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 꽃을 든 남자
엠비씨 프로덕션이 방송사에선 처음 만든 영화 '꽃을 든 남자' 개봉에 맞추어 만들었다. 꽃의 받침은 '치읓'이다. 당연히 그 뒤에 모음(홀소리)이 올때는 꼬치, 꼬체, 꼬츨..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근데, 많은 이들이 그냥 꼬시, 꼬세, 꼬슬..이라고 한다. 받침 발음을 제대로 연음해 소리냅시다!!라는 뜻으로 만들었다.
2회
* 만땅
만땅은 일본말이다. 일본말 '만땅크'에서 온 말이다. 광복 50주년이 지난지 꽤 오래건만, 우리말 곳곳에 일본 찌꺼기는 여태 살아 숨쉬고 있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소리 높이고, 축구 한일전은 꼭 이겨야 한다면서, 일본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건 어찌된 연유인가.
만땅은 일본말이다. 제작하면서 만난 시민 가운데 누구는 '만깡, 이빠이!!'
라고도 했다. 그 사람이 타고 다니는 건 오토바이. 오토바이의 연료통은 깡통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깡'은 '캔'의 일본 발음이니까. 이빠이는.. 물론 일본말이고.
앞으로 주유소에 가서 기름 넣을 일이 있으면, '채워주셔요', '가득', 또는 한석규처럼 '꽉이요'라고 하면 어떨까. 만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일본말이다.
3회
* 가르치다/ 가리키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가르치다는 teach이고, 가리키다는 방향, 곧 direction을 뜻한다는 것을. 그런데도 둘을 제대로 구별해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TV 드라마에서 잘못 쓴 대목을 보기로 들어 바로 잡자는 내용을 담았다. 달수가 등장했던 드라마, 시청률면에선 그저 그랬지만, 작품성은 그 반대였다는 에스터데이의 한 대목이 등장했다.
가르치다..는 학교를 떠올리는 말이고, 가리키다..는 손가락을 연상하는 말이다. 두 낱말,가르치다, 가리키다..를 헷갈리는 것도 문제지만, 가리치다, 가르키다..라고 홀소리(모음)을 제멋대로 하는 건 더 문제다.
4회
* 나와바리
흔히 쓰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문화방송의 일부 인사를 비롯해 목소리깨나 크다는 젊은 이들 사이에서 이 말을 쓰는 걸 들었다. 도대체 나와바리가 무슨 뜻이지? 궁금증은 풀렸다.
영화 넘버3에서 똑같은 말을 들었다. 일본사람에게 확인한 결과, 나와바리는 (야쿠자 따위가 ) 자신들의 세력권을 얘기할 때 쓰는 말이란 걸 알았다. 나와바리. 물론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와 호랑이의 세력권을 뜻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나와바리는 일본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말은 아니지만 일본 야쿠자와 잇닿아 있는 지하 주먹 세계 사람들이 수입해 쓰고 있음직한 나와바리를 당당하게 쓰는 건 삼가야 겠다
5회
* 밟다/발따?
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읊기엔 어울리지 않는 때와 장소였다. 찬바람이 살을 파고드는 겨울, 남산 중턱의 산성 담벽 앞이었으니까. 소월의 싯구 가운데 나오는 대목 -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을 제대로 읽는 이가 몇이나 될까.
'밟다'의 바른 발음은 [밥따]이다. '밟다'의 활용형인 밟고, 밟지, 밟소, 또한 [밥꼬, 밥찌, 밥쏘]로 소리내야 표준 발음이다.
6회
* 영부인
15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영부인'의 뜻을 되짚어 보았다. 흔히 대통령의 부인으로만 알고 있는 '영부인(令夫人)'. 하지만 영부인은 다른이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 쓰는 낱말이다. '어부인(御夫人)'이라고 하지만, 이는 일본에서 쓰는 말이다.
어떤이는 대통령의 부인은 따로 '영부인(領夫人)'이라고 한다고 우기기도 하지만, 이는 억지일 뿐이다. 대통령 부인이 '령부인(영부인)'이면 장관 부인은 '관부인', 장군 부인은 '군부인'..이라고 해도 된다는 말이니까.
이제 옆집 아주머니나 회사 동료 부인을 일컬을때도 '영부인'이란 말을 하자.영부인은 대통령 부인만 이르는 게 아니라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통칭'이다.
7회
* 병따개
우리나라가 일제에서 벗어난 뒤 우리말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솎아내자는 운동이 있었단다. 그 때, 거의 모든 말들을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대안(代案)'이 나왔지만, 병마개를 따는 기구만은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병마개를 따는 기구'를 가리키는 일본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당시엔 그랬단다. 그리고 얼마 뒤 '병따개'라는 좋은 우리말을 만들어 쓰게 되었는데..
요즘은 '병따개'보다 '오프너'라고들 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카페나 술집일수록 그렇다. '병따개'를 홀대하고 '오프너'를 널리쓰면,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병따개'라는 말도 모르고 자라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오프너'는 병마개만 따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여는것'을 두루 일컫는 말이 바로 영어의 'OPENER(오프너)'다.
8회
* 다르다/ 틀리다
뜻을 제대로 가려쓰지 않는 낱말들이 있다. 그 대표격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틀리다/다르다'가 아닐까. '틀린 것은 틀린것이고, 다른 것은 다른것이니 그 따위것을 구별 못하는 이가 어디있냐..'고 반문할 이도 있을 게다. 그러나..
빛깔이 다른 토끼 모양 풍선을 들고 '다른가?, 틀린가?'라고 물었을 때 2/3정도가 그저 '틀리다'라고 답했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은 분명히 다른거다. 우리말 바로쓰기는 어려운 말 찾아 쓰는 게 아니라 흔히 쓰는 우리말부터 바르게 쓰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다.
영어 단어의 뜻을 제대로 구별하지않으면 망신 당하는 게 요즘 우리 사회다. 그런데 우리말 뜻 구별에는 그저 무심한 듯하다. 다르다라고 해야 할 때 틀리다라고 하는 건 분명히 틀린거다.
9회
* 쉰
우리말나들이는 숫자 읽기에 대해 얘기했다. 요즘은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 입학전에 다 익힌다'고는 하지만, 우리 숫자 읽기는 아닌 것 같다. 아라비아 숫자 '50'을 읽어보자.
