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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음 등반을 준비하시는 분을 위해 가져갔던 물품을 적어본다..
<준비물> 등산화, 등산 스타킹 속옷과 반바지. T셔츠. 양발. 각각 3 셑트
아이들 긴 옷. 수건 4개, 비옷, 모자, 등산스카프, 코펠 풀 셑트,
버너 작은 것, 가스6통, 수저 셑트, 칼, 가위, 도마 적은것. 바람막이,
실내화 2개 , 쌀 6끼분( 종이컵 1컵이 성인 한끼 분 계산), 라면 9
개( 한끼에 3개 준비), 감자 3개, 양파3개, 고추, 고추장 된장(이
상은 찌개용 (2끼), 북어 국, 미역국, 곰국 2봉지, 오이 2개, 카레,
보크라이스 1봉지, 수프1개, 참치 1개, 햄 3캔과 불고기 햄 1개,
김치, 깻잎 뭍인것, 콩잎 뭍인것, 멸치 뽁은 것 (이상 밑반찬)
카메라와 필름3통, 등반지도, 인터넷에서 뽑은 안내도
구급약( 스프레이 파스, 대일 밴드, 면봉, 연고 등), 음료수통 4개
아이들 간식( 쵸코렛 1봉지. 자유시대 1봉지, 사탕 1봉지, 천하 장
사 60개들이 1봉지, 뽀또 1박스, 두유 8개…) ,플라스틱 병 소주
3병 , 세면도구, 세척도구, 커피믹스1통, 고무베개 2개, 뻔데기 캔 2개
렌턴 작은거 1개
이상을 4개의 배당에 배분해서 넣어서 무게를 달아보니 아이들 둘 각각 6.5Kg, 아내배낭이 11Kg, 내 배낭이 17Kg 정도가 된다.
드디어 준비완료. 출발시간 8시 30분. 숙취도 깨지 않고 오랜만에 어깨에 배낭을 걸치니 묵직하다. 지하철을 타고 서면에 내려 2호선을 갈아타고 사상 서부터미널에 도착. 구례 화엄사방향의 표를 끊으니 요금이 36,600원이다. 정말 오랫동안 버스를 타지 않아서 그런지 요금이 너무 비싼 것 같다.
9시 50분 버스. 30분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한대 피우고 나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지산님 (후배)의 전화가 왔다. 조심해서 갔다오라며... 근데 꼭 가야만 하는 길인지. 하지만 아내와 아이 둘이 모두 신나 하는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 앉아있던 기사 분이 지리산 가느냐? 며 묻는다. 종주를 계획하고 간다고 했더니 어린아이들에게 큰 추억이 되겠다며 잘 갔다오라며 돕는다. 아저씨가 제일 걱정이네요..라며..하하하하 그러더니 운전석에 가더니 소니 캠코드를 꺼내와서 도착지까지 3시간 20분이 걸리니 이것 가지고 가족의 출발 소감과 경치, 얼굴 등을 찍어놓으면 자기가 편집해서 보내겠다며 건 낸다. 야! 우째 시외버스 기사 님들이 이리도 친절해 졌냐 고 아내도 감탄사가 터진다. 아이들은 서로 찍겠다며 카메라를 연신 돌리고…
리포트 해 보라며 엄마와 아빠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카메라 체질이 아니라 그런지 부끄럽다. 하지만 추억 만들기를 위해 엄마와 아빠는 리포트를 자청하고… 차는 고속도로를 진입해서 달린다… 카메라 한대로 인해 아이들과 우리는 지겨운지 모르고 진주를 지나 하동을 거쳐서 몇 번의 주차장에 차를 거친 후에 구례에 도착했더니 기사 아저씨 화엄사까지 데려 주겠다며 앉아 있으란다. 후후후.. 너무나 고마운 아저씨.. 카메라의 밧데리는 구례에 도착할 즈음 바닥이 나고…
몇 번의 짧은 소낙비가 오기는 했지만 아무도 그런 것에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놀고 묵고 하는 댄 다 이력이 붙어서 그런지.. 나 참… 기사 아저씨 왈 구례가 시 중에서 가장 적은 시에 들어가는데 도로 시설은 아마도 전국 제일이란다. 그리고 여기 주민들의 친절은 배워야 한다며 만약에 길을 물으면 가게도 비워놓고 길을 가르쳐 준단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절도 대단하다며 구례의 자랑을 늘어놓는데, 자기는 본토 부산사나이 라며 혹시나 전라도 사람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불식시키고….
그래서 혹시 대학생들이 지리산에 오면 쌍계사 쪽 보다는 구례 쪽으로 안내를 많이 하신 단다… 정말 경상도 사람 친절 하입 시더.. 저도 그렇고요….
드디어 화엄사 입구.. 지리산 남부 터미널…..
다시 햇빛이 반짝인다. 벌써 시간이 1시 30분. 배가 고프다. 주변에서 산채 비빕밥을 먹자고 했더니 아내가 라면으로 대체하자고 나선다. 그래 여기까지 경비도 많이 나왔는데 점심은 라면으로 먹자. 벌써 차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절반이나 먹어 버린 아이들은 점심생각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주차장 약간 위쪽에 야영장이 보인다. 수돗가 옆엔 야영장 관리하시는 듯한 분들이 앉아서 잠시 쉬고있고 우리는 야영장에 앉아서 자리를 폈다. 여기 야영장 바닥엔 텐트를 치기 좋도록 마루 바닥처리를 다 해 놓았다. 야! 여기서 자면 바닥 때문에 잠자리 설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코펠과 버너 , 라면을 꺼내 불을 붙이고 라면 물이 끓을 즈음 갑자기 소낙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어이쿠.. 큰일이다… 아이들과 배낭을 빨리 피신시키고 라면을 넣어 다 끊인 후 들고서 같이 피신…
야영장 식사 대에 와서야 비를 피하며 맛있게 냠냠… 국물까지 비우고..
