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명월주(明月珠)
불교문화연구회 / 문영출판 / 1981.9.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칸라크뮈라는 나라에 마카단이라는 거사(居士)가 있었다. 그는 아내인 센다와의 사이에 사내아이를 하나 낳았다. 이 아이는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내아이였다. 더구나 세상에 태어 나자마자 곧 입을 열어,
『내가 크면 널리 천하에 보시를 해서 고독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을 구해주겠다.』
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모는 이 아이에 대의(大意)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모는 이 아이가 보통아이와 다르기 때문에 천신(天神)이나 용신(龍神) 아니면 귀신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점장이에게 가서 물어보려고 하자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가 다시 입을 열어,
『저는 사람입니다. 천신도 아니고 용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닙니다. 다만 곤란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하고 말하고는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하여 대의가 十七세가 되었을 때 부모에게 말하기를,
『저는 가난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 안락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하고 말했다. 부모는 태어났을 때의 소원을 지금 다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들은 많은 재산과 보물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든지 마음대로 보시를 하라. 우리들은 절대로 잔소리를 하지 않을테니......』
하고 서서히 허락하였다. 그러나, 대의는
『부모님들이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저는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나는 지금부터 바다를 건너가서 금, 은, 유리(곤색의 보석) 수정, 마노, 진주, 마이카 등 일곱가지 보물을 얻어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보시를 하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바다로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여러번 조르기 때문에 부모는 마침내 그것을 허락했다. 그래서 대의는 기뻐하면서 용기를 내어 집을 나서서 많은 나라를 지나 바다로 바다로 향했다.
이곳 저곳의 나라를 돌아 다니는 중 어느 한 나라를 지나갈 때 그 나라에 아주 돈이 많은 바라문은 대의의 수려한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참으로 훌륭한 분이다. 나에게 딸이 하나 있다. 당돌한 부탁이지만 우리 딸과 결혼해서 우리 집에 있어 줄 수 없겠는가.』
대의는 이 말을 듣고 미안하게 생각하여,
『저는 일곱가지 보물을 찾기 위해 부모와 이별하고 바다로 가는 사람입니다. 그것을 찾아낼 때까지는 말씀에 따를 수 없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바라문과 헤어져서 보물을 찾으러 길을 제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바다에 도착하여 일곱 개의 보물을 손에 넣어 그것을 하인에게 들려 부모에게 보냈다.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보물은 없을까 하고 해변가로 나가니 높이가 八十유순(유순=고대인도의 단위로 一유순은 四00리), 넓이가 八十유순이나 되는 큰 나무를 발견하여 그 나무에 올라 사방을 보니 까마득하게 먼 바다 속에 백은(백은)으로 만들어진 성이 있었다. 그 안에는 아름다운 천녀(天女)가 많이 있어 즐겁게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 마리의 독사가 성을 세겹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다시 바다로 들어가 파도를 헤치고 그 백은의 성을 향해서 헤엄쳐 갔다. 성 곁에 이르자 독사가 머리를 쳐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이것을 보고,
( 독사 때문에 죽는 것은 그 사람에게 착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고 뱀 앞에 앉아서 선정(禪定)에 들어갔다. 그러자 잠시 후에 이 뱀은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들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성으로 다가갔다. 성의 문지기는 이것을 보고 크게 놀라 왕 앞으로 달려가,
『성 밖에 훌륭한 분이 서 계십니다.』
라고 말했다. 왕은 몸소 성문까지 마중 나와 공손하게 말하였다.
『아무쪼록 이 성에 오래 머물러 주십시오.』
그는 이에 답하여,
『저는 보물을 찾으러 온 사람입니다.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자 왕은 그 말을 듣고,
『그러면 제발 석달 동안만 머물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여 그는 이곳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왕은 아름다운 의복과 맛있는 음식, 부드러운 침구(寢具)와 즐거운 음악 등 모든 방법으로 그를 대접했다. 그러는 동안에 약속한 九十일이 지나갔다. 그가 왕에게 이별을 고하자 왕은 훌륭한 칠보(七寶)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를 본 그는,
『저는 칠보는 필요 없습니다. 듣는 바에 의하면 당신은 한 개의 명월주를 가지고 계시다는데 나는 그것을 가지고 싶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저는 그것을 별로 아깝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 길에서 반드시 재난이 일어납니다. 다만 그것이 걱정이 될 따름입니다.』
그는 대답해 말했다.
