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소니우크(Boris Johnsoniuk).’
퇴임을 사흘 앞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식 이름을 선물로 받았다. ‘보리스’는 우크라이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이름이고, 성(姓) 뒤에 붙은 ‘우크’는 영국의 이니셜 ‘UK’에서 비롯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 후 서방 주요국 정상으로는 처음 키이우를 찾았다. 키이우=AP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세 차례나 방문했던 존슨 총리는 “따뜻한 우정에 감사드린다”며 자신이 그만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 정부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우리 친구에게 우크라이나식 이름을 선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31주년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 침략 후 6개월이 된 지난 8월24일 존슨 총리가 키이우를 찾아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축하하고 또 격려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날 존슨 총리는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우리와 함께 있었다”며 “우리는 존슨 총리의 인스타그램 계정(@borisjohnsonuk)에서 영감을 받아 그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보리스 존소니우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영국이 개전 후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터지기 전 영국 정부는 우리한테 17억파운드(약 2조6667억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했다”며 “영국 공군기들은 곧 발생할지 모를 전쟁에 대비해 수천대의 최신 대전차 미사일을 우리나라로 실어날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쟁 기간 존슨 총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세 차례나 키이우를 찾았다. G7(주요7개국) 정상들 가운데 개전 후 두 차례 이상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는 존슨 총리가 유일하다. 미국은 비록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제공하고 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한 번도 우크라이나에 가지 않았다.
지난 8월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 한 거리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존슨 총리 이름을 새긴 명패가 길바닥에 부착된 것을 확인하고 있다. 키이우=AFP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국내에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존슨 총리가 이렇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음을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측근의 비리 의혹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 등 온갖 추문에 휘말려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았고 결국 지난 7월 총리직 사퇴를 발표했다. 영국의 새 총리는 오는 5일 결정돼 6일 취임한다. 리즈 트러스 현 외교장관과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두 명의 후보 가운데 트러스의 당선이 점쳐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가 총리가 되든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서 나는 기꺼이 그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해 영국 새 정부를 향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이 침략을 격퇴하는 데 성공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는 진정한 친구로서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며 “나, 그리고 내 친구 존슨 총리처럼”이란 말로 글을 끝맺었다. 존슨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절한 우정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및 그 국민에 대한 영국의 지원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당신은 영웅이고 모두가 당신을 사랑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