한자로는 '오십'으로 읽지만, 우리말로는 '쉰'이라고 한다. '30'도 바로 읽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설흔'이 아니라, '서른'이라고 해야 맞다. 10, 20, 30, 40, 50은 '열, 스물, 서른, 마흔, 쉰'이라고 읽는다.
휴일 늦은 오후에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기인 열전'의 MC 정재환, 노사연 두 사람 한번도 아니고 여러차례 '쉬흔'이라고 소리 높였다. 50의 우리말은 '쉬흔'이 아니라, '쉰'이다. '50 = 쉰'이란 얘기다.
10회
* 무뎃뽀
영화 '넘버3'의 송광호가 대종상을 받고 '뜨기'전, 이미 우리말나들이 프로그램에서 각광을 받았다. 영화중의 한 대목에서 '무뎃뽀'를 외친 까닭이다.
'무뎃뽀'는 일본말이다. 한자로는 '무철포(無鐵砲)'라고 쓰고 그렇게 읽는다. 아는 이는 다 아는것처럼 전쟁이 한 때 삶이었던 일본에서 '총(철포)없이'나서는 것은 곧 무모함을 뜻했다. '총도 없이 전장에 나서는 무모함'에서 비롯한 낱말이 일본말 '무뎃뽀'다. 이런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떤이는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방법으로 '무뎃뽀'정신을 내세웠다. '보통 사람'도 아닌 아무개 대학의 '교수님'이 신문에서 그랬다.
'무뎃뽀'가 일본말인 것을 몰랐었다면 모를까, 뻔히 일본말임을 알면서도 쓴다면 그건 정말 문제다.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가 지면 그렇게 분해하면서, '오리지널 일본말'을 입에 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일 아닐까.
11회
* 열쇠/키
단독주택에서 사는 사람과 아파트에 사는 사람수가 비슷해졌다. 단독주택에서 살 때는 별로 쓰임이 없던 것, 자동차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그 이름도 옷을 바꿔 입은 것. 무엇일까. '열쇠'가 그 답이다. 잠그는 것은 '자물쇠', 그것을 여는 것은 '열쇠'. 말도 토박이 우리것일뿐더러 뜻도 딱 들어 맞는 낱말들이다. 그런데, 왠지 아파트 현관을 열거나 자동차를 탈 때 쓰는 도구는 그 생 김과 쓰임이 똑같건만 '키'라고들 한다. 취재중에 만난 한 시민은'자동차 키는 키!!라고 한다'는 답도 했다.
이미 '병따개/오프너'에서 말했듯이 외래어 '키(Key)'에 밀려 사라질 지 모를 우리말 '열쇠'를 일부러라도 살려쓸 때가 된 듯하다. '키보드'를 '글쇠'로 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는 한켠엔 '열쇠'보다 '키'가 입에 익은 세력이 자리잡아 가고 있으니 말이다.
'키'하면 생각나는 게 또 있다. '신장(身長)'과 쌀에서 뉘를 고를 때 썼던 '키'다. 열쇠보다 '키'를 애용(?)하는 젊은 세대는 '곡식 따위를 까불러 고르는 기구'인 이 '키'를 알까 모르겠다.
12회
* 송년회
해마다 한해가 갈 때면 만날 사람이 많아지는 게 보통이다. 어디어디 모임이며 무슨 무 슨 회식이며 하는 것 때문이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축원하는 뜻임직한 모임이건만 어찌 된 일인지, '망년회(忘年會)'라고들 한다. 한 해를 모두 잊고 살아보자는 뜻에서 나온 말인 '망년회'는 뜻도 뜻이지만, '보오넹카이'라는 일본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말이다.
'직장인의 송년 모임 풍경'을 취재한 아무개 기자는 기자 리포트에서 '망년회'라는 말을 써서 우리말나들이 도마위에 올랐다. 폭탄주가 돌았던 그 자리는 '망년회'라는 말이 어울려 서였을까.
올해부터는 '송년회(送年會)'를 널리 펴 써야겠다. 그래야 한해를 차분히 보내면서 정담 과 덕담을 나누는 모임이란 뜻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13회
* 금세
연말을 맞아 찾아간 명동 밤거리는 조만간 새해가 다가올것처럼 들뜨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제 곧, 조만간'의 뜻으로 쓰는 낱말은 '금세'가 맞는 표기다. '금새'라고 쓰면 틀린다.
'금세'는 '금시(今時)에..를 줄인 말'로 사전에 풀이되어있다. '금새'가 아니라 '금세'가 맞는 표기라는 건 뜻풀이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말나들이 프로그램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금세'가 맞다는 것을 알고도 '금세' 잊어 버리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14회
* 빚/빗
대통령 유세가 한창일 때 각당 후보자들이 빼놓지 않는 구호가 '외채 청산'이었다. 그런데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후보는 별로 없었다. '부채(負債)'의 토박이말은 '빚'. 이 '빚'에 조사가 붙어 '빚이', '빚을', '빚에'라고 한다면 발음은 당연히 '비지','비즐','비제'라고 해야 맞 는다. 뒷 낱말이 모음으로 시작하면 받침 발음을 연음하는 게 표준발음법이다.
아무개 당의 후보는 우리가 외국의 '비슬'을 많이 지고 있다고 했는데, '비슬'의 표기는 '빗을', 따라서 머리 빗는 빗을 뜻하는 게 된다. 부채는 '빚'이고, 머리를 빗는 게 '빗'이다.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건 '빗'이 아니라 '빚'이다."의 표준 발음은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건 '비시'아니라 '비지다.'이다.
15회
* 점쟁이
사회가 뒤숭숭하면 유행하는 게 있다. '점보기'가 그것이다. 옛날엔 사주-팔자-관상 따위는 노인네들의 몫 정도로만 알고 있었건 만, 요즘은 대학생들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일까, 인기 절정인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도 '점쟁이/점장이'가 등장했다.
송승헌과 우희진의 표현 가운데 어느것이 맞을까. 정답은 '점쟁이'다. 기술과 장인의 뜻이 담겨있을 때는 '-장이'로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쟁이'로 하는 게 맞다.
'미장이'는 기술자의 뜻이 있기에 '-장이'가 맞지만 깍쟁이, 멋쟁이, 점쟁이 같은 경우에는 '-쟁이'라고 해야 한다.
