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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딱 대학생 때까지였던 것 같아요. 사람들 많은 거리로 나가서 연말의 들뜬 기분을 즐긴 게. 누가 크리스마스엔 뭐하냐고 물어봤을 때 약속 없이 집에 있으면 창피한 건가 싶었던 게 말이죠. 그런데 전 기질적으로 워낙 북적이는 델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대학 졸업 후로는 쭉~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은 집에서, 송년 모임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바글대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조촐하게~ 이게 제 컨셉이에요. 뭐 이런 거죠. 미리 예약해서 금요일이나 연말 맨 끄트머리는 피해서~ 호텔 레스토랑 아니면 청담, 도산공원, 한남동처럼 일부러 지하철역과 먼~ 레스토랑으로! 아니면 아예 사람들 잘 모르는 동네 뒷골목의 소소한 숨은 맛집스러운 레스토랑으로 가거나. 그럼 주위 소음과 복잡한 거리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렇게 내게 의미 있는 사람들과 로맨틱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2~3명이 도란도란 호젓한 시간 보내는 거, 그게 제 연말 모임 스타일이에요. 우르르 왁자지껄 이건 정신 사나워 점점 싫어지더라고요. 올해도 그럴 것 같아요. 조용하지만 따뜻하게 도란도란. 저 어제 밤까지도 계속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샀어요. 크리스마스 장식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도통 사그라들지 않네요. 그래서 지난 주말엔 대형 서점에서, 그리고 어젠 온라인 몰 이곳 저곳을 뒤지면서 예쁜 게 보이면 계속 주문하고 있는데.. 덕분에 집이 예뻐지고 있어요. 그래서 허물없이 친한 사이라면 집으로 오라고 해 연말 만남을 할 생각이랍니다. 반짝이는 귀요미 루돌프, 그리고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소품과 함께 잔뜩 연말 정취를 느끼면서. 불 끄고 어둑어둑하게~ 그리고 향초를 미리 켜두어 집안 공기를 좋은 향기로 가득 채우고~ 캐롤을 들으며~ 그렇게요.
혹시 저처럼 집에 누군가를 초대할 계획이신 분 계세요? 아님 저처럼 혼자 살지만 대충 먹는 거 싫어하시는 분? 또 아니면 사랑스러운 꼬꼬마 아이들의 먹거리와 밖에서 늘 고생하는 남편을 챙겨주셔야 하는 분 계시죠? 그런데 막상 뭔가 요리를 하려고 보면 엄두가 안 나고, 인터넷에서 레시피 뒤지는 것도 귀찮고(워낙 정보가 많으니까), 시간이나 요리 재료비 많이 잡아먹는 것도 싫지만 뭔가 근사보이는 요리 없을까 고민하시는 분~ 계시죠? 바로 그런 분들에게 오늘의 요리를 강추해요. 바로 한겨울에 제격인 고구마 숩이죠. 제가 겨울이 되면 제일 자주 해먹는 숩(soup or 죽) 2가지 중 일등이 고구마 숩이에요. 이등은 새알심 팥죽, 특히 팥죽은 밖에서 먹으면 좋은 팥(적두)이나 찹쌀가루를 사용했는지 의심스러워 잘 못 사먹겠어요. 단맛을 강화하기 위해 설탕을 왕창 투하할 가능성도 높으니까. 실은 좋은 팥을 쓰면 팥 고유의 단맛이 잘 살아나 설탕 필요 없거나 조금만 넣어도 충분히 달달하거든요. 그렇지 않음 그 단 맛을 설탕으로 채우는 거고. 그리고 또 찹쌀가루도 국산이냐 중국산이냐에 따라 원가가 엄청 달라요. 그리고 찹쌀가루 대신 다른 전분가루나 밀가루를 섞을 수도 있고 해서 전 팥죽을 믿을 만한 재료를 사서 집에서 직접 해먹자 그래요. 그래도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 대신 한번에 4~5인분쯤 되는 넉넉한 분량을 먼저 만들어놓고 오늘 말고 다음에 먹을 건 냉동실로 차곡차곡 넣어두죠.
