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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 핀란드의 학교를 가다
김 진 우 (교육정책위원장)
2009년 1월 17일부터 25일까지 스웨덴의 3개 학교와 핀란드의 4개 학교 및 대학과 지방 자치 단체 등을 탐방하였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교육을 통해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탐방의 목적이었다.
이 글에서는 탐방한 학교를 중심으로 그 나라의 교육 제도와 함께 사회의 단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실적 정리에 있어 비디오 녹화 자료를 활용했지만 상당 부분은 동행한 박원순 변호사의 탁월한 정리에 많은 도움을 입었음을 밝힌다.
⊙스웨덴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사회 복지 국가로서 명성이 높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하고 루터교가 오랫동안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 인구가 900만 명이고 1인당 GDP는 3만 8천 불에 이른다. 이 나라는 볼보 자동차, 에릭슨 통신 회사 등 세계적으로 첨단을 달리는 기업이 많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으며 방과 후 활동을 국가가 대폭 지원하고 있으며 사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1. 프트럼 학교(Futurum Schola)
1990년대 초반에 스웨덴에서는 교육자들 사이에 ‘Schola(학교) 2000’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교 교육을 업그레이드하자는 교육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이 논의의 소산으로 호보(Hobo) 지역에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1995년 우리는 인터넷을 비롯한 문명의 변화에 대응하여 학교의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논의했다. 단순히 고치는 수준이냐 완전히 새롭게 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사고로 학교를 재구조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학교의 이름도 ‘미래(Futurum)’라고 하였다.” (한스 교사)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나뭇잎으로 표현된 학교의 로고는 각각의 색깔이 학교 안의 작은 학교를 상징하고 있다. 학교에는 노랑, 파랑, 핑크의 세 팀이 있고, 각 팀은 150여 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고, 팀마다 강의실, 놀이실, 공예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 입학 때 팀을 선택할 수 있고, 각 팀별로 상당히 독립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학생들은 유치원을 포함하여 1학년부터 9학년1)까지 있다.
학교의 건물 구조 또한 학교의 철학과 조직을 반영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학교를 먼저 짓고 나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까 묻는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연히 먼저 이론적 모델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조직을 생각하고 디자인을 순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도 ‘학교 2000’이라는 이론적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지어진 학교 건물은 학교 안의 작은 학교와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핵심 개념을 잘 담아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 팀별 교육과정의 핵심은 프로젝트형 수업이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교사와 학생이 협의하여 정한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다양하다.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에는 중국의 고대사에서 현대사까지 학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다양한 창작물로 표현하는 발표회를 하기도 하였다. 프로젝트 수업에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이 결합한다. 농부가 와서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은행에서 와서 금융 지식을 가르치기도 한다. 마침 우리가 참관한 수업에서는 주제가 ‘사랑’이었다. 어떤 그룹에서는 사랑에 대해 여러 종교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었고, 또 다른 그룹에서는 성과 관련한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매주 3시간씩 사랑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에 보통 6주가 걸린다고 한다.
이와 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함에 있어 교사의 역할은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인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역할에서 벗어나, 팀의 작업을 이끄는 인도자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여기서는 교사들에게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2년 내에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게 된다. 학습의 재료와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스웨덴의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이 존재하지만 교육과정은 도달해야 할 목표만 제시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고 있다. 검인정 교과서도 없다. 실제로 얼마나 목표를 이루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 체제를 둘러싼 논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적은 8학년이 되어야 부여하고 이를 기초로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활용한다. 5학년과 9학년에 일제 고사가 있고 5학년은 임의적이지만 9학년은 의무적이다.
최근 우파 정당이 집권하면서 평가를 좀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는 교육 투자는 핀란드보다 더 많이 하면서도 PISA 평가(국제학력평가)에서는 핀란드에 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국이 스웨덴보다 성적이 높다고 하지만 과연 지식의 질과 깊이에 있어 더 우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황성준 스웨덴 교육청 재무담당관) 예를 들면 스웨덴에서는 학생들이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을 비교하여 노동자의 현실을 분석하는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도 하기 힘든 과제를 중학교 수준의 학생들이 수행하는 것이다. 대학 단계에서는 한국의 학생들보다 스웨덴 학생들의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한다. PISA의 결과를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적은 보통 3단계로 부여된다. 합격 수준(G), 조금 잘하는 수준(VG), 매우 잘하는 수준(MVG)으로 나누고 있다. 예를 들어 기억하는 것이 낮은 수준의 지식이라면, 분석하는 것은 그보다 높은 수준이고, 평가하고 창조하는 것은 가장 높은 단계의 지식이라는 것이다.(황성준) 과연 이러한 기준이 실제에 있어 얼마나 적용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생들의 시험지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처럼 객관식 문제는 없었고, 단답식보다 서술형이 더욱 많았다.