간단히 세척 장에서 씻고 나니 벌써 2시가 다 되었다.. 성삼재 까지 가는 버스가 2시 20분 에 있기에 서둘러 야영장을 나왔다. 버스표를 10,800원에 구매하고 준비한 라면 3개를 먹어 버리는 바람에 작은아이를 시켜 라면을 충당시키고.. 사진도 폼 잡고 몇 장을 찍고…
버스가 도착했다. 저 멀리 등산복을 입으신 아저씨들이 우리가족에게 손짓으로 빨리 타라며 반기신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던 차가 갑자기 정차를 하며 지리산 입장료와 관람료가 있다며 준비하라고 한다. 어른 2,600원 아이들 700원 합이 6,600원 ,, 엥… 버스요금도 비싼데 입장료가 장난이 아니다. 관리사무실에 한 아저씨가 타더니 뒤쪽부터 쭉 요금을 받는다. 6,600원을 줬더니 5,200원만 받는다. 어린이 표를 안 가지고 탔다며 할인을 해 주신다.
옆에 아이들 바로.. 재수~~~~좋다며 싱글벙글… 아이들도 경비에 걱정이 되는 건지... 나참
성삼재를 올라가는데 비와 함께 안개와 구름이 덮여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큰일인데… 난 등반에 대한 걱정인데 아내와 아이들은 마냥 경치에 빠져 바깥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내가 봐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 폭의 수채화가 펼쳐진 것 같다…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
비와 함께 바람도 세차다.. 사진 한 컷하고 다시 출발… 함께 탄 아저씨들이랑 대학생들… 부부… 여러 팀과 함께 노고단으로 출발… 약하게 뿌리던 빗줄기가 세차진다.. 모두 비옷으로 덮고…. 조용하게 올라오던 큰 아이가 목뒤가 아프다며 뒤에서 쳐진다.. 아니 안 되는데.파스를 뿌려주고 만져주었더니 그나마 괜찮다며 따라 붙는다. 내일까지 아프면 안 되는데.
성삼재 에서 노고단 2.7Km .. 한시간여 오르고 나니 안개 속에서 노고단 대피소가 보인다.. 먼저 종주를 마친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학생이 성삼재가 다 왔냐 고 묻는다. 근데 앞서가는 남학생이 다리를 다친 모양이다. 쩔뚝거리며 내려간다. 걱정이다. 혹시... 다 왔다며 힘내라고 이야기 해주고 ..... 매점에 예약 확인을 하러 갔더니 가족이면 가족 방을 사용하라고 한다.
고마워 할쯤 요금이 조금 더 비싸다고 한다.. 35,000원.. 에이 편하게 자고 가지 뭐… 일반 실은 숙박비 20,000원 모포요금 1인 두 장이면 8,000원…
얼마 차이가 아니라서 그냥 가족 실로 들어갔다.. 근데 일반 여관시설이랑 거의 비슷하다…물론 공동 사용이지만 샤워시설과 깨끗한 화장실…그리고 따뜻한 방과 취사 실.. 1 시간 여 등반이었지만 피곤해서 잠시 누웠더니 5시 30분이 다 되었다. 라면으로 간단하게 때웠던 아이들이 배고프단다.. 그래 먹자. 옆방에 소리가 난다. 우리 말고 1팀이 더 입장을 했다.
저녁 준비를 위해 취사장에서 밥을 하는데 무슨 비가 폭우로 변해서 내리고 있다. 아이들은 마냥 좋아만 하고.. 또 걱정이 앞선다.. 큰 일 났다..
태풍이 올 꺼라 들었지만 …. 따뜻한 밥에 소주한잔을 걸치고 나니 폭우로 변한 빗소리도 음악으로 들린다. 아! 내일이 걱정이네.. 혹시 이대로 산행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더 놀고싶어 하는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우리도 일찍 자리에 들었다. 내일의 산행이 아마도 힘이 들것 같다.......... 쿨쿨..................
둘째날...... 벽소령까지..
새벽 일찍 일어나니 밖이 조용하다. 밤에 그렇게 퍼부었던 비가 우리를 도와주나 보다..
아직은 어둡지만 하늘엔 구름이 하얗고 깨끗하다. 다행이다...휴~~~~
아이들을 깨워 세수를 시키고 식사 준비를 하니 5시 30분이다.. 큰 아이의 목은 괜찮으냐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정말이지 다행이다... 잘 걷는 큰 아이가 아프면 종주가 힘드니깐...
식사를 할쯤 주위의 어둠이 걷히고 안개가 흩어져 움직인다.. 정말 환상적이란 표현밖엔 더 이야기가 안 된다. 새벽에 흩날리는 산 속의 안개.. 따뜻한 곰국( 일회용 ) 에 밥을 말아서 모두 한 그릇 하고선 배낭을 단단히 묶어 드디어 노고단 대피소에서 출발.. 그나마 집사람 배낭이 조금은 가벼워 진 것 같다. 친절한 산장아저씨에게 키를 주면서 인사를 하고 노고단 정상 150m 를 올라섰다. 근데 오르막이라 새벽부터 숨이 찬다..
노고단 정상.. 안개가 가득 끼어 앞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같이 출발하는 아저씨 3명 과 대학생 12명 정도 1팀과 함께 출발을 했다.
노고단 출발 7시...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 돌길이 계속 이어진다. 전날의 빗물로 인해 돌이 미끄럽고 바닥은 물로 가득하다. 근 40여분 헤쳐 나오니 돼지평전...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잠시 하늘과 산 아래가 보이다가 다시 숲길.. 25분 여 더 걸으니 헬기 장이 나타난다.. 구조대의 위치 표식이 군데군데 보이고...
첫 푯말... 노고단 2.7Km . 천왕봉 29.1Km... 피아골 대피소 2.5Km
8시 30분 임걸령 도착..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대학생들과 함께 쉬지 않고 걸어왔다.
