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와 오징어는 다리 개수(個數)로 구별할 수 있다. 오징어 다리는 10개지만 낙지는 8개다. 북한에서는 낙지와 오징어를 우리와는 반대로 부른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다리가 열개인 것을 낙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어·낙지·주꾸미 등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은 모두 다리가 8개다. 이들의 영어 명칭에 공통으로 ‘8’을 의미하는 ‘옥토퍼스’(Octopus)가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리 특징에 따라 크기가 가장 큰 문어는 ‘자이언트 옥토퍼스’(Giant octopus), 길이가 긴 낙지는 ‘롱 암 옥토퍼스’(Long arm octopus), 발갈퀴 모양인 주꾸미는 ‘웹풋 옥토퍼스’(Webfoot octopus)라 한다.
예전에 어머니는 낙지를 살 때는 다리 개수를 잘 보고 사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혹시라도 다리가 하나 부족한 것이 보이면 그것은 수컷인데 짝짓기를 막 끝낸 놈이라 영양가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집낙지’의 번식 습성을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심해에 사는 집낙지와 집낙지의 일종인 ‘조개낙지’는 암컷을 만나면 자신의 생식기를 떼어 버린다. 떨어진 생식기는 스스로 헤엄쳐 미사일처럼 빠르게 암컷에게 다가간다고 한다.
신안 압해도는 낙지 다리에서 지명이 유래됐다. 읍사무소를 중심으로 낙지 다리가 세 방향으로 뻗어나가면서 바다와 갯벌을 누르고 있는 형상이라 누를 ‘압’(壓) 자와 바다 ‘해’(海) 자를 썼다.
무안군의 낙지 조형물을 두고 때아닌 다리 갯수 논란이 일고 있다. 내일 개장하는 망운면 낙지공원 야영장의 대형 낙지 조형물 전망대의 다리가 6개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낙지 다리가 미끄럼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적 감각과 안전성을 감안해 다리를 6개로 만들었다고 해명하지만 주민들은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준공한 무안 종합스포츠파크 음수대의 낙지 조형물 다리는 9개로 돼 있다. 그냥 작품으로 봐 달라는 것이 무안군의 입장이지만, 이처럼 다리 개수가 제각각이다 보니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