한편 이들은 학습에 있어 사회적 소통 능력(social competence)을 중시한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프레젠테이션하고 언어로 소통하고 팀별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키운다. 에릭슨2)에서도 와서 보고 ‘당신들이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계획을 하고 팀을 만들고 팀 안에서 사회적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다.”
1주일에 1시간은 사회적 소통 능력을 주제로 별도의 수업을 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수업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소통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스웨덴의 교육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는 것 중의 하나가 민주주의다. 이들에게 있어 민주주의란 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을 뛰어넘어 다양성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관용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약자를 배려하는 정신은 단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스웨덴에는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하여 자신들의 모국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루터교의 정신과 문화가 민주주의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지금은 많이 형식화되었지만 그 문화적 유산은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상뜨 에릭스 고등학교
스웨덴의 고등학교 과정은 인문 교육과정이나 직업 교육과정으로 분화되어 있지 않고 김나지움으로 불리는 하나의 통합된 학교 내에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총 17개의 교육과정3)이 존재하는데 학교 규모나 특성에 따라 몇 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에릭스 고등학교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큰 규모로 1,500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전기, 예술, 공예, 자연과학, 기술이라는 5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핵심 교과와 선택 교과가 있는데 핵심 교과는 스웨덴어, 영어, 자연과학, 종교 등이다. 직업과 관련된 교과는 기업과 긴밀한 협력 체계 속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주민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 수리를 하거나 미용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총 2,500포인트(단위 시간)를 따면 졸업할 수 있는데 2년 반 만에 졸업할 수도 있고, 4년 만에 졸업하는 아이도 있다. 이 제도는 학생을 중심으로 학사 운영을 하는 유연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학업이 부진한 학생이나, 다른 사정으로 학교를 쉬어야 하는 학생들도 탈락시키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한편 완전히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을 위해서는 차후에 다시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탈락률은 약 5% 정도다. 전체적인 고등학교의 탈락률은 약 20% 정도다. 어떻게 보면 탈락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학교를 벗어나면 사회적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복지 제도가 뒷받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중도 탈락처럼 그렇게 심각한 현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인문 과정과 직업 과정을 선택하는 비율은 50:50 정도인데 다른 고등학교의 경우 직업 과정이 약 70% 정도가 되어 직업 과정에 대한 선호가 더 높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에 가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직업의 귀천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스톡홀름 대학에서 지도 교수와 복도를 지나가는데 청소부 아줌마가 교수더러 욕을 하는 거예요. 금방 청소를 했는데 흙이 묻은 구두로 지나가서 더러워졌다는 겁니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만약 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아마 그 아줌마는 다음날 1시에 해고 통지를 받았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교수가 황급하게 아줌마에게 사과를 하는 거예요.”(황성준 스웨덴 교육청 재무담당관) 노동자를 존중하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청 복도에 흉상과 그림들이 있는데 주인공이 시장이나 고관대작이 아니라 건물을 지은 노동자나 요리사를 기념하고 있었다.