그나마 오르락내리락 하던 길이 조금은 쉽다... 여기가 첫 샘터 인 셈이다. 노고단에서 물통 4개에 가득 담아 먹으면서 왔는데 다 비우지는 못했다.. 여기서 다시 아침 세수와 물통에 다시 물을 가득 담고 잠시의 휴식 후 다시 출발.. 미끄러운 바닥으로 인해 예정 시간 보단 더 걸린다.. 샘터 임걸령 에서 쉬었다고 그러는지 오르막이다.. 산신령이 샘터를 선물하고는 오르막을 준비했나 보다... 흐르는 땀이 주체가 안 된다..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헥 헥 헥...흑
9시 30분 노루목 도착.. 앞서가던 대학생 팀이 박수로 아이들을 반긴다.. 아이들이 신나 한다.. 형들의 칭찬에.. 큰아이 빈이 에게 제 2의 엄 홍길 산악인 수준이라며 치켜주고...
여기서 지리산 제 2의 봉우리인 반야봉 오르막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길로 갈라진다..
시간상이나 일정 상 올라갈 시간이 없다.. 반야봉 등반시간이 거의 2시간은 걸릴 것 같다.
그냥 노루목에서 삼도 봉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출발.. 이젠 오가는 사람들과 제법 부딪힌다. 10시쯤 되었을 즈음 노고단 , 천왕봉, 반야봉, 뱀사골 이정표...
이곳이 아까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올라가서 내려오는 길이다. 우리가 아마도 반야봉을 올라갔다면 1시간 반 정도는 더 걸어서야 여기 도착을 했을 꺼다.. 다시 10여분 걸어오니 드디어 삼도 봉 도착.. 여기서도 대학생 팀들과 만나고.. 어!! 근데 사진기에 이상이 생겼다.. 필름을 3통이나 준비를 해서 겨우 첫 필름 15장정도 찍었는데.. 아.. 이럴 어쩌나??
할 수 없다.. 그냥 눈에 다 담을 수밖에... 삼도 봉(1,550m).. 전라 남북도, 경상남도.. 새 개의 경계를 나타내는 조형물이 삼각으로 세워져 있다. 한곳에서 3개의 도를 만난다니 기분이 야릇하다.. 하하하하 먼저 온 아저씨들이 아이들에게 초콜렛과 사탕을 건넨다..
등산로 쪽엔 또 이정표. 노고단 5.5Km. 뱀사골 대피소 1.0Km.. 천왕봉 26.0Km..
잠시 아래 쪽 구름을 감상하고 또다시 출발.. 시간이 10시 20분...
숲 속 돌길을 하염없이 지속된다.. 나무다리를 지나 확 터인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여기가 화개재.... 시간은 10시 45분...
피곤한 몸과 간식을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천하장사 소세지.. 지쳐 보이는 40대말 아주머니 두 분이 역시 간식으로 쉬고 있다.. 대단하다.. 두 사람이 종주라니...
표지판 .. 노고단 6.3Km.. 천왕봉 19.2Km..반선 9.2Km .. 뱀사골 대피소 200m
여기서 물이 필요하면 뱀사골 대피소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지친 몸으로 왕복 400m를 갔다 올 사람은 아마 없을 듯 싶다. 근 4시간을 걸어 왔으니 너무 지친다.. 하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여기서부터 토끼봉까지 오르막이 쭉 이어진다.. 근 한시간여....
아마 체력적으로 첫 실험 장소... 작은아이의 한숨소리와 숨 할딱이는 소리.. 쉬엄쉬엄 오른 길.... 드디어 토끼봉 (1,533m) 정말 힘들게 오르면 다시 급경사 내리막.. 다시 급경사 오르막.. 몇 번을 걸쳐서 왔는지 모르겠다...
이정표...노고단 7.5Km.. 뱀사골 대피소 1.4Km.. 연하 천 산장 3.0Km 천왕봉 18.0Km
1.4Km를 근 50분만에 올라온 셈이다... 마지막 좁은 산길을 빠져 나왔는데 이곳에 이렇게 넓은 봉우리가 자리 잡을 줄이야.. 다시 출발.. 11시 45분.. 여기서 작은아이 가방에 줄이 떨어진다.. 큰일이다. 한 명의 무게를 다시 나누어지어야 하니.. 할 수 없이 작은 아이가방에 있는 쌀은 아내와 내가 나누어지고 큰 아이는 간식과 구급약을 더 추가해 짊어졌다.
큰 아이의 체력이 많은 도움을 준다. 작은아이 가방엔 아이의 옷만 넣고 칼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짊어질 수 있도록 수리를 했다.
12시 10분 이정표 노고단 8.5Km.. 뱀사골 산장 2.4Km.. 연하 천 산장 1.8Km
오르막을 급하게 오르며 쉬고 있는데 젊은이 한 사람이 물통을 잃어 버렸다며 우리에게 물통을 하나 줄 수 없냐고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결국 물이 담긴 한 통을 주었다.
12시 50분.. 오르막 계단과 급경사의 돌길이 아주 험하다.. 거의 밧줄로 등반수준..
다시 이정표 연하 천 산장 1.0Km.. 토끼봉 2.0Km.. 뱀사골 대피소 3.4Km..천왕봉 16.0Km
야~~ 점심 먹을 곳이 얼마 안 남았다.. 아이들과 환호를 지르며 출발
근데 험한 돌길의 1Km가 이렇게나 먼지... 13시 10분 표지판에 연하 천 0.6Km
거의 다 왔지 싶은데도 600m나 남았네.. 어 휴~~~ 나무계단이 나온다..무신 계단이 이렇게도 많은지? 한참을 내려오는데 지나가는 젊은 남녀가 여기 계단이 몇 개쯤 되는지 아느냐? 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힘들어 죽겠는데 누가 그걸 세냐? 아이들이 모른다고 하자 550개에서 4개가 모자란다고 한다. 헉~~ 누가 이렇게 긴 나무다리를 놓았지... 깨끗하고 안전을 고려한 나무계단이다.. 기나긴 다리를 지나서야 드디어 연하 천 산장... 13시 30분
노고단에서 근 6시간 30분을 걸어 와서야 도착했다.. 지친 다리를 풀 여유도 없이 물을 받아서 버너에 물을 끓이고... 라면과 함께 아침에 남은 밥을 말아서 먹고...
휴~~~ 이제서야 주위의 눈길이 간다... 같이 온 대학생 팀들도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있고..