그러고 보니 곧 있음 동지네요? 어릴 때요, 새알심 빚는 게 진짜 좋았거든요. 미술시간 찰흙 빚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되게 좋았어요. 추워서 밖에 나가기 싫은 한겨울 밤엔 아빠가 사온 군고구마나 호빵은 굉장히 큰 즐거움이었어요. 그리고 동지 땐 엄마가 “우리 동지팥죽 같이 만들래?”라고 물으시면 “네~~~!” 아주 큰 소리로 대답했어요. 그게 얼마나 큰 재미였는지 몰라요. 손 깨끗이 씻고 두근두근 얌전히 기다리면 3남매 앞에 거대한 쟁반을 놓아주셨어요. 오빠랑 동생이랑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찹쌀반죽을 동글동글 예쁘게 빚곤 했는데.. 누가 더 많이 만드는지, 누구의 새알심이 더 동글동글 예쁜지 경쟁하는 게 참으로 소소한 기쁨이었죠. 동지팥죽 새알심 만드는 게 놀이였기 때문에 그런 연관성으로 자연스레 팥까지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노른자 깨뜨리지 않고 계란프라이할 줄도 모르던 어린 시절, 새알심만큼은 자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새알심 팥죽은 만들기가 몹시 귀찮긴 해요. 그리고 보면 팥을 싫어하는 분이 의외로 많대요? 제 주변에만 해도 “난 팥 싫어!” 이런 지인들이 꽤 있거든요. 전 팥이 들어간 건 다 좋아해요. 여름엔 밀크빙수~ 겨울엔 팥죽이랑 단팥 호빵! 그래도 손이 많이 가고, 또 누구나 다 좋아하지는 않는 팥죽은 패스~ 손도 별로 안 가고 누구나 좋아하는 고구마 숩이 오늘의 주인공인 이유죠! 아주 간단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나고 근사한 고구마 숩을 만드는 레시피를 가르쳐드릴까 해요. 특히나 연말에 좋은 사람들을 불러놓곤 음식 대접한다고 혼자 분주하게 주방에서 뚝딱뚝딱, 그게 배려가 아니잖아요. 홀로 남은 손님 또는 손님들이 뻘쭘한 상황이니까요. 고구마 숩은 그래서 더 좋아요. 여유 있을 때 미리 만들어놓고 손님 오면 냉장고 또는 냉동실에서 꺼내 데워만 주면 되니까. 그래도 갓 만든 것처럼 아주 맛있으니까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고구마 숩을 만들기란 너무도 간단해요. 재료는.. 고구마/우유/생크림, 이 3총사가 끝이거든요. 물론 저는 좀 더 풍미를 높이기 위해서 치즈도 넣고 레몬 페퍼 같은 것도 뿌려요. 하지만 치즈나 레몬 페퍼 없이 위의 3가지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맛나니까 다른 재료 없다고 모두 다 갖추려고 애쓰진 않으셔도 되요. 만드는 방법이 부끄러울 정도로 심플해서 글로만 살짝만 정리해드릴게요.