최근 우파 정부는 현재의 통합적 학교를 분화시켜 3개의 학교 형태로 만들고자 한다. 인문 학교, 직업 학교, 도제(apprenticeship training) 학교다. 특히 도제 교육은 절반을 직장에서 하도록 하는데, 4천 명 정도가 이미 이 과정을 이수하였다. 처음에는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갈 것이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 이유는 스웨덴에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높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기술자 같은 직업이 인기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이 고등학교에는 25%의 학생들이 부모가 외국인이다. 자연과학 과정의 학생들은 50%가 외국인이다. 스웨덴은 외국인에 대해서 개방적이고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모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 쿤스캅 스콜란 - 자율 학교
쿤스캅 스콜란은 기업이 설립한 학교다. 스웨덴에서는 기업도 국가교육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1992년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바우처 제도는 정부가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학비(스쿨머니)를 학생이 선택하는 학교에 주는 제도다. 학생이 다른 학교를 선택해서 이동하게 되면 학생별로 지원하는 금액(약 15만 크라운의 스쿨머니)이 다른 학교로 가게 된다. 이로 인해 학교 간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교사가 수업을 잘 못하거나 교장이 학생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학교 간 격차가 확대되고 스톡홀름의 몇 개 고등학교는 입학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학교 격차가 계층 격차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제도를 학부모의 90% 가량이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민당이 집권하더라도 학교 선택제를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쿤스캅 스콜란은 일종의 체인 형태로 되어 있다. 22개의 중학교(12세~15세)와 10개의 고등학교(16세~18세)로 구성되어 있고 1만 명의 학생과 750명의 직원이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자율 학교는 초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하여 10년 전에는 29,000명이 다녔는데 지금은 135,000명이 다니고 있으며 이는 전체 학생의 10% 정도에 해당된다. 이 학교의 특징은 철저히 개별화되고 단계별로 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업할 때 달성해야 할 목표가 정해지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세분화되어 개인별 계획으로 구현된다. 매주 교사는 15분 정도 학생을 만나 지난주의 성과와 새로운 목표에 대해 의논한다. 하루 일과 또한 선생님과 15분 정도의 대화를 통해 시작한다. 교육 활동은 개인 학습, 강의, 그룹 토의, 그룹 프로젝트, 인터넷 학습, 실험, 현장 체험, 워크숍, 전체 회의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영어, 수학과 같은 경우 1단계부터 35단계의 과정이 있고, 중간에 4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발표를 통해 성과를 확인한다. 최종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최고 성적을 부여한다. 그리고 물리학, 화학, 역사, 종교, 사회 과목 등의 코스별 교육과정도 있다. 한 코스는 8주에 걸쳐 학습하며 대부분 프로젝트형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2차 대전을 주제로 배운다면 역사, 지리, 탱크 등을 통합적으로 배운다. 3주는 주로 책이나 자료를 읽고 토론하고 한 주를 쉬고 나머지 한 주는 화학을 배운다. 마지막 주는 평가를 하고 큰 행사가 있다. 학습 시간은 학생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배정하고, 조금 일찍 끝내거나 늦게 끝날 수도 있다. 학습을 위한 인터넷 지식 포털이 마련되어 있어 24시간 접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의 자부심 중의 하나는 언제나 교사가 학생들 속에 있다는 것이다. 급우 간 괴롭힘과 같은 현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봄, 가을에 캠프를 열어 공동체성을 강화한다고 한다. 교실의 색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교실 벽이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어 투명하게 개방되어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 학교는 현재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고 확산 속도가 빨라서 조절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학교가 학생의 학업 성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높은 성취를 보장하며 일반 학교에 비해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만남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통신 회사 사장이고 학교의 소유 구조는 주식회사 형태다. 초기에 투자한 돈은 다 회수했고 현재는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학교 예산의 5~7%가 된다고 한다. 어떻게 이익이 남을 수 있을까? 교사의 인건비를 축소하지는 않는 대신 경영의 효율화, 이를테면 여러 개의 학교를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학교를 만난 것은 의외였다. 바우처 제도가 미국에서도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바우처 제도를 통해 학교 간 경쟁을 도입했다는 것은 기존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평등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이해도 가능하다.
⊙핀란드
핀란드는 남북한 면적보다 1.5배 더 넓지만 인구는 약 500만 정도다. 루터교 전통이 강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다. 세계적으로 투명성과 국가 경쟁력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PISA(국제학력평가)로 인해 교육 선진국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1. 라토까르노따노 학교
이 학교는 유치원을 포함하여 9학년까지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학년제가 없다는 것이다. 학년을 넘어 학생 개인의 학습 속도에 따라 학습 계획이 수립된다. 물론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고 9학년을 마친 이후에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다.