16회
* 뗑깡
어릴 때 누구로부턴가는 꼭 들었음직한 말이 있다. '뗑깡 부린다, 뗑깡 쓴다'는 말이다. 어느날 방송에 고정 출연하는 연극배우는 방송에서도 '뗑깡'이란 말을 했다.
'뗑깡' - 남의 자식이든 내 자식이든 어린애가 칭얼대고 투정부릴 때 스스럼없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기에? '뗑깡'은 일본말이다. 한자 '전간(癲癎)'을 뗑깡이라고 읽는다. 뜻은 '지랄병, 지랄병'이다.
요즘은 일본에서도 전문 의학 용어로만 쓰이는 말이다. '뗑깡 = 지랄병, 간질병'이란 걸 안다면 내 자식은 물론이고, 남의 자식에게도 '뗑깡'이란 말 쓰지 못할게다. 이 땅의 주인공인 어린이에게 '지랄병에나 걸려라'하고 저주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17회
* 없음
맞춤법이 바뀌면서 '도대체 헷갈려서 말을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맞춤법 따위야 바뀌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쓴다'는 이들도 있다. 어쨌거나 맞춤법에 맞게 말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설프게 아는 게 때로는 모르느니만 못할 때도 있으니까.
바뀐 맞춤법에선 종결어미 '-읍(습)니다'를 모두 '-습니다'로 통일했다.모두 '-습니다'로 써야 한다니까 이상한 철자가 생겼다. '있 슴, 없 슴'이란 낱말이다. 있습니다, 없습니다..로 통일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조어일게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경우다.
'있다'의 이름씨꼴(명사형)은 어간 '있-'에 명사형 어미인 '음'을 붙여 만든다. '없-' + '음(명사형 어미)'도 마찬가지다. 먹다, 입다의 경우를 보기로 들어보자. '먹음', '입음'이라고 하지 '먹슴','입슴'이라고 하지 않찮는가.
18회
* 된소리
불필요한 된소리(경음)가 많아졌다. 소주가 '쏘주'로, 과대표가 '꽈대표'로, 조금을 '쪼끔'으로 하는 게 바로 그런 보기다. 우리말나들이는 텔레비전 광고와 드라마에 등장한 '쓸데없는 된소리'를 꼬집었다.
'닦다'가 '' 로 '가득'을 '까뜩', '까득'으로 '버너'를 '빠나'로 발음한 보기를 들면서 불필요한 된소리를 바로잡자는 뜻으로 제작했다.
19회
* 빽미러
근대 이후의 서양 문물이 거의 그렇지만, 자동차와 관련한 명칭도 일본 그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격인 자동차의 '빽미러'를 바른 우리말로 바로 잡자는 뜻을 담은 내용이다.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가 뒷상황을 볼 수 있게 달아 놓은 거울은 영어권에서는 '리어 뷰 미러(rearview mirror)'나 '사이드 미러(side mirror)'라고 한다. '뒤를 보는 거울','옆 거울'쯤으로 직역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백미러'는 일본 사람들 제멋대로 만든 '빠꾸 미라'를 우리 발음으로 받아 들인 말이다.
'리어뷰 미러, 사이드 미러'처럼 본토박이 영어를 쓰는것도 그렇고, '백 미러'라는 일본어 찌꺼기를 쓰는 것도 개운찮기에, 이를 대치를 우리말을 하나 제안했다. '뒷거울'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미장원 같은 곳에선 뒷모습을 보는 거울을 '뒷거울'이라고 한다. 말은 어떤 말이나 처음엔 어색한 법이다. 뒷거울, 뒷거울.. 자꾸 쓰다보면, 우리 입에 익고 귀에도 쉽게 들어 올게다.
20회
* 학부형
'학부형'과 '학부모'의 차이를 아시는지. 똑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위 낱말에 들어간 한자 뜻을 되새겨 봄직하다.
학부형(學父兄)과 학부모(學父母)의 차이를 짚어보자. 학부형은 학생의 아버지와 형을 가리키는 말이고, 학부모라고 해야 학생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된다.
'에쵸티(HOT)'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 한 오락 프로그램 사회자가 '학부형'이란 말을 썼다. 자식의 학교일을 포함한 모든 바깥일은 남자들이(아버지, 형)이 하고 어머니는 집안일이나 챙기면 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낱말 - 학부형.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 낱말도 바꾸어야 한다.
학생을 돌보는 일은 아버지와 어머니 둘의 몫이다. 그래서 '학부모'라고 해야 한다.
21회
* 찌개
우리 먹을거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국물'이다. 잘 사는 사람이건 못 사는 사람이건, 양반이건 상민이건,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국물'없이상 받는 경우가 드물정도니까. '국물' 음식 가운데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찌개'다. 김찌 찌개, 된장 찌개, 순두부 찌개, 비지 찌개.. 찌개 이름만 들어도 끝이 없을만큼 그 종류며 재료도 다양하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찌개'라는 명칭이다.
흔히 '찌게'라고들 하지만, 이는 틀린말이다. '찌계'라는 표기도 물론 틀린다. '고기나 채소에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 따위를 넣고 작은 냄비에 담아 온갖 양념을 담아 끓여낸 반찬'은 '찌게'나 '찌계'가 아니라, '찌개'가 맞다.
'-게'는 '지게, 집게'같은 기구 따위에 붙는 접미사다. 앞으로 식당 차림표에 '찌개'아닌, 틀린 표기를 적은 식당이 있다면, '불매 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저 표기 틀린 건데요..'라고 나부터 나서 보는 게 어떨까. 식당에서 하는 말 한마디가 우리말 바로 세우기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22회
* 깨끗이/깨끗히
초등학교때부터 배우고 익혀도 늘 헷갈리는 낱말이 있다. '조용히, 깨끗이'도 그 가운데 하나일게다. 어찌씨(부사)에 붙는 '-히'와 '-이'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하다'를 붙여서 말이 되면, '-히'이고, 안되면 그냥 '-이'로 쓰면 된다고도 하지만, '깨끗이'는 예외다.
'깨끗하다'이기 때문에 '깨끗히'라고 미루어 생각하면 안된다. '깨끗이'가 맞으니까. 발음은 물론 '깨끄치'가 아니라 [깨끄시]가 맞다. '깊숙이'도 마찬가지다. '깊숙히[깁수키]'가 아니라 '깊숙이[깁수기]'가 맞다는 얘기다.
