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토지 통행 권리인 ‘통행지역권’, 통로로 쓰고 있다고 인정되진 않아 요역지 소유자가 승역지 위에 도로 설치-사용 ‘객관적 상태’ 필요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자영업자 A 씨는 최근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땅을 매각하려다 문제를 발견했다. 동네 사람들이 토지 소유자인 A 씨 허락도 없이 땅 일부를 도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두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오솔길 형태 도로였다. 동네 사람들은 통행하고 있는 토지는 관습상 통행지역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땅을 매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타인의 토지를 소유자 허락 없이 도로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처럼 토지를 매각할 때 종종 주변에서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A 씨 사례에서 동네 사람들이 A 씨 토지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지역권’은 자신의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 타인의 토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도움을 받는 자신의 토지를 요역지라고 한다. 도움을 주는 타인의 토지는 승역지라고 한다. 이때 지역권은 요역지와 분리해 양도하거나 다른 권리의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민법 제292조 참조). 게다가 토지가 분할되거나 토지 일부가 양도되면 지역권은 요역지의 각 부분을 위해 존속되거나 편익을 위해 제공되는 토지의 각 부분에 존속한다.
지역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요역지와 승역지 소유자 사이에 지역권설정계약을 하고 등기를 마치는 것(민법 제186조 참조)이 첫째, 지역권을 취득할 수 있는 법률 규정에 부합하는 것이 둘째다. ‘법률 규정에 부합한다’는 규정은 지역권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해 취득시효가 인정된다’는 의미다(민법 제294조 참조). 특히 공유자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할 땐 다른 공유자도 이를 취득한다.
이렇게 승역지에 관해 통행지역권을 시효로 취득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역지 소유자는 승역지 소유자에게 승역지의 사용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지역권은 존속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2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민법 제162조 참조).
통행지역권을 시효로 취득할 수 있는 대상자는 요역지 소유자와 기타 사용권자(지상권자 등)에 한정된다. 요역지의 불법 점유자는 취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동네 사람들이 토지 소유자 허락 없이 토지를 무단으로 통행하고 있는 사실만 가지고는 통행지역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취득시효에 의한 지역권 성립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정된다. 요역지 소유자가 승역지 토지에 통로를 개설해 그 승역지를 항시 허용하고 있다는 상태가 민법 제245조로 규정된 기간 동안 계속돼야 한다. 여기서 제245조 규정은 ①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등이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동네 사람들이 토지를 통행하고 있다고 해서 통행지역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행지역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요역지의 소유자가 승역지 위에 도로를 설치해 승역지를 사용하는 객관적 상태가 계속된 때에만 그 시효취득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1다8493 참조). 즉, 통행지역권을 시효로 취득하기 위해서는 요역지의 사용권자가 승역지 위에 통로를 개설하여 승역지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