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과 카스텔라 결합한 디저트
식품 원재료 유통사업 후 창업
스마트 공정, 온라인 판매 후 안정
주식(主食) 못지 않게 디저트도 중요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4년 30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1조5000억원, 5배로 성장했다.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졌다. 맛 뿐 아니라 원재료, 가격 등 요소를 꼼꼼하게 분석해 구입한다. 개성이 없으면 선택받기 어렵다.
치열한 디저트 전장에서 13년 넘게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 떡과 카스텔라를 결합한 간식 ‘랑떡’의 제조사 떡다움이다. 이형섭 떡다움 대표를 만나 K-디저트 사업기를 들었다. 제품은 달콤하지만, 성장해온 과정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샌드위치처럼 빵 사이에 떡이 낀 간식
이형섭 떡다움 대표
출처떡다움떡다움
랑떡은 떡과 카스텔라를 결합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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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다움은 이름처럼 떡을 만드는 식품 회사다. 국내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국내산 쌀과 달걀로만 떡을 만든다. 대표상품은 떡과 카스텔라를 결합한 ‘랑떡’이다. 부드러운 카스텔라와 쫄깃한 떡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2011년 개최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제공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군대 PX에도 공급되고 있으며, 온라인몰(https://bit.ly/3uOnGdE)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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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 후 26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외국계 회사의 기술 영업부에서 근무했습니다. 회사 생활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내 사업이 하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경영자가 꿈이었거든요. 내가 기획한 아이템으로 큰 돈을 벌고 싶어 2년 반 다닌 회사를 나왔습니다.”
1992년 사업 전선에 뛰어들면서부터 우여곡절이 시작됐다. “홍콩 영화 속 인물들이 음성 사서함으로 소통하는 모습에 감명받은 지인의 제안으로 ‘음성 사서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부재중인 수신자에게 음성 메시지로 할 말을 남기는 아이템이었죠. 이제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득 안고 출발했는데 창업 2년 만에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이용자가 거의 없었거든요. 당시만 해도 한국인들은 기계에 대고 혼잣말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더군요.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습니다.”
베트남 식음료 전시회 참가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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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고 방황했다. “마음 고생이 컸던 시기라 그때 일을 떠올리는 게 괴로워요. 생계를 위해 손에 닿는 일은 뭐든 했습니다.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죠.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1996년 한 식품 유통회사에 입사했다. 2년 간 악에 받쳐 일하며 식품 유통 생태계를 파악했다. "식품 원료를 납품하고 완제품을 판매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보고 배운 것을 디딤돌 삼아 1998년 식품 유통회사를 차렸다. 제과점이나 떡집에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를 납품하는 일을 했다. “거래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창업 첫 해엔 한 달 매출이 500만원 안팎이었죠. 위기감이 들어 밤낮, 주말 할 것 없이 일했습니다."
사업 3년차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월 매출 1억원, 연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5년차에 들어서선 월 매출 2억~3억원, 연 매출 40억원을 넘어섰다.
◇농촌 경제에 도움 되는 일 하고 싶어 사업 전환
견과류가 들어간 떡다움의 넛츠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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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어느정도 안정궤도에 오르자 그동안 생존을 위해 잠깐 내려놨던 부채의식이 떠올랐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당시 광화문에서 벌어진 농민 봉기를 본 적이 있어요.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농민들이 안타까웠어요. 그때 ‘언젠가 국내산 쌀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회사를 차려야겠다’ 결심했죠. 식품 업계에 뛰어든 것도 그 일환이었고요.”
전 연령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한 방’이 필요했다. “요즘은 세련된 '떡' 제품이 많아 젊은 분도 많이 찾지만, 당시 떡은 젊은층이 즐겨찾는 디저트가 아니었어요. 그때 지인에게서 떡과 카스텔라를 결합하면 어떻겠냐 제안을 받았어요. 끈적거린다는 이유로 떡을 싫어하는 분이 많은데요. 카스텔라가 ‘떡은 끈적이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떡과 잘 어울릴 것도 같았고요.”