가수 강산에씨의 노래 '넌 할 수 있어'가 좋은 보기로 등장했다. 음반과 초기 공연에서는 [깨끄치]라고 발음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특집 '새미기픈믈'에선 [깨끄시]라고 바르게 소리냈으니까. 우리말나들이에 좋은 소재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아니겠지만, 어찌되었건 강산에씨는 '틀린말 바로 잡는 건 우리 모두 할 수 있다'는 걸 확실 하게 보여준 셈이다. 틀린말 바로 잡는 일, 남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노래제목 '넌 할 수 있어'처럼 '우리도 할 수 있는'일이다
23회
* 알맞는/알맞은
'어떤것에 모자람이나 넘침이 없이 딱 들어 맞다'는 뜻인 '알맞다'. '안성맞춤'의 뜻과도 통하는 말이다. '알맞다'의 표기와 발음이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알맞는'과 '알맞은'- 둘 가운데 어느 게 맞는걸까.
우리말나들이는 이 문제를 풀어가기에 '알맞은' 곳을 찾아냈다. 그곳은 바로 눈썰매장[눈:썰매장](얼굴의 눈眼은 짧고[짭꼬,바른 발음], 내리는 눈雪은 긴발음이다). 조연출을 맡고 있는 아나운서를 카메오로 출연시켰다. 눈썰매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장차림으로. 가죽구두에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아저씨가 눈썰매를 메고 가는 장면 - 누가봐도 눈썰매타기엔 '알맞지 않은' 옷차림이다. 눈썰매타기에 '알맞은'옷은 따로 있으니까. 끝으로 문제 하나 - '알맞은'의 바른발음은? 답 : [알마즌]!!이다.
24회
* 정축년/무인년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연말연시에 약방에 감초마냥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간지干支로 따질 때) 무슨 해가 가고 어떤 해가 온다'는 표현이다. 자주쓰는 말이긴 하지만, 남들이 쓴다고 무심히 쓰면 안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10간 12지를 조합해 쓰는 간지(干支)는 음력으로 따진다. 따라서 간지가 바뀌는 건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룻날이다. 그래서 '정축년 소의 해가 가고, 무인년 호랑이 해가 밝았습니다'는 인사말은 1998년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음력 정월 초하루에 할 말이다. 1998년의 정월 초하루(설날)는 양력 1월 28일이었다.
양력 1월 1일에 '무인년이 밝았다..'했던 사람이 음력 1월 1일에 또 '무인년 한해가 시작되었다..'라고 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5회
* 껍데기/껍질
'무엇을 둘러싸고 있는 거죽'을 '껍데기, 껍질'이라고 한다. '껍데기'와 '껍질' - 똑같은 뜻이고 쓰임도 같은 낱말일까? 아니다. 두 낱말의 뜻 차이는 분명히 있다. 다음 보기를 보자.
1)달걀 껍데기, 게 껍데기, 호두 껍데기, 밤 껍데기 2)귤 껍질, 바나나 껍질, 소나무 껍질
1)번과 2)번의 차이는 무엇일까. 1)번은 '딱딱한 것'이고, 2)번은 '딱딱하지 않은 것'이다. '껍데기'는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가리키는 말이고,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것을 둘러싸고 있는 거죽'을 뜻하는 말이다. 화투에서 '끗수가 없는 패짝'을 껍데기라고도 한다. 심심파적으로 했던 민화투에선 말 그대로 대접 못 받던 '껍데기'가 요즘은 '무적의 알맹이'가 되어 버렸다. 어디에서? 속칭 '고스톱'판에서 그렇다.
26회
*구랍
한자로만 쓰면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를 만큼 복잡한 낱말(두 글자의 총획수 36획). 그래서 뜻은 더더욱 모를 수 밖에 없는 낱말 - 구랍(舊臘)에 대한 '비한자(非漢字) 세대'의 일반적인 생각일게다. 그래서인지 방송에선 거의 자취를 감춘 말이지만, 아직도 신문과 일부 잡지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낱말이다. '구랍 15일', '구랍 27일' - 이렇게 말이다.
'구랍'의 뜻을 풀어보자. 구(舊, 옛) + 랍(臘, 섣달) = 지난 섣달 '간지(干支)'를 음력으로 따지는 것처럼 '구랍'또한 음력이 기준인 말이다. '구랍'은 양력으로 지난해 12월이 아니라 음력 12월(섣달)을 가리키는 말이란 얘기다. 무턱대고 '지난해 12월'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뜻 모호하고 글자도 어려운 '구랍'이란 말 대신 쉽게 표현하자. '지난해 12월'이나 '지난 달(1월 기준)'로 말이다. 신문이나 잡지같은 인쇄 매체가 아닌 방송에선 더욱 그렇다.
27회
* 세뇌
뇌쇄(惱殺)라는 말이 있다. '뇌살'로 잘못 읽기도 하지만, 앞의 경우엔 '쇄'가 바른 음이다. '애가 타도록 몹시 괴로워 함'의 뜻이다. 어찌되었건 '뇌쇄'라는 말이 '뇌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일까.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 '쇄뇌'라는 그럴듯한 틀린말이 버젓이 방송되었다. 큼지막한 자막까지 덧붙여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제작진은 적게는 십수명에서 많게는 수십명, 수백명에 이를때도 있다. [세뇌]와 [쇄뇌]의 발음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한 출연자를 꼬집을 생각은 없다. 구별하기 어려운 발음이니까(분명히 두 글자의 발음 차이는 있다). 수십명의 제작진 가운데 틀린말 '쇄뇌'를 맞는말 '세뇌'로 바로잡은 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글을 읽고 방송 내용(동영상)을 보는 여러분은 틀린말 '쇄뇌'란 엉뚱한 낱말에 '세뇌(洗腦)' 당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28회
* 잊다/잃다
세상살이에 점점 여유가 없고 삶이 복잡해져서인지 요즘들어 비슷한 발음의 낱말을 한데 뭉뚱그려 쓰거나 바꿔 쓰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그 가운데 '잃다'라고 해야하는 경우에 '잊다'라고 하는 잘못이 일반적인 데(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이 낱말들의 잘못된 쓰임을 버젓이 내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잊다'와 '잃다'의 뜻 차이는 누구나 알 것이다. '잊다'는 무엇을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마음에 새겨두지 않을 때, 그리고 '잃다'는 가지고 있던 것을 자기도 모르게 지니지 않게 되는 경우 등에 쓰는 말이다. 따라서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서' '잃어버리는 것'이나, 물건을 날치기 당해 '잃어 버리는 것'은 말이 되지만, '물건을 잊었다'는 따위의 말은 틀린 쓰임이다.