빨간 T셔츠의 노인네도 밥과 함께 맥주를 매점에서 사 먹고 있고.. 나도 맥주를 한 잔 할까 하다가 혹시 안전을 위해 그냥 참았다.. 근데 너무 비싸기도 하도.. 여긴 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이라서 음료수도 2.000원이나 한다.. 먹고 싶은걸 아이들도 물로 참아내고..
여긴 물이 가깝고 또 풍부하다.. 물통 한 통을 주고 나서 3통으로 버텨왔지만 역시 모자랐다. 그래서 비어있는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배속에도 가득 채웠다.. 다시 근 3시간을 가야 하니깐.. 여기서부터는 코펠과 음식을 처리하기가 힘들다. 음식 찌꺼기 버리는 곳도 없고 코펠도 휴지로 일일이 다 닦아야 한다. 자연이 오염된다며 세제와 비누는 일절 사용이 안 된다.. 가져온 퐁퐁은 사용도 못하고....음식도 국물하나 남김없이 나눠 먹어야 한다. 속옷과 함께 겉옷이 온통 땀이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땀이 속옷까지 절여서 걷는데 허벅지가 스친다.. 따갑다.. 그래서 여기선 속옷을 입지 않았다.. 혹시 같은 증상이 보이면 속옷을 입지 마세요.. 훨씬 편해집니다..
연하 천 출발...14시 30분...
짧은 햇살.. 먹구름.. 바람..다시 햇빛.. 도대체 지리산 날씨는 예측이 안 된다...
산장에서 왼편 길로 다시 등반은 시작되고..
14시 40분 표지판 벽소령..2.9Km
점심을 먹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나온 길이라 더 힘이 들고 땀도 난다.. 운동부 학생들 같은 팀이 정신없이 뛰어간다. 코치 같은 사람이 앞장서고 .. 아마도 극기 훈련 차 와서 산악훈련을 하나 보다.. 결국 무리하게 가다가 뒤늦게 다쳐서 가는 학생을 보았다. 산을 너무 싶게 생각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극기 훈련이라도...
15시 벽소령 2.4km.. 연하 천 1.2Km
여기 어디쯤 총각 샘이 있다고 하는데 찾는걸 포기했다.. 물도 아직 남아있고, 지친 몸으로 찾아다닐 기운도 없고.. 총각 샘은 옛날 포수에게 쫓기던 사슴을 나무하던 총각이 구해주어서 사슴이 총각에게 가르쳐 줬다고 해서 총각 샘이 되었다고 한다.
15시 50분 형제 봉,, 벽소령 1.5Km.. 세석 산장 7.8Km.. 노고단 12.6Km
점심을 먹고 걸은 오후길이 너무나도 힘들다.. 아침에 걷는 것의 1.5배 정도는 더 쳐지는 것 같다. 날씨도 너무 덥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젊은 부부(?)인 듯한 사람이 세석 까지 간다며 큰일이다 면서 우리에게 어디서 잠을 자느냐? 고 묻는다. 우리는 벽소령이라고 했더니 바쁜 걸음으로 간다. 아마도 엄청난 고생을 했을 꺼다.. 끝이 없을 것 같던 길이 저 멀리 산장의 소리가 들린다.. 휴 우~~~ 산장까지 3.6Km에 불과 하지만 굵은 바위로 정리되지 않은 오르막길과 바위통로를 지나쳐 와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니 너무 방심하면 안될 것 같다.
17시 30분쯤 벽소령 산장에 도착했다. 너무 지치고 어디든 눕고 싶다. 근데 아이들은 정말 팔팔 살아서 움직인다.. 등산화를 벗고 가져간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발이 조금은 편해 진 듯 하다.. 아내도 힘이 드는지 별 말이 없다.. 아이들을 시켜 물심부름을 시키고..
그나마 벽소령엔 입구에 식수 대를 하나 만들어 식수만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예약 번호를 받아서 방을 정해 놓고 식사 준비를 했다.. 산장요금 인당 5,000원 모포 1장 당 1,000원 결국 모포 4장과 산장요금 24,000원.. 매점에 쌀과 술, 담배를 제외하곤 다 준비가 되어있는 듯 하다. 무리하게 캔 종류를 다 가지고 산행을 한 내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괜히 집사람 고생만 시킨 것도 같고.. 다음에 가실 분은 무리하게 가져가지 마세요.
물론 슈퍼보다는 두 배정도 비싸지만 힘들게 지고 가져가는 것 보단 나을 것 같다.
매점에 파는 것 : 라면, 컵 라면, 햄, 햇 반, 가스, 맨소레담, 일회용 사진기, 깻잎 캔, 김치, 참치, 화장지, 음료수종류, 필름, 비옷, 밧데리, 렌턴, 아이젠, 등
밥과 된장찌개.. 햄과 소주 한 병.. 이제 피곤은 조금 풀리지만 다리가 저려온다..
간의 의자에 앉아서 아내와 마시는 소주 한 병도 정말 맛있고 없는 재료로 만든 된장도 짜릿한 맛을 낸다. 아마도 고생하며 가보면 맛을 느낄 꺼다.. 하하하하
정말 간단하게 5분 10분씩 몇 번 쉰 기억밖에 없는데 건 10시간을 걸었으니..
비로 인해 미끄러운 바윗돌 덕택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좋으며 더 빨리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점심을 먹은 다른 팀들도 여기 저기 보이고 아이를 데리고 온 한 팀도 여기서 만난다.. 그 집은 여자아이 두 명.. 저녁을 먹고 나서 치우고 잠자리 정리를 마치고 나니 밖에서 갑자기 후두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소낙비... 야! 다행이다. 우리는 밥을 다 해먹었는데.. 키키키... 밖에서 밥을 해 먹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잠시 정리를 마치니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세면을 하러 아래로 50m를 내려갔다. 여긴 물을 풍부히 쓰려면 150m를 내려가면 되고 간단히 쓰려면 50m를 내려 가야한다.