먼저 오븐이나 직화구이 냄비에서 구운 호박고구마의 껍질을 벗겨냅니다. 이왕이면 쿠킹호일로 감싸 구우세요. 그래야 맨살 그대로 구운 고구마처럼 수분이 밖으로 증발하지 않고 고구마 속으로 그대로 즙이 배어 촉촉함이 매력적인 속살이 완성되니까요. 그리고 스팀으로 찌는 것보다 구워야 당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 그걸 우유 적당량과 함께 블렌더에 넣고 돌립니다. 칼날이 너무 뻑뻑하게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우유 양을 잘 조절하세요. 우유를 너무 조금 넣거나 또는 고구마 라떼를 만들 것처럼 후루륵 흘러내릴 정도로 많이 넣는 건 안 되요. 그리곤 곱게 간 고구마 + 우유 이걸 냄비로 옮겨요. 라면 끓여먹는 양은 냄비처럼 얇은 건 열전달이 너무 빨라 쉽게 눌러붙으니까 두꺼운 냄비라야 해요. 전 고구마 숩 만들 땐 항상 르쿠르제 주물 냄비를 써요. 그래야 잘 눌지 않고 맛있게 만들어지더라고요. 자~ 그리고 냄비에 넣은 고구마 + 우유 믹스에 생크림을 또 적당량 넣고 끓이면 끝이에요. 살 찌는 거 걱정되시면 생크림 양은 조금만~ 부드럽고 느끼한 맛을 아주 사랑하신다면 좀 더 넉넉히! 그렇다고 너무 들이붓진 마시고요! 약간만 넣어도 괜찮으니까. 고구마 + 우유는 근사한 숩의 향이 나질 않아서 꼭 생크림이 들어가줘야 해요. 그래야 뭔가 쉐프가 만든 것마냥 숩 특유의 풍미가 살아나요. 그렇게 3가지 재료를 섞어 저어주며 끓이다 공기방울이 올라올 정도로 푹 끓으면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예쁜 그릇에 옮겨 그냥 드시면 되요. 아님 그 위에 치즈나 페퍼, 허브 가루 등을 더 얹어서 드시면 더 근사하죠. 이게 끝! 완전 쉽죠?
글로 읽어보면 되게 별 거 아닌 것 같잖아요? ‘뭐 이게 별 거라고?’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가 우리집에 오는 지인들에게 만들어주는 숩 중에서 가~장 반응이 격하게 나오는 게 바로 고구마 숩이에요! “와~ 진짜 레스토랑보다 더 맛있어! 이거 어떻게 만들어?” 다들 물어봐요. 숟가락으로 그릇 긁는 소리 들릴 때까지 마지막 한 스푼까지 싹싹 먹는다니까요 다들. 이렇게 맛난 고구마 숩, 잘 만들기 위해 중요한 건, 고구마가 달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거에요. 너무 원론적이지만 좋은 재료가 좋은 요리를 완성시키거든요. 그래서 상식이지만 노파심에.. 맛있는 고구마를 사는 법과 잘 보관하는 법에 대해 팁도 알려드릴게요.
1. 퍽퍽한 밤고구마보다는 촉촉한 호박고구마! 돈 아낀다고 한입 사이즈나 특대(or 긴특) 사이즈는 별로더라고요. 먹다가 짜증날 수 있거든요. ‘특’이 제일 좋지만 가격이 부담되면 ‘상’ 정도로는 골라야 해요. 하날 먹어도 맛나게 먹는 게 진정한 미식가의 자세니까요. 양보단 질로 승부하세요!
2. 같은 호박고구마라 하더라도 남쪽 지방일수록 포근하고 달달한 알짜배기 호박고구마가 재배되는 법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난 호박고구마는 made in ‘전라남도’ 이걸 체크하세요! 땅끝마을 해남과 무안이 그 중에서도 최고랍니다.
3. 겨울에 제격인 고구마는 의외로 추위를 많이 타 추우면 금세 상해버리는 뿌리채소죠. 그래서 한 박스씩 사서 먹을 경우 보관에 신경을 안 쓰면 처음엔 굉장히 달고 포근한 고구마를 먹게 되지만, 나중엔 퍽퍽하고 질긴, 또는 상한 고구마를 드실 수 있어요. 비싼 호박고구마를 사서 한 알이라도 썩어 버리는 일 없도록 하려면, 추운 곳에 보관하지 마세요! 한기 서린 베란다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금물! 차라리 방에 보관하세요. 그렇다고 온돌 뜨끈한 방은 땡~ 추운 데도 안 되지만 반대로 너무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 쉽게 싹이 나면서 고구마에 심이 생기며 속살이 아주 질겨지기 때문이죠. 약 섭씨 약 15도 정도가 딱 좋아요. 따라서 보일러 온도를 낮춘 방이나 주방, 아님 현관, 베란다나 다용도실처럼 보일러 선 안 깔린 데라 해도 좀 덜 추운데 있죠? 그런 곳에 보관하시면 되요.