29회
* 천장/천정
우리말나들이는 모처럼 우리 한옥을 찾았다. 바닥엔 대청마루가 깔리고 회칠로 마무리한 벽면, 그리고 서까래가 질러진 '천장'까지 우리 건물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건물의 지붕 바로 아래, 그러니까 실내의 윗면을 부르는 낱말은 '천장'이다.
'천정'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비표준어이다. 한자로는 하늘천(天)에 막을 장(障), 비표준어 천정은 하늘천(天)에 우물 정(井)자를 쓴다. '천장'은 우리 고유 한자어이고, 비표준어 '천정'은 일본투 한자이기도 하다.
방송사 스튜디오의 천장, 서까래로 막음한 천장, 아파트 거실의 천장.. 모두 '천장'이라고 해야 바른말이고 표준어다. 그런데 빠뜨리면 안 될 예외가 딱 하나 있다. 바로 한자성어 '천정부지(天井不知)'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 뜻의 '천정부지'는 '천장부지'가 아니라 '천정부지'라고 해야 맞는말이다.
30회
* 박음쇠
종이를 꿰메는 연장, 꺽쇠 모양으로 생긴 연장 속에는 철심이 들어있다. 이 연장의 이름을 어떤 이는 '호치키스'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스테이플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 수십년이 흐른 이 연장을 일컬을 좋은 우리말은 없을까.
종이를 찍어서 철하는 기계를 흔히 '호치키스'라고 하지만, 권할만한 말이 아니다. 쓰지 않는 게 바람직한 말이란 얘기다. 왜냐고? '호치키스'는 미국의 상표명이다. 미국 상표 선전해 줄 일은 없지 않은가. 철자는 'hotchikiss' 그렇다면, 어떤 말을 써야 할까. 특정 상품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영어(외래어)는 '스테이플러(stapler)'이다.
'호치키스'든 '스테이플러'든 모두 영어다.
31회
* 돋우다/돋구다
올여름 이 불볕더위를 어찌 보낼꼬 걱정하는 사람도 많을터이다. 찌는 듯이 더운 여름, 땀도 많이 흘리고 열대야에 잠마저 설치고나면 으레 입맛, 밥맛 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뭔가 시원한 것, 깔끔한 것을 찾아먹게 되는데, 더운 여름날 시원한 냉면 한그릇 생각나지 않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입맛돌게 할 때 쓰는 말이 문제다. 식욕을 '돋우다? 돋구다?' 어느것이 맞는 것일까. 겨우 글자 하나 차이가 뭐 대수냐고 말하거나, '돋구다'가 맞다고 말한다면 우리말나들이의 목청은 더 '돋궈'질 수밖에 없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쓰임이 다른 두 낱말, '돋우다'와 '돋구다'. 그 차이를 알아보자. '돋우다'는 입맛이 좋아지게 하거나 감정을 자극해서 화가 나게 할 때 쓰는 말이다. '돋구다는 양기 따위를 보강하거나 목청을 높일 때 혹은 안경 도수를 높일 때 쓰는 말이다. 그러니, 입맛과 성질은 '돋우는' 것이고, 목청과 안경 도수는 '돋구는' 것이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는 비결 하나! 날도 뜨거운데 성질 '돋우지도' 목청 '돋구지도'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입맛 '돋워주는' 미숫가루라도 시원한 얼음물에 타서 마시며 식구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
32회
* 위/웃
'윗도리/웃도리?' '위층/윗층?' '웃어른/윗어른?'..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자신있게 골라낼 수 있는 분들은 우리말 사랑에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이다. 헷갈리기도 할 것이, 한자 윗상(上)을 뜻하는 우리말에는 '위', '윗', '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느 경우에 어떤 걸 써야하는가?
먼저 '위'와 '윗'을 살펴보도록 하자. 혼란을 막기위해서 모두 '윗'으로 통일했다는 것을 우선 기억하자. 그래서 '윗마을' '윗도리' '윗눈썹'이 맞다. 모든 경우에 이렇게 쓴다면 머리 아플 일도 없겠지만, 예외 두가지가 있다. 그 첫째 예외가 '위층' '위쪽'같은 경우. '위층'처럼 거센소리 앞이나 '위쪽'처럼 된소리 앞에서는 위를 쓴다.
그럼, '웃어른'은? 문제는 위 아래를 나누어 구별할 수 있는냐 없느냐다. '아래어른'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곧, '웃-'이라는 접두사는 위 아래를 구별할 수 없는 경우에 쓰는 접두사다. 그래서 '웃돈' '웃거름' '웃돌다'는 말이 맞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바른 우리말 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33회
* 핼쑥하다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만한 몸매가 부유의 상징이어서 또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지? 그래서 그 유명한 양귀비도 실은 넉넉한 몸을 가진 여인네였다는 얘기도 있던데,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길죽하고 가느다란 팔다리가 어느새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노출이 심해지는 여름이 되면 여성들은 물론 요즘은 남성들도 보기 좋은 몸매를 가꾸기 위해 신경을 쓴다고들 한다. 그래서 황제다이어트니 뭐니 해서 여러 살 빼는 방법이 나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도한 살 빼기는 건강을 해치게된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더위에 지치고 음식마저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다보면 얼굴이 반쪽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얼굴에 핏기가 없고 창백한 걸 '해쓱하다','핼쑥하다'고 한다. 비슷한 발음이긴 하지만 '핼쓱하다'는 틀린 말이다. 또 '해쓱하다','핼쑥하다'와 비슷한 우리말로 '파리하다'는 말이 있다. 몸이 마르고 해쓱하다는 뜻이다.