『재난을 두려워 하면 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왕은 명월주를 그에게 주며,
『이 구슬을 가지고 있으면 二十리 사방의 보배가 따라옵니다. 이것을 당신에게 드릴터이니 그 대신 당신이 도를 깨우쳤을 때 나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그는 이 구슬을 얻어가지고 즐겁게 이 성을 떠났다. 잠시 가니 앞에 황금의 성이 보였다. 궁전 누각이 모두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칠보(七寶)의 나무가 즐비하게 서있으며 천녀가 음악을 연주하며 놀고 있었다. 전날에 본 백은의 성보다 훨씬 훌륭했다. 그러나, 이 성에도 한 마리의 독사가 성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그가 가까이 가자 머리를 쳐들고 노려보았다. 그는 또 결심을 하고 뱀 앞에서 좌선(坐禪)을 했다. 뱀은 머리를 숙이고 잠들고 말았다. 그는 성 앞으로 다가갔다. 성의 문지기는 이것을 보고 왕에게 보고하였다. 왕은 친히 마중을 나와 성에 머물러 줄 것을 대의에게 부탁했다. 그는 두달 동안 머물러 줄 것을 약속하고 성으로 들어갔다. 이내 六十일이 지나갔다. 이별을 하게 되자 왕은 진귀한 칠보를 가지고 와서 선물로 내놓았다. 그는,
『저는 칠보는 필요없읍니다. 듣는 바에 의하면 당신은 하나의 명월주를 가지고 계시다는데 그것을 주셨으면 합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나도 그 것들이 아까와서가 아닙니다.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 길에서 반드시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하고 주의했다. 대의는 대답하기를,
『복을 구하는 자에게 재난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러자 왕은 당장 그 구슬을 가져오라고 해서 그에게 주었다.
『이 구슬은 四十리 사방의 보물을 모아 줍니다. 이것을 당신에게 드릴테니 당신이 도를 깨우쳤을 때 반드시 나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그는 구슬을 얻어 즐겁게 그 성을 떠났다.
얼마동안 가니 앞에 수정의 성이 보였다. 궁전도 누각도 수정으로 만들어져 있고 칠보의 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많은 천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놀고 있다. 전에 본 황금의 성보다 훨씬 훌륭하였다. 그러나, 이 성에도 또 독사가 있어서 성을 아홉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가 가까이 가자 독사는 머리를 쳐들고 노려보았다. 그는 또 결심을 하고 그 앞에 가서 좌선을 했다. 뱀은 머리를 숙이고 잠들고 말았다. 그래서 그가 성으로 다가가자 문지기가 왕에게 보고하고 왕은 친히 마중 나와 머물러 줄 것을 소망했다. 이래서 그는 四十일 동안 이 성에 머무를 것을 약속하고 성으로 들어갔다. 왕은 갖가지 아름다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그를 대접했다. 이러는 동안 四十일이 지나갔다. 그가 이별을 고하고 떠나가려 하자 왕은 진귀한 칠보를 가져오라 해서 선물로 내놓았다. 그러자 그는 이것을 사양하고 말했다.
『나는 다른 보물은 필요없습니다. 그보다도 당신은 한 개의 명월주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왕은 그 구슬을 가져오게 하고,
『이 구슬은 六十리 사방의 보배를 모아 줍니다. 이것을 당신에게 드릴터이니 당신이 도를 깨우쳤을 때 나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그는 명월주를 얻어가지고 즐겁게 성을 떠났다.
다시 얼마동안 가니 앞에 유리의 성이 보였다. 궁전도 누각도 모두 유리로 만들어졌고 칠보의 나무가 서 있고 천녀가 무리를 이루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전에 본 수정의 성보다 더 한층 훌륭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독사가 있어 성을 열두겹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가자 뱀은 머리를 쳐들고 그를 노려 보았지만 그가 결심을 하고 좌선을 하자 그 뱀은 머리를 숙이고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성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지기가 왕에게 보고한 결과 왕이 마중 나와 체류해 줄 것을 소망했다. 그래서 그는 여기서도 二十일간 체류할 것을 약속했다. 이 왕도 아름다운 옷과 맛있는 음식을 그에게 주고 환대했다. 이내 二十일간이 지나가 그가 떠나갈 것을 알리자 왕은 선물로서 진귀한 칠보를 그에게 주려고 했으나 그는 이번에도 이것을 거절하고,
『듣자 하니 당신은 한 개의 명월주를 가지고 계시다는데 그것을 주십시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왕은 그 구슬을 가져오게 하여,
『이 구슬은 八十리 사방의 보배를 모아 줍니다. 이것을 당신에게 드릴터이니 당신이 도를 깨쳤을 때 저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요.』
하고 말했다. 그는 명월주를 얻어 가지고 즐겁게 성을 떠나갔다.