4. 그리고 고구마도 숨을 쉬어야 해요. 따라서 고구마 박스는 오픈해 두거나 뚜껑을 닫을 거라면 박스에 구멍을 뚫어두세요. 그리고 고구마 사이에는 켜켜이 신문지(신문지가 없다면 키친타월도 굿~)를 깔아 보온을 해주고세요. 하나가 썩으면서 옆 고구마에까지 썩은 고구마에서 배출된 가스가 영향을 미쳐 단체사망하기 때문에 1~2주 이상 보관시 가끔 박스를 열어봐 몸통 일부가 썩은 게 있다면 얼른 꺼내 버려주세요. 맛있게 먹으려면 너무 오래 보관하지 말고, 차라리 잘 구워놨다가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해동시켜 드시면 그게 차라리 나아요.
이 정도에요! 아래에 사진으로 제가 만든 고구마 숩 보여드리지만 사진으론 땡~ 제가 봐도 그리 근사해 보이지 않는 걸요? 실제로 얼마나 달콤하고 맛난데요. 직접 만들어보면, 그래서 누군가에게 대접해주면 먹는 이의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그런 메뉴라는 걸 바로 아실 텐데 아쉬워요. 어제 먹었는데 오늘 또 생각나는 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고구마 숩인데. 그렇기에 그냥 뜨거운 물 부어 휘휘 저으면 되는 보노 스프 이런 거랑은 격이 달라요.
쓱 보고 따라 만들기도 쉽고, 요리 한번도 안 해봤다고 해도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기도 하구요. 고구마만 맛있음 되요. 그래서 제가 위에서 전라남도 해남이나 무안에서 재배된 호박고구마를 콕 찝어 추천하는 거에요. 확실히 다른 고구마들보다 비싸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구마를 먹기 위해선 꼭 기억하세요. 전 그렇더라구요. 지금 시대가 먹을 게 없어서 굶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먹을 게 오히려 넘쳐나는 시대, 그런 나라에 우린 살고 있죠. 그래서 전 한 번 먹어도 맛있는 거, 양보단 질로 승부하는 걸 더 좋아해요. 먹으면서 행복한 기억은 상당히 본능적인 것 같지만, 동시에 굉장히 감성적이에요. 그래서 생각보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죠.
지난 번 토마토에도 브랜드가 있다고 마틸타 토마토를 추천해드렸지만, 이번 고구마도 그래요. ‘행복한 고구마(http://www.happysweet.co.kr)’라는 브랜드가 있답니다. 전북 무안에서 유기농법을 고수하는 황토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고구마인데요. 그 중에서 막 캐냈을 땐 밤고구마에 가깝지만 후숙이 되면서 아주 쫀득쫀득해지는 특징을 지닌 속살 노란 꿀고구마가 달수 고구마에요. 그리고 겉이 붉고 속살이 주홍빛이 도는 호박 고구마에 가까운 꿀고구마가 달호 고구마랍니다. 둘 중 어느 걸 선택해도 후회 없을 거에요. 먼저 소문난 건 달수에요. ‘이렇게 “달수”가~’라는 감탄사에서 달수라는 이름이 탄생했대요. 가격 듣고 놀라지 마세요. 10kg에 6만원이나 하거든요. 특 기준으로. 허나 단언컨대 한번 맛 보면 그 맛에 푹~ 빠지고 말 거라는 거! ㅜㅡㅜ 주로 백화점 슈퍼마켓에서 가끔 만날 수 있거나 아니면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선 안 팔고, 자체 직영 홈페이지 쇼핑몰에서만 팔아요. 위에 URL 주소 적어놨죠? 전라도 해남이나 무안의 고구마가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첫째, 황토흙의 영양분이 기가 막혀요. 그래서 양파도 무안 양파가 제일 유명하죠? 따뜻한 남쪽으로 갈수록 흙이 붉고 부드럽고 영양분이 풍부하죠. 둘째, 해풍에 실려온 미네랄, 그리고 낮과 밤의 큰 기온차가 고구마를 더 달고 건강하게 만든답니다. 셋째, 해남과 무안 쪽에선 하루카(or 하루까)라는 품종을 주로 재배해요. 그런데 이 하루카는 사실 엄밀하게 따졌을 때 밤고구마도, 호박고구마도 아니고 그냥 ‘하루카’로 통하거든요. 특히 외피의 붉은 빛이 강해서 ‘베니하루카’로 불리는데요. 다른 이름으로는 ‘꿀고구마’라고 불리죠.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게 몇 년 안 됐어요. 그런데 이 하루카 고구마를 재배하면서도 유기농을 고집하며 자체 브랜드까지 붙였기 때문에 행복한 고구마는 엄청 비싼 거죠.