'해쓱하다','핼쑥하다'와 맞선 뜻의 말로 '해사하다'는 말이 있다. 얼굴이 희고 맑은 걸 '해사하 다'고 한다. 우리말나들이의 MC 박나림 아나운서의 얼굴처럼(?). 어쨌든, '해사한' 얼굴을 한 이 들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
34회
* 후텁지근
기온이 높고 습도까지 높은 우리나라의 한여름은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계절일게다. 여름엔 기온이 높아 음식이 쉬이 변하니, 상한 음식으로 고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불쾌지수 올라가는 여름에 주의해야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말! 말이다. 더위 때문에 지치고 예민해져있는 주위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별일 아닌 일로도 다툼이 될 수 있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이 무더운 여름 날씨를 표현하는 말 가운데, 흔히들 '후덥지근하 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후덥지근하다'는 틀린 말이다. 아마 '덥다'는 말 때문에 후덥지근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것같은데, 맞는 표현은 '후텁지근하다'다.
'후터분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불쾌할 정도로 무더운 기운이 있다는 뜻이고, 좀 후터분할 때 '후텁지근하다'는 말을 쓴다. 작은말은 '호탑지근하다'다. '후터분'한 날에는 시원한 소낙비, 소나기 한줄기가 몹시도 그리워질게다.
35회
* 배기/박이
여름 입맛 없을 적엔 찬밥에 새콤하게 익힌 '오이소박이'도 제법 입맛을 돋워줄 것이다. 오이 소박이는 오이의 허리를 세갈레로 에어서 갖은 김치양념을 소로 넣어 김치국물 자작하게 만들어 먹는 김치를 말한다. 맛을 내기 위해서 음식을 익히기 전에 만두나 통김치 안에 넣는 것을 '소'라고 한다. 그래서 만두'속'이 아니라 만두'소'가 맞는 말이다. 오이소박이도 오이에 '소'를 박아넣은 것을 뜻한다. 또 우리말에 무엇이 박혀있는 짐승, 사람, 물건을 뜻하는 접미사로 '-박이'가 있다. 그래서 오이소박이, 점박이, 그리고 차돌박이가 맞다. 차돌박이는 쇠고기 중에 차돌이 박힌 것처럼 희고 단단한 기름진 부위를 말한다. 많은 분들이 오이소배기, 차돌배기라고 잘못 알고 계신데, 접미사 '-박이'의 의미를 염두에 두면 헷갈리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럼 '배기'는 언제 쓰는 말인가? 흔히 '세살박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틀리다. 이 경우에는 '세살배기'라고 해야한다. 유아의 나이에 붙어 그 나이, 그 또래의 아이임을 말할 때는 '--배기'가 맞는 말이다.
정리해보면, '세살배기' '다섯살배기'가 맞고, '오이소박이' '차돌박이' '점박이'가 정확한 말이다. 이제 혹 식당에서 '오이소배기' '차돌배기'라는 차림표를 보면 넌지시 식당주인에게 말해주자. '오이소박이' '차돌박이'가 옳은 표기라고... 우리말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자는 얘기!!
36회
* 홑몸/홀몸
"남자는 하루에 거울 한 번 볼까말까지만, 여자는 뭐든지 얼굴이 비치는 게 있으면 들여다본다. 심지어 잘 닦인 숟가락으로도..." pc통신에 올라있는 남녀의 차이점에 대한 우스개소리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우리말나들이도 그 우스개소리에 덧붙일게 있다. 남녀는 모두 '홀몸'일 수 있지만, 남자는 결코 '홑몸'일 수 없다는 것! 그럼, 여자는? 물론 여자는 '홀몸'일 수도 있고 '홑몸'일 수도 있다.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접두사'홀-'은 짝이 없고 하나뿐인 것을 뜻한다. 그래서 '홀몸'은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 즉 독신을 말한다. 또 접두사'홑-'은 '한 겹'이나 '외톨'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홑몸'은 아이를 배지 않은 몸을 말한다. 따라서 임산부에게는 "'홑몸'이 아니니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런고로 남자는 기혼이든 미혼이든 영원히 '홑몸'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생명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한가지 더! '홑몸'의 발음은〔혼몸〕이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혿몸?냅?아니 라는 얘기다. '홀몸'과 '홑몸', 앞으로는 혼동하지 말자!!
37회
* 개비
'까치'라는 낱말은 무엇을 연상시키는가? 더벅머리의 만화주인공? 반가운 손님을 불러온다는 길조? 아마 애연가들은 담배를 생각할지도? "담배 한 까치만 주시겠어요?"라는 말이 우리 귀에 익숙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무리 사전에서 '까치'를 찾아봐도, '까치'에 대한 정의에는 담배의 '담'자도 나오지 않는다. 담배 한 '까치'는 틀린 말이란 얘기다. 그럼, 담배 한 '개피'는 맞는 말인가? 아니다. 담배 한 '개비'가 표준어다.
'개비'는 '쪼갠 나무토막의 조각이나 그 조각을 세는 단위'이다. 그래서 '성냥 한 개비', '장작 두 개비'처럼 쓰인다. 그러니 "담배 한 '개비'만 주시겠어요?"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그럼, 담배 스무 '개비'는 뭐라 부르는가? 담배 한 '곽'? 아니다.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나 그 상자를 세는 우리 단위는 '갑'이다. 그러므로 담배 스무 '개비'는 담배 한 '갑'. 그렇다면 담배 열 '갑'은? 아-- '보루'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은 쓰지 말자. 일본말 찌꺼기니까.. 딱딱한 종이를 일컫는 영어 'board'를 일본사람들이 '보루'라고 발음했? 그리고 우리가 그걸 생각 없이 따라해 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그럼 이제부터는? '포'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담배 한 '개비', 담배 한 '갑', 담배 한 '포'.. 이렇게 말이다.
38회
* 납량특집
"내가 아직 네 친구로 보이니?" 그 공포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유행했던 말이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극장가에는 공포영화간판이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간담이 서늘해져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된다는게 여름에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얘긴데, 요즘 텔레비젼방송에서는 이런 으스스한-'으시시'는 틀린 말이다- 프로그램을 시도때도 없이 내보낸다. 그러고도 또 여름이 되면 '납량특집'이 잊지않고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수많은 프로그램 출연자가 그 프로그램에서 '납량'이라는 말을 磯? 그런데 문제는 '납량'을 제대로 발음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는데 있다. 한번 소리내 읽어보라. 자신은 어떻게 발음하는지..
