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정은 언제나 상대성을 띱니다.
1만큼 행복한 사람이 10만큼 행복한 사람 옆에 있으면
9만큼 불행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거든요.
이러한 감정의 상대성 원리가 극대화되는 지점이 바로 기대(Expection)입니다.
감정을 30층짜리 건물에 비유해 봅시다.
어떤 일에 강한 기대감을 갖게 되면,
우리 뇌는 그 일이 성사되기도 전에 이미 우리의 감정을 20층에 올려놓습니다.
흔한 말로, "설레발"이라고도 하죠.
이 상태에서는 그 일이 성공했다 쳐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최대치인 30층, 즉, 10층 밖에는 못 올라요.
반대로, 그 일이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감정은 20층에서 지하 5층까지 추락하게 되겠죠.
반면, 기대하지 않던 일이 잘되면,
1층에서 30층까지 올라가 버리니 기쁨이 증폭될 수밖에 없고,
일이 안 풀려봤자 1층에서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 것뿐이니 실망감도 그리 크지 않은 시스템입니다.
이렇듯, 기대는 "만족의 기준점"을 크게 올려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는 거겠죠.
"기대하면 기쁨은 반이 되고, 슬픔은 배가 된다."
서로 기대감이 없는 커플
기대란 애당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일이 풀리기를 바라는 막연한 욕망 같은 겁니다.
생각해 봅시다.
성공 확률이 100퍼센트인 일에는 그 누구도 기대를 품지 않습니다.
성공은 기대해야 할 결과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니까요.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에요.
A가 B에게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B가 그렇게 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이미 깔려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서로에게 기대감을 갖는 관계
=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현될 지 말 지가 불확실한 관계
= 상호간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관계
그렇다면 상호간에 기대감이 없는 관계란 어떤 관계일까?
둘 중 하나입니다.
① 기대감이 박살났을만큼 최악의 관계
② 서로에게 원하는 바가 100% 충족되는 최상의 관계
부부관계 상담을 하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은 보통 서로에게 아직은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 기대가 때때로 충족되지 못해서 너무 괴롭기 때문에 상담 센터에 찾아오시는 거죠.
앞서 비유한 것처럼,
각자가 지닌 만족의 기준점이 기대감을 통해 10~20층까지 올라갔다가
지하 5층까지 추락하는 상황이 너무 괴로운 거예요.
반면, 상호간에 기대감이 박살난 커플은 오히려 센터에 찾아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단 1의 기대감도 없는 상태로 이미 관계가 하향안정화된 거죠.
※ 이런 관계에서는 상대방이 외박을 하고 들어와도 분노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지하 5층에 뿌리내린 것이다.
소수지만 이런 커플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기대를 갖는 게 아니라 신뢰를 갖고 있는 커플
나에게 이러저러한 것들을 해 줄까?라는 기대 말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이 당연히 채워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거죠.
왜? 나도 당연히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도 나에게 그렇게 해 주리란 것을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부 관계란 게,
이성적 매력이나 경제적 능력, 각자의 성향 등도 중요하지만,
서로를 얼마나 믿고 신뢰하느냐에 대한 부분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중요합니다.
믿음이 없는 커플들도 상황이 좋을 땐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어요.
하지만, 상황이 정말 최악일 때,
수많은 커플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경우를 저는 너무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뢰가 부부 사이에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서로를 굳게 믿고 있는 커플은 손을 꽉 맞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어떤 지옥이든 헤쳐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웃집 야마다군이라는 애니메이션 끝부분에 젊은 부부의 결혼식에서 한 축사의 내용이 이 글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부부끼리 너무 기대 말고 어케 저케 살면 살아진다는 얘기였던 것 같은데 케세라세라 노래와 함께 유머러스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줬던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