행복한 고구마의 달수 달호 형제의 이름을 기억해두셨다가.. ‘진짜 미친 가격의 고구마지만 그렇게 맛있다며?’ 이런 생각이 들 때 한번 사드셔 보세요. 언제가 추운 겨울 마음이 헛헛해질 때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할 때요. 그 다음으로는.. 고구마를 살 때 ‘베니하루카’ 또는 ‘꿀고구마’를 찾으시면 되요. 인터넷 쇼핑몰 검색할 때도 마찬가지! 그러면 대개 그런 고구마들은 해남 또는 무안산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실 거에요. 꼭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브랜드 고구마인 행복한 고구마네의 달수 달호가 아니더라도요, 해남이나 무안에서 재배된 베니하루카는 굉장히 당도가 높아서 다른 지역의 고구마에 비해 가격이 비싸요. 그래도, 드셔 보시면 압니다. 제가 왜 이렇게 해남 무안의 베니하루카, 꿀고구마를 강조하는지. 그리고 그런 애들도 비싸다 싶으면 어쨌든 밤고구마만큼은 전 결사반대! 안 되요! 호박고구마여야 해요. 그래야 고구마숩이 부드럽고 달콤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요리를 해 먹는 즐거움에 빠지면서부터 전 2가지를 강하게 느껴요. 첫째!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한다. 둘째! 완성된 요리를 담는 그릇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재료가 좋아야 맛난 음식이 탄생되는 거야 당연하고요. 또 좋은 그릇이 보기에도 좋잖아요? 디자인이 예쁘니까.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바로 음식이 빨리 식지 않고 맛있는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전 그릇 하나를 사도 유리를 압축해 만든 얇은 코렐은 굉장히 안 좋아해요. 실용성이 뛰어나고 설겆이할 때 손목에 무리가 안 간다고 코렐 좋아하는 분들도 계세요. 제 주위에도 집에 코렐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많이들 코렐을 좋아하요. 워낙 가격도 싸고요. 하지만 코렐에 음식을 담아 먹어보면 알아요. 얼마나 요리가 빨리 식는지. 금세 최적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요리는 만들 때의 온도만큼, 만든 후의 온도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갔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요리가 담겨 나오는 그릇들은 대개 웨이터의 팔 힘을 염려해야 할 만큼 두꺼운 도자기로 되어 있었을 걸요? 그래서죠! 맛있는 온도.. 따뜻한 음식은 오래 따뜻하게, 찬 음식은 오래 차게 유지되어 마지막 한 스푼, 마지막 포크질마저도 훌륭한 게.