납량은 한자로 이라고 쓴다. '여름에 시원한 곳에 나가서 바람을 쐼'이라는 뜻이다. 발음은 〔남냥〕이다. "여러 가지 책을 섭렵했다"는 문장 속의 '섭렵'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생각해보 자.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를 제대로 나온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섬녑〕이라고 소리낼 것이다. 마찬가지다. 〔나뱡〕이나 〔남양〕으로 발음하는 이도 꽤 있는데, '남양'은 태평양 적도부 근의 섬이 많은 바다가 '남양'이다. 그리고 '남양'의 발음은 〔나먕〕이 된다. 또 '납량'이 '납양'이 될 아무런 이유가 없기에 '납량'을〔나뱡〕으로 읽을 이유도 전혀 없다. '납량'은 오로지 〔남 냥〕일 뿐이다.
39회
* 봉숭아
더운 여름날, 손톱 끝에 바알간 꽃물을 들이려 손끝이 아린것도 참아가며 하룻밤을 지내본 기억-여자들이라면 다 있지 않을까? 혹 남자들도 누이들의 말에 새끼손톱 하나쯤에 꽃물 들여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여름날 들인 그 고운 꽃물이 첫눈오는 날까지 손톱에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에 귀가 솔깃해 찬바람이 불면 어서 눈 오기만을 기다려보기도 했던 소녀시절이 새삼 떠오르는 때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저기에서 소담히 펴있는 그 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꽃!! 그 꽃의 이름을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어릴적 부른 동요에도 있잖은가?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피었습니다..' 그렇다. 그 꽃의 정확한 이름은 '봉선화(鳳仙花)' 또는 '봉숭아'이다. 봉숭화, 봉선아는 틀린 말이다.
우리 어린시절의 추억과 함께하는 봉숭아, 봉선화.. 유년시절의 소중한 추억만큼 우리 꽃이름도 소중히 여겨야할게다.
40회
* 공교롭게/마침
'소문만복래', 웃으면 복이 온다더라. 밝은 생각,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도 따라오기 마련이라는데...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던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말이 먼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지 유심히 생각해보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와 '마침'이라는 낱말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신이 어떤 말을 더 자주 쓰는지 말이다.
'공교롭게'는 우려를 동반한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반면 '마침'>이라는 말은 기대를 동반한 상황에서 쓴다. 그래서 "공교롭게 내가 던진 공에 유리창이 깨졌다"와 "길에 나갔더니 마침 버스가 왔다"는 적절한 표현이 되지만, "공교롭게도 장날이라 물건을 살 수 있었다"와 "우산도 없는데 마침 비가 왔다"라는 표현은 어색한 표현이 된다. '공교롭게'와 '마침'을 쓸 때에는 상황을 고려해서 써야 자연스러운 말이 된다.
우리말 나들이를 보면서 '공교롭게 이런데 들어와서 머리만 아프구나!'하시는 분들 안계시겠지? '마침' 이 난을 봐서 평소에 소홀했던 우리말 사랑을 조금이나마 키워가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41회
* 달력
"새해를 맞아 새 캘린더를 벽에 걸 때 우리는 그 속에 담겨 있는 1년간의 여백에 잠시 행복해집니다." 어떤 책을 펼쳤더니 이런 글이 적혀있다. 정말 그렇다. 이 한 줄의 글을 읽는 동안 잊었던 그 여백의 행복감이 다시 가슴 속에 밀려든다. 그런데 삶의 향기를 전해주는 이 글에 안타깝게도 옥에 티가 있다. 바로 '캘린더'가 문제다.
지금 눈에 띄는 달력이 있다면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아마도 많은 달력에 '캘린더'라고 쓰여있을테고, 그 겉장을 열어보면 월이며 요일이 죄다 영어로 적혀있을 것이다. 혹 한글이 적혀 있더라도 영어 밑에 작은 글씨일게다. 도대체 누가 보라고 만든 달력인지 모를 지경이다.
달력은 우리 어린이들이 달과 요일, 숫자를 익히는 가장 손쉬운 교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면 영어조기교육의 효과가 크다고 기뻐할 것인가? 일년 내내 매일매일 바라보는 달력 속에 우리말의 제자리를 찾아주자.
42회
* 단위
쾌, 두름, 꾸러미, 접, 태, 톳, 강다리, 고리, 움큼... 이렇게 우리말에는 셈을 하는 단위가 참 다양하게 있다.
먼저, 고등어 따위의 생선 두 마리는 '손'이라고 한다. 크고 작은 생선 두 마리가 딱 한손에 들어온다 해서 쓰는 말이다. 물고기 열마리는 '뭇'이다. 그런데 스무마리를 일컫는 말은 생선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조기나 굴비를 열마리씩 두 줄로 엮은 것은 '두름', 꼬챙이에 꿴 말린 명태 스무마리는 '태', 북어 스무마리는 '쾌'라고 한다.
오이나 가지 쉰개는 '거리〔거리〕' 또는 '반접'이고, 감이나 마늘 백개를 이르는 말은 '접'이다. 또 김 열장은 '첩', 백장은 '속' 또는 '토'라고 한다.
먹을거리-먹거리라는 말을 요즘 많이 쓰는데, 먹거리는 조어법상 틀린 말이다-의 묶음을 헤아리는 우리말 정겹지 않은가? 먹을거리만 우리 것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잊혀져가는 맛깔스러운 우리 말도 되살려 써야겠다
43회
* 감색
대학 때 일본어강의를 들으면서 우리말이 일본어에의해 얼마나 망가졌는지 새삼 느꼈었다. '소라색', '곤색', '구로곤색'.... 옷가게에서 쉽사리 들을 수 있는 말들인데, 문제는 이 말들이 다 일본말이라는 거다. 어렸을 적엔 왜 하늘색을 어른들이 '소라색'이라고 하는지 이해 못했었다. 그리고 무심코 따라하기도 했었다. '하늘'이 일본말로 '소라'인 걸 안 건 한참 뒤의 일이다.
그럼, 곤색은? 역시 일본말이다. '검은 빛을 띤 짙은 남빛'을 '곤색'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감(紺)빛이다. 그 '감(紺)'의 일본발음이 '곤'인 것이다. 그리고 짙은 감색을 '구로곤색'이라고 하는데, '검다'는 뜻의 일본어 '구로'와 '곤색'을 붙여 만든 말이다. 모두 다 쓰지 말아야 할 일본어 찌꺼기이다.
