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종교자유’의 개념이 폭넓게 확산된 데 반해 ‘종교인권’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낯설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현대사회의 종교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종교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종교인권 시민강좌’를 개최한다. 3월 12일부터 5월 2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7시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리는 종교인권 시민강좌 ‘종교 톺아보기’를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
종교와 과학. 너무도 다를 것 같은 둘은 지금껏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때로는 상호 발전의 관계로 밀착하며 우리사회에 공존해 왔다. 과학의 발달에 끼친 종교의 영향과 둘 사이의 미래를 톺아보는 시간, ‘종교와 과학의 냉정과 열정’ 강의에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이 나섰다. 강의는 종교와 과학의 정의, 이슬람 문화가 과학에 미친 영향, 과학의 한계지점과 종교성을 통한 극복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 | | ▲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
정윤선 사무총장은 종교와 과학의 정의에 대해 “종교에 대한 의견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그 정의를 잘라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어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며 “종교(religion)의 서양적 어원은 라틴어 ‘다시 묶다’(re-ligare) 혹은 ‘반복하여 읽다’(re-legere) 등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가 공동체의 질서와 생활을 영위케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반복되는 수행과 성찰 혹은 개인의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연결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에 대해서는 “과학의 필수조건은 아무도 반증을 하지 못한 확고한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한 보편성과 객관성이 인정되는 지식의 체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종교, 철학 등을 과학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종교와 과학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세계가 영혼과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면 종교는 영혼의 세계를 다루고, 과학은 육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물질의 세계를 연구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둘은 확연히 구분된다. 한편 두 행위의 주체인 인간이 자신의 냉정을 찾으며 사실을 확인하고 동시에 열정으로 행위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철학과 문화가 근대 서양 과학발달에 주로 많은 영향을 미쳤으나 이슬람 문화 또한 기독교 못지않게 다양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장은 근대적 과학관의 효시로 중세 아랍의 과학자 이븐 알 하잔(965-1039)을 소개했다. 하잔은 저서 ‘광학’에서 “진리를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만의 의미가 있다”며 과학탐구에서의 고정관념 배제를 강조한 바 있다. 정 총장은 “중세시대 소위 기독교 유럽은 십자군 원정, 이슬람제국 식민지 유럽남부와의 교류 등으로 아랍문화권을 접하게 되는데 이는 중세 유럽의 문화에 지대한 정신사적 영향을 끼쳤다”며 “아랍의 의학과 화학,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과 역학이 전해지면서 유럽에서는 의학을 필두로 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역학과 천문학 또한 지동설을 비롯해 이후 17세기 과학혁명에 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과학의 발달로 현대에 수많은 지식이 축적되었지만 아는 만큼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역설했다. 정 총장은 생명공학을 예로 들며 “2003년 4월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인간 게놈지도를 99.99%의 정확도로 완성했다. 이런 생명공학의 발달이 질병 해소와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질병, 유전자 돌연변이, 슈퍼 돌연변이 발생 등 생태계가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과학의 발달이 전개되어야 할 미래 방향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정 총장은 과학이 사회적 책임을 직시하며 종교의 가르침을 수용해 의존 보완할 때 과학 발달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총장은 “과학은 역사 속에서 때로는 종교와 결합하여, 때로는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며 발달해 왔다”며 “인간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종교적 가르침을 겸허히 수용하여 과학기술의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인류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이것이 사실에 입각하여 분석하는 ‘냉정’이고 종교와 과학이 인류와 지구생태계의 미래를 위해 가져야 하는 ‘열정’이다”고 덧붙였다. 정윤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하이델베르크대학 이론물리연구소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위원, 불교평론 편집위원, 조계종 화쟁위원회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운영위원을 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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