저 어릴 땐 고구마가 참 쌌더랬어요. 감자나 고구마나 가격 차이도 없었고. 하지만 요샌 고구마랑 감자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해요, 그쵸? 저 어릴 땐 고구마가 길거리 음식일 수가 있었던 게 그만큼 쌌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고구마는 금구마죠. 위에서 말한 달수 고구마 달호 고구마 10kg 특에 6만원 너무 비싸죠? 저도 큰 맘 먹고 벼르다가 며칠 전에야 구입해봤는 걸요. 그랬네요. ‘이젠 진짜 고구마 한 알을 먹더라도 맛난 걸 먹어야겠다! 와~!’ 그런데 그건 몇 년 전 처음으로 고구마 산지를 따지기 시작하면서도 느꼈어요. ‘앞으로 고구마는 무조건 전라도! 추운 지방 고구마는 정말 맛없다!’ 그랬어요. 고구마 숩은 사실 요리하는 사람의 실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워낙 레시피가 간단하니까요. 하지만 어떤 집안 자식이냐에 따라 맛이 꽤 차이 나죠. 해남 무안의 베니하루카를 찾아 드셔보시라는 건 그래서에요. 밤고구마로 구분하는 데도 있고 호박고구마로 구분하는 데도 있지만, 그건 크게 중요치 않아요. 오히려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 카테고리로 구분되지 않는 베니하루카’라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서요. 이런 꿀고구마로 고구마 숩을 만들어보세요. “고구마 숩 만들 때도 혹시 설탕 넣어? 왜 이렇게 달아?” 사람들이 그래요. 물론, 거기엔 설탕 한 알조차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게 바로 집안 좋은 고구마의 힘이랍니다.
사실 제가 유난히 좋은 식재료에 대한 집착이 좀 있긴 해요. 하지만 어째요. 입이 고급인 걸. 애초 맛보지 말았어야 했는 걸. 해남에서 재배된 속살이 미치도록 부드러운 꿀고구마를 맛본 이후로는 고구마가 비싸도 이젠 이해가 되는 걸 어떻게 하냔 말이죠. 훗~ 친언니 같은 언니가 제가 만든 고구마 숩 먹고 따라 만들어 동네주민들에게 대접했대요. “윤주야! 나 같은 아파트 애기 엄마들한테 완전 칭찬 들었어.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 숩 어떻게 만들었냐고 다들 놀래.”이러면서 해맑게 좋아라 했어요. 제 덕분이라고. 좋은 고구마만 있다면 당신은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제대로 배운 쉐프 부럽지 않을 정도로 뽀대나는, 코부터 벌써 행복해지는 근사한 고구마 숩을 만들 수 있을 거에요. 좀 더 데코에 신경 쓰려면 옆의 사진처럼 크루통을 토핑으로 얹으면 되요. 야곱은 사냥 후 배고픈 형에게 뜨끈한 붉은 죽을 거래의 도구로 쓴 약삭 빠르고 얄미운 동생이었지만요, 여러분은 그런 계산 없이 따뜻한 고구마 숩을 맛있게 만들어 공짜로 대접해보세요. 그렇게 정성과 마음을 나눌 때, 그 누구보다 여러분의 마음이 먼저 따뜻해지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런데 어쩌죠? 좋은 식재료 고집하는 저 때문에.. 여러분도 자꾸 좋은 거 고집해버리면 지갑에서 돈이 훌훌 나가버릴텐데.. 힛~ 미안요!
아참! 고구마 숩만 내놓을 순 없잖아요? 메인요리도 필요하죠. 그래서 채소 토마토소스 오븐구이 요리를 살짝 요약정리본으로 보탤까봐요. 어김 없이 오늘도 윤주메일은 길어지네요. ^-^;' 그치만 얘도 레시피가 꽤 간단해요 보기보다. 만들기 어려우면 전 소개도 안 해요. 힛~ 고구마 소개 전 등장했던 토마토! 건강한 채소들과 시중에서 파는 토마토 소스만으로도 충분해요!
올리브유나 버터를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살짝만 볶다가 식감 좋게 큼직하게 잘라둔 갖은 채소를 넣고 볶아요. 너무 잘게 썰면 식감이 떨어져요. 정성을 들이려면 재료 하나 하나 따로 볶고, 바쁘면 그냥 천천히 익는 채소부터 빨리 익는 채소 순서로 볶으면 되요. 제 경우 브로콜리를 제일 먼저 볶고, 마지막에는 파프리카를 넣는 식이죠. 그리고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고..