교실 수업의 특징은 교사가 2명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학 수업의 경우 한 명의 교사가 더 있었다. 생물과 예술을 가르치는 교사가 보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별도의 파트타임 교사를 보조 교사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처럼 교사들끼리 역할을 바꾸어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림짐작으로 학생당 교사의 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처럼 팀티칭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교사가 수업에 들어가는 시간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교사들은 가르치는 과목이 복수인 경우가 많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교육이었다. 5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어떤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 이처럼 별도의 수업을 하고, 그 중에서도 어려운 경우에는 일대일로 지도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집중력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교실에는 10명의 학생에 3명의 교사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학습 부진 학생을 방과 후에 별도로 남겨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병행적으로 지도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다시 원래의 교실로 돌아가도록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평가는 절대 평가이고 4점에서 10점으로 표시된다. 스웨덴에 비해서는 다소 세분화되어 있다. 이 성적은 나중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기초 자료가 된다.
학교 건물 구조에서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식당의 위치다. 학교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식당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먹이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다. 핀란드는 교육비는 물론 급식도 무료다. 새롭게 짓고 있는 건물의 콘셉트는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례로 곳곳에 소파가 있어서 공부하다 힘들면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안에 작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끔 설계하였다. 이와 같은 건물의 설계는 건축가에게 그냥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매 단계에서 학교 측과 상의하면서 교육적 관점을 반영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한편 교장실의 경우는 대부분 수위실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면적도 좁고 투명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교장의 나이도 매우 젊다.
2. 타피올라 고등학교
에스포(Espoo)에 위치한 타피올라 고등학교는 우리로 말하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핀란드의 고등학교는 스웨덴의 통합 학교와는 달리 인문 교육을 위주로 하는 학교와 직업 교육을 위주로 하는 학교로 분화되어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5개의 학교를 우선순위에 따라 지망하고,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 성적에 의해 선발하게 된다. 학교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은 주로 학교의 특성과 학교 수준이라고 한다.
학교의 특성은 선택 과정의 내용에서 드러난다. 이 학교의 경우 드라마와 미디어학을 중점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의무적 과정과 선택적 과정이 있다.
의무적 과정에서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는 필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언어에 대한 강조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도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 의욕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특히 남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여학생보다 부족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의 애니메이션은 별도의 더빙을 하지 않고 영어 그대로 틀어 주고 자막을 보여 줌으로써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이 학교에도 학년제가 없다. 개인의 학습 속도에 따라 2년 반 만에 졸업하기도 하고 4년 만에 졸업하기도 한다. 이것은 스웨덴과 같다. 교과별로 이동하면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급 개념도 없다. 다만 학습 계획을 도와주는 담임 교사가 학생과 상담을 통해 지도한다. 수업 시간은 75분이다. 이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45분을 했는데 좀 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75분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한 학년도는 5분기로 이루어지는데 각 분기는 7주다. 7주의 마지막 주는 평가 주간이다. 졸업을 앞두고는 일종의 수능 시험(matriculation)을 본다. 연간 두 번 치러지는데 어느 과목을 언제 시험 칠 것인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5개 정도의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선택할 수 있는데 경쟁이 생길 경우 성적이 중요한 선발 기준이 된다. 언뜻 생각하면 고입 단계에서 경쟁이 발생함으로 인해 성적 부풀리기와 같은 현상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절대 평가지만 세부적인 성적 부여 기준이 정밀하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임의로 부풀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성적을 부여할 때 2명의 교사가 교차적으로 점수를 매기고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경력 교사의 판단에 따른다는 원칙도 있다고 한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 의회(Youth Counsil) 의장을 하고 있는 Hanna Jarvsalo라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는 2006년에 청소년법을 제정하여 지방 자치 단체가 청소년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시행할 경우 청소년의 의견을 들을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12세부터 26세까지의 청소년들이 10명~40명 정도의 대표를 선출하여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3. 옴니아 학교
