는 정말 걸어다니면서 많이 들었죠. 그처럼 신나는 일도 없었어요.
처음엔 몇몇 사람들만의 귀한 보석같은 곡들이라고 생각해서인지, TV에 떡하니 흐르던 선율이 뭔가 쭈뼛해지면서 어색했는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좀 유치하지만 ㅋㅋ
요즘엔 즐거워요. 정말.^-^
<정유희의 덫에 걸린 사람들>
3호선 Butterfly
- 연약한 나비가 꿈 찾아가는 무모함으로...
<3호선 butterfly>,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빗나간 작전 명령 암호같이 출처 모호한 이 그룹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 곳에 성기완이 존립하고 있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천여 장밖에 못 팔린 그의 솔로 앨범 '나무가 되는 법'에 상당히 매료됐었고, 이음새 없는 반지를 받은 처녀의 맑은 긴장과 영롱해서 더 차가운 이미지들이 뭉쳐 다니는 그의 시들도 반듯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한 낮은 혓바닥 속에 숨어 있는 열정적인 비평의 발언들도 맘에 들었다.
, <삐삐밴드>, <삐삐롱스타킹>, <99>, <원더버드>의 불세출의 베이시스트 박현준, 나는 그가 개입했던 밴드를 모두 좋아했었다. 그는 시절이 바뀔 때마다 당당하게 자신을 포지셔닝할 수 있는 괄목할 만한 밴드로 이전했고, 이 새로운 개업들은 항상 사람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메이크업이 바뀐 적이 있는가. 항상 균일한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언제나 우리의 눈을 멀게 만들었던 록스타 박현준, 슬픈 건 후생에도 내 남자친구가 되진 않으리라는 확신.
<질주>에 나오는 남상아한테 혼을 도적질당해 <질주>를 100번 넘게 봤다는 남자애를 안다. 또 사막의 모래 바람을 잔뜩 섭취한 후 뱉어내는 그녀의 스산한 보이스 톤에 반해 그녀의 노래만 들으면 사막으로 떠나고 싶다는 여자애도 안다. 나는 이 둘의 호들갑에 딴지 걸지 않고 그녀를 인식했다. 김상우...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솔직히 그가 <허클베리 핀>의 드러머였고, 이탈리아 사람처럼 잘생겼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들을 만났고, <3호선 butterfly>라는 팀 속에서 새롭게 싹을 틔우는 한 그루 나무를 발견했다. 이건 한편, 노련하지만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성기완은 생각보다 담백하고 친근했으며 중심 맥락이 탄탄했다. 평소 인터뷰하기 어렵기로 또 말없기로 소문난 박현준은, 감지 않은 머리에 개기름을 덕지덕지 묻힌 채, 인터뷰 장소로 나와 술을 쭉쭉 들이켜며, 냉소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유머와 엄청난 말발을 구사했다. 우울하고 초조해 보이는 눈망울 때문에 벌받은 고양이 같았던 남상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양호했으며, 세상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에 매서운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놀랄만한 발견은 김상우. 드러머가 아니었으면 목사가 되지 않았을까. 그는 천성적으로 청결한 핏줄, 떨리는 목소리지만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음성으로 노래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드럼으로...
<3호선 butterfly>의 음악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내가 2000년에 만났던 최고의 국내밴드이다. 그들의 앨범은 롤러코스터 2집과 접전을 벌이다가 1위로 껑충 등극했다. 이 앨범을 재빨리 소개해준 김양수에게 감사를... <3호선 butterfly>의 음악에는 고함지르지 않지만 충분히 강렬한 사운드와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 신경 세포를 긁는 크고 작은 노이즈가 있다. 전반적으로 세련된 사운드를 반쯤 감춘, 그래서 들을 때마다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비밀의 사운드 코드를 적발하는 재미가 있다. 사이키델릭하고 몽환적인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달도 안 뜬 우울한 밤인데,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진다. 여하튼 나는 빨리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들의 <걷기만 하네>를 들려주고 싶다.
<3호선 버터플라이> 이름이 너무 독특해요.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상우 제가 밴드명 질문에 대한 대답 담장자인데요. 그래서 대답을 늘 수첩에 적어 가지고 다녀요.
어느 날, 우리 멤버 모두 다 3호선 근처에 산다는 걸 우연치 않게 발견했어요. 그래서 앞에 3호선을 붙였고, 또 3이라는 숫자에 어떤 특이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일등도 이등도 아닌, 삼등.
즉, 제 1의 시선, 2의 시선이 아닌 제 3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버터플라이를 붙인 이유는 우리가 항상 가지고 있는데 잘 알지 못하는 느낌, 그걸 나비가 가지고 있어서 그 이미지를 차용한거죠.
나비는 어쩐지 현실 속에 있는 곤충 같지 않거든요. 아름답잖아요. 비현실적이고.
그러니까 나의 주장이 옳다, 너의 주장이 옳다, 이런 게 아닌, 제 3의 다른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 또 그런 다른 시선들이 인정받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3호선'의 '3'이라는 숫자에 깃들여 있어요.
또 개인적인 생각으론 지하철이나 국철 주변에는 외진 곳들이 많잖아요. 그런 곳에 어쩐지 나비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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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이 대중한테 쉬운 코드는 아닌 것 같아요.
기완 그런데 전 대중을 우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릴 외면한다면, 몰라서 외면하는 게 아니라 판단한 후 외면하는 것이겠죠.
현준 아... 우리 <꿈꾸는 나비>가 죄다 대중 쪽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꿈꾸는 나비>는 애달픈 느낌을 많이 주더라구요. 성기완 씨 자신의 사변적인 스토리가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
기완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슬픔을 조금씩 더 깊게 겪잖아요. 온갖 헤어짐과 만남의 굴곡에서 시간을 지나온 한 중년의 신사가 돌아본 인생, 여하튼 아름답게 가고싶다...
가슴 쓰린 개인적인 사연이 있긴 있어요. 다 말할 순 없고...
풍파에 시달린 하나의 신파 같은 스토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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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무언가 구분 짓기를 좋아하는데 <3호선 버터플라이>는 어떤 밴드로 명명되기를 바래요?
현준 우리는 조용한 이야기를 하는 밴드인 것 같아요. 일단 조용하게 "야, 일루와 봐" 그래놓고 "나비야~"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우릴 보고, 이상한 방식으로 이 바닥에서 끝까지 발악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뭐, 이렇게 불리면 어떻고 저렇게 불리면 어때.
맘대로 불러도 돼요. 당신들, 맘대로 불러! 노 프라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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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 태어나고 싶어요?
상우 나비, 괜찮은 것 같아요. 너무 오래 살지 않아서 좋구요.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모습도 맘에 들어요.
<3호선 버터플라이> 때문에 나비한테 중독되고 있나봐요.
기완 나는 흑인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흑인은 원초적으로 멋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듣는 음악도 대부분이 흑인한테서 탄생됐고... 그 유전자를 세포에 받고 다시 한번 태어나고 싶어요.
현준 한번 태어나서 살기도 지겨운데 또 태어나야 하나? 여하튼 난 무엇으로 태어나지? 채식 공룡? 기린도 재미있겠다..............
상아 나는 우주인, 지구상의 존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존재로 태어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