오븐용 그릇에 초벌구이처럼 이렇게 볶아둔 채소를 깔고 거기에 떡볶이 떡과 토마토 소스를 함께 담아요. 단, 토마토는 초벌로 익히지 마세요 그럼 오븐 속에서 심하게 뭉그러져요. 소스는 재료 사이에 바르듯이! 그리고 맨 위에 한번 더. 그리고 소스를 너무 흥건할 정도로 넣음 짜니까 약간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만 넣어도 충분해요. 그래야 또 채소 고유의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어요. 어차피 익으면서 채소에서 즙이 빠져 나와 소스와 섞이며 흥건해지거든요. 그렇게 오븐에 살짝 넣고 익히다가 표면이 보글거리는 듯하면 도중에 꺼내 그 위에 슈레드 모짜렐라를 얹어주고 약 3~4분쯤 더 오븐 속에 넣어두고 꺼내면 되요. 진짜 환상! 그냥 딱 건강식인데, 떡볶이 떡의 쫄깃함이 예술이라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좋아하거든요.
오븐이 귀찮거나 혹여 오븐이 없다면, 팬에서 채소를 좀 더 익히고 떡볶이 떡은 냄비 속 끓는 물에 넣어 충분히 속까지 말랑거리게 만든 뒤 마찬가지로 섞어 그릇에 채우세요. 그 위에 슈레드 모짜렐라를 뿌리고 랩을 씌워 구멍을 살짝 뚫은 뒤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면 끝이에요. 랩 안 씌우면 톡톡 튀면서 전자레인지 청소하느라 개고생하니 랩은 필수!
그리고 전 고기류 별로 안 좋아하지만요 많이들 고기 좋아하시니까. 그럴 땐 마트 가면 파는 통베이컨 있죠? 두툼한 거. 직접 칼로 썰어야 하는 거. 그걸 넣음 딱이에요. 그리고 와인이나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면 끝! 맛도 좋고, 보기에도 근사하고, 토마토를 비롯한 갖은 채소로 건강까지 챙기고. 완전 굿이죠? (아래 사진에 그릇이 도중에 바뀌는 건, 도중에 옮긴 게 아니라 2그릇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ㅋ)
첫댓글 토마토채소볶음 너무 맛잇어 보여요~ 연말에 같이 와인이랑 먹어도 참 이쁘고 맛잇을듯~
그쵸? 저거 진자 맛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진짜 간단해요. 채소 써는 거랑 볶는 거, 그리고 소스 바르고 치즈 얹고 끝! 전자레인지에 하면 오븐보다 식감과 맛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그래도 괜찮아요. 둘 다 해봤는데! ^^ 연말에 그렇게 집에서 와인이랑 한번 드셔보세요! ^^
유익하고 깨알같은 실생활 정보들 감사합니다~~~바로 고구마사러 고고씽~~~
넹~ ^-^ 고구마! 하나를 먹더라도 맛난 걸로~ ㅎㅎ 그리고 꼭 고구마 숩 해드셔 보세요. 자꾸 생각나는 중독성이 강한 숩이랍니다~
고구마 사이트까지 알려주시고 :) 완전 유용한 정보에요ㅋㅋ윤주님은 요리까지 이렇게 이쁘게 잘하시네요 못하시는게 도대체 뭘까요?ㅋㅋㅋ 담주 친구들 연말파티에 할 요리들 윤주님 추천요리들로 할거에욧♥
네~ 그렇게 해보세요! 히힛~ 고구마 숩이랑 저 위에 살짝 소개한 채소 & 떡볶이 토마토 소스 오븐구이요, 여자라면 다 좋아할 걸요? 남자들도 잘 먹겠지만서도.. ^^
윤주님이 추천해준신 음식 다 해먹을꺼예요~^^ 글구 윤주님 토마토소스 어떤거 쓰시는지도 궁금해요. 요리초보라 혹시 실수할까봐요~ 글구 저 임신중인데 다 엄청 땡겨요ㅎㅎ 저도 이제 몸에 좋은 음식 챙겨먹으려고요~ 애초에 맛보지 말아야했다 시리즈 넘 좋아요^^