렌턴을 가지고 50m를 내려가는데 이것도 등반 수준이다.. 에고 에고.. 비누는 아예 쓸 수가 없으니 간단히 양치질과 물 세수로 대신하고 발에 물 한번 붓고.. 아이들을 씻기고 내가 씻으러 들어가는데 어두운 길을 잘못짚어 콰당탕... 큰 덩치가 넘어지니 소리도 요란하다.. 아내의 걱정... 안 그래도 아픈 다리가 더 아프다.. 휴~~ 그래도 상처는 없고...
뻘개진 허벅지를 씻으러 내려갔는데 사람들이 붐벼서 그냥 올라왔다. 할 수 없이 입구의 식수 대에서 물을 수건에 적셔 온 몸을 수건으로 닦았다.. 아이들도 등과 배를 닦아주고..
그나마 그렇게 라도 닦고 나니 훨씬 개운하다. 남자와 여자의 방이 틀려서 아내를 보내고 우리는 자리에 누웠다.. 모포 한 장을 깔아서 둘을 눕히고 한 장으로 덮고, 난 그냥 깔고만 누웠다.. 다리가 저려온다.. 펴지도 못하겠고..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후회가 된다.. 아침부터 걸어오면서 몇 번이나 후회를 해 봤지만 더 더욱 후회가 되어온다.. 과연 내일 일정도 소화 할 수 있을지.. 그나마 아이들이 씩씩하게 잘 걸어줘서 다행이다..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를 않는다. 아픈 다리도 걱정이고.. 아내도 걱정이고.. 벽소령의 달빛이 유명하단다.
달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든다. 9시쯤... 드르릉..쿨쿨...
세째날.. 장터목 산장까지..
새벽 눈을 뜨니 새벽 2시다.. 걸음을 못 걷겠다.. 다리도 꼬이고.. 혹시 못 걷을까봐 연습 삼아 조심조심 밖으로 나왔다. 입구까지 바닥에 사람들이 짝 깔렸다. 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은 편한 자리에서 자고 예약을 못해 예비자 명단으로 온 사람들은 바닥에서 자야한다. 똑 같은 돈을 주고도 차별이 심하다, 꼭 예약을 하고 가길... 예약을 하더라도 그날 저녁 7시까지는 도착해야 예약번호가 가능하다. 결국 늦게 도착해 밖에서 잠도 못 자고 앉아서 떨고 있는 사람들도 봤다.. 요즘은 야영텐트를 못 치게 하기에 밖에서 떨 수밖에 없다..
새벽에 비는 그치고 하늘엔 구름과 함께 흘러가는 반달이 보인다.. 캬 ~~ 기가 막힌다... 내가 시인이라면 아마도 시를 한 수 지을 것 같다.. 벽소 명월이 지리산 10경중에 하나이다. 다시 방에 들어와 추운 기운을 옆 사람 모포를 살짝 덮어서 달래려 했더니, 근데 옆 사람 모포를 몸으로 감싸 안았다.. 어 추워.. 아이를 껴안고서 잠시 눈을 붙였다.. 새벽 5시.. 다시 일어나 앉았다가 천천히 걸음을 연습했다.. 그나마 걸음이 걸어진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일찍 길을 나서는 사람들도 보이고.. 여러 사람들 일어나 배낭을 챙기고 있다.. 정말 부지런하다.. 나도 아내가 일어나길 기다리다 안되겠다 싶어 작은아이를 깨워 엄마를 불렀다. 아내도 잠이 안 와서 그냥 누워만 있었다고 한다. 아침 준비를 하기 위해 아내와 난 빨리 편한 식사 대를 잡았다.. 한 두 사람씩 식사를 위해 일어나고..
여기서도 늦으면 바닥에서 밥을 해야한다. 불편한 다리에 바닥에 앉아서 밥을 하기엔 너무나도 힘들다. 밥이 다 되었을 쯤, 아이들을 깨우고 아내와 교대로 배낭을 꾸렸다.
아내도 아픈 발을 옆 사람 맨소레담을 빌려, 발의 피곤을 풀어 한결 났다고 한다. 결국 하나 구입해서 아이들과 내 발에도 듬뿍 발랐다.. 한결 편해진 느낌..꼭 준비하시길... 혼자서 준비하는 아저씨에게 식사 대 반쯤 양보하고, 모자라 보이는 반찬도 조금 주고, 라면도 하나 건네고.. 따뜻한 국물과 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남은 밥을 배낭 위에 얹어서 드디어 벽소령 출발.. 7시 35분... 세석 산장 6.3Km .. 하산 길 의신 6.8Km
아마도 어제 다쳐서 아픈 사람이 있었는데, 여기서 하산을 한 듯하다. 그나마 아침 출발 길은 어제 길보다는 평탄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고..
8시10분 표지판 벽소령 1.1Km.. 음정(마천) 8.4Km.. 세석 5.2Km
하루를 자고 나서 그런지 발도 많이 풀린 것 같다.. 다행이다.. 어제는 포기하고 하산까지도 생각했는데... 여기서부터 다시 힘들어 진다.. 봉우리를 하나 넘을 때마다 급경사의 하락과 상승길... 두 아이에게 오면서 뭘 느꼈냐고 물으니 그냥 재미있다 고만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아빠는 인생을 느낀다고 했더니 아직 모르겠단다... 오늘도 날씨는 안개와 구름이 뒤 덮고 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다행이다..
8시 25분 세석 4.6Km.. 벽소령 1.7Km.. 그나마 편안한 길이라 1.7Km를 걷는데 50분 여 걸린 것 같다... 9시쯤 선비 샘(1,500m)에 도착..벽소령 2.4Km. 세석 3.9Km
물이 많다. 벽소령에서 담아온 물통 3통을 정리해서 새로 담고, 아침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 그나마 머리에 물을 한번 적시니 개운하다.. 반대편에서 온 아저씨 두 명과 아줌마 한 명.. 그냥 비누로 머리를 감는다. 물론 깨끗이 씻고 싶은 마음이야 알지만 다 사용해야 하는 샘터에서 그냥 비누를 사용하다니.. 아침부터 싸우기 싫어 그냥 인상을 쓰고 돌아서 버렸다.
이런 사람은 산에 올 자격이 없지 싶다.. 그냥 집에서 깨끗이 씻고 놀지 왜 왔는지...
