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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아웅산 수지 여사, '조롱 속의 새인가' | ||||
[업코리아 2005-06-20 09:29] | ||||
미얀마 군사정권, 10년 간 가택연금…석방 요구 묵살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아웅산 수지가 지난 19일 60회 생일을 맞았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날도 수지 여사의 자택을 완전 통제하고 외부 인사들의 방문이나 접근을 차단했다. 지난 2003년 5월부터 세 번째로 가택 연금 조치를 당하고 있는 수지 여사에 대한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미얀마 군사정권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가운데 구금 중인 인사는 수지(1991년 수상)가 유일하다. 수지 여사의 환갑을 맞아 국제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석방을 요구하는 각종 집회가 열렸으며 미얀마 군사정권의 독재체제와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버마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캠페인(CHRDB)'은 19일을 '수지 여사 석방을 위한 세계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전 세계의 인권단체들과 연대해 각 국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미국 거주 미얀마 인권운동가들은 수지 여사의 생일 축하카드 6000통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이 카드를 워싱턴 주재 미얀마 대사에게 전달했다. 미국 의회는 16일부터 19일까지 수지 여사 생일 축하와 석방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는 지난 16일 미얀마인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인도 뉴델리 등에서도 19일까지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19일 서울 용산역에서도 이 단체의 한국위원회 주최로 수지 여사를 비롯한 미얀마의 모든 양심수들의 석방과 미얀마 군사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문화행사와 촛불집회가 열렸다.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당원 400여명은 이날 수도 양곤의 당사에 모여 비둘기를 날리고 60가지 색깔의 풍선을 띄우는 등 생일 축하 행사를 가졌다. NLD는 988년 9월 미얀마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정부수립을 목표로 출범한 정당이다. 국제사회, 생일 축하 행사 및 석방 촉구 캠페인 벌여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유엔 본부에서 "수지가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에서 생일을 맞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지금까지 (군부 지도자) 탄 쉐 장군에게 그의 석방을 촉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수지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 "핍박받는 미얀마 국민을 위한 그의 강인함과 용기, 개인적 희생은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칭송했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도 이례적으로 수지 여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얀마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가입을 성사시키기도 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도 18일 "수지를 석방하거나 다른 개혁 조치를 취할 경우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수지 여사의 석방을 촉구했다. 데스먼드 투투 남아공 주교는 "수지 여사가 구금돼 있는 한 지구상 누구도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넬슨 만델라의 석방을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쳤던 것처럼 이제 우리는 수지 여사를 석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 등 각국 주재 미얀마 대사관 부근에서는 수치 여사의 연금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물론 남편 임종도 보지 못해…자택이 감옥 미얀마 독립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난 수지 여사는 1960년 인도대사로 부임한 어머니를 따라 뉴델리에서 어린 소녀시절을 보냈으며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에서 철학과 정치, 경제 등을 공부했다. 이때 만난 영국인 마이클 아리스와 1972년 결혼, 큰아들 알렉산더(32)와 둘째아들 킴(28)을 두고 있다. 수지 여사는 1988년 위독한 어머니를 보러 일시 귀국했다가 군사정권의 폭정에 시달리는 조국을 외면할 수 없어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듬해 그녀를 가택연금 했으나, 그녀는 연금 상태에서도 야당인 NLD를 이끌고 1990년 5월 총선에서 전체 485석 가운데 392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하지만 군사정권은 즉시 선거 무효를 선언한 채 지금까지 정권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노벨상위원회는 지난 199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그녀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당시 그녀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에 남편 아리스는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대신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 아리스가 지난 1999년 전립선암으로 홀로 숨져갔을 때도 조국을 떠날 수 없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마지막으로 아내를 만나보겠다는 아리스의 입국 비자를 거절했으며, 대신 수지 여사에게 남편을 만나러 영국으로 출국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다시 귀국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수지여사는 출국을 거절한 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어야만 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1995년까지 끈질긴 국제적 압력에 굴복, 6년 만에 수지여사의 연금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그러나 미얀마 사회가 반정부 움직임을 보이자 2000년 7월 다시 그녀를 가택 연금했다. 이후 2년여만에 연금이 해제됐던 그녀는 2003년 5월 NLD 지지세력과 군사 정권 지지세력간의 충돌이 일어나자 세 번 째 가택연금 조치를 당했다.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집안 일을 해주는 가정부 두 명과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주치의 정도다. 지난 17년 간 10년의 가택 연금 생활을 해온 수지여사에게 집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수지여사는 조롱 속에 갇힌 새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미얀마는 '제2의 킬링필드'인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 5월 19 일자 1면 톱기사에서 영국 인권운동가 가이 호튼(54)이 최근 발표한 600쪽 짜리 미얀마 인권보고서 '산채로 죽기 (Dying Alive)'의 내용을 인용, 미얀마의 심각한 인권상황을 보도했다. 호튼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 정권은 지난 수년간 소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동부지역에서만 2, 500여 개 마을들을 파괴했고, 주민 53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는 것이다.
미얀마 정부 및 군의 노동착취, 강간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식량난도 심각할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매년 1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 호튼은 지난 5년 동안 태국 국경을 통해 미얀마 중부지역을 수 차례 비밀리에 방문, 군부의 조직적인 인권 탄압에 관한 각종 자료를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호튼은 수지 여사의 남편 아리스 전 옥스퍼드대 교수와의 친분 관계를 계기로 미얀마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네덜란드 정부와 민간기구들의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다. 호튼은 "미얀마 어디에서나 피난민과 공포에 질린 사람들과 마주쳤다"면서 "어떤 마을에서는 군인들이 유아 2명을 불길 속으로 내던지고 아버지 팔에 안긴 아기 한 명을 총으로 쏴 죽이는 만행도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호튼은 유엔 인권위원회 및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를 비롯해 미국, 영국 등 각 국 정부에 보고서를 정식으로 제출,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할 예정이다. 미얀마 군사정권, 수지 여사 쉽게 석방하지 않을 듯…내부 권력투쟁 몰두 그렇다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언제까지 그녀를 가택 연금할 것인가. 이와 관련, 칸타티 수파몽콘 태국 외무장관은 지난 16일 수지 여사는 총선 실시 전에 가택연금에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칸타티 장관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일단 오는 11월 거국회의를 재소집, 신 헌법 제정 작업을 마무리한 후 수개월 내 총선이 실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BBC 방송은 19일 그녀의 인기가 오히려 미얀마 군부에 위협이 돼 빠른 시일 안에 석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19일 미얀마 군사정권은 내부적으로 권력투쟁에만 관심이 있을 뿐 미얀마의 민주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 수지 여사가 석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그녀가 석방될 경우, 또 다시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총선을 실시하더라도 그녀의 석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망명 반체제 월간지 '이라와디'의 편집장 아웅 자우는 "수지 여사가 요즘 상당한 좌절감 속에 빠져있는 듯 보인다"면서 "그녀는 현재 어떤 제안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사정권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민주화 조치를 추진토록 하려면 아세안 등 이웃국가들의 압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수지 여사의 석방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수지 여사가 석방되느냐 여부가 미얀마 민주화의 신호탄이 될 듯하다.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