저 이것 저것 국내 브랜드에서 외국 브랜드까지 제법 많이 시도를 해봤는데요. 가격 대비 가장 만족스러운 건 '청정원 스파게티 소스'에요. 거기 로제 파스타 소스 제일 자주 사는 것 같아요. 백설도 괜찮긴 한데~ 용량 대비 가격 뭐 다 고려해보면 전 청정원 쪽! 그리고 이렇게 요즘처럼 스파게티 소스 국산 브랜드도 잘 만들기 전에는 수입 파스타 소스 사곤 했었거든요. 요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특히 크림 종류는 만들어진 소스 안 사요. 첨가물도 많이 들고 짜기도 하고 그래서, 크림만큼은 그냥 꼭 만들어 먹어요. 이미 만들어진 토마토 소스도 거기에 웬만하면 토마토 으깨 생토마토를 추가해 좀 더 신선하게!
참 다음엔 팥죽레시피도 궁금해요ㅋㅋ 팥죽도 엄청 먹고싶네요 ㅎㅎ 이 식욕~^^
팥죽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간단해요.. 어마어마한 설겆이와 끓일 때 폭폭 튀어나오며 가스레인지 지저분해질 위험이 있어 귀찮을 뿐! 힛 저처럼 팥죽 좋아하시는 분 보니 반가워죽겠어요~ 아~ 먹고프당!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3.12.12 20:53
앗! 첫사랑 고구마 아시네요? 걔도 마찬가지로 베니하루카 품종이에요! 걘 가격 대비 괜찮은 베니하루카~ 그리고 저.. 역시 절대 공감! 버터를 넣지 않아도 버터 넣은 듯 부드럽고 고소한 맛! 그래서 고구마로 만든 음식은 뭐든 다 맛있는 듯해요! 와~ 역시 저랑 비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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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니난나나 한입 고구마는 맛도 살짝 떨어지고 그래서요 별로.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게 맛나요. 완전 큰 고구마도 별로고. 그리고 ㅎㅎ 진짜 통한다니까요. 제가 마침 베니하루카 고구마 추천할 때, 딱 첫사랑 고구마 사드시고.. 저도 행복한 고구마는 넘 비싸서, 해남 첫사랑 고구마를 더 자주 사먹곤 하죠. 행복한 고구마는.. 완전 최고급 프리미엄 고구마죠! 히힛~ 어쨌든 해남 무안에서 나온 고구마 사먹음.. 실패할 확률이 낮아요.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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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시간에 배가 고파져버렸어요.. 매번 고구마 사놓고보면 맛없는게 많았는데 이런 팁을 알려주시다니 감사해요! 박스로 산 고구마 보관방법도 머릿속에 쏙~ 직화구이냄비도 장만해야겠어요 저 요리 왕초보인데 고구마숩 도전해볼께요,윤주님!
그리고 저도 북적북적한거보다 조용한게 더 좋더라구요~
고구마 너무 맛있어보여요 ㅠㅠㅠ
요리도 좋아하시나 봐요 진짜 부지런하시네요 저는 게을러서 요리도 화장하는 것도 그냥...;;; 고구마 별로 안좋아하는데 고구마 숩이랑 채소 토마토 소스 오븐구이는 사진만 봐도 침 넘어가네요 헐 지금 밤인데 ㅠㅠ
행복한 고구마 사러 갑니다~~ 슝~
다이어트에도 좋은 고구마! 진짜 맛있어보여요ㅠㅠ
우아~먹고 싶어요~요리도 넘 잘하셔용~한번 만들어 먹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