따라서 검은 빛을 띤 짙은 남색은 '곤색'이 아니라 '감색'이다. 먹는 감(柑)〔감:〕과 헷갈릴 수도 있으나 짧게 발음하면 감색이 된다
44회
* 값
아나운서가 되고자 입사시험을 볼 때였다. 1차 실무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한 고참 아나운서가 무언가를 적은 종이를 내보이며 읽어보라했다. "물건값이 많이 올라 시장가기가 겁이 난다." 어떻게 읽었을까? "물건〔가비〕많이 올라 시장가기가 〔겁시〕난다."라고 읽어버렸다. 세상에...그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값이'를 〔가비〕로 발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 '겁이'를 〔겁시〕로 발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지 버릇이 되서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잘못된 발음을 하는 것일 뿐이다.
'값' 뒤에 도움씨(조사)'이, 을'이 오면 'ㅅ'을 소리내줘야한다. 〔갑씨,갑쓸〕이 제대로 된 소리내 기이다. 그리고 '겁' 뒤에 도움씨 '이, 을'이 오면 'ㅂ'을 그대로 연음해 〔거비,거블〕로 소리내는 게 당연하다. 무심코 쓰는 말들에 우리말이 소리없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45회
* 속, 소
소와 속. 오이소박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잠시 얘기했던 주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에 들어가는 게 '소'다. 더 자세히는 '맛을 내기위해, 음식을 익히기 전에 그 속에 넣는 재료'가 '소'이다. '소'가 들어가는 음식으로는 만두, 송편, 오이소박이, 통김치, 등이 들어있다.
'소'를 넣어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 하나를 소개한다. 맛도 영양도 만점인 고추전!! 먼저 잘 씻은 신선한 풋고추를 준비해야할테고, 그 고추를 길게 반으로 가른다. 그리고 고추 속을 깨끗이 털어내고, 다 다져서 양념한 고기와 두부로 '소'를 넣고,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 맛있게 부친다. 그리고 식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눠먹으면 오늘의 요리는 끝!
46회
* 우리말지명
일제의 영향으로 옥자, 경자처럼 일본투 이름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사랑스런 자녀들과 평생 함께할 이름을 이런 일본투 이름이나 어려운 한자이름보다는 부르기도 듣기도 좋은 우리말로 짓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말나들이의 MC 박나림 아나운서의 이름도 순한글이름이다.
사람이름은 이렇게 돌아오고 있는데, 일제에 의해 멍든 우리 땅이름은 아직도 되살아날 줄을 모르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를 이르는 명수대. 그곳엔 명수대 아파트를 비롯해 수많은 장소들이 명수대라는 말을 여전히 쓰고 있다. 다행히 명수대 국민학교였던 곳은 명수대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그곳 초등학생들과 얘기해본 결과 그네들은 명수대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명수대는 일제시대에 그곳에 있던 어느 일본인의 별장이름이었던 것이다. 또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중지도'도 '노들섬'이라는 우리 이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단 이 두 곳 뿐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일제에 의해 망가진 우리땅 이름은 엄청나게 많다. 세심하게 둘러보고 원래 우리이름을 되찾아주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할 일이다.
47회
* 카센터
주위를 둘러보면 무슨무슨 '센타'들이 참 많다. 특히 자동차를 고치는 곳은 거의가 다 '카센타'란다. 심지어 우리나라 외교업무의 중심이라할 수 있는 외교센터 마저도 '외교센타'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무엇의 '가운데'나 '중심지' 등을 일컫는 영어 낱말로 'Center'가 있다. 그 발음기호를 보면 [senter]이다. 외래어표기법을 보면 국제음성기호 ' '는 '어'로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므로 'Center'의 바른 표기는 '센터'가 된다.
어느 결에 우리 입에 익어버린 '센타'라는 말, 죽이긴 쉬워도 되살리긴 어려운 게 우리말 아닌가. 이젠 '센터'라고 하자.
48회
* 봄말에 대하여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예전부터 '희망찬 앞날', '한창 때', '젊음' 따위를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봄'이 들어가는 낱말이 꽤 있는데, 몇가지만 둘러보자.
먼저 '봄고단'은, 봄철에 느끼는 나른함, 노곤한 기운을 뜻하는 말로 춘곤(春困)이라는 한자말과 같은 뜻이다. '봄매미'라는 말도 있다. 마치 봄에 우는 매미를 일컫는 말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이는 '보리매미'의 다른 이름이다. 모양은 참매미와 비슷하지만, 참매미보다는 크기나 울음소리가 작은 매미다. 흔히 꽃샘추위라고하는 '봄추위'. 이른 봄날, 꽃이 필 무렵의 추위를 말한다. 또 봄하면 역시 꽃을 빼놓을 수가 없다. 봄 꽃으로는 개나리, 진달래가 대표격이겠다. 한자로는 춘화(春花)라고 한다.
'봄꽃도 한때'라는 속담이 있다. '세상의 부귀영화란 일시적인 것이어서 그 한때가 지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49회
* 언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졸업식장에 가면 부르고 듣는 노래다. 근데, 이 노랫말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나? 졸업하는 이가 꼭 여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언니'인가?, 그 노랫말 틀린 것 아닌가?
하지만, 아니다. '언니'는 맞다. 언니는 여자들끼리만 부르는 말이 아니다. '언니'는 '형'을 다정하게 부르는 말이다. 그럼, '형'의 말뜻을 살펴보자. '형'이란 '한 부모의 자식으로 손위의 남자 나 여자'이다. 그러므로 자기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형제를 부를 때 쓰는 말로 남녀 관계없이 쓸 수 있는 호칭이 바로 '언니'인 게다. 반드시 '형'은 남자를, '언니'는 여자를 일컫는 말이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란 얘기다.
그럼, 식당에서 어른이 나이어린 종업원에게 '언니'라고 하는 건? 글쎄, 다른 적절한 말이 있지 않을까?
50회
* 부침개
명절이나 생일날만 되면 어머니께서 늘 해주시던 음식이 있다. 생선이나 쇠고기 따위를 얇게 저며서 밀가루반죽을 묻혀 기름에 부치는 음식인데, '저냐[저:냐]'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전유어', '전유화' 또는 줄여서 '전[전:]'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이름들은 어쩐지 어색하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이보다는 '부침개'라는 게 더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질지도.
혹 '부친개'가 맞지 않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부침개'가 표준어이다. 그리고 부침개를 만드는 일을 '부침개질, 부침질, 지짐질'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짐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국보다 국물을 적게 잡아 짭짤하게 끓인 음식을 말한다. 따라서 지짐이와 부침개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