2007년 랑떡 개발에 들어갔다. "손에 끈적이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 빵 사이에 떡을 끼우는 모양으로 개발했어요. 손과 입이 닿는 부분이 빵이 되도록 한 거죠.”
한국 농축산물 시장에 활력을 주겠다는 개발 취지에 맞게 국내산 쌀과 달걀만 사용하기로 했다. “개발 과정에서 쌀 백가마는 썼을 겁니다."
랑떡에 집중하기 위해서 10년간 운영한 식품 유통 회사를 접고, '떡다움' 이름으로 회사를 아예 새로 설립했다.
2008년 초기 형태의 랑떡이 완성됐다. 떡과 빵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신개념 퓨전떡으로 특허인증도 받았다.
◇일일이 수제 포장하며 공정 개선
이 대표는 랑떡 공정 개선에 오랜 시간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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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개발이 끝이 아니었다. 양산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고용한 기술자들이 랑떡의 공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계속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리법 대로 만들면 되는데 재료를 하나씩 빼먹거나, 공정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누락해서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일 등이 벌어졌죠. 결국 회사가 20~30%씩 성장해도 적자가 났습니다. 저만 공정 과정을 이해한다고 끝이 아니었던거죠."
공장에 상주하면서 기술자들을 일일이 코칭했다. "실수하는 직원이 생기면 붙잡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2013년까지 공정 과정을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생산 체계를 정비하고 대기업과의 거래 트기에 나서자 회사는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았다.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만큼 대기업에서 주문이 몰려들었다. 2016년 경기도 화성에 부지를 사서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2020년에는 전 제조 공정은 자동화한 '스마트 공장'을 세웠다.
"원료를 들이는 것부터 완제품 출고까지의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사람은 사무실에 앉아서 생산 상황을 점검만 하면 되지요. 13년 고생하고 이제야 한시름 놓습니다."
◇백화점 VIP용 납품, 방부제 넣자는 대기업 제안 거절
이 대표는 수익이 나는 족족 공장에 투자했다. 2020년에야 제대로 된 스마트 공장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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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떡 딸기맛(위)과 초코맛과 녹차맛(아래)의 모양. 6가지 맛 중에 초코, 딸기, 치즈 맛이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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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떡은 이색적인 모양 덕분에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다. “랑떡을 선물 받고 나서 저희 제품 소비자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물 받아 먹어 보니 맛있어서 또 사는 거죠. 백화점에 MVG(초우량고객)를 위한 서비스용으로 납품했다가,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해 온 MVG분들도 계세요. 너무 맛있다고요. 한 대기업 임직원 대상으로 명절 선물 특판 선물을 진행해서 경쟁사 제품을 제치고 판매율 1위를 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https://bit.ly/3uOnGdE) 판매를 시작하면서 성장 2라운드를 맞고 있다. “한 달 평균 1만2000개쯤 나갑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수요가 치솟아 한 달에 3만3000개나 나간 적도 있습니다.”
이 대표의 목표는 떡다움을 한국 대표 디저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사진은 과거 경기중소기업인상 수상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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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로서 포기할 수 없는 덕목으로 ‘신뢰’를 꼽았다. “저희 제품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무조건 냉동해야 합니다. 유통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죠. 과거 방부제를 첨가해서 상온 유통하자는 대기업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거절했습니다. 떡다움을 소비자가 믿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큰 돈을 벌지 못해도 소비자에게 ‘떡다움 제품은 인정해’, ‘왜 이제야 이런 제품을 만들었냐’ 칭찬 한마디 듣는 보람에 이 일을 합니다.”
떡다움을 한국 대표 디저트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내수시장부터 키운 다음 해외로 눈 돌릴 계획입니다. 생산량의 50% 이상은 해외로 수출하고 싶어요.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미국, 영국, 필리핀 시장 경험도 있고요. 현재 싱가폴,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바이어들과 협상 중입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K-디저트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네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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