개운한 기분과 찹찹한 기분이 교차되며 다시 출발.. 9시 20분
길이 또 험해진다.. 제발 흙 땅을 밟고 싶다.. 거의 100%가 돌길이고 흙은 구경하기도 힘든다.. 옆에 나무가 있는 땅 이외엔.... 어젠 힘들어 바닥만 보고 걸었는데, 오늘은 옆의 들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나마 거리가 가까워 꽃과 봉우리에서 구경을 편안히 했다.
10시 세석 3.2Km.. 벽소령 3.1Km 거의 오전에 가야할 길 절반을 왔다..
10시 30분 칠선 봉.. 일곱 명의 신선이 살았는지..이름도 칠선 봉. 돌 봉우리도 일곱 개쯤 되 보인다. 잠시 쉬는데 늦게 출발한 대학생 팀이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야! 너희들 대단하다며 아이들에게 다시 칭찬을 아끼지 않고...
10시 50분 벽소령 4.3Km.. 세석 2.1Km.. 장터목산장 5.5Km.. 천왕봉 7.2Km
여기서 길이 험해진다. 2.1Km의 거리가 시간상으로 한참 걸리지 싶다.
오르막도 힘들고.. 내리막길도 싶지 않고... 한참을 싶지 않고 걸어간다..
11시 50분.. 오르막 철 계단 3개와 중간 중간에 밧줄 타며 오르기를 한참하고 나니 내리막 길에 표지판 벽소령 5.4Km.. 세석 0.9Km
여기를 지나면 그나마 길이 나아진다.. 12시 정각 세석 0.6Km 표지판이 나오고.. 내리막길... 주위 꽃과 꽃들의 이름표 길을 보며 내리 가면 저 멀리 세석 산장이 보인다..
천천히 구경하며 내려갔더니 12시 30분 세석 산장 도착...
점심으로 라면을 준비하고.. 아래쪽 헬기 장 옆에 식수 장... 지리산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세석...잘 조성된 산장 주위.. 아침에 남은 밥과 라면 2개를 맛있게 말아먹고..
시간도 여유가 있고 거리도 여유가 있고.. 장터목 까진 3.4Km정도 남았으니....
여기서 일회용 사진기를 10,000원에 구입하고 아이들 음료수도 하나에 1,000원에 구입해서 하나씩 사 주었다. 아무 군말 없이 잘 따라와 준 선물인 셈이다. 그 동안 사진기 고장으로 인해 못 찍은 풍경을 여기서 많이 담았다. 한참을 여유를 부리고.. 무거운 가방도 이젠 조금을 가벼워 진 듯 하다.. 남은 가스도 여기에 보태어주고.. 산장마다 남은 부식과 가스를 담아 놓고 가라고 통을 마련해 놓았다.. 가장 많은 게 부탄가스다.. 굳이 많은 부탄가스를 가져갈 필요 없이 여기 있는 가스를 사용해도 충분할 듯 하다. 13시 50분쯤 세석을 출발..
주위환경에 도취되어 천천히 올라간다.. 촛대봉까지는 뻔히 보이는 오르막길.. 한편의 영화에 나오는 목장 길 같기도 하다. 산 오이 풀, 돌쩌귀, 쑥부쟁이, 구절초, 용담, 백조 꽃 등 여러 모양의 꽃과 들꽃 이름이 잘 정리되어 있다..
14시 20분. 촛대봉 (1,730m) 도착
여기엔 영신 봉, 노고단, 삼도 봉, 반야봉을 알아볼 수 있게 그림이 있다.. 저 멀리 구름에 가려진 봉우리가 노고단이란 말인가? 참으로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새석 0.7Km.. 천왕봉 4.4Km.. 장터목 2.7Km
이제부터 또 험난한 내리막 계단과 오르막이 번갈아 나온다.. 험한 돌을 타고 오르고 나면 내리막 철 계단이 있고 지나치며 나오는 봉이 삼신 봉이다..
16시 세석 2.6Km.. 장터목 0.8Km 표지판..
여기서 또 800m의 위력이 나온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면 너무나도 멀어 보인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산길과 평지의 위력.. 근 2Km를 걷는 느낌..나올 듯 나올 듯한 산장이 너무 하다 싶을 즈음 저 멀리 넓은 장터목산장이 보인다..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온다....
16시 30분쯤 도착해 식사할 자리를 잡고 나서 한참을 쉬었다.. 잘 꾸며진 시설과 주변 환경..
그런데 오는 사람들마다 태풍이 온다며 걱정을 많이 한다.. 우리는 그냥 정신없이 왔는데..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흐리지만 태풍이 올 줄이야... 산장에서도 태풍이 올 것이라며 경고 방송이 나온다.. 이럴 어쩌나.. 아내와 아이들이 내 눈치만 살핀다.. 그렇다고 지금 하산을 할 수도 없잖아.. 그래 내일 아침 날씨를 보고 결정을 하자며 안심을 시키는데 아이들은 아빠 내일 비바람이 불면 어떡할 거냐 고 더욱더 몰아붙인다.. 그럼 한 이틀 여기서 지내야지 뭐... 불안감을 잠시 떨치고 아이들이 넓은 바닥에서 신나게 논다. 재빨리 침상을 예약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이곳 산장도 인당 5,000원에 모포 장 당 1,000원.. 예약은 5시부터 모포는 항상 7시 20분쯤 대여를 한다..
여기도 식수를 준비하려면 50m를 내려가야 하는데 한참을 내려간다. 올라오는 것이 등산 수준이다. 난 쌀을 꺼내어 식수 장에서 씻어오고 아내는 다시 반찬준비로 바쁘다. 저녁은 카레.. 겨우 남겨온 감자와 양파..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만 해결하면 이젠 배낭이 가벼워 질 것 같다. 밥을 먹고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데 옆의 아저씨가 담배 하나 빌려 달라고 한다.
