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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과 예산의 산들에서는 조망이 좋다. 높은 산이 없고 내포의 넓은 들이 있으며 바다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가야산 줄기가 동쪽을 가리고 있지만 북쪽과 남쪽 그리고 서쪽은 터져있다. 천수만·간월호·안면도·태안 서산이 보이고, 넓은 서산의 들이 앞에 펼쳐져 있다. 또 오서산과 예산 일대의 산이 보이며, 당진의 서쪽 자락도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태안 서산 너머 서해 조망이 매우 좋다.
연암산과 삼준산 줄기는 장요리(서산시 고북면)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북쪽 끝 연암산에서 남쪽 끝 삼준산에 이르기까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이 두 산은 모두 숲이 짙고 우람한 바위도 있다. 그 바위지대는 모두 서쪽을 향해 높은 벼랑을 이루고 있어 장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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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사 들머리에서 본 연암산.
- 연암산(燕岩山·433m)의 ‘연암’은 ‘제비바위’를 뜻한다. 그 제비바위 일대가 장관이다. 서쪽으로 깎아지른 벼랑이 층을 이루며 위로 길게 이어져 있다. 벼랑 위는 반석으로 되어 있어 쉬기 좋고 서쪽을 조망하기에도 매우 좋다.
풍수지리설에서 연암산은 제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한다. 제비바위가 있고 천장사가 제비 알이 들어있는 제비집 자리라고 한다. 큰 명당이기 때문인지 지난 2000년의 산불에 주위가 모두 탔으나 천장사에는 불이 들지 않았다 한다. 지금도 천장사 주위 불탄 자리에 큰 나무들이 없어 산불 흔적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삼준산 고스락 남쪽의 바위등성이도 볼 만하다.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진 등성이가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어 아름답다. 삼준산 주봉이 삼각으로 뾰족하게 솟아 있는 것은 이 산이 바위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 산에 드문드문 바위가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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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암산 까마득한 바위 벼랑 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는 회원들.
- 경허 성우(鏡虛 惺牛) 스님은 우리나라 선불교의 맥을 이은 대선사다. 경허 스님은 계룡산 동학사에서 “중이 공부를 안 하면 소가 되어 평생 일을 해야 한다” “소가 되어도 코뚜레를 뚫을 콧구멍이 없으면 되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문득 깨달았다 한다.
견성(見性)을 한 뒤 천장사에서 참선하며 오후보임(悟後保任-견성 뒤 성불을 위한 수도)을 하여 성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 이 천장사에는 스님의 어머니와 형님이 함께 있었으며, 경허 스님이 정진에 들었던 곳이 천장사의 한 간 집 원구문(圓求門)이다.
‘홀연히 콧구멍 없다는 말을 듣고 / 문득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임을 깨달았네 / 유월 연암산 아래 들 사람 / 일 없이 태평가를 부르노라’라는 오도송을 남겼다.
경허 스님의 문하에 세 달(月)이 있었다. 천진불로 알려진 혜월(慧月) 스님은 경허 스님에게서 수심결을 배웠고, 수월(水月) 스님은 늘 짚신을 삼아 남에게 보시하며 땔감을 대는 부목 노릇을 했고, 막내 만공 월면(滿空 月面) 스님은 시봉 역할을 했다 한다.
경허 스님은 어린 만공을 데리고 자주 천길 제비바위에 올라 툭 터진 서천을 향하고 앉아 참선을 했다 한다. 만공 스님은 뒤에 수덕사에 주석하면서 우리 불교를 지키며 비구의 법통을 이어가는 데 힘을 썼다. 백야·만해 등과도 교류하며 광복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고, 견성암을 세워 비구니도 양성했다.
- 경허 스님의 기행도 유명했다. 천장사 첫 법회에서 친어머니가 있는데도 알몸으로 나와 설법하는가 하면 여자 나병환자가 불쌍하다고 데리고 자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허 스님과 탁월한 세 달의 제자 혜월·수월·만공이 수도한 천장사는 명찰임에 틀림없다. 명산대찰(名山大刹)이라는 말이 있지만 명산에 이름 난 절이 있다는 명산명찰(名山名刹)이라는 말도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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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허선사와 인연이 깊은 천장사. / 제비바위 벼랑 위에 선 토요산악회 회원들. / 연암산과 삼준산 사이 임도가 넘어가는 무너미고개를 지나고 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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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리 원점회귀 산행
예전에 삼준산을 오른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삼준산이 연암산에 이어져 있고 연암산에 경허 스님과 인연이 깊은 천장사가 있다는 것은 몰랐었다. 우연히 <천년산행>(박원식 지음, 웅진씽크빅 발행)에서 연암산과 경허 스님의 이야기를 읽고 연암산과 삼준산을 오르고 싶어졌다.
대전에서 토요산행으로 유명한 토요산악회 송요섭 회장은 경허 스님이 지은 <야반 삼경에 빗장문을 만져보아라>를 읽은 바 있고, 수월 스님에 관한 이야기도 알고 있어서 천장사에 관심이 많았었다. 어느 토요일 연암산~삼준산을 찾아가는 토요산악회에 나도 끼었다.
우체국장인 송 회장이 이끄는 토요산악회는 회원의 수준이 높고 산행에도 열성이다. 이 날 산행은 임계재씨, 용인태권도관장인 유정향씨와 정희천·권경옥씨, 사업을 하고 있는 반영조·채한일·배영태·권혁근 제씨와 유성산악회 엄은영 회장 등 12명이었다. 우리는 예정대로 장요리의 막바지로 천장사 안내표석 앞에 차를 세웠다. 먼저 가까운 공터에서 연암산을 올려다보며 송 회장 지도하에 준비운동을 하고 산행에 나섰다.
