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3년 또는 4년 때로는 5년에 한 번 학교를 옮깁니다.
그때마다 직장 상사로서 교장선생님을 모시게 됩니다.
저는 아이를 낳자마자,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사표를 냈고, 오롯이 10년동안 육아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때는 글도 안 썼습니다.
그렇게 가정에만 충실하다가 아이가 초등 4학년이 되었을 즈음, 복직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복직이란 게 하늘의 별따기였지요.
시험을 보아야만 했는데, 서울은 교사 채용이 많았지만 인천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시험을 치고 교육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척이나 원했던 일이기에 저는 이 일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 먹었지요.
복직하기 전, 첫 학교는 강화 선원초등학교였고, 그 때 교장 선생님은 그냥 시골 어른이셨습니다.
자신의 뜻과 다르면 삐치기도 잘 하시고, 마음이 풀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껄껄껄 웃으시던 그냥 평범한 촌로였지요.
복직하고 처음 학교는 구월초등학교였는데 그 때의 교장 선생님은 솔직히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학교에서 만난 강정원 교장 선생님과 세 번째 학교에서 만난 김종호 교장 선생님을 저는 늘 기억합니다.
그 두 분은 모두 퇴임하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더 오랫동안 교육현장에 남아 계셔야 하는데,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강교장 선생님은 온유한 학자였습니다.
서예를 하시고 글 쓰시는 것을 좋아하시고 학문을 탐구하는 그 분으로 하여 저는 학교 생활을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은 재물을 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그 분을 생활력이 약하다고 하거나, 정치적 쇼맨쉽에 익숙하지 않다하여 낮게 치는 분들도 더러 계셨습니다.
저는 그 분이 정치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김교장 선생님은 정치적 소양도 가지고 있으면서, 예리한 관찰력과 다방면에 두루두루 학식을 갖고 계셨지요.
교사 한 명 한 명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어서 그 분을 무섭다고 하는 후배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우연히 책상 정리를 하다, 김교장 선생님이 전 교사에게 보낸 카드를 발견했습니다.
비싸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그저 A4 종이에 인쇄한 그 카드를 보면서 1999년 그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스승의 날 아침에 받은 이 선물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교사 한 명, 한 명 그 사람에 맞게 정성껏 글귀를 써 주셨던 교장 선생님.
우리가 바라는 것은 비싼 선물도 아니고, 포장된 웃음도 아닙니다.
믿고 바라보는 관심의 눈길...
따뜻하게 건네는 격려의 말 한 마디.
그것 하나로도 교사들은 온 힘을 다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힘든 일도 힘든 줄 모르고 신나게 학교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교사가 신명이 안 나는 학교는 죽은 학교입니다.
이제 더 이상 죽은 학교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첫댓글 교육경력이 겨우 15년째인 저에게도 기억하고싶은 교장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은 한결같이 교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절대로 우습게 여기지도, 만만하게 여기지도, 아랫사람 부리듯 함부로 대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 분들이 그립습니다.
그래도 좋은 분들이 더 많았지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언젠가 신나게 학교생활을 할 날을 기다려보렵니다. 하지만 죽은 학교는 어찌해야 하나, 어떻게 살려야 하나...
신명은 내가 만들면 되요.
옙! 알겠습니다. 하지만, 때론 힘겨울 때도 있답니다.
로그아웃했다가 다시 로긴했어요. 선생님 글귀가 너무 마음 아파서요. 죽은 학교... 그런데... 선생님들은 신명 안 나는 학교에서 4,5년 계시다가 다른 학교로 떠나시면 된다지만 죽은 학교에 남는 아이들은 어쩌나요.. 정말...
살려야지요, 살리도록 노력해야죠..우리 모두 힘을 합쳐...
물론 같이 노력해야지요... 아이들을 위해서.. 제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급식이 시작 되었고.. 난 사과 농사를 지을때 였습니다. 아들 아이의 첫 담임 선생님을 전 오래 기억하고 있답니다. 선생님은 절대로 사과 한쪽 받으려 하시지 안았고 그래서 전 아이들에게 사과를 먹였습니다. 300여명 되는 아이들에게 점심 후식으로 먹을수 있게 아이들 주먹 만한것을 하나씩 돌아가게끔 가을 겨울동안 서너번은 그리 했던거 같습니다.. 고마워 하셨던 선생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선생님도 참 괜찮지만, 참외사랑님도 최고의 학부형이었네...그것처럼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
참외사랑님, 정말 멋져요.. 아이들도 선생님도 정말 행복했을 거예요.
죽은 학교.....슬프네요 ㅠ.ㅠ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 신명나게 학교 생활할 날들은 언제 일까요? 그 학교에 주인인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은요? 정말 답답 하고 속상합니다.
그 날이 곧 오리라, 희망을 품어봅니다. 평교사는 참, 힘이 없어요. 그게 참 슬퍼요...
평교사가 학교를 만들어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텐데.... 열정이 있는 선생님들의 장을 위해 학부모인 저도 다시 생각하고, 또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인성이 다듬어지는 곳이니 만큼 말이예요... 선생님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