옴니아는 라틴어로 ‘모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옴니아 학교는 말하자면 거대한 직업 학교다. 옴니아 캠퍼스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고 총 7천 명의 학생이 다닌다. 직업 학교는 인기가 많다.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직업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고 블루컬러가 화이트컬러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직업 과정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성적이 좀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도 직업 과정을 이수한 학생을 선호한다. 특이한 것은 직업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도 나중에 대학으로 얼마든지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 과정은 이론적 공부와 함께 실습을 대단히 중시하고 기업과 협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건축과의 경우 실제 부지에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건물의 유지 보수에 대해서도 학교가 10년간 책임을 지고 관리한다. 그리고 학교에 쓰이는 웬만한 가구는 직접 만들어 쓴다. 미용실의 경우도 일반 주민에게 개방을 한다. 졸업을 할 때 평가를 하는데 이는 이론적인 평가와 함께 반드시 실제 기술을 시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러 명의 위원이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토론하여 졸업 자격을 부여한다. 이 학교에는 정규 학생 외에도 평생 교육 과정에 등록하여 다니는 성인들도 상당수가 된다. 새로이 자격을 갱신하고자 하거나 전직을 하는 경우에 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핀란드에서는 직업 학교 학생 1명당 8천 유로의 돈을 학교에 지급한다. 이 돈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세워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지출한다. 보통 이사회는 지방 자치 단체에서 3명, 이사장, 교장, 이사회 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단위 학교 자율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 단위 학교에 재정을 맡길 수 있는 배경에는 이 나라의 정직하고 투명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핀란드는 국가 투명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와 같이 세금을 많이 걷고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집행하는 예산의 규모가 큰 나라에서 관료주의와 부패의 문제가 거의 없다는 것은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누가 물어보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어떻게 부패를 할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문화의 바탕 위에서 정직함을 기본적인 덕목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옴니아 학교의 경우에도 약 20%의 학생들이 중도 탈락한다고 한다. 알콜이나 마약 중독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고 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법적으로는 18세 이전에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 구석에 흡연 장소를 마련해 두고 묵인하는 식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높은 자살률도 문제다. 자살의 동기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복지 사회라고 하여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4. 야르벤따 고등학교
이 학교의 재미있는 제도 중의 하나로 2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 있는데 이 활동도 학점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외부 방문객을 안내하였다. 이 학교는 학교 건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은 우주라고 불리는 이 학교 건물은 이 학교의 교육과정 특성과 공동체적 성격을 조화롭게 구현하고 있었다. 이 학교 역시 설계 단계부터 학교의 교사들과 소통하면서 건물을 완성하였다. 가운데는 광장 구조로 만들고 3개의 마을 구조를 따라 교과 교실이 배치되어 있다. 중간에 공강 시간에는 학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건물은 전반적으로 투명하고 밝게 지어졌다. 시설 수준이 너무 부럽기도 했는데 그것이 단순히 재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건물의 디테일까지 학교의 교육 철학을 반영하여 지을 수 있는 의식 구조와 지원 체제가 부러웠다.
마침 일정 중에 일종의 교육 박람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교사들의 컨퍼런스도 열리고 전시장에서는 각종 교육 기자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최근 핀란드 교실에 전자 칠판이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 칠판은 하나의 거대한 터치스크린과도 같이 작동하는 것이다. 007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손으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글씨도 쓴다. 최근 상당수의 학교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효과는? 아이들이 칠판을 잘 쳐다본다고 한다.
학교 시설과 관련하여 우리 팀의 일부가 방문한 유치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벽을 펼치니 침대가 나오고 교실 곳곳에 소파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최대한 집처럼 여기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유치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들의 휴식 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해 두고 있었다. 어쩌면 집보다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유치원 교육에 대해 들은 바를 간단히 소개한다. 핀란드에서는 생후 2개월만 지나면 낮잠을 재울 때 바깥에서 재운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기후에 적응해서 튼튼해진다고 한다. 단, 주의 사항은 영하 15도 밑으로 떨어지면 바깥에서 재우지 말 것!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상당히 강한 훈련을 시키는 것이 이 나라의 전통이다. 스키를 신고 장거리를 걸어서 가는 크로스 컨트리 같은 것을 자주 하고, 핀란드 사우나라는 것이 알고 보면 열심히 운동하고 찬물에 뛰어드는 것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들의 걸음걸이도 씩씩하다. 아이들을 자유분방하게 키우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규칙과 질서를 강조하고 순종하는 법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하는 자립 정신을 강조한다. 만 두 살만 되면 혼자서 옷을 입고 정리하는 것을 확실히 배운다. 혼자서 하는 습관은 학습 습관에서도 나타난다. 문제를 풀 때 혼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끝까지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중력을 키워 주는 것에 힘을 쓴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놀고 있으면 절대로 방해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단계에 0학년 제도라는 것이 있다. 이 단계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지를 판별해서 진학을 하든지 좀 더 유치원 교육을 받게 하든지 결정하는데,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준은 다른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