천장사까지는 포장길로 이어진다. 천장사 바로 아래에 이르면 찻길에서 돌계단을 통해 오른편 폭포를 끼고 곧추 올라가는 길이 있다. 천장사는 요사채와 법당 원구문 등으로 이루어진 작은 절이다. 법당의 천장암과 원구문 현판은 경허 스님의 친필이라 하며, 법당 안에는 헌칠한 경허 스님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궁금한 것을 몇 가지 물으려 했으나 스님은 없었고 보살은 아는 게 없었다.
연암산으로 오르는 길은 절에서 오른쪽 비탈을 돌아간다. 몇 해 전의 산불로 소나무도 없고 아직 크지 못한 나무 사이로 길은 뻗쳐 오른다. 외롭게 서있는 부도를 지나면 곧 등성이에 이르고, 그 등성이 서쪽으로 엄청난 바위벽을 가진 벼랑지대가 나선다. 바위 위에 얹혀있는 제비처럼 생긴 바위가 눈에 띄었으나 그 바위로 여기를 제비바위라 부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천수만 간월호와 잘 하면 태안 서산 너머의 바다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날이 흐려 멀리 볼 수 없었다.
이 벼랑지대 안쪽으로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이번에는 동쪽으로 벼랑을 이루는 우람한 바위 위를 지나게 되고 이어 농짝 크기의 바위로 이루어진 연암산의 고스락에 이른다.
옛날 봉수대터였다는 기록도 있는 이곳에는 현재 통신중계탑이 있다. 이 고스락의 서쪽 해안지대와 북쪽과 남쪽의 조망이 시원하다.- 삼준산으로 가는 길은 등성이를 따라 이어진다. 연암산 주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바윗길이고 매우 가파르다. 그러나 천장사 위 어림에 내려가면 길은 거의 평지 같다. 우리는 잔디가 좋은 양지바른 묘역에서 점심을 먹었다. 무너미고개는 장요리와 덕산 쪽을 잇는 임도가 넘어가고 있다. 이 고갯마루에 고북면산악회가 세운 검은 표석이 있다.
이 고개에서부터 삼준산 쪽의 산길은 갑자기 가팔라진다. 우뚝 솟은 405m 봉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람한 벽장바위 아래를 지나 405m 봉에 올라서면 삼준산까지는 그저 숲속 등성이 길이다. 안내판이 있는 갯골재에서 삼준산 주봉에 다가갈수록 바위가 많아지며 등성이는 날카로워지고 어려운 곳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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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고 있는 여성 회원들. / 삼준산 고스락에 선 토요산악회 회원들.
- 삼준산 고스락은 도도록한 맨흙더미다. 삼각점과 갈뫼산악회에서 세운 표석이 있다. 사방의 조망이 좋지는 않다. 큰 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쪽 조망은 30여m 서쪽으로 나아가면 트인다. 바로 남쪽에 기암괴봉에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암릉이 보인다.
장요리로 하산하려면 갯골재로 다시 내려가 장요리쪽 비탈길로 들어서야 한다. 비탈을 돌기도 하고 내려박히기도 하며 내려서면 임도에 이르게 된다. 화계사 들머리를 지나는 이 임도에서 연암산과 삼준산이 잘 올려다 보인다.
삼준산 고스락을 떠나서 50분쯤이면 산행을 시작했던 천장사 들머리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총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쯤 소요된다.
◆ 산행길잡이
연암산과 삼준산을 오르려면 장요리가 거점이 된다. 어느 한 산만 오를 경우에는 연암산과 삼준산 중간에 있고 임도가 넘어가는 무너미고개를 이용하면 된다. 연암산이나 삼준산을 오르는 다른 길이 있으나 찾기 어렵고 잘 이용하지 않고 있다.
천장사 들머리·천장사·제비바위·연암산 주봉·무너미고개·벽장바위·405m 봉·갯골재·삼준산 주봉·갯골재·임도·화계사 들머리·천장사 들머리 또는 그 역순이다.
-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가 연암산~삼준산 아래를 지나고 있다. 서울 쪽에는 해미 나들목이 있고, 홍성 쪽에는 갈산에 홍성 나들목이 있다. 연암산~삼준산에 가려면 먼저 해미나 갈산(또는 홍성)을 찾아가야 한다.
29번 국도도 해미와 갈산을 잇고 있다. 해미와 갈산 중간쯤에 고북(서산시 고북면)이 있고, 고북에서 장요리로 들어간다. 해미에서 하루 7회 시내버스가 장요리를 드나든다.
*참고로 여기에 쓴 연암산과 경허 스님의 이야기는 <천년산행>에서 읽은 내용들이다.
/ 글·사진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
6:50 도일 에스케이 주유소앞
7:15 선부동 서울프라자앞7:30 성포동4단지 버스정류장
7:35 신도시 푸르지오2차 버스정류소
7:40 신도시 한대앞 안경나라앞
7:50 사동 시곡중학교 옆
8:00 본오동 해안도로
회비:20000원
산행예약 조길영 총무 010~2264~4103
관광버스:하나 관 광 여행사
- 삼준산으로 가는 길은 등성이를 따라 이어진다. 연암산 주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바윗길이고 매우 가파르다. 그러나 천장사 위 어림에 내려가면 길은 거의 평지 같다. 우리는 잔디가 좋은 양지바른 묘역에서 점심을 먹었다. 무너미고개는 장요리와 덕산 쪽을 잇는 임도가 넘어가고 있다. 이 고갯마루에 고북면산악회가 세운 검은 표석이 있다.
- 경허 스님의 기행도 유명했다. 천장사 첫 법회에서 친어머니가 있는데도 알몸으로 나와 설법하는가 하면 여자 나병환자가 불쌍하다고 데리고 자기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