산에 와서 한 이틀 담배를 안 피울 요량으로 왔는데 못 견디겠다며.. 하하하 한 가치 더 가져가시라며 권하고.... 지리산에서 담배는 산장에서 밖에 피울 수가 없다. 물론 중 간 중간 몰래 피우긴 하지만.. 원칙적으론 안 된다.. 벌금이 50만원이란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원성 높은 질타를 받아야 하고. 갈수록 안개와 바람이 세차진다. 근데 서쪽 하늘엔 해가 넘어가는데 거의 예술 수준이다. 아이들은 사진준비를 하고.. 바람 속에서 긴 팔의 옷을 입고 저녁의 카레로 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어제 같이 벽소령에서 만난 사람들이 여러 명 보인다. 빨리 휴지로 코펠 정리를 하는데 아이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방으로 먼저 들어간다. 이젠 밖에서 앉아 있기도 힘들만큼 춥고 바람도 세다. 빨리 정리를 하고 양치질로 간단히 세면을 마치고 우리 침상에 돌아와 앉아 있으니 모포 대여를 한다며 방송이 나온다.
어제의 추위를 생각해서 오늘은 모포를 8장 대여하기로 했다. 잠은 따뜻하게 자야 한다며...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모포를 엄마 2장을 여자 방에 보내고 우리는 6장..
한 장을 깔고 한 장을 덮고.. 야!! 따뜻하다.. 신난다..... 아이들은 뭘 하는지 신나게 떠들고..
난 자리에 눕는데 아내가 데이트 하자며 찾아왔다..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속이 안 좋단다. 엥 ..큰일이네.. 콜라를 하나 구입해서 먹이고 배를 이리저리 만져주고 했더니 조금은 나아졌단다.. 밖으로 나와 잠시 걷는데 긴 팔 옷을 입고도 추워 덜덜 떨었다. 담배 한 대 필 시간도 못 버티고 빨리 끄고 들어왔다. 집사람을 안심시키고 다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다.
오랜만에 발도 편해진다. 물론 발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씻으러 내려가기가 겁난다. 쭉 뻗어서 누워 내일의 걱정을 해 본다. 어쩐다.. 여기서 그냥 하산을 해.. 말아.. 우째 여기서 포기를 한단 말인가? 천왕봉을......................
에이.. 내일의 날씨를 보고 판단하자... 모르겠다..... 쿨 쿨...
마지막 날.......... 아!! 천왕봉..
새벽 4시.. 집사람이 깨운다.. 어제는 정말 한번도 깨지 않고 정말 단잠을 잤다. 코도 한번 안 골고.. 천왕봉에 일출을 보려면 지금 나서야 한다며.. 일출시간이 5시 33분이다.
하지만 밖엔 엄청난 바람이 분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기온은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모두 추워서 비옷을 걸치고 다니니... 어짜피 안개와 날씨 관계로 일출을 보기 힘들 것 같아서 날이 밝아지면 가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아내도 그러자 고 한다. 잠시 자리에 더 누워 지도도 살려보고 하산 길을 생각했다. 짐을 두고 천왕봉을 갔다와서 백무동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배낭을 메고 천왕봉을 넘어서 중산리로 갈 것인지. 5시... 새벽에 아이들을 깨워 준비를 시키고 취사장에 아내와 만나서 커피를 한잔하고... 그리고 하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남은 쌀과 부탄가스..등 남는 부식을 모두 취사장에 내려놓고.... 가족 회의가 시작된다.....
난 천왕봉을 넘어 중산리 하산.. 아내도 동의.. 큰 아이는 묵묵 부답.. 작은아이는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못 간다며 백무동으로 바로 하산을 하자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눔아 안돼..
과반이 넘으니 천왕봉을 넘기로 했다. 5시 30분.. 주위가 어슬프게 밝아온다. 물론 안개는 걷히지 않고... 출발... 처음부터 오르막으로 연결되고 ...헉 헉.. 아침부터 힘들다..헥~~헥
먼저 제석봉을 넘어가야 하는데 고사 목들이 쭉 늘어져 있다. 목장 길처럼 나무로 길을 단장해 놓았고... 제석봉을 넘어 통 천 문.. 하늘이 울고 가는 문인지... 돌 통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세월의 기나긴 세월을 딛고서..............
철 계단을 오르고 천왕봉을 향해 계속 험한 오르막길... 바람은 엄청나고.. 새벽에 다녀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처음부터 산에서 보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나누었지만 아이들의 목소리가 많이 커졌다. 이젠 아이들의 인사도 자연스럽고.. 새벽에 렌턴에 의지해 갔다온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안 보였다며 아쉬워한다.
그래도 이런 날씨에 천왕봉을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한참을 헥 헥 거리며 오른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천왕봉. 1,915m의 돌 표지. 바람에 밀려 넘어질까 겁난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아이들이 일어서질 못한다. 먼저 온 아저씨들이 아이들에게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과 함께 가족 사진도 찍어 주신다. 고마운 아저씨들... 이젠 하산을 해야한다. 천왕봉엔 더 이상 앉아 있기도 힘이 든다. 얼마나 와 보고 싶었던 천왕봉인데 이렇게 내려가야 하나? 3일간의 고생.. 쭉 눈앞에 펼쳐지는데.....
결국 천왕봉을 내려와 중산리 쪽으로 하산 길을 잡고 물어보는데, 젊은 학생이 자기가 중산리로 올라왔는데, 너무 험하다며 다른 쪽 길을 권한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 갈 수도 없잖아.. 천천히 하산하기로 하고 길을 잡았다. 정말 급경사다. 아픈 다리에 약을 바르고 조심조심 내려왔다. 아내가 제일 걱정이다. 등산은 잘 하는데 하산에 영 약하다. 역시나 아내가 못 내려와 손을 잡아주며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7시 30분.. 천왕 샘.. 하산 300m. 평소엔 물이 잘 없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넉넉하다. 그런데 등반하는 사람에겐 300m가 아니라 아마도 2Km 정도로 느낄 것 같다. 워낙 급경사라... 우리 가족은 마른 목을 축이고 물통에 물을 담았다. 다시 출발... 줄타기와 큰돌을 앉아서 넘으며 정말 조심조심 내려왔다..
그래도 절반 정도는 내려온 것 같다. 이젠 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해 보인다.