성을 나서자 그는 이만큼의 보물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온 길을 되돌아 본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바다속의 용신(龍神)들은 이것을 듣고 크게 놀라 회의를 열었다.
『우리 해중에는 많은 보물이 있으나 저 명월주보다 더 진귀한 보물은 없다. 그것을 함부로 사람 손에 넘겨줄 수는 없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빼앗아야 한다.』
이렇게 하여 그중의 한 용신(龍神)이 명월주를 되찾는 임무를 맡아 그의 뒤를 쫒게 되었다. 그래서 이 용신은 사람으로 둔갑하여 그에게 접근하여 말을 걸었다.
『당신은 굉장히 좋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잠시 구경할 수 없을까요.』
아무 것도 모르는 그는 의심도 하지 않고 손바닥을 펴서 네개의 구슬을 보여주었다. 사람으로 둔갑한 용신은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 바람에 손바닥에 있던 구슬은 모두 바다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구슬을 빼앗은 그 사나이는 웃으면서 용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로소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든 것이 끝장이 난 뒤였다. 그는 네사람의 성주(城主)가 한 말을 생각하였다.
( 이 구슬을 가지고 다니면 반드시 재난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애써 찾아낸 구슬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만다면 지금까지 고생의 보람이 없어진다. 어떻게 해서든지 되찾아야 한다.)
그는 굳게 결심하고 그 용신을 보고,
『그 구슬은 여러 가지 고생을 하고 얻은 보물이다. 그것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나는 이 바다의 물을 모두 퍼내서라도 그 구슬을 꼭 찾고 말겠다.』
하고 말했다. 용신은 이 말을 듣고,
『네 뜻이 아무리 높더라도 바다의 깊이는 三三六만 유순(由旬)이나 된다. 그리고, 그 넓이는 끝이 없다. 어떻게 이 물을 다 퍼낸단 말인가. 태양을 두들겨 떨어뜨릴 수 있다 해도, 달, 바람을 묶어 놓을 수 있다고 이 바다의 물을 다 퍼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고 비웃으며 대답했다.
『무한(無限)의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시 태어나고 죽으려 하는 동안에 버린 내 뼈는 수미산(須彌山)보다도 높고 그 피는 이 바다 보다도 많다. 이 무한히 계속된 생사(生死)의 뿌리를 끊어버릴 각오가 있는데 이 조그마한 바다 쯤이야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과거의 세상에서 부처님 앞에 맹세한 일이 있다. 「수미산을 옮기고 큰 바다를 퍼내는 한이 있더라도 도(道)를 깨우치고 말겠다」고.』
그는 열심히 바닷물을 조그만한 조개껍질로 퍼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량의 물에 불과하여 도저히 다 퍼낼 수 없다고 생각되었는데 그 지성이 하늘에 통했다. 천왕(天王)이 내려와서 그를 도왔다. 그 때문에 바닷물은 순식간에 三분지 二정도 퍼내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해신(海神)들은 크게 놀라 회의를 열고 말하기를,
『어떤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곧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있을 자리가 없어진다.』
이렇게 생각한 용신은 많은 보물을 내놓고 그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그는 듣지 않았다.
『이런 것은 소용이 없다. 그 명월주를 돌려주기 전에는 바다를 다 퍼내고 말겠다.』
용신도 그의 뜻이 굳은 데 감동하고 네개의 구슬을 바쳤다.
그는 이 구슬을 받아 전에 약속한 대로 바라문의 딸을 아내로 맞아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본국에 돌아가서는 이 구슬로 마음 내키는대로 보시를 할 수가 있었다. 이래서 그의 나라에는 가난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없어지고 그의 이름을 듣고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새나 벌레에 이르기까지 그의 은혜를 받았다. 그는 이 보시의 덕에 의해서 마침내 부처가 될 수 있었다.
그 때의 대의는 지금의 석가모니이다. 거사(거사) 마카단은 에치스단, 어머니 센다는 마야부인, 바라문의 딸은 야쇼다라(싯타 태자비(太子妃), 바라문은 미륵, 은성(銀城)의 왕은 아난(阿難), 금성의 왕은 목갈라나, 수정성의 왕은 사리불(舍利弗), 유리성의 왕은 싯다르타, 대의를 도운 천왕(天王)은 우다이, 구슬을 뺏은 용신은 데바닷다이다.
( 弗設大意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