태풍이 온다는데 어디까지 가는 건지.. 조심을 시키고 우리는 계속 하산..
9시 법계사가 보인다. 배도 고프고 절에 올라갈 힘도 없지만 그래도 감사의 절은 해야지.
아이들을 데리고 절에 올라가서 적멸보궁( 부처님을 모시지 않고 부처님 사리를 모신 법당)에서 감사의 절을 올리고.. 새벽에 어떻게 올라 왔는지 기도를 드리는 아주머니가 두 분이나 계신다. 산신각까지 오르려니 도저히 힘이 부친다.. 그냥 내려와 기와불사를 하려니 사람이 없다. 너무 이른 시간인지... 다음에 하기로 하고 한 50m 아래에 있는 로타리 산장에 도착했다.. 휴~~ 정말 힘들다.. 이젠 아침을 먹자.. 가져온 쌀로 밥을 얻고 남은 수프와 고추 참치, 3분 스테이크와 햄.. 정말 푸짐하다.. 이곳 산장 역시 개인이 운영하며 물이 조금위쪽에 아주 풍부하다..
세수와 머리에 물 적시기는 안성맞춤이다. 배불리 아침을 먹는데 옆에 한 부부가 밥을 먹는다. 벽소령에서 내 옆에서 잔 아저씨.. 물론 장터목에서도 맞은편에 자고.. 벽소령에서 코 골이 때문에 잠을 설쳤다며 한바탕 신나게 웃으신다. 그런데 장터목에선 코를 안 골드라며... 정말 많은 사람과 같이 가고 지나쳐 왔다.. 같은 코스라 처음부터 거의 같이 다닌 사람이 정말 많다..
역시 지리산은 우리들의 안식처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근 2.1Km만 하산하면 된다. 그런데 앞쪽에서 꼭 예전에 유격 받던 하나 둘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난 군인들이 훈련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뛰어오는 사람들을 보니 삼성의 공채 신입사원 극기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내려가는데 계속 다른 팀의 신입사원들이 올라오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어 준다. 아이들이 종주를 마치고 내려온다고 하니 다들 멋지다며 사기를 올려준다. 아마도 아이들이 하산하면서 더욱 힘이 났을 꺼 같다.
쉬엄쉬엄 내려오는 길이 만만치 않았지만 칼바위에 도착 (12시 30분) 예전에 빨치산이 활동한 지역으로 안내 표지가 잘 되어있다.
이젠 조금 안심이 된다. 험한 길을 다 내려 온 것 같아서... 온 몸과 옷이 땀에 절여서 이젠 냄새의 감각도 없다.. 몇 일을 감지 못한 머리에는 쉰내가 나고... 칼바위 아래쪽을 조금 더 내려오니 드디어 계곡. 물이 넘쳐흐르고... 어찌 그냥 갈 수가 있나? 입은 옷 그대로 온 가족이 풍덩... 얼마나 시원한지.. 한참을 아이들과 물장난과 잠수... 비누로 세수도 하고 몸도 씻고 싶지만 자연을 생각해서 그냥 물에만 담겨 있다가 나오기로 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복으로 느끼고.. 수건에 물을 묻혀서 아이들을 씻기고 아이들도 내 몸을 씻겨주고 아내도 씻겨주고... 정말 천국 같다.. 첨벙 첨벙.......
한시간여를 신나게 물장난을 하고 옷을 깨끗이 다 갈아입고 ... 거의 끝난 것 같은 길이 아직도 한참이다.. 새 옷에도 땀이 흐르고... 근 30분 여를 더 내려와서야 중산리 야영장이 보인다. 야영장엔 벌써 달려 내려온 신입사원들의 몸풀기가 한참이고...물을 한 잔씩 한 우리가족은 건강하게 잘 도착한 기념으로 온 가족이 손을 뭉쳐.... 화~~이~~팅
야영장 입구를 지나니 아스팔트길이 이어진다.. 얼마나 걷고 싶었던 평 길인가?
근데 하늘에서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입구의 상가에 도착해 커피를 한잔하고 버스 정류장을 물으니 한 15분을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단다. 모두 비옷으로 갈아입고 도로를 한참 걸어가는데 옆에 신입사원들이 비를 맞으며 줄을 지어 군가를 부르며 뛰어간다. 뒤에 따르는 구조대 (삼성 3119 구조대) 차량이 옆에 세우며 우리에게 어디까지 가냐? 고 태워준다고 한다.
난 어짜피 종주를 한다면 걸어가야 한다는데 아이들이 구조대 차가 타고 싶다며 얼른 올라탄다..에이.. 같이 타서 내려오는데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아이들이 노고단부터 여기까지 종주를 했다고 대답을 하니 아저씨들 또 아이들을 치켜세워 주신다.. 버스 종점.. 내려주던 구조대 아저씨중 한 분이나를 부른다.. 아저씨? 돌아봤더니 "정말 멋있고 부럽습니다" 라고 나에게 이야기하신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부산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만만치 않게 뿌려댄다. 정말 우리는 행운이 있는 건지 비가 매일 계속 내렸지만 계속 잘 피해 다닌 것 같다. 삼성 신입사원 극기훈련을 카메라고 열심히 담는 모습도 보이고... 아마도 우리도 찍혔을 것 같다.. 하하하하
3시 버스.. 아이들과 우유와 과자 몇 개를 슈퍼에서 구입해서 버스에서 신나게 먹으며 돌아왔다. 진주를 경유해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종주였다. 무거워진 내 몸을 한번 실험해 보고도 싶었고 직장을 그만 두면서 극기훈련의 하나로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고 혹시 아이들과 아내가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길을 걸어왔다. 지나가는 사람과 같이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고 아이들에게 힘을 주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혹시 인터넷으로 이 글을 읽어보신다면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에게.....
나도 종주를 마치고는 정말 개운함과 해 내었다는 만족감을 느꼈고 아내와 아이들도 크나큰 추억이 되었을 꺼라 생각된다.. 이번 종주가 나에게 또한 우리 가족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자신감으로 변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많은 가족들이 지리산을 찾아 자신감과 아름다운 